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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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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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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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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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크르르르릉!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동물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몬스터의 울음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여튼 난 지금 바짝 졸아서 불상 자세로 앉아 꼼짝을 못 했다.


조금이라면 움직이면 죽을 수도 있어.


이곳에서 죽는다면 뉴스에 임XX 씨 속옷만 입은 채로 사망했다고 하겠지.


아니지 어쩌면 톱스타 송예은 전남편 임XX 씨가 사망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사람들은 잘 죽었다고 하려나.


갑자기 죽는 것도 서러운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보란 듯이 잘 살로 있는 모습을 보여줘도 시원찮은 판에 이런 꼴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건 너무 억울하잖아!


없던 용기가 샘솟았다. 근처에 굴러다니는 머리통만 한 돌덩이를 붙잡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만든 존재에게··· 존재에게···. 어라?


치켜든 돌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울음소리를 듣고 잔뜩 긴장한 것이 무색해졌다.


어른 늑대 한 마리가 그것도 엄청 귀여운 늑대 한 마리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을 슬쩍 치워 버리고 주저앉아서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내 손에 코를 들이밀고는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코를 킁킁거리는데 복슬복슬한 털이 눈에 들어왔다. 쓰다듬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녀석은 한참이나 냄새를 맡더니 이번에는 내 손에 머리를 비볐다. 


이 녀석 내가 좋은 거구나.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상한 대로 복슬복슬해 보이는 털은 엄청나게 부드러웠다.


새끼라서 그런지 윤기도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귀여운 녀석은 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발라당 눕더니 다리를 사방으로 흔들어 댔다. 


내 입에서는 혀 짧은 소리가 마구 튀어나왔다.


“어우, 그랬쩌요. 아이쿠야, 아이쿠야. 그렇게 쪼아요.”


아기 늑대의 배는 토실토실하니 부드러우면서도 만지면 마음이 사르륵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자꾸만 만지고 싶어질 정도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라서 분노에 휩싸인 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잊어 버렸다. 


아기 늑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점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인간, 가만두지 않는다. 산삼이를··· 상한 인간이. 어흐흐흑. 억울해. 춘이 할매, 인간은 다 나빠! 할매, 흐윽.”


아기 늑대에게 빠져 산삼이를 잊고 있었다. 녀석은 울었다가 화를 냈다가 아주 맛이 가 있었다.


물에 흠뻑 젖어서는 머리통에 달린 줄기와 열매가 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봐도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바닥에 불쌍하게 축 늘어져 있는 산삼이에게 아기 늑대가 다가가더니 혀로 쭈욱 핥았다.


“이 털 짐승은 뭔가. 감히 산삼이를 혀로 핥다니. 아이, 그만. 그만해라. 우히히히.”


아기 늑대 덕분에 산삼이는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다행이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고 날이 점점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옷을 만져보니 잘 말랐길래 다시 입었다.


이제는 밤을 지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도구라도 있다면 뭐라도 만드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휴대용 가스버너하고 냄비뿐이었다. 


거기다가 나한테는 딸린 혹이 두 명이나 있었다.


녀석들은 천진한 표정을 지으며 둘이 죽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더니 이제는 사이가 제법 좋았다.


아주 서로 좋아서 뒹굴고 난리였다. 사이가 나쁜 것보다는 낫지 뭐.


털이 복슬복슬한 아기 늑대는 밤이 되어도 그렇게 추울 거 같지는 않았지만, 산삼도 나름 정령이니 괜찮겠지.


나만 잘 곳을 마련하면 되려나?


“곧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니 머물 곳을 마련해야 할 텐데. 여기는 밤에 온도가 많이 내려가냐?”


산삼이가 누워서 코를 파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여기는 밤에 꽤 춥다. 산삼이야 멋진 나무 요정이니 괜찮지만 상한 인간은. 쯧쯧.”


산삼이 녀석은 혀를 차며 마치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얄미운 자식. 확 먹어버릴까보다.


눈치는 빨라서 내가 저를 보며 입맛을 다시니 산삼이는 흠칫거렸다. 난 다시 이성을 찾고는 먼 곳을 응시했다. 


어휴.


한숨을 쉬고 있는데 내 옷깃을 아기 늑대가 잡아당겼다. 이 녀석은 내 바짓단을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에는 아기 늑대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한참을 걸어서 간 곳에는 커다란 돌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잘 못하면 미끄러지거나 다치지 십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쉽사리 누군가 드나들 만한 곳은 아니었다. 


아기 늑대는 처음에는 내 바짓단을 끌더니 나중에는 앞서 걸어갔다. 틈틈이 뒤를 돌아보며 나와 산삼이가 잘 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혹시라도 늦어지면 다시 돌아와서 기다렸다.


내 뒤에서 통통거리며 따라오고 있는 산삼이에게 눈치를 줬다. 


“왜, 뭐, 산삼이가 가려는 곳하고 방향이 같은 거다. 인간이 또 산삼이 타박한다.”


“알았어. 시끄러우니까 그만 해. 무슨 쳐다도 못 봐?”


“인간이 착하다는 건 다 거짓말이 분명하다. 저 녀석은 분명히 폭삭 상했다. 아주 맛이 갔다.”


“이게 진짜.”


내가 매섭게 노려보자, 산삼이는 머리를 팔로 확 가렸다. 누가 보면 내가 매일 때리는 줄 알겠어.


꼭 입으로 매를 버는 녀석 같으니.


“가는 동안 한마디라도 하면 확 먹어버릴 테다. 알겠어!”


녀석의 입이 확 벌어졌다. 엄포가 먹힌 건지 조용해졌다. 그 덕분에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도 새가 있는 건지. 지저귀는 새소리며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사실 혼자였다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앞으로 나아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아이들을 만난 건 내게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험한 길을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생각지 못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가 부러지면서 만들어진 틈 사이에는 제법 공간이 있었다. 


아기 늑대는 앞발로 나뭇잎을 열심히 파헤쳤다. 들어가는 입구를 제 딴에는 나뭇잎으로 숨겨 놓은 것이다.


숨겨진 공간 안에는 커다란 동물의 사체가 반쯤 썩은 채로 죽어 있었다.


냄새가 엄청 지독해 코와 입을 틀어막아야 할 정도였다. 


산삼이도 나와 마찬가지인지 콧구멍에 뿌리를 잘라 넣어 틀어막고 있었다.


아기 늑대는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가 사체를 핥아 댔다. 


아기 늑대와 비슷한 털색인 걸 보면 어미라 짐작되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산삼이가 혀를 끌끌 차댔다. 


“죽은 지 오래되었는데 모르나. 불쌍한 녀석.”


내가 산삼이를 향해 손을 뻗어 입을 가렸다. 자기 입을 막았다고 눈을 흘기는 걸 보면 분명 욕이다.


“아직 모르는 거 같으니 아무 말 말아.”


내가 산삼이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 힘을 풀었다. 그러자 입술을 삐죽이며 한마디를 했다.


“산삼이는 똑똑해서 눈치가 빠르다···요.”


“어련하시겠어요.”


혼자 구시렁대는 산삼이를 내버려두고는 아기 늑대를 있는 곳으로 몸을 굽혀 안으로 들어갔다.


깊은 상처를 입은 걸 보면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죽은 듯싶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늑대를 보니 마음이 아렸다. 저 녀석을 살리고자 어미는 어찌 눈을 감았을까.


이제 돌봐줄 이도 없는 거 같아 보이는데. 이 아이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살던 세상도 어린아이가 혼자 살아가기에는 버거운 곳이다.


하물며 이곳은 어린 늑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무탈하게 살아서 버틸 수 있을까.


분명 쉽지 않겠지. 어쩌면 얼마 못 가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돌봐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의 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나 다름없으니까. 오히려 도움은커녕 같이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이럴 때 무언가 능력이라도 있다면.


내가 이 아이를 지킬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손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어린 늑대는 해맑게 좋아서 내 손을 핥아 댔다. 안쓰러운 마음에 머리만 연신 쓰다듬었다. 어미의 죽음을 모르고 영원히 살아간다면 좋으련만.


사실, 이때만 해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죽은 어미 늑대의 사체를 노리는 이리 떼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이곳에 몰려들 거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미 늑대의 덩치가 커다래서 땅을 파서 묻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산삼이가 부러진 나무를 조각내 사체 위에다가 덮었다. 마치 무덤과 흡사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늑대는 가만히 우리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느덧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밤을 어찌 지낼지 걱정한 것이 무색해졌다.


이제 좀 쉬어볼 요령으로 마른 풀밭에 앉으려고 하는데.


꺄아아아악!


익숙한 소리였다. 산삼이의 비명은 언제 들어도 소름이 쫙 끼쳤다.


비명이 들린 곳을 쳐다보니 시뻘건 눈을 번뜩이며 우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이리 무리가 보였다.


젠장.


어쩌면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감? 육감? 하여튼 뭐 그런 거 있지 않는가.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위기 말이다.


어김없이 우리를 향해 위기가 닥쳤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먹는 거나 밝히는 드라이어드인 나무 요정 삼삼이와 보통의 성인 남자 그리고 어린 늑대 한 마리.


이리는 어림잡아 보아도 스무 마리는 되어 보였다.


원래 이리가 저리도 덩치가 컸던가. 눈은 왜 저렇게 붉은 거야. 무섭게.


젠장! 위기 뒤에는 기회가 와야지. 왜 위기 뒤에 위기야.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어느새 내 뒤에 숨은 산삼이가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럴 때 무기라도 있다면. 아니면 집이라도 보내줘라.


크르르릉.


이리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점점 우리를 에워쌌다. 두 녀석이 우리를 향해 곧 달려들듯 한 모양새였다. 


난 어린 늑대를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산삼이에게 속삭였다.


“너 뿌리 좀 길고 가늘게 해서 좀 줘봐.”


산삼이가 건네준 걸로 휴대용 가스버너를 칭칭 둘러 감았다. 그러고는 냄비를 힘껏 집어 던졌다.


스테인리스 냄비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바람에 이리 떼가 놀라서는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때를 틈타 휴대용 가스버너에 불을 켰다. 


순식간에 타들어 가는 오묘한 한약 냄새 같은 것이 코끝을 자극했다. 그걸 있는 힘껏 이리 떼가 모여든 곳을 향해 던지고는 외쳤다.


“야, 튀어!”


가스통이 충격으로 터진 것인지 터지는 소리가 제법 요란했다.


난 아기 늑대를 안고 휴대용 가스버너를 던진 곳과 반대 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산삼이가 헐레벌떡 뒤를 쫓아오더니 어느 순간 나보다 앞서가기 시작했다.


뛰어가다가 몸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이곳은 울퉁불퉁한 곳이었다. 지금 이런 불평을 할 때는 아니지만 그만큼 길이 미끄러웠다.


이리 떼 중에 살아남은 녀석들은 우리를 뒤쫓았다. 녀석들은 멈출 생각 따위는 없는 것만 같았다. 


숨이 차오르다 못해 입에서 피가 튀어나올 지경에 다다랐을 즘이었다. 튀어나온 돌부리를 보지 못하고 몸이 쭈욱 미끄러졌다.


으아아아악!


내 뒤에서 산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필이면 미끄러진 곳이 길이 없는 절벽이었나보다.


운이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랬다. 


운이 좋았으면 내가 이곳에 있지도 않았겠지만.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굴러떨어지며 안고 있던 아기 늑대를 팔로 감쌌다. 이 녀석이라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발, 하느님. 부처님. 천지 신령님 도와주세요. 엄마, 아빠. 별아 아빠 간다.


“할머니-!”


“산삼이 죽어요-!”


산삼이가 내 옆에서 같이 떨어지며 외치고 있었다. 


“야, 너라도 살았어야지.”


산삼이가 뭐라고 외치는 거 같았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 같이 하늘나라로 가면 외롭지는 않겠지.


아침이 밝아와서 그런지 환한 빛이 쏟아졌다. 그러고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문 옆에 달린 초롱이 밝게 빛을 내뿜었다.


나를 토해냈던 그 커다란 나무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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