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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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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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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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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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바구니를 들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싱싱하게 자란 상추를 한아름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농약도 안 친 정말 무공해였다.


토양이 좋은지 물만 가끔 주었는데도 무럭무럭 아주 잘 자랐다. 


바구니에 가득 담은 상추를 주방에서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었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녀석들 내 것은 남겨 놔야지.” 


그 많던 고기가 다 사라지다니.


산삼이 녀석은 괜히 민망한지 딴소리를 해댔다.


“인간. 들고 온 것은 무엇인가? 그거 상추 아닌가?”


난 들고 있던 상추를 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추 맞아. 고기에 같이 싸 먹으려고 했더니 그냥 먹어야겠어.”


내가 작은 쌈을 싸서 아이의 입에 넣어줬다. 호야는 상추를 하나 물더니 오물오물 씹었다. 산삼이도 입에 맞는지 홀짝홀짝 상추를 먹어댔다. 


잘 먹는 것이 기특하기는 하다만 이러다가는 내 입에 들어가는 건 아무것도 없겠군.


커다란 상추를 들고는 흰 쌀밥을 넣고 쌈장을 올렸다. 그리고 한입에 집어넣고는 씹었다.


“크으, 이 맛이지”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쌀밥만 먹어도 맛있는데 싱싱한 상추에 쌈장을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그때 냉장고 안에 있던 송이버섯이 생각났다.


“잠시만 기다려봐. 고기보다 맛있는 걸 해주지.”


고기보다 맛있다는 말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녀석들 기대하라고!


버섯의 밑동을 칼로 자르고는 흐르는 물에 씻어 와 칼로 넓적하게 썰었다. 마을에서 버섯 재배를 하시는 분이 먹어보라고 주신 거라 양은 엄청 많았다. 칼로 써는 데 한참 걸렸다.


다 썰어놓고 보니 고깃집에 가면 곁들여서 구워 먹는 새송이버섯처럼 보였다.


“이제 먹어볼까나.”


참기름을 팬에 살짝 두르고는 버섯을 투하했다. 간은 소금으로 맞추고 후추도 살짝 뿌려줬다.


이 정도만 해도 맛이 좋단 말이지.


어느 정도 익으면 타기 전에 얼른 꺼내야 한다. 버섯이라 고기처럼 잘 익힐 필요는 없었다. 


아이들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지 쉽게 입에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일단 내가 먼저 맛을 보마.


약간 노릇하게 익힌 버섯을 상추쌈에 얹어 놓고는 흰밥을 적당량 그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쌈장과 잘 익은 김치를 넣고는 쌈을 오므렸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에 넣었다.


입으로는 연신 씹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산삼이가 버섯을 입에 넣고는 씹었다. 


“인간. 이게 무엇인가? 고기를 씹는 거 같다.”


“이건 버섯이라는 거야.”


“버섯? 이상하네. 버섯은 맛이 없던데···.”


말은 저래도 산삼이는 젓가락을 쥔 손이 빨라졌다. 녀석이 다 먹어버리기 전에 호야 접시에 버섯을 잔뜩 올려줬다. 아이한테도 잘 익은 버섯을 주었으나 포크로 먹으려다 하나씩 떨어뜨렸다.


얼른 아이 입에 들어갈 만큼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오물오물 쌈을 씹어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버섯이 입에 맞는지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했다. 다음에 시장에 가면 어린이용 수저 세트를 사 와야겠다.


수북하게 쌓여 있던 버섯이 어느새 동이 났다. 물론 이번에는 나도 지지 않고 배부르게 먹었다. 배가 통통하게 불러올 만큼.


아이들도 나와 마찬가지인지 배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산삼이는 연신 용트림을 해댔다. 저거저거 안에 아저씨가 들어앉아 있는 거 같단 말이지.


얼른 먹은 흔적들을 치우고 할 일이 있었다. 내가 하나씩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 나르자, 아이들도 저마다 먹은 그릇을 들고 따라왔다. 


하나씩 그릇을 날라 줄 때마다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잘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리고 잘한 거는 잘한 거니까. 칭찬은 당연하다.


얼른 설거지를 해치우고 잡화점 문을 닫았다. 뭐, 지금 영업한다고 해도 딱히 손님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거기다가 저번일 이후로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때는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물론 그냥 뒷마당에 가는 것뿐이지만.


오늘 할 일은 텃밭 가꾸기였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도 제거하고 물도 줘야 한다.


옷장에서 편하게 입을 만한 옷을 꺼냈다. 멜빵바지처럼 생긴 작업복은 짙푸른 남색이었다. 위에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는 밀집으로 된 모자도 썼다. 신발은 고무로 된 장화를 신었다.


거울 앞에 서서 모습을 보니 진짜 농부같이 보였다. 물론 농사의 농자도 모르지만. 으허허허허!


자! 오늘은 필요한 농기구를 소환해 보기로 했다. 


뒷마당에 앉아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두 손을 모았다. 이상하게 물건을 소환할 때마다 습관처럼 손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두 손을 모으고 내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입술을 움직였다.


“제초기. 제초기가 필요합니다.”


투웅.


눈을 뜨자, 제초기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역시 낫과 호미보다는 한 방에 풀을 제거하기 좋은 제초기가 최고지.


근데 이거 사용은 어떻게 하는 거지?


난 난생처음 사용해 보는 제초기를 보고 난감해졌다. 생긴 걸 보면 어깨에 메고 하는 것 같은데···. 스위치는 뭐지?


내가 한참 헤매는 사이 불쑥 익숙한 팔이 제초기를 가져갔다. 


“인간. 쯧쯧.”


마치 한심하다는 눈길로 쳐다보던 산삼이는 능숙하게 제초기를 메고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잡풀만 쏙쏙 제거하기 시작했다.


짜식. 밥값은 하는구나.


내가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산삼이가 풀을 제거하는 동안 난 뒷마당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잘 자라고 있는 상추는 또 커 올라오고 있었다. 


“내일이면 또 먹을 수 있겠다.”


저번에 심었던 그건 어디였더라?


“산삼아, 저번에 심었던 자리가 어디지? 그거 말이야.”


우에에에엥.


우렁찬 제초기 소리에 산삼이는 못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난 혼자 찾아볼 생각에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무슨 뒷마당이 이리도 넓어.


사실 뒤에 이렇게나 널따란 땅이 있는 줄은 몰랐었다. 거의 만평이나 되었다. 그래서 땅 크기만큼이나 잡초도 많았다.


산삼이 녀석 할 일이 많겠구나. 맛있는 거 줘야지.


한쪽에는 커다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줬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그네를 만들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이건 뭐지?”


작고 귀여운 이파리가 당당하게 흙을 뚫고 나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위에 나 있는 잡풀이 시들시들했다. 마치 저것에 생명을 빼앗긴 것처럼···.


난 쭈그려 앉아 땅을 유심히 살폈다.


이쯤이었던가? 내가 대충 흩뿌리고는 물을 줬던 곳이. 


전에 방송에서 하는 걸 보고 따라 했는데 한동안 싹을 틔울 생각도 하지 않길래 망한 줄만 알았는데. 


“내가 농사에 소질이 좀 있는 건가?”


키득거리며 비웃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농사에 소질이 있데···. 크크큭.”


이런 말을 나한테 할 녀석은 산삼이뿐이었다.


“타박할 때는 언제고 산삼이 녀석···. 어라?”


“내가 산삼이래. 크크크극.”


땅속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던 두더지가 말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이제는 이 정도야 가볍게 놀랄 건더기도 아니었지만, 예의상 놀란 척해줬다. 분명 놀란 척한 거다.


내 소리를 듣고 산삼이가 놀라서 헐레벌떡 통통거리며 뛰어왔다.


“뭐, 뭐냐! 인간! 드디어 폭삭 맛이 간 거냐?!”


산삼이는 내 몸이 괜찮은지 살피며 입으로는 열받게 했다. 참 기술이 좋은 아이야.


“아직 멀쩡해서 미안하지만 여기 이것 좀 볼래?”


산삼이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다가 내 얼굴을 다시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 정말 괜찮은 거 맞나?”


“여기에 말하는 두더지가··· 뭐지, 아무것도 없잖아. 분명히 있었는데···.”


분명 나를 보면서 비웃기까지 했던 두더지는 감쪽같이 모습이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산삼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뭐가?”


“할매도 어렵게 키우신 건데···. 벌써 싹을 틔우다니. 믿을 수가 없어···.”


“그게 정말이야?”


“인간. 이대로만 잘 자라준다면 열매가 생길 수도 있을 거다. 잘 되었다. 정말 잘 되었어.”


잔뜩 들떠서 말하는 산삼이를 보니 거짓은 아닌듯싶었다. 정말로 내가 농사에 소질이 있나 보다.


잘 자라기를 바라며 물을 주고 칭찬도 듬뿍 해줬다.


전에 좋은 말을 들으면 식물도 잘 자란다고 들었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 아마도 그런 원리이겠지.


아직도 넓은 땅에는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뭘 심어야 좋을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산삼아, 근데 저 약은 이름이 뭐야?”


“음···. 그것이···.”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내놓은 대답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할매가 드럽게 키우기 힘들다고 ‘염병’이라고 부르던데···. 인간. 근데 그거 욕 아닌가?”


“고모할머니께서 ‘염병’이라고 하셨다고?”


평소에 세상 인자하신 분께서 그런 단어를 쓰셨다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염병’이라···. 어쩌면 어울리는 단어일 수도 있겠다. 옛날에는 장티푸스를 염병이라고도 했으니. 어쨌든 우리 염병이를 잘 키워보자.”


물론 아이가 걸린 병이 장티푸스는 아니었다.


증상이 예전에 내 딸 별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병은 치료제는커녕 원인도 알 수 없는 희귀병이었다. 속절없이 아이를 눈앞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만약 아이와 같은 병인데 이것이 치료제가 된다면···. 어쩌면 그 병을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고개를 저었다. 헛된 희망은 사람을 곪아버리게 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내 곁에 있는 이들을 먼저 생각할 때였다. 


도구를 챙겨서 잡화점 안으로 들어왔다. 별것도 하지 않았는데 옷에는 흙이 잔뜩이었다. 


산삼이도 마찬가지였다. 풀을 몸으로 깎았니?


“산삼아, 목욕하러 가자.”


“인간···. 나는 안 해도 괜찮다. 산삼이는 깨끗하다. 전혀 더럽지 않다.”


“그럼 그럼. 우리 산삼이는 깨끗하게 씻는 멋진 녀석이지. 자, 그러니 우리 욕실로 들어가서 싹 씻어내자고.”


난 훌러덩 옷을 벗어 던지고 산삼이의 줄기를 붙잡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끼요요요욧.


산삼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씻는 중이다. 절대로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어떻게 씻는지 알려 줬더니 이제는 혼자서 잘 씻는다. 물론 이상한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기는 했지만.


난 상쾌하게 싹 씻고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을 나왔다. 


일을 하고 난 다음에는 커피 한잔이 딱이지.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으어억. 쿵.


바닥이 미끄러워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바닥에 물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산삼이 녀석이 물기도 닦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나 보다.


아이고 내 팔자야.


얼른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걸레로 대충 바닥을 닦았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물기에 미끄러질지도 모르니까. 


뭐, 저번에도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넘어졌던 건 절대로 비밀이다. 그래서 불같이 소리를 지른 것도 절대로 비밀이다.


혹시 몰라서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쳤다.


“산삼아, 안돼! 하지마아아아!”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렇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한다. 


***


산삼이는 목욕하고 나면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마구 퍼먹었다. 일종의 그만의 보상이었다. 


“산삼이는 똑똑하다. 보상 심리가 뭔지도 안다.”


“산삼아, 안돼! 하지마!”


인간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아는지 그가 뭔가 하고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러워서 눈에 물방울이 맺혔다. 


“할매는 아이스크림은 먹으라고 했는데···. 서럽다, 서러워. 인간은 많이 먹으면 배 아프다고 못 먹게 한다. 할매 산삼이 서럽다.”


훌쩍.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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