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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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최근연재일 :
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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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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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뻐꾹. 뻐꾹···.


이제는 익숙한 뻐꾸기시계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내가 살던 현실 세계에 도착했다.


아이들도 이제 이곳이 제법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방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산삼이는 방에 들어가서는 에어컨부터 틀었다. 그러고는 종일 누워 있었다. 쉬는 날 소파에서 내려오지 않는 아재 같았다.


뭐,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라 아침부터 푹푹 쪄댔기에 에어컨은 필수인 날씨긴 하지.


호야는 리모컨에 앞발을 턱 하니 올리더니 텔레비전을 켰다. 그러고는 앉아서 채널을 돌리기도 하고 고개를 들고는 화면을 응시했다.


아이와 호야는 서로 좋아하는 채널이 비슷했다. 산삼이만 유독 그들과 취향이 달랐다. 먹는 것이 나오는 채널을 좋아했는데 특히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침을 뚝뚝 흘려대서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난 아이들이 각자 할 일을 하는 동안에도 혼자 바빴다. 아침 식사부터 준비해야 했다.


오늘은 간단하게 토스트를 준비했다. 달걀물을 풀어서 식빵에 묻힌 다음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식빵을 구웠다.


여기에 잼을 발라 먹거나 설탕을 뿌려 먹으면 별미였다.


아이들한테는 우유를 주고 나를 위해 블랙커피를 준비했다. 그러고는 음식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얘들아, 밥 먹자.”


밥이라는 소리에 아이들은 누워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삼이는 옆으로 누워서는 몸만 일으켜 양반다리를 했다.


“자, 오늘은 달걀 토스트야. 잼 발라서 먹자.”


같이 곁들어 먹을 베이컨도 좀 구워왔다.


샐러드도 좀 먹여야 하는데 아직 자라는 중이었다. 그 대신에 나박김치를 김치냉장고에서 꺼내왔다.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도 점점 거덜이 나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김치는 어떻게 담가야 하나.


오늘도 아침을 맛있게 먹고서는 배낭 안에 든 짐을 풀었다. 


여름에 입을 옷도 사야 하고 잡화점에서 먹을 음식도 가져가야 했다. 성장기 어린이들이라 그런지 먹성이 엄청 좋았다.


내 음식 솜씨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잘 먹어줘서 고마웠다. 다만 엄청난 먹성에 감당하기가 벅찰 뿐이었다. 


비어가는 통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다가는 굶기겠다는 생각에 일자리가 필요했다. 


문제는 이곳에 나 혼자 올 수도 없고 아이들을 오랫동안 둘 수도 없었다.


돈은 벌어야 하니 짧은 시간에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핸드폰으로 ‘알바 지옥’을 검색하는데 하나같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어휴.


내 한숨 소리를 들은 산삼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인간.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면 복이 날아간다고 들었다. 산삼이한테 말해라. 산삼이는 똑똑하다.”


내가 산삼이 녀석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을 꺼냈다.


“돈을 벌어야 해. 어디 돈 벌 곳이 없을까?”


산삼이가 진지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인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말아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으니, 뭔가 뾰족한 수라도 있는 듯싶었다. 그래서 산삼이한테 물었다.


“혹시 할머니께서 남겨두신 돈이라도···.”


“그건 아니다. 인간. 허황된 욕심은 폐가망신이다.”


“···패가망신이겠지.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한껏 기대했다가 허무해지기만 했다. 산삼이한테 바란 내가 등신이지.


내 곱지 못한 눈초리 때문인지. 산삼이의 눈빛이 몹시 가늘어졌다.


“인간. 우리에게는 ‘잡화점’이 있지 않은가.”


“아, 참. 그렇지. 우리한테는 잡화점이 있었지. 근데 뭘 팔아?”


“할매처럼 운영하면 된다.”


“고모할머니처럼? 그거야 말이 쉽지.”


그러고 보니 고모할머니는 뭐든 파셨던 거 같다. 처음 가게에 들어섰을 때 온갖 물건이 가게 안에 가득했었다.


그렇단 소리는 그 물건들이 돈이 된다는 건데. 이세계에 없는 물건이라 인기가 있는 건가? 그리고 잡화점이라고 하기에는 식당처럼 테이블도 있었다.


그때 오믈렛을 먹고 갔던 손님도 있었기는 했지만···.


고모할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으셨지만, 나는 팔정도로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었다. 배워서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텐데···.


똑똑, 똑.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형님 안에 계세요? 저 영수입니다.”


“아, 잠시만요. 문 열어 줄게요.”


내가 얼른 산삼이를 쳐다보자, 눈치 빠른 녀석은 아이들이 있는 방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난 산삼이가 들어간 후에야 대문을 열어줬다. 영수가 냄비를 들고 있었다.


“제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마침 토마토가 잘 익어서 그걸로 스튜를 만들었거든요.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토마토 스튜? 아,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내가 냄비를 들기 위해 손을 뻗었더니 영수 동생이 대문 안으로 성큼 들어와 버렸다. 


이건 좀 곤란한데. 뭐, 금방 가겠지.


내 예상과는 달리 영수는 엉덩이가 무거웠다. 냄비째 부엌으로 가지고 들어오더니 그는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난 필사적으로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손님이 계시는가 봐요?”


“아, 그, 그것이···.”


“안에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서요.”


“아, 그렇지···. 내가 끄는 걸 깜빡해서. 혼자 있으면 텔레비전을 켜놓고는 하거든.”


“형님도 그러세요? 저도 그럴 때가 종종 있어요.”


“하하하, 그래? 그렇구나···.”


난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제발. 나가라 빨리. 그는 내 마음과는 달리 대청마루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저기요···. 형님. 그러니까요.”


영수는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안달이 난 사람은 나였다.


방문을 열고 아이들이 튀어나올지도 몰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편히 말해요. 난 괜찮으니까.”


그는 특유의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 형님 부탁이 있어서요. 음식을 만들어서 팔고 싶은데···.”


영수가 어렵사리 말을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아이가 얼굴이 노래서는 방에서 뛰쳐나왔다. 난 당황해서 아무 말이든 내뱉었다.


“조카가···.”


내가 말을 미처 다 뱉기 전에 호야가 방에서 천진난만하게 튀어나왔다.


“강아지를 요즘 키우고 있는데···.”


방에서 쿵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영수가 놀라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의 다리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영수 동생이 한 발 더 빨랐다.


곧 영수 동생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는 걸 보게 되었다. 산삼이가 바닥에 엎어졌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걸 영수는 보고 만 것이다.


온몸에 피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하지?


“인형이야. 인형. 요즘 이런 인형이 유행이더라고···.”


“아이고야, 죽겠다. 산삼이 죽네.”


내 말이 무색하게 산삼이는 혹이 난 이마를 붙잡고는 일어나 앓는 소리를 해댔다.


이 녀석아, 지금 이마에 난 혹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하하하. 요즘 인형은 움직일 줄도 알더라고.”


내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산삼이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영수 동생의 혈색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아하. 인형이었구나. 요즘은 인형이 움직이고 말도 하네요.”


“그럼, 조카들이 무척 좋아해.”


내가 산삼이를 뒤에 숨기고는 이불속에 처박았다. 산삼이가 숨이 막히는지 이불에서 난리를 쳤지만, 그 위에 앉았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라.


뛰쳐나간 아이는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었다. 얼마 뒤에 아이는 개운한 얼굴로 다시 방에 돌아왔다. 그 뒤를 호야가 따라다녔다. 요즘 둘이 죽이 잘 맞았다.


아이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좋아하는 핑크팡을 보고 있었다. 나만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소매로 닦았다.


“형님 조카인가요? 엄청 이쁘게 생겼다. 근데 귀가 좀···.”


아뿔싸. 난 이미 익숙해져서 아이의 귀가 뾰족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마에서 분수처럼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아이 귀가 참 예쁘지? 하하하. 뾰족한 귀가 복이 많다더라고.”


“아, 그래요? 몰랐어요. 근데 반대 아니었나? 눈도 참 커다랗고 예쁘네요. 이름이 뭐예요?”


“이름? 그게 이름이 뭐더라···. 하하하.”


“조카인데 이름도 몰라요? 형님 생각보다 너무 무심하시다. 어떻게 이름도 모르고 있어요. 아가 이름이 뭐니?”


평소라면 낯선 어른에게 거부감이 있어 도망쳤을 아이는 핑크팡에 빠져 있었다. 아이는 손가락을 빨다가 무심결에 입을 열더니 대답했다.


“벼리···.”


“별이?”


“벼리···. 벼리요···.”


“아, 벼리구나. 삼촌이 못 알아들었어. 그렇구나! 우리 벼리는 참 이름도 예쁘다.”


영수 동생의 커다란 손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에 내가 다가서면 아이가 몸을 흠칫거리며 피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텔레비전에 푹 빠져 있어 뭘 하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느새 영수 동생은 아이 옆에 안아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호야는 그의 다리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무척 편안해 보였다.


난 영수를 어떻게 밖으로 내보낼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러다가 해가 기울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가 가는 줄 알고는 기뻐하며 같이 일어났다.


“아, 벌써 시간이···. 먹을 걸 만들어 올게요. 어쩐지 스튜만으로는 부족할 거 같아서요. 뭘 하는 게 좋으려나.”


“아, 아니. 난 괜찮은데···.”


영수 동생은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이곳에 익숙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내 입에서는 같은 말이 반복적으로 기계처럼 나왔지만, 영수도 마찬가지였다.


“형님 너무 부담 느끼지 마세요. 저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니깐요. 마침 조카도 있으니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다 만들면 가지고 갈 테니 일단 나가 계시겠어요? 전 요리할 때 혼자 하는 편이라.”


영수 동생은 나를 내보내고는 부엌문을 아예 닫아버렸다.


허망하게 마당을 서성이고만 있었다. 그러다 부엌문이 벌컥 열렸다.


영수는 상에 이것저것 음식을 가득 담아서 가지고 나왔다.


대청마루에 상을 내려놓고는 그는 말했다.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같이 먹고 싶지만, 오늘 큰아버지 저녁도 챙겨 드려야 하거든요.”


그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지만 난 다행이었다. 어떻게 그를 내보낼지 궁리만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영수 동생이 집으로 돌아가고서 난 아이들을 불렀다. 산삼이만 조용하길래 방 안으로 들어가 확인했다. 


이불속에 들어가 있던 그는 자고 있었다.


“산삼아, 그만 일어나. 밥 먹어야지.”


밥이라는 소리에 산삼이가 눈을 번쩍 떴다. 그렇게도 밥이 좋은가. 녀석. 별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산삼이와 대청마루에 나왔더니 이미 호야와 벼리는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고 있었다. 아이들의 입가는 무척 지저분했다. 


산삼이가 그걸 보고 소리를 빽 지르려고 했으나 내가 빠르게 입을 봉했다.


아직 영수 동생이 멀리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산삼아, 사람이 들을지도 몰라.”


내 말에 산삼이의 눈초리가 고와졌다.


영수가 만든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냉장고에 재료가 많지도 않았는데 그는 에그 마요 토스트와 토마토 스튜를 만들었다. 


역시 요리사는 요리사구나. 


아이들도 저마다 맛있어하며 잘 먹었다. 우리는 다음날 일어날 일도 모른 채 그저 행복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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