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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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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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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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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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난 아이를 안아 들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이불 위에 눕혔다.


아이의 숨소리가 처음과는 달리 점차 안정되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다행이야.”


혹시나 해서 배에만 얇은 이불을 덮어 주고는 잠이 든 아이를 계속 살폈다.


한참이나 아이를 살피다가 별 다른 일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호야는 방 안에서 아이 옆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조용히 문을 닫고 산삼이를 불렀다. 


문 앞에서 앉아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산삼이는 내 곁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아이가 무슨 병에 걸린 것인지 넌 알고 있는 거지?”


내 말에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산삼이는 화들짝 놀라서 입만 뻥긋거렸다. 


“그게··· 그러니까···. 음···. 에이. 인간.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라!”


“무슨 병인지 알아야지. 그래야 치료도 하지. 지금 먹은 약이 치료제는 아닐 거 아니야.”


“그건 맞다. 한번 먹는다고 살아나지는 않는다. 다만!”


“다만? 그 말은 저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뜻이야?”


산삼이는 이번에도 이상한 효과음을 내며 화들짝 놀랐다.


이거 은근히 기분이 좀 그런데.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약은 얼마나 있어?”


산삼이는 고개를 푹 수그리더니 말했다.


“인간. 그것이···. 마지막 하나 남은 거였다.”


“뭐어? 그럼 어떻게 해. 약이 있어야···. 혹시 구할 방법은 없는 거야?”


산삼이는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구할 방법이라···. 아, 맞다. 그 씨앗. 손님께 받은 씨앗.”


씨앗이라면. 돈 대신 받은 걸 말하는 것 같았다. 얼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 씨앗을 꺼냈다. 이 좁쌀만 한 것이 그런 효험이 있다는 말이지.


“이걸 키우기만 하면 약을 얻을 수 있는 거야?”


“키우는 걸 성공한다면 가능할 거다. 물론 성공한다면.”


산삼이의 표정이 뭔가 떨떠름했다. 마치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농사를 지어본 적도 화초를 키워 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땅에 심고 물만 주면 크는 거 아닌가?


이때만 해도 얼마나 내가 어리석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농사는 쉽지 않다는 것을 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씨앗을 꺼내 손수건에 잘 싸서 지퍼백에 넣었다. 그리고 잊어 버릴 수도 있으니, 주머니에 깊숙하게 넣었다. 


우리가 이세계에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보냈었다. 여기는 얼마나 흘러갔는지 궁금했다. 꺼두었던 핸드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저번에는 하루가 지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 정도 지났으려나?


핸드폰이 켜지자, 눈에 보이는 날짜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황급히 텔레비전을 켜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만약 하루가 지났다면 이 시간에는 ‘아침 한마당’이 하는 날이었다.


채널을 틀자, 유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행자가 출연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이 이세계에서 일주일이 여기는 하루라는 소리였다. 며칠을 지냈다 왔는데도 여기는 하루가 지나 있는 셈이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라면? 이세계에서 여러 날 동안 공부를 하고 와도 하루 동안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활용할 방법이 꽤 있을 듯싶었다.


내 입술이 나도 모르게 씰룩거렸다. 그것을 본 산삼이의 표정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바보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거 확 먹어 버릴까.


빈정이 상해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는데 방 안에서 호야가 짖었다. 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눈을 뜨고는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이 곁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낯선 어른이라 무서운 건가?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으아아앙.”


손사래까지 치며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는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황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하고 있을 때 구세주처럼 호야가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귀여운 포즈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혼을 쏙 빼놓았다.


아이는 호야를 보고 눈물을 그치고는 어느새 몸을 일으켜 호야와 장난을 쳤다. 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난감하던 차에 호야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난 최대한 밝은 목소리를 유지한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가 덜 무서워하기를 바라며.


“아가야 이제는 괜찮니? 어디가 아프다거나 그런 곳은 없어?”


아이는 호야를 안은 채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가 다른 쪽으로 기울였다. 이번에는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여기가 아야 했떠.”


“아, 머리가 많이 아팠구나. 지금은 괜찮니?”


귀여운 미소를 지은 채 아이는 머리를 격하게 끄덕거렸다. 긍정의 의미이겠지?


하여튼 대화가 통해서 다행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만 했을 것이다.


“다행이구나. 아가야 밥은 먹었니?”


“바압?”


“배 안고파?”


“웅···. 배 안고파···.”


꼬르르륵.


배가 고프지 않다는 말과는 달리 아이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아이는 민망한 모양인지 울상을 지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이 몹시 귀여워서 심장을 부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아가는 배가 안 고프구나. 그런데 어쩌지? 아저씨는 배가 고픈데···.”


“······.”


아무런 말도 없이 아이는 손가락 사이로 내 눈치를 봤다.


“엄청 엄청 맛있는 걸 만들어야겠다. 뭐가 맛이 있으려나.”


난 일부러 모르는 척 밖으로 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정말 뭘 만들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팠던 아이한테 인스턴트를 먹일 수도 없고. 요리 실력이 좋아서 만들 줄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플 때면 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참치가 들어간 야채죽이었다.


고소한 맛이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한 그릇 가득 주시면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맛을 알았지만, 만드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돌아가신 어머니께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도 이장님이었다.


“어르신 안녕하셨어요?”


“어제 보고선 뭘 또 인사여. 밥은 먹고는 있는 감?”


“아. 여기에 재료가 가득해서 이것저것 해 먹고는 있어요.”


“그러면 다행이고. 아참 내가 연락처 하나 문자로 찍어줄 테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그 녀석한테 부탁을 혀. 영수 녀석이 요리사 출신이라 음식을 아주 잘 혀.”


“영수 씨요? 안 그래도 물어볼 게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굶지 말고 살어.”


이번에도 대답하기 전에 어르신은 전화를 끊으셨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는 핸드폰 알림 소리였다. 이장님이 영수 씨 전화번호를 찍어서 보내셨다. 난 번호를 저장한 후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전화가 연결되었다.


“안녕하셨어요. 저 임현준입니다. 저번에 같이 산소에 갔었던 사람이요. 기억나시나요?”


“아, 그, 그럼요. 어제인데 당연히 기억나죠. 그리고 형님 말씀 편히 하세요.”


사람이 덩치하고는 안 어울리게 무척 살가웠다. 근육질 몸을 보면 소도 때려잡게 생겼는데 성격은 완전 딴판이었다.


“차차. 그럴게요. 저 다름이 아니라. 영수 씨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참치랑 야채 넣고 만든 달걀죽 레시피를 알고 있나요?”


“저, 알아요. 알려드릴까요? 아니다. 제가 바로 만들어서 가져다가 드릴게요.”


싫은 내색 없이 말하는 모습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음식까지 만들어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아뇨. 그건 제가 너무 미안해서. 레시피만 알려주시면 제가 만들어 볼게요.”


“형님 제가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혹시 부담되시나요?”


“그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만, 받아만 먹기는 미안했다.


“영수 씨가 해주신다면 무척 맛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그러면 부탁 좀 드릴게요. 아, 그리고 대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입을만한 옷을 살 곳이 있나요?”


“시장에 가시면 옷 가게가 많이 있어요. 저도 마침 시장에 다녀올 참인데 같이 가요. 형님.”


“이거야 원. 계속 신세만 지내요.”


결국 영수 동생의 도움을 받아 시장에 함께 가기로 했다. 내가 다녀오는 동안 산삼이에게 호야하고 아이를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했다.


다녀오면 맛있는 걸 주는 걸로 산삼이하고 합의를 봤다.


산삼이는 이곳에 대해 은근히 많이 알고 있었다. 딱 집어서 단팥빵을 사 오라고 하는 걸 보면 먹어본 게 틀림없었다.


아이만 놓고 장에 다녀올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데리고 나갈 수도 없었다.


이곳 외에 밖으로 나가는 건 아이한테도 안 좋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일단 얼른 일을 보고 들어오는 걸 택했다. 영수는 차를 끌고 집 앞으로 데리러 왔다. 그와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요리사라고 들었어요. 가게는 어디에 있어요?”


“아, 그게···. 사실 서울에서 가게 운영을 하다가 여기로 내려와서 쉬고 있어요. 이장님이 저한테는 큰아버지세요.”


밝은 사람이 질문에 답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괜한걸 물은 셈이었다. 입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제가 괜히 물었네요.”


“아, 아니에요. 그래도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아요. 다만 최근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좁은 길을 운전하던 영수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서는 코까지 훌쩍거렸다.


내가 입을 손으로 탁탁 때렸다.


“입이 주책이야. 내가 잘 못 했어요. 영수 동생 울지 마요.”


내가 방정을 떨어서 그런지 영수 동생은 금세 헤실거렸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나는데. 성격이 단순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어느새 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영수 동생은 나를 내려 주고는 차를 주차하러 갔다. 난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근처에 옷 가게가 보여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시며 물었다.


“뭐 찾아요?”


“아, 대여섯 살 여자아이가 입을만한 옷이요. 속옷도 있으면 같이 주세요.”


인상 좋아 보이는 주인아주머니는 알아서 옷을 가지고 나와 나에게 보여주셨다.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 조금 넉넉하게 사는 게 좋아요. 자, 이건 요즘 유행하는 핑크팡.”


귀여운 캐릭터가 가슴팍에 들어간 옷이었다. 분홍분홍 한 것이 상당히 낯설고 촌스러워 보였는데 인기가 많다니 구매하기로 했다. 


편한 옷도 몇 벌 고르고 속옷도 아주머니가 주시는 대로 샀다.


“얼마인가요?”


“어디 보자. 구만 오천 원인데. 구만 원만 줘요. 자, 이건 서비스.”


서비스라면서 붉은색 리본이 앞 코에 붙어 있는 샌들을 선물로 주셨다. 이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자 여기 돈이요.”


현금으로 돈을 건네드리고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영수 동생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손을 번쩍 들고는 흔들었다.


괜히 미안해서 맛있는 거라도 대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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