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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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최근연재일 :
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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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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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톱스타 송예은의 남편.


난 내 이름 임현준 보다 누군가의 남편으로 불렸었다. 그것 빼고는 아름다운 아내와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예은이와는 소꿉친구였다.


아내의 부모님이 옆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부모님들끼리 자연스레 친해진 덕분이었다.


한 살 터울인 우리는 아기였던 시절부터 함께했다.


어른이 되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기까지는 그것이 순리인 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예은이가 배우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난 평범한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예은이와 연인으로 사귀고 있었지만, 그녀와의 결혼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녀가 인기 배우인 것이 부담스러워서?


마음속 일부분에는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난 화려한 삶보다는 평범해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물론 내가 예은이를 만나면서 그런 행복은 쉽지 않으리라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시상식에서 예은이가 여우주연상을 받던 날 그녀는 수상소감을 말하며 내게 프러포즈했다.


전 국민에게 결혼 발표를 못 박은 날이었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결혼했고 어렵게 아이도 낳았다.


우리 딸 임별.


태명부터 별이라고 불린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얼마 살지도 못하고 이름처럼 하늘의 별이 되었다.


난 별이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예은이와의 사이가 삐걱거리게 된 건지도 모른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내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피했다. 그때만 해도 그 이유가 나랑 같다고만 여겼는데···.


별이가 떠난 지 6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였다. 내 나이 서른아홉.


난 늦은 밤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아내에게 말했다. 


“늦었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어? 어. 고마워.”


“저기 말이야. 곧 별이 기일··· 이잖아.”


옷매무새를 정돈하던 그녀가 순간 멈칫거렸다. 예은이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난 예은의 날카로운 듯한 말투에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올해는 같이 가자···. 예은아.”


“······.”


“같이 가서···. 우리 보내주자···.”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버리고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하지만 우리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별이의 기일 날 아침.


온 세상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차민수와 톱스타 송예은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다.


아내와 함께 별이에게 다녀올 생각으로 기다리던 난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아내와 관계가 소원했다고는 해도 바람이라니. 믿지 못하고 거짓이라 치부해 버렸다.


절대로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그렇게 난 아내를 기다렸다.


아내는 딸의 기일 날을 함께 하자는 약속을 저버리고 열흘이 지난 후에야 내 앞에 나타났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


열흘 만에 나타난 아내는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는 잔뜩 화가 나서는 나를 노려보기까지 했다. 


“오빠가 화를 낼 입장이야?”


처음 보는 아내의 표독스러운 표정에 당황스러웠다.


“그게 무슨 말이야?”


“피해자처럼 구는 그 얼굴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피해자처럼 구는 얼굴이라니. 열흘 만에 나타나서 고작 한다는 말이···.”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별이의 기일을 잊은 것도. 갑자기 나타나 화를 내는 것도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내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오빠는 별이가 떠난 후에 나를 외면했어. 물론 힘들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오빠만 힘든 거 아니잖아. 나도 별이를 잃었어. 근데 별이와 함께 오빠도 떠났어.”


“내가 떠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솔직해져 봐. 전처럼 오빠 마음속에 내가 있어?!”


아내의 물음에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


“그 봐. 그럴 줄 알았어.”


처음 보는 아내의 비릿한 비웃음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 뒤에 그녀가 하는 말은 더 기가 찼다.


“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난 떠난 아기가 아니라. 오빠 때문에 더 괴로웠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차 감독 덕분이었고.”


차 감독이라면 예은이와 바람이 났다던 차민수 감독을 말하는 건가.


설마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믿을 수가 없어 바보처럼 중얼거렸다.


“아니지. 그래, 아닐 거야. 차민수라니.”


나를 보며 아내가 짓는 웃음소리에 등허리에는 소름이 돋았다.


“어째서 아니라고 생각해? 이렇게 한심할 수가. 오빠가 이런 사람일 줄 알았다면 진작에 버릴걸 그랬어. 그동안 시간만 아깝게···.”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한마디 한마디가 가시처럼 심장에 틀어박혔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었다. 아내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다음은 뻔한 일들이 이어졌다.


법원에서 이혼 소장이 날아들었고. 


매스컴은 톱스타 송예은과 차민수 감독의 러브 스토리로 시끄러웠다.


물론 예은이의 남편인 나는 쓰레기가 되어있었지만.


온갖 소문이 돌았다.


송예은의 남편이 바람이 났다. 술주정뱅이다. 폭력 전과가 있다. 그런데도 송예은은 남편을 감싸며 그동안 헌신해 왔다는 이야기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모두 거짓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였다.


재판에서조차도 예은은 유명 로펌의 변호사를 고용해 철저하게 나를 짓밟았다.


차민수와 바람이 난 송예은이 아니라 주정뱅이 남편에게 온갖 시달림을 당한 불쌍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재판에서조차도 송예은한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이혼했다.


진실은 왜곡되고 세상 사람들은 날 쓰레기로 알았다.


다니고 있던 회사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오래도록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믿어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그들도 세상이 떠들어 대는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었다.


그렇게 난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려졌다. 톱스타 송예은 때문에.


난 작은 원룸을 구해 그 안에 틀어박힌 채 죽은 듯이 지냈다. 세상이 나를 잊어 가는 동안 난 점점 망가져 갔다.


처음에는 가슴속에 분노를 잠재우지 못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아 술을 마셔댔다. 모든 것이 무력한 기분이 들어 끼니도 잘 챙기지 않았다.


백팔십이 넘는 키에 칠십팔 킬로 나가던 몸무게는 육십 킬로도 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날은 무심결에 틀어놓은 텔레비전에 송예은이 나와 마시던 소주병을 던져 깨버렸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썩어가는 동안 뜻밖의 연락이 왔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시골집에 내려가면 언제나 반겨 주셨던 고모할머니.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홀로 사신 분이라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다는 듯했다. 


그 길로 난 옛 기억을 더듬어 시골로 향해야 했다. 오랜만에 자동차 시동을 걸었더니 배터리가 다 되어있었다.


덕분에 옷가지만 챙겨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사람들의 눈을 피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버스에서 내리고서 택시를 타려다 마을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버스를 타고 삼십여 분을 달려 ‘염티’라고 쓰여 있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시골 정류장답게 주위는 온통 밭이며 논뿐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정처 없이 걸었다. 그러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과 마주쳤다.


“니 현준이냐?”


누군지도 모르지만 일단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어르신은 쓰고 계신 커다란 밀짚모자를 벗어서 부채처럼 흔드셨다. 나를 빤히 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더 숙였다.


“잘 왔다. 언제 오나 했는데. 장례는 마을 사람들끼리 치러 부렀는디 니는 몰랐제?”


“···네. 전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왔는데 벌써 가는 기가. 오늘은 늦었다. 버스도 끊기고 낼 가라.”


“괜찮습니다.”


“고놈. 고집 참 쎄다.”


탁.


어르신은 내 등짝을 세게 치셨다. 순간 앞으로 꼬꾸라질 뻔했으나 간신히 넘어지지 않았다.


“피죽도 못 먹었나 보네. 밥 먹자. 나도 배고프다.”


그렇게 어르신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해서 하루를 머물러야 했다.


알고 보니 연락하신 어르신은 이 마을의 이장님이셨다. 고모할머니와는 가깝게 지내셨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니 기억나나? 할머니네 집에서 지낼 때 말이다.”


“조금은요.”


“하긴 너무 어릴 때긴 하지. 내일 할머니네가 어디인지 알려줄 테니 들렸다가 올라가라. 알긋지?”


“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장님 댁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서는 자리에 누웠다. 자꾸만 더 먹으라고 하셔서 많이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했다.


늦은 시간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속을 부대끼다 보니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좀 걸어야 먹은 것이 내려갈 것 같았다.


어르신은 곤히 주무시는 것 같아 조용히 집 밖으로 나왔다. 


시골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로 가득했다. 


벌레들이 우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밤에 활동하는 동물의 울음소리.


낯설다고 생각했던 이곳이 이제는 꽤 마음에 들어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달안개로 자욱했다.


시골이라 가로등 불빛도 없었다. 오로지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거닐고 있던 중이었다. 핸드폰도 가지고 나오지 않은 터라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다.


방향도 잃어버린 탓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 희미하게 보이는 불빛이 점처럼 반짝이는 걸 찾았다. 무작정 그곳으로 걸었다.


작은 점으로 보였던 빛이 점점 커졌다. 안개도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내가 보았던 것은 대문에 걸린 초롱이었다.


어린 시절 고모할머니 댁 대문에 걸려있던 초롱이 떠올랐다.


혹시 고모할머니 댁인가?


대문 한쪽에 ‘임춘’이라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이곳은 고모할머니 댁이었다. 


참으로 신기하고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저 빛을 따라 걸었는데 고모할머니 댁에 오다니. 


커다란 나무로 된 문을 힘차게 열었다.


어릴 때 기억 속에 자리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만드신 수돗가. 커다란 나무 아래에 놓인 평상. 널따란 대청마루. 방도 쾌나 컸었는데.


겉으로만 봤을 땐 옛날 한옥 같았지만, 안은 현대식이었다. 방안에는 보일러도 잘 들어오고 화장실도 욕조가 있을 정도였다. 


옛 기억을 더듬어 부엌으로 들어가 봤다. 현대식으로 꾸며진 부엌에는 없는 가전제품이 없었다.


모든 것이 다 있었지만, 할머니만 안 계셨다. 진작 할머니를 찾아뵈었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이제 와 후회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대청마루에 벌러덩 드러눕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라면 인적도 드무니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절망으로 가득 찬 마음에 조금씩 희망이 샘 솟았다.


내일 날이 밝으면 이곳으로 이사를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깜빡 잠이 들었다. 


***


아침이 밝아 온 것인지 눈이 부셨다. 팔을 들어 올려 빛을 가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배도 고파져서 더는 누워 있기 힘들었다. 결국에는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루에서 대충 자버린 탓에 감기라도 걸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척 개운했다.


수돗가로 걸어가 물을 틀었다.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졌다.


대충 세수를 하고서는 입고 있던 셔츠로 물기를 닦았다.


허리를 펴 아침 공기를 들이마셨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자, 기분마저 상쾌했다.


그때 커다란 나무로 된 대문에 무심코 시선이 갔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난데없이 코 앞에 인삼처럼 생긴 커다란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꺄아아악!


으아아아악!


괴물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를 질러대자 나도 놀라서 비명을 내질렀다.


본능적으로 쾅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등골이 쭈뼛 서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그때 마루에 달린 뻐꾸기시계가 힘차게 울렸다. 


뻐꾹. 뻐꾹···.


투우웅!


정확히 7번의 울림이 끝나자, 대문이 저절로 열렸다.


다시 괴물의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그러고는 내 몸은 집 밖으로 튕겨 나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작가 장공명입니다.

주인공 임현준이 열심히 힐링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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