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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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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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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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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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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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1)

DUMMY

우와- 오오- 예쁘다-


옆에서 연이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쪽을 바라보자, 입을 벌리고 있는 메이드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어두워진다.


“······무,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쉿. 조용히 해라.”

“아, 넵.”


메이드가 고분고분 입을 다물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집중했다.

오른손엔 바늘을 쥐고, 왼손엔 손수건을 들고, 한 땀 한 땀.

내 흔적을 남겼다.


우선은 금색 실. 장미 위쪽에 어지러이 박히는 백금의 점들은, 곤색의 배경과 조화되어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그려낸다.

이 정도면 됐겠지.


다음은······ 그래, 흰색 실이 좋겠다.

나는 바늘의 실을 바꿔, 가시 박힌 장미 줄기 옆에 두 마리의 털 뭉치를 그려 넣었다.

양이다.

뛰어노는 어린 양과 잔디에 엎드려 하늘을 바라보는 늙은 양은, 기쁜 듯 각자 밤과 별을 셌다.

마지막으로······.


‘배경이 밋밋한가.’


양 아래에, 진녹색 실로 완만한 둔덕을 쌓았다. 그곳에는 양치기 소년이 사는 오두막이 있을 것만 같았다.


······완성이다.


손수건을 눈 앞에 넓게 펼쳐 드니, 내 명령에 따라 제 입을 꼭 쥐고 있던 메이드가 천천히 손을 놓고 감탄했다. 우아- 진짜 대박-


흡족하다.


“······.”


그리고는 메이드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할 말 있나?”

“아, 그······”

“편하게 말해도 된다.”


편하게.


아마 될 거다.

데이지는 늘, 항상, 100% 분노와 짜증이 가득한 상태지만, 송서하는 그걸 꾹 참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지난 한 달간 그렇게 간신히 참아왔으니까.

이번에도 될 거다.


그렇게 메이드가 머뭇머뭇 꺼낸 말은.


“의외다 싶어서요······.”

“의외라.”

“네. 도련님이 이렇게 바느질을 잘하실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 그런가.”


지긋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부릅떴다.


옛 생각이 떠오른다.

송서하 시절의 나는, 봉사활동을 자주 갔었다. 3년도 더 전에 나를 떠나버린 시현이와 함께.

그때 함께 봉사하던 할머니께 야단맞아가며 배운 바느질이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다.


나는 무심코 말을 뱉었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배웠다. 내가 가장 행복했었을 때.”

“아······.”


메이드가 말을 잃었다.


“······.”


곧이어 커다래진 그녀의 눈매가 눈에 들어왔고, 내 속에서는 다시 스멀스멀 짜증이 일렁였다.


그녀가 좀 전 말한 ‘의외’라는 단어가 거슬려서. 그것이 나를 무시한 건지, 아닌 건지, 이 건방진 여자를 추궁하여 진실을——


‘그만.’


나는 속으로 읊조렸다.


이 열등한 데이지야. 적당히 해라. 이건 무시가 아니라, 칭찬이라는 것이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메이드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지?”

“아, 저는, 제 이름은······ 미야입니다.”


내 일그러진 표정에 자기가 뭔가 잘못했다 생각 한 건지,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이름을 말했다.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그녀의 불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었다.


‘미야.’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반년 전, 술에 취한 데이지가 칼로 머리카락을 베었다던 그 아이였구나.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미야. 앞으로 저녁 식사 후에 내 방으로 찾아오거라.”

“······예?”

“바느질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저택 물건이 아닌 네 개인적인 것이라도 좋으니 뭐든 가져오너라. 내가 함께 해줄 터이니.”

“······아.”


나는 답변을 듣지 않고 그대로 뒤돌았다. 상관없었다. 그녀는 당연히 올 것이었다.

그녀는 힘없는 메이드. 데이지에게 해코지 받기는 싫을 테니까.


······바느질.


이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기운을 몸에 두른 채 일상생활과 잡일을 하는 건, 유구한 훈련 역사 중 하나다.

당연히, 던평에서도.




***




대륙의 서부, 그중에서도 동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거대한 영지.

이브로쉐 공작령의 중심부엔, 당연하게도 공작저가 있었다.

다만 뛰어난 마법사를 대대로 배출해 온, 마탑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문답게, 저택에는 늘 사계절이 공존했다.


“냠.”


그중 봄의 정원. 꽃잎이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 유아는 돗자리를 깔고 초콜릿 바를 까먹고 있었다.

냠- 방금 막 다 먹었다.


원래는 그냥 초콜릿이나, 초코 쿠키, 초코칩을 즐겨 먹는 편이었는데, 며칠 전 초콜릿바를 먹었더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종종 먹게 되었다.

근데 딱하나 아쉬운 점은 그때 그 맛이 안 난다는 것이다.

낙오된 던전에서 허겁지겁 까먹었던 그 초콜릿바 맛은······.

지금 먹은 게 훨씬 더 좋은 재료로 만든 고급 제품인데······.


그래도 객관적으로 보면 맛은 있었으니 만족스럽다.


그나저나······.


“아니, 대체 랩터 마우스의 약점이 어디 적혀있다는 거야?”


유아가 손에 들린 1,500p짜리의 두꺼운 책을 턱- 소리 나게 덮었다. 이건 모험가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한 [몬스터 도감] 1권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녀가 앉아 있는 핑크빛의 고양이 무늬 돗자리 곳곳에는 이에 못지않은 두꺼운 책들이 많았다. 전부 가문에 소장되어 있던 몬스터 도감의 일종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잖아.”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다.

데이지가 말한 ‘랩터 마우스의 약점은, 꼬리 털에 파묻혀 있는 붉은 종양이다.’라는 말에 대한 근거, 증거, 흔적, 낙서- 그에 비스무리한 어떤 것- 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 그 사람은 어떻게 안 거야.’


차라리 거짓말이라면 이런 고생 따위는 안 했을 텐데.

사냥할 때 그 꼬리를 노려 톡톡히 이득을 봤으니 그냥 지나치기도 어려웠다.

······그냥 대충 찍어서 맞춘 거 아니야?


-라고 하기엔 그가 가지고 있는 지옥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하······.”


그렇다면 결론은 대충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캔들레인 가문 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

그럴싸하다. 아니 이게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었다. 어떤 가문이나 단체건 간에, 외부에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정보가 존재하니까.

몬스터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에는 하나의 맹점이 존재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이 우리에게 가문이 가지고 있는 기밀 정보를 알려줬다고?’


그 무뚝뚝하고 승리욕 강한 사람이?

지금 와서는 싸가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


하여 유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개인적인 감상이 이를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는 가문 내부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 데이지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그 사람만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면?’


말이 됐다. 가문의 기밀이 아닌, 본인만 아는 개인적인 사실이라면, 제 우월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알려줄 만한 정보였다.

실제로 그로 인해 파티에서 그를 대하는 분위기가 바뀌기도 했고.


그러나 여기서 또 생기는 문제점이라면······.


“그니까 그걸 그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도감에도 안 적혀 있는걸!”


으으······.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도돌이표였다.


“아, 머리 아파.”


초코바. 초코바. 초코바를 먹자.

머리를 식힐 겸 손이 돗자리 바닥을 더듬거렸지만, 잡히는 초코바가 없었다.

다 먹었어······.


‘······어쩔 수 없네.’


오늘의 산책은 여기까지. 이제 돌아가자.


유아가 로브의 좌측 안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그리고 입을 비추어보니, 역시나 초코가 많이 묻어있다.

이번엔 우측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 응?


‘없네. 어디 갔지?‘


유아는 금세 깨달았다. 아, 캔들레인에 두고 왔구나.

확실했다. 그곳에서 분명······ 꺼내서 사용한 기억이 있으니까.

콩. 유아는 제 머리를 때렸다. 어떻게 그걸 놔두고 와? 소중한 건데······.


“······어쩔 수 없지, 뭐. 거긴 언제고 또 갈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가져와야겠네······.


“······.”


캔들레인,


사실, 그곳만 생각하면 언제나처럼 한 남자가 떠오른다.


‘······결국 고맙다는 말 못 했네.’


유아는 괜히 부끄러웠다. 그러나 얼른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제 몸의 일부 같은 지팡이를 바라봤다.


‘······.’


유아캘린서, 정신 차려. 이상한데 신경 쓰지 마.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긴데.


곧 정식으로 모험가 협회에 등록하면, 다시 지옥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전까지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


······무력하게 도움받는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니까.


또한, 고마운 건 고마운 거.

그와 별개로.


‘그 남자, 코를 내가 짓눌러줘야지.’


잘난척하는 그 높은 콧대를 말이다. 그 밉상을 말이다.



***



제도의 모험가 협회 본부.

그곳에는 프로노움 소백작 엘리스와 그녀의 부관이 진중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제 곧 신입을 받아야 할 시기입니다만······ 누구 생각해 놓은 자가 있으십니까?”

“글쎄. 너는?”

“저는 몇 있습니다. 이것 한 번 보시지요.”


부관이 그녀에게 준비해 놓은 서류를 건넸다.

그곳에는, 이번에 모험가로 정식 등록한 신입들의 프로필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올해의 신성’에 등재되진 않았지만, 꽤나 쓸만한 녀석들이었다.

애초에 신성들은 대부분 이미 소속이 정해져 있었다.


“······음. 뭐, 이건 네가 알아서 해라.”

“알겠습니다. 조용히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서류를 돌려받은 부관이 엘리스에게 물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이었다.


“며칠 전에 서부 쪽 성인식에 가신 건 어떻게 되셨습니까?”


본래는 부관도 함께 그곳에 참석하는 일정이었지만, 급히 처리할 일이 생겨 엘리스 혼자 갔었다.

대충 다른 평가관에게 듣자 하니, 유아캘린서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귀족 자제는 없었다고.


하여 별 기대 없이 물은 것이지만, 엘리스의 반응은 조금 의아스러웠다.


“······뭐가 있는 겁니까?”


엘리스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뭐가 있긴 한가? 라는 듯.


“장난치지 말고 말씀해 주시지요.”


부관의 애절한 부탁에, 엘리스가 픽 웃었다. 그녀는 늘 이랬다. 재밌는 걸 보면, 장난을 견딜 수 없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귀여운 게 아니다. 옆에서 보고 있자면, 종종 살벌해서 도망치고 싶어지니까.


그녀가 말했다.


“데이지 칼 베르 캔들레인.”

“······은둔 공자 말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성인식에서 사고를 쳐 떨어진 기사 4인방을 제외하고서, 궁사인 아르민이나, 연금술사 포른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데이지라니?


전해 들은 바로는······.

1차 과제에서는 파티원 간의 불화를 조성했고,

2차 과제에서는 무리하게 몬스터를 잡으려다가 혼절했고,

3차 과제에서는 어느 정도 나쁘지 않게 활약은 했지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라고 했었는데.


거기다 이번 서부의 수준이 낮아서 나쁘지 않게 활약한 거지, 남부나 동부 귀족 자제에 비하면 한참이나 미달했을 성적이라고도 했고.


그런데 어째서?

이걸 모르실 분도 아닌데?


부관의 고민이 길어지려던 찰나, 엘리스가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아주 짧게.


“뭔가 있다. 그 녀석.”

“······.”


하지만 궁금증만 더 증폭될 뿐이었다.

부관이 답답함을 숨기고 침착하게 물었다.


“혹시 마지막 던전에서 탈출한 것 때문입니까? 하지만 그건······ 유아캘린서의 활약이 컸을 거라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빠져나온 유아나 데이지는 당시의 일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유아캘린서는 그저 머쓱하게 말을 돌렸고, 데이지는 ‘내가 그걸 왜 말해야 하지?’라며 도리어 화를 냈다.


이 사건을 외부에서 추측하기를,


“유아캘린서가 공작가의 비기나, 마탑에서 몰래 만들고 있는 기밀 마법을 사용해서 던전을 탈출했다고?”


-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이 세간에 퍼진 정설이었다.

이게 맞다면,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비밀에 부치는 것도 이해가 됐고.

허나.


“혹시 모를 일이지.”

“예?”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모두가 맞다 생각하는 그 땍땍거리는 아가씨가 아니라, 어디 짱 박혀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그 음침한 은둔 공자가 보스를 해치웠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결국 이마저도 엘리스의 상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성인식 때 본 그 녀석의 수상함은, 어쩐지 더 큰 상상을 끌어냈다.


“뭐, 대충 그런 거다. 이제 그만 귀찮게 하고 얼른 나가라.”

“예? 뭐가 대충 그런—.”

“아참, 거기 쓰레기통도 좀 치우고.”

“······.”


궁시렁궁시렁. 뭐가 대충 그런 거라는 거야? 부관이 반도 안 찬 쓰레기통을 챙기고 강제로 방을 나섰다.



—그렇게 혼자 남은 엘리스.



‘궁금하단 말이지.’


그녀가 업무용 탁상에 한가득 올려져 있는 문서를 뒤져, 한 녀석의 프로필을 꺼냈다.

사진 속에서조차 다크 서클이 짙은 남자였다.


그리고 엘리스는 고민 없이.


쿵—


그곳에 커다란 도장을 찍었다.


[CONTACT]


비실비실한 얼굴 옆에 빨간색으로 찍힌 한 단어. 컨택트.

연락한다고 했으니, 얼른 해주어야겠지.


피식-


그저 흥미로운 일의 연장이었다.




***




이틀이 지난 아침, 오늘은 평소와 달리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외출 준비였다.


“이건 어떻습니까?”

“······다른 걸로 입어보자.”


메이드로 둘러싸인 나는 몬스테리아의 지시에 따라, 웃을 수차례나 갈아입고 있었다.

사실 내가 바쁜 건 아니었다.

메이드가 내 옷을 갈아입히면, 몬스테리아가 평가하는 식이었다.


“이것도 별로구나. 다른 건 없니?”


허나 그녀의 성에 차기 위해선, 앞으로도 몇 벌이나 더 옷을 갈아입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녀는 매우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에 더해 이 성격 더러운 데이지는, 어쩐지 그녀 앞에만 서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결국 데이지, 송서하는 아니다.

나는 그녀를 말렸다.


“누님. 저는 이게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 하지만 이건 오늘 고른 넥타이와 단추 부분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데······.”


그녀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 썼다.


그러나 나는 이것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 시간 낭비가 아닌가.

무슨 옷 한 벌 고르는 데에 고려할 게 이다지도 많은지, 메이드들이 옷을 갈아입혀 줌에도 나는 점점 지쳐갔다.


“누님.”

“······보다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구나.”


결국 몬스테리아도 내 결정에 동의했다.

다행인 일이다. 그녀는 패륜왕. 혹시나 그녀의 성질을 건드릴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잘 넘어간 듯하다.


“데이지. 이미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좋단다.”


그녀가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


“괜찮습니다. 연회에 주인공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다녀오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거울 앞에 섰다.


오늘은 성인식있고 딱 일주일째 되는 날.

이를 기념하여, 이브로쉐 공작가에서 연회를 열었다.


‘많이 변하긴 했나.’


거울에 비치는 남자의 모습은 한 달 전과 비교해서 대략 170도 정도 달라져 있었다.

180도 달라졌다고 하기엔, 얼굴에 드리운 다크서클이 여전해서.


허나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제외하면, 나름 봐줄 만했다.

허옇던 얼굴엔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비쩍 마른 몸은 살이 붙었다. 물론 근육도.

그저 잘 먹고 잘 잤을 뿐인데, 이렇게나 사람다워졌다. 평소에 데이지가 얼마나 버러지 같은 생활을 했는지 쉽게 짐작이 되는 부분이었다.


“데이지.”


몬스테리아가 무거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옆에 섰다. 나는 동공만 움직여 거울을 통해 그녀를 바라봤다.


“교단 공략단에 정말 지원하지 않을 것이니.”

“예. 아직은 시기가 아닙니다. 교단 측에서도 저를 부르지 않지 않았습니까.”

“······.”


교단 공략단.

캔들레인이라면 프리패스로 들어갈 수 있는 그곳은 성인식이 끝난 내게 어떠한 접근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곳뿐 아니라 다른 공략단들도.


일반적으로 스카웃 제의가 오지 않으면 따로 공채를 보고 들어가야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예정이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솔플을 위해.


“조금 더 실력을 키워 스스로 만족했을 때 다시 고려해 보겠습니다.”


내 빈말에 몬스테리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뒤쪽에 기립해 있는 메이드를 바라봤다.

미야였다.


몬스테리아가 그녀에게 사무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타일렀다.


“공작가에 가서 데이지를 잘 보필하렴.”

“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미야와 바느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지, 몬스테리아는 내게 미야를 붙여주었다.


다만, 이건 배려가 아닌, 모종의 감시이자 압박이었다.

괜히 성격 더러운 데이지가, 외부에 나가서 사고를 치면 가문이 처리해야 하니까.

저 딱딱한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 부탁한다.”

“네!!”


꼴깍- 미야는 그저 최대한 떨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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