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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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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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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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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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내 어린 시절의 취미는 판타지 소설을 보는 것이었다. 그때 주로 좋아했던 이야기는 이세계물이었다. 


이세계에 주인공이 뚝 떨어져 살아가는 이야기. 그때는 그것이 왜 이리도 재미있는지 매일 내가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지하고는 상상했었다. 


물론 커서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지만. 현실에 찌들어 살아가는 어른에게 행복한 상상은 사치였다.


아니, 어쩌면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랬었는데···.


***


으으윽. 


입에서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몸이 튕겨 나가면서 어딘가에 부딪혔는지 잠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몽롱한 상태에서 볼을 쿡쿡 찌르는 느낌에 점점 정신이 들었다.


내가 몸을 일으키며 앓는 소리를 내자 무언가 비명을 내지르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목덜미가 뻐근하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손으로 목덜미를 잡으며 주위를 살폈다. 기절하기 전에 보았던 괴물이 커다란 나무 뒤에서 힐끔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집이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앉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대한 크기의 푸르른 나무, 처음 보는 풀과 꽃,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호수도 있었다.


이곳은 분명히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고모할머니 댁에 호수가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 아니, 분명히 없었다.


거기다가 희한하게 생긴 괴물.


나무 뒤에 숨어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는 녀석은 아무리 봐도 이곳이 현실 세계라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된 거지?


이 황당한 전개는 뭐란 말인가. 이제야 마음 좀 잡고 살아보려는 희망이 생겼는데.


역시 안되는 사람은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마음이 어둠으로 가득해지더니 어느덧 분노로 일렁거렸다. 주먹을 쥐고는 땅바닥을 미친 사람처럼 내리쳤다.  


“개 같은 세상!”


아무리 내리쳐도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가 그러는 사이 괴물이 내 곁으로 다가오는 걸 모를 정도니 말 다 했지.


옆에서 구경하는 괴물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맛탱이가 간 건가? 인간도 상한다고는 못 들었는데···.”


내가 고개를 들었다. 바짝 다가와 있던 괴물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꽤 호들갑스럽게 굴었다.


그 녀석은 놀라서 그러는 건지 뿌리처럼 보이는 팔인지 다리인지 모를 것을 허우적거렸다.


마치 개업한 식당 앞에 놓인 춤추는 풍선 인형 같았다.


평소라면 그 모습을 보고 배가 찢어질 듯 웃었겠지만, 지금은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미친 사람처럼 굴던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호객 풍선인지 인삼인지 모를 괴물의 머리통에 나 있는 줄기를 거칠게 잡았다. 괴물 녀석은 괴상한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악! 인간이 드라이어드를 잡는다. 미친 인간아-.”


“드라이어드?! 너 드라이어드야?”


“그래, 이 미친 인간아. 난 위대한 나무 정령이란 말이다.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 까아아악! 드라이어드 살려!”


내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가만두지 않으면 네가 어쩔 건데? 날 잡아먹기라도 하려고?”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난 죽일 듯이 드라이어드를 노려보며 윽박질렀다. 그러자 바짝 얼은 녀석은 눈물방울까지 매달고서 애처롭게 말했다.


“그건···. 그건···. 불가능한데···요.”


“봐줄까? 말까? 이거 말하는 어투가 상당히 불량하네.”


내 말에 나무 정령은 당황해서는 입술만 옹송그리다가 겨우 말을 내뱉었다.


“내 이름은 산삼···입니다. 놔 준다면···. 그러니까 놔 주신다면···. 제가 잘 모십지요.”


바로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녀석을 보자니 치밀었던 화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난 손아귀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산삼이는 머리통에 달린 줄기가 상했는지 확인하고는 들릴 듯 말 듯 한 말을 내뱉었다.


“인간 놈. 머리가 단단히 상한 것이 틀림없어.”


내가 한 짓도 있고 하니 들려도 모르는 척했다. 괜히 헛기침만 몇 번을 하고는 산삼이한테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어디라니? 그것도 몰라?”


풀어줬더니 다시 기어오르네. 산삼이는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애써 참아내고는 다시 물었다.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란다. 이 산. 삼. 아!”


“크흠. 인간 놈. 아니, 인간이 물어보니. 친절한 산삼이가 특별히 설명해 주겠다. 여기는 ‘헬라인 숲’이야. 그러니까 인간 세상은 아니라는 뜻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이고, 두야!


“그럼 내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건지 설명해 봐.”


산삼이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마치 그것도 모르는 병신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팔을 들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녀석은 눈치는 있는지 표정을 갈무리했다.


산삼이는 허리쯤에 달린 다리인지 팔인지 모를 것으로 손을 올리는 것처럼 포즈를 취했다.


“자, 친절한 산삼이님께서 설명을 해줄 테니. 잘 알아듣도록···. 아니, 잘 알아듣··· 크흠. 어쨌든 말이야. 너는 차원을 이동해 이곳에 온 거란 말이다. 아까 문을 통해 넘어왔잖아.”


“그럼 어떻게 돌아가는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모르는 걸 왜 나한테 묻고 난리야.”


내가 눈썹을 까닥이며 받아쳤다.


“뭐라?!”


“아니,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그러면 뭐라고 해요.”


저 뻔뻔한 삼산 같으니라고. 확 먹어버릴까.


내가 가만히 놔두자, 그 녀석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내 어깨에 팔을 걸치더니 톡톡거렸다. 제 딴에는 위로랍시고 하는 모양이었다.


“헬라인 숲에 온 걸 환영한다. 인간.”


“으아아아악! 젠장!”


내가 격분해서 소리를 지르자, 산삼이 녀석은 놀라서는 커다란 나무 뒤로 다시 숨어버렸다. 그러고는 다 들리게 말했다.


“저 미친 인간이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 하필이면 상한 놈이 이곳에 오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


나무 뒤에 숨어있는 산삼이를 향해 눈을 흘기며 외쳤다.


“야, 다 들리거든.”


녀석은 입을 가리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아주 잘 들렸다.


“작게 말했는데 어떻게 들었지? 이상하네.”


저 자식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갑자기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문제는 저 산삼이 녀석이 아니었다.


차원을 이동했다면 영영 이곳에서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산삼인지 인삼인지 모를 정령하고 같이.


차라리 소설 속이라면 덜 억울할 거 같았다. 


“이제 뭐 먹고 살아.”


딱히 뾰족한 수도 없으니 괜스레 땅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햇빛이 강렬하게 내 눈을 때려댔다. 손을 들어 해를 가렸다.


문명 생활에 익숙한 내가 원시나 다름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렇게 죽는 건가.


갑자기 전 아내와 차 감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이딴 곳에 있는 동안 그것들은 깨가 쏟아질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인지 배가 아팠다.


꼬르륵.


아니, 배가 고팠다. 젠장.


빈속인 배를 부여잡고 있는데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워졌다. 그러고는 입안에 무언가 들어왔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뭐지? 먹을 만하네.”


혼잣말했더니 산삼이 녀석의 뿌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내 열매다. 인간, 맛있지?”


“열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게···.”


난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산삼이를 보았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탐스러워 보이는 붉은 열매가 보였다.


“이거 엄청 귀한 거 아니야?”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산삼이는 들고 있던 씨앗을 내게 주고는 한바퀴를 휙 돌았다. 지가 스케이트 선수인 줄 아나.


돌면서 땅에 있던 먼지가 미친 듯이 휘날렸다. 기침 나오잖아! 


기분이 좋은지 산삼이 녀석의 목소리도 약간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열매는 정말 귀하디귀한 건 사실이다. 모두 내 열매를 빼앗아 가려고 어찌나 난리인지. 내가 아주 곤란하다니까.”


“······.”


“인간. 너한테만 살짝 말해준다. 이걸 먹고서 싼 응가를 땅에 심으면 영약이라는 소문이 있다. 근데 말이야. 으하하. 너무 고마워 하지는 않아도 괜찮다.”


산삼은 내 등짝을 후려치며 좋아했다. 날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마지못해 말했다.


“그래. 뭐, 고맙네.”


나도 이걸 먹고 그걸 심어야 하나? 고민하며 붉은 열매를 하나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그러고는 나머지는 일단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모르잖아. 잘 챙겨뒀다가 나중에 긴히 쓰일지도 모르고.


“산삼아. 넌 나무 정령이라고 했지. 여기에 인간은 나밖에 없는 거냐?”


산삼이는 골똘하게 고민하더니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이곳에 인간은 너 하나뿐이다.”


“그럼 난 뭐 먹고 살아?”


“그걸 나한테 왜 묻나?”


“그러면 누구한테 물어?”


“그것도 그렇네.”


다시 두통이 이는 것 같았으나 그때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는 물고기라도 있겠지.


바로 몸을 일으켜 호숫가로 뛰어갔다. 생각보다 가까운 줄 알았는데 눈으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산삼이가 통통 뛰어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인간, 여기는 왜 온 건가?”


“물고기라도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굶어 죽을 지도 몰라.”


“내가 열매를 줬잖아.”


“그걸로는 부족해.”


“···쳇.”


산삼이는 뭐가 못마땅한지 팔을 포개고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호숫가를 들여다보면서 물고기가 사는지 살폈다. 지금 낚시를 할 만한 도구도 없으니, 맨손으로 때려잡아야 할 판이었다. 


거기다가 여기는 인간 세상도 아니니. 호수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몰랐다. 평범한 물고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


다행히 맑은 물속은 훤히 들여다보였다. 


엎드린 채로 고개를 물 쪽으로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러다 발밑이 미끄럽다는 사실을 몰랐다. 순간 몸의 중심이 기울어졌다.


무어라도 잡아 몸을 지탱해야만 했다.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짚이는 걸 잡았다. 


풍덩. 


애쓴 보람도 없이 내가 잡은 것과 함께 차가운 물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갔다.


“어푸. 산삼이 살려-. 인간이··· 산삼이 죽인다-.”


물속으로 떨어지기 전에 잡은 것이 하필이면 오두방정 떠는 산삼이었나보다. 발버둥 치는 녀석 덕분에 우리는 깊은 호수 바닥으로 점점 가라앉았다.


산삼이 녀석은 정령이라면서 물에서는 약한지 나에게 죽어라 매달렸다.


젠장. 물귀신이 따로 없었다.


떨어져! 떨어지란 말이야. 이러다가 다 죽어-!


죽어라 딱 달라붙은 산삼이를 떼어내려 할수록 기다란 뿌리인지 다리인지 모를 것이 내 몸을 휘감았다. 


숨구멍이 막히고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난 단지 굶주리지 않으려고 물고기를 잡으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그것도 이세계에서 말이다.


내가 이렇게 죽어버린다면 전 아내만 좋아하겠지. 갑자기 그건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군대에서 배운 걸 써먹었다. 몸으로 익힌 생존 본능은 기억을 잊어도 다시 살아난다.


푸하-


덕분에 난 호수 위로 올라 올 수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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