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최근연재일 :
2024.09.18 12: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504
추천수 :
30
글자수 :
75,501

작성
24.09.12 12:20
조회
98
추천
2
글자
12쪽

8화

DUMMY

“이상하다. 분명히 셀리나 잡화점이 맞는데···.”


내가 이곳의 주인이 된 다음에는 잡화점 앞에 셀리나라는 글씨는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도 잡화점이 나를 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이름이 생기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영업용 미소를 애써 지었다. 


“잡화점 맞습니다. 전 이곳의 주인입니다.”


도마뱀이 긴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주인이 바뀌었군요. 한동안 여행을 다니느라 몰랐습니다. 츄릅. 근데 그건 뭡니까?”


“네?!”


“손에 들고 계시는 거요.”


“아, 이건 오믈렛인데요.”


도마뱀의 입가에 침이 흘러내렸다. 익숙한 듯 손수건으로 흘러내린 침을 닦았다. 그 모습이 조금 기괴하게 보였다.


“혹시 파는 겁니까?”


“아, 이건···. 드시겠어요? 먹으려고 만든 거기는 한데···. 저, 괜찮으시면 드셔도 괜찮아요. 전 다시 만들면 되거든요.”


도마뱀은 수줍어하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야 감사하죠.”


난 그가 앉은 자리에 접시 하나를 내려놓고는 곁들어서 먹을 피클을 내왔다. 그 사이에 도마뱀은 나이프와 포크를 집더니 우아하게 오믈렛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다 조각내버리면 먹기 힘들 텐데. 먹는 법을 알려줘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걸치고 있는 옷은 말끔한 정장이었다. 목에는 나비넥타이까지 한 채였다.


도마뱀이 정장을 입고 있다니. 참 알 수 없는 세상이야.


도마뱀 손님이 식사하는 동안 호야가 안으로 들어왔다.


난 호야 전용 그릇에 오믈렛을 담아주었다. 그때 산삼이가 2층에서 하품을 요란스럽게 해대며 내려왔다. 손님이 산삼이를 알아보고는 말했다.


“오, 자네도 있었군.”


“노, 노브님 오셨습니까?”


늘어지게 하품을 해대던 산삼이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이야. 반갑군.”


“식사 중이셨군요. 마, 맛있게 드세요.”


예의가 바르게 고개를 숙인 산삼이가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으며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난 항상 우리가 밥을 먹던 식탁에 오믈렛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고는 산삼이를 보았다. 눈치를 챈 녀석이 입을 열었다. 


“인간, 나중에 먹겠소.”


저거 봐라. 목소리까지 내리깔고는 겸양을 떠는 모습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산삼이가 평소랑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군소리 없이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러던지.”


그 사이에 손님은 난도질한 오믈렛을 접시 채 들고서 입을 쩌억 벌렸다.


한입에 오믈렛을 삼켜버렸다. 그러고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뭔가 품위가 있는 것도 같으면서도 없어 보였다.


여기의 예법은 도통 알 수가 없구나.


노브라고 했지?


산삼이가 꼼짝을 못 하는 걸 보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손님은 커피까지 마신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돈은 뭐로 받아야 하는 거지? 


계산대에 가서 서있자, 손님이 걸어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얼떨결에 두 손으로 받았다. 일단 손님은 왕이라고 하니까.


응? 이건 뭐지.


“그럼 잘 있으시오. 종종 들리겠소.”


노브는 중절모를 살짝 들어 올렸다. 도마뱀 대가리만 아니었다면 퍽 멋들어진 모습이었을 것이다. 난 애써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또 오세요.”


손님이 잡화점을 나서고 나서야 손에 들린 걸 펼쳐 보았다. 


“여기는 이게 돈인가?”


축 늘어져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산삼이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져 있었다.


“인간, 여기는 돈이 따로 없다. 주인장이 원하는 걸로 받는 것이 원칙이다. 할매가 특이한 씨앗을 좋아해서 손님들이 종종 그걸 가져다주었다.”


“씨앗이라···."


그러고 보니 좁쌀만 한 검은 씨앗이었다. 고모할머니는 씨앗으로 무얼 하신 걸까?


내 생각을 방해는 산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 이거 먹을 만하군. 더 있나?”


조금 전 신사의 모습과는 달리 입가에 온통 달걀 범벅인 산삼이는 오믈렛을 더 달라고 아우성쳤다.


“잠시만 기다려봐.”


어쩔 수 없이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있는 달걀을 모조리 꺼내서 대왕 오믈렛을 만들었다.


한 달 동안 먹을 달걀을 모조리 먹은 느낌이긴 했지만 배부르게 먹었더니 졸음이 몰려왔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산삼이의 고개가 위태롭게 기울어졌다. 호야도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느려져 있었다.


“자, 먹었으니 꿀잠 자자!”


가끔은 게으른 것도 좋잖아!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곧장 침대로 뛰어들었다. 


“아, 푹신해.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고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호야 때문에 깼다.


“···벌써 저녁 먹을 때인가? 저녁이 아니라 아침을 먹어야겠네.”


열린 창문으로 해가 아니라 달이 떠 있었다. 산삼이는 아직도 자는 중이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해 보니 새벽 5시 45분이었다. 호야가 내 바짓단을 물고서 잡아당겼다.


“호야, 무슨 일이야? 배고파서 그러니?”


“앙! 앙앙앙!”


평소와는 다르게 완곡한 짖음이었다. 어떻게 구분이 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알겠더라.


호야는 배가 고프다고 이러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이제 막 일어난 터라 움직임이 더뎌서 그런지 호야가 자꾸만 끌어당겼다.


이러다가 바지 다 찢어지겠어.


“호야, 알았으니까. 그만···. 나갈게. 제발···.”


거의 호야에게 이끌려서 1층으로 내려갔더니 입구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아까 열어 놓은 건가? 분명히 닫은 거 같은데···.”


내 바짓단을 물고 있던 호야는 어느새 입구로 뛰어갔다. 나도 덩달아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이상한 소리가 귀에 들렸다.


이이잉. 히이이잉.


바람 소리인가? 아님, 여기에도 귀신이···.


절대로 난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다.


다만 혐오할 뿐이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기분 탓이다.


열린 문틈 사이로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화들짝 놀라서 비명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히익! 으아아아악!


그 바람에 자고 있던 산삼이가 2층에서 헐레벌떡 뛰어 내려왔다. 


“뭐, 뭔가? 인간. 드디어 폭삭 상해버린 건가?”


순간 짜증이 일어 산삼이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녀석은 내 얼굴을 보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걸 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기가 두려워졌다.


여기도 귀신이 존재한다니. 젠장.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누군가 내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개가 천천히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마침내 눈을 크게 뜨고 귀신을 맞닥뜨리는 순간이었다.


“앙앙앙!”


“세상에!”


“인간. 위급상황이다!”


동시에 우리는 소리치고 말았다. 


귀신인 줄 알았던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어린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문 앞에서 쓰러진 것인지 손만 뻗은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까 보고 놀랐던 것은 움직이는 아이의 손이었다.


난 얼른 아이를 안아 들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침대 위에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세상에 이 땀 좀 봐. 불덩이 같아.”


아이는 열이 펄펄 끓었다. 얼른 커다란 그릇에 물을 담아와 수건을 적신 후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산삼아, 여기에 의사 선생님이 계시니?”


“의사? 인간, 여기에는 그런 건 없다.”


하필이면 의사도 없다니. 이곳이 좋다고만 여겼는데 정작 필요한 존재가 없었단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열 때문에 정신도 차리지 못하는 아이를 보자, 6년 전 별이가 떠올랐다.


지금처럼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열이 펄펄 끓기만 했다. 아기 엄마였던 전 부인도 하필이면 촬영 때문에 집을 비웠던 날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무작정 아이를 안고서 응급실로 향했으나···.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수건을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내 떨림을 알아챈 것인지 산삼이의 손이 내 손을 감싸쥐었다.


“인간. 이곳에서는 아이의 병을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여기는 약이 없다.”


“그럼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런 법이 어디 있어!”


괜히 산삼이한테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 어른은 나 하나인데 정신을 놓고 있을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치료할 수 없다면 약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아이를 안아 들고는 산삼이와 호야에게 말했다.


“내가 살던 곳에는 약이 있을 거야. 해열제라도 먹는다면···. 열이라도 떨어질 수 있다면···. 분명 살 수 있을 거야. 나을 수 있어.”


산삼이도 생각을 굳힌 것인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간. 나도 간다. 나도 같이 가겠다.”


“앙앙!”


호야까지 따라가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나 혼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말리는 것도 시간만 허비하는 거겠지.


“그래, 다 같이 가자.”


그렇게 우리는 갑작스럽게 잡화점을 나섰다. 하지만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건 우리가 돌아온 이후였다.


산삼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알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던 곳으로 오더니 근처에 이어진 통로가 숨겨져 있었다. 전혀 상상도 못 할 곳이었다.


이리 떼에 쫓겨 떨어졌던 절벽 아래였다.


“인간. 이곳은 아무도 모른다.”


산삼이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곳. 만약 이곳을 알게 된다면 내가 살던 곳은 몬스터로 많은 사람이 다칠지도 모른다.


할머니께서도 그 때문에 숨기고 계셨던 걸지도 모르고. 


하기야 쉽사리 죽고 싶지 않다면 이곳에서 떨어지는 녀석은 없겠지.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안전하게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산삼이만 얼굴로 착지했을 뿐.


고모할머니 댁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이었다. 아이를 안은 채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산삼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인간.”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아이는 이세계 사람이다. 모습을 자세히 봐라. 분명 알아차리는 자가 있을 거다.”


산삼이의 말에 아이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갈색의 기다란 머리카락 속에 가려진 길쭉한 모양의 귀만 보아도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인간과 흡사하기는 하지만 묘하게 다른 듯한 느낌. 


이 아이는 인간이 아니었다.


“병원에도 데려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병원에 갈 생각으로 이곳에 온 건데.”


아이를 대청마루에 내려놓고는 마당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한시가 급한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약이라도 먹일 생각에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난장판을 만드는 동안 산삼이는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호야는 아이의 곁에 남아 뺨을 혀로 핥았다. 


“해열제. 해열제라도 먹이면···.”


사람이 당황하면 뇌가 정상적인 사고를 못 했다. 나중에 오늘 일을 돌이켰을 때는 약국이나 병원에 가서 약을 가지고 오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했다.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될 정도로 물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데 어디선가 산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산삼이는 통통통 뛰어오더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 이걸 먹이면 된다.”


산삼이의 손에 들린 붉은 덩어리가 보였다. 엄지손톱 크기의 동그란 덩어리는 영롱한 빛깔을 내뿜고 있었다.


“이게 뭔데 그래?”


“이거 할매가 보관하고 있던 약이다. 이걸 먹으면 어떤 병이든 낫게 한다고 했다. 인간. 어서 이걸 아이한테 먹여라.”


할머니가 보관하고 있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아이를 살릴 수 있어. 


아이를 한쪽 팔로 일으키고는 입가에 붉은 약을 쏘옥 넣었다. 약이 써서 그런 것인지 아이는 이마를 찡그렸다.


“제발 뱉지 말고 삼켜줘.”


내 간곡한 외침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살 운명인지 알 수는 없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이는 살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낮 12시 20분에 연재합니다. 24.09.05 67 0 -
14 14화 NEW 18시간 전 38 1 12쪽
13 13화 24.09.17 45 2 12쪽
12 12화 24.09.16 64 1 12쪽
11 11화 24.09.15 75 1 11쪽
10 10화 24.09.14 83 1 12쪽
9 9화 24.09.13 81 1 12쪽
» 8화 24.09.12 99 2 12쪽
7 7화 24.09.11 102 2 13쪽
6 6화 24.09.10 111 2 12쪽
5 5화 24.09.09 122 2 12쪽
4 4화 24.09.08 137 3 12쪽
3 3화 24.09.07 155 3 12쪽
2 2화 24.09.06 179 5 12쪽
1 1화 24.09.05 213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