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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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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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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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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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원래는 고모할머니 댁에서 며칠은 머물 생각이었는데 어제 영수가 오는 바람에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대충 짐을 꾸렸다. 일단 집에 있는 거라도 최대한 가져갈 생각이었다.


하아암.


벼리는 졸린지 눈이 반쯤 감겨 있는 채로 연신 하품만 했다. 난 아이의 머리를 다정히 쓸어주고는 말했다.


“벼리야, 아저씨가 예쁜 옷은 다음에 사줄게. 미안해.”


아이는 졸린 눈을 손으로 비비며 말했다.


“···벼리는 괘차나여.”


“착하다, 우리 벼리.”


아이는 요즘 곧잘 웃어주고는 했다. 내가 편해진 모양이다. 예전이라면 이런 날이 올 거로 생각지도 못했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다. 요즘은 한결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내 딸 이름이랑 발음이 비슷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했었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는 내 표정을 보고는 아픈 줄 안 모양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이마에 가져다 대더니 연신 입으로 ‘호오’를 해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우연 같은 만남은 우리가 인연이 되려고 했나보다 여겼다.


배낭에 필요한 것들을 넣고서 뻐꾸기시계를 봤다. 몇 분 뒤면 곧 7시였다. 


“자, 얘들아. 갈 준비하자.”


난 대청마루에 놓은 가방을 어깨에 짊어졌다. 묵직하니 꽤 무거웠다.


아이들을 살피니 산삼이는 흐느적거리고 있었고 호야는 오늘도 기운이 넘치는구나.


벼리는 내 옆에 꼭 붙어서 손으로 바지를 붙잡길래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산삼이의 줄기를 잡았다. 


뻐꾹. 뻐꾹.


드디어 뻐꾸기시계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내가 문을 향해 손을 뻗는데.


“···형님!”


많이 들어본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으아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우리는 서로 뒤엉켜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난 얼른 산삼이를 내팽개치고는 벼리를 끌어안았다.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우는 바람에 어설픈 착지를 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한쪽에서는 산삼이의 비명이 들렸다. 


내가 놓아버린 산삼이는 바닥에 얼굴을 박고 착지한 후에 영수가 덮치고 말았다. 우리 중에 호야만 멀쩡하게 착지했다.


난 안고 있던 벼리를 살피며 물었다. 


“벼리야 괜찮니?”


“괘, 괜찮아요.”


벼리는 어지러운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이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하나하나 살폈다. 다행히도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혀, 형님 여기는 어디인가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벼리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 문제가 뭔지 깨달았다. 지금 우리만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기 그게 말이지.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난 미친 사람처럼 횡설수설 해댔다.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산삼이가 몸을 일으키며 앓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허리야. 할매 산삼이 죽어요.”


산삼이는 정말 허리가 아픈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호야는 혼자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다.


아이고, 두야!


망할. 이걸 나보고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냐. 이 썩을 놈의 세상아.


내가 성질을 부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른다고 발뺌하기에는 난 어른이었다.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생각을 정리했다. 뭐부터 말을 해줘야 좋을지 나부터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동안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내 고민이 무색하게 영수 동생은 자연스레 혼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어라, 형님 여기가 혹시 그 소설 속에 나오는 이세계라는 곳인가요? 제가 그럼 차원 이동을 한 건가요? 우와. 내가 차원 이동을 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아, 그게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영수 동생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벌쭉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내뱉었다.


“넌 요정이니?”


“인간. 난 산삼이다.”


“산삼이? 오호. 멋지다, 산삼아.”


영수가 치켜세워주자, 산삼이의 볼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역시 날 알아주는 인간도 있군. 저기에 있는 상한 인간은 나에 대한 존경심이라고는 일도 없다.”


“형님. 어찌 그러셨어요. 이 멋지고 늠름한 산삼이를 보십쇼. 너무 하셨어요.”


영수한테 한껏 칭찬받은 산삼이의 어깨가 하늘을 찔러댔다. 


호야는 멀리 뛰어갔다가 영수 동생을 향해 힘차게 달리더니 몸을 날렸다. 영수 동생은 그런 호야를 보란 듯이 안았다.


영수 동생 품에 안긴 호야는 아늑한지 고개를 척하니 어깨에 기댔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처럼 무척 다정해 보였다.


“어쩜 이리도 귀여울 수가 있죠. 형님, 이 아이도 이세계 동물인가요?”


영수 동생의 물음에 어색한 답으로 대신했다.


“어? 어. 맞아요.”


“여기는 강아지도 엄청 귀엽네요.”


“앙! 앙앙!”


강아지라는 단어에 호야는 단호하게 짖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자 영수 동생이 당황해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를 바라봤다.


“그게 호야는 늑대···거든.”


물론 ‘늑대소년’이지만. 나도 얼마 전에 안 사실이었다. 차마 이것까지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는 나보다 쉽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이름이 호야구나. 참 멋지다. 거기다가 늑대라니. 형님 저 늑대 처음 봐요.”


호야의 귀가 바짝 올라갔다. 그러고는 하울링을 멋지게 했다.


멋지다는 말에 평소보다 우렁찬 건 내 느낌적인 느낌이려나.


내 바짓단을 잡아당기는 미약한 힘이 느껴졌다. 벼리가 내 뒤에 숨어서 바지를 손으로 꽉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커다란 영수를 보고 무서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내가 무릎을 굽혀 아이의 눈높이를 같이했다. 


“벼리야, 저 아저씨가 무섭니?”


아이는 고개만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저 아저씨는 영수 삼촌이야. 아주 맛있는 걸 만들어 주시는 멋진 삼촌이지. 어제 저녁에 먹었던 거 기억나니? 그거 만들어 주신 삼촌인데···.”


“어제 먹었던 거여?”


“으응. 어제 벼리가 맛있게 먹었던 토마토 스튜랑 에그 마요 토스트도 삼촌이 만들어 준 거야.”


내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벼리의 눈동자가 점점 반짝였다. 그날부터 영수 동생은 맛있는 걸 만들어 주는 착한 삼촌으로 인식했다.


우리는 얼떨결에 함께하게 된 영수 동생과 잡화점으로 향했다.


난 걸어가며 산삼이를 붙잡았다. 그때 영수 동생은 호야를 따라 앞서 걷고 있었다. 


산삼이한테 가까이 붙어서는 소곤거리며 물었다.


“기억을 잃어버리게 하는 방법은 없니?”


내 말에 산삼이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왜! 뭐! 어쩌라고! 나만 쓰레기야!


“인간. 그런 건 없다.”


“···아쉽군.”


“허억. 인간. 너무 잔인하다. 인간들끼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누가?”


“당연히 우리 할매지 않는가? 인간. 정말 할매 조카가 맞는 건가?”


이 자식이 확 먹어버릴까. 


눈치는 빠른 녀석이 후다닥 잡화점을 향해 걸어갔다. 아니, 뛰어갔다.


잡화점에 먼저 도착한 호야와 영수 동생 그리고 산삼이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벼리야 우리 달릴까?”


벼리가 손을 뻔쩍 들고 힘차게 대답했다.


“네에!”


난 벼리를 안아 들고 단숨에 뛰어갔다. 전이라면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찼었지만, 요즘은 어째선지 이 정도는 거뜬했다. 


예전보다 체력이 오른 건가? 


벼리를 조심스럽게 내려주고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뒤에서 영수 동생이 기웃거리며 내가 하는 걸 열심히 지켜봤다. 난 몸으로 가렸다.


잠긴 문을 열쇠로 열자, 달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잡화점의 문이 활짝 열렸다. 


영수 동생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우와! 여기 완전 호빗이 나오는 곳 같아요.”


호빗? 그 유명한 영화를 말하는 건가? 에이. 거기보다는 훨씬 크지.


어딜 봐서 호빗이 사는 곳 같아. 이렇게나 넓은데 호빗이라니. 나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였다.


내가 그러든지 말든지 아이보다 더 신나서 떠들고 있는 영수는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다녔다. 


영수 동생을 의식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멋지게 보이던 잡화점이 단점만 눈에 들어왔다.


창가에는 커튼도 없이 밋밋하기만 했고 탁자며 의자도 세월의 흔적이 다분했다.


저번에 수리한다고는 했지만 나무를 대충 덧대서 망치질한 것뿐이라 더 흉해 보였다.


여기에 인테리어 전문가를 데려와서 수리할 수도 없고.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그때 고리오 자식이 이곳을 망쳐놓지만 않았어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전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들도 많고 나름 정겨운 느낌도 들었는데···.


“고리오 자식 나중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어.”


“형님 고리오요? 뭘, 가만 안 두신다는 건가요?”


영수가 내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구경이 다 끝난 모양이었다.


“아, 그런 게 있어. 고리오라고 고블린인데. 우리 가게를 엉망으로 부셔놨었거든.”


“네에? 가게를 부숴요? 정말 나쁜 XX네요. 나중에 누군지 알려주세요. 저도 거들게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영수의 등짝을 탁탁 쳤다. 의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나온 행동이었다. 


“형님 드디어 저한테 편히 말씀하시네요.”


난 그런 적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가요? 언제요?”


산삼이가 지나가며 혀를 차며 말했다.


“인간. 거짓말은 나쁜 인간이나 하는 거다.”


영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리더니 눈길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의 어깨에 턱하니 올려져 있는 내 팔이 보였다.


아니, 이게 언제 올라가 있던 거야.


“으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이게 왜 올라갔을까?”


영수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팔을 내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내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아, 이게 무슨 망신이야.


2층으로 올라가는데 내 뒤통수를 영수의 목소리가 한 대 치는 느낌이 들었다.


“형님 이제는 편히 말씀하시는 거죠. 전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창피함에 귀까지 열기가 올라와 후끈거렸다. 에잇. 이게 뭐라고.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아니다.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분명 그런 거다. 창피하지 않다.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고는 먹을 걸 담은 보따리를 가지고 1층 부엌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영수가 주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반가운 사람을 대하듯 반겼다.


“형님 뭘 이리도 많이 가져오셨어요.”


그는 내 손에 들린 짐을 받아 들고는 가볍게 들었다. 뭐, 나도 무겁지는 않았다. 


영수는 짐 보따리를 풀고는 그곳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능숙하게 정리했다.


“형님 많이도 가져오셨네요. 이건 달걀, 채소, 고기도 많네요. 라면에 쌀도 있고···.”


“그게 아이들인 먹성이 좋아서 이것도 며칠 못가.”


“아, 그래요? 그러면 농사를 좀 지어야겠어요.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작물이나 고기도 있으면 좋을 텐데. 예를 들어 몬스터 고기 같은 거요. 와이번 같은 건 고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나도 와이번 고기 있었으면 좋지.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투웅.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고깃덩어리가 툭 하고 떨어졌다. 영수는 운동신경이 좋은지 그것을 두 손으로 잡아챘다. 거의 돼지 한 마리는 저리 가라는 듯한 크기였다.


“혀, 형님 좀 도와주세요.”


영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난 정신을 차리고 그를 도와 고기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얼이 빠져 있는 사이 지나가던 산삼이가 신기한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와이번 뱃살이네. 인간. 이건 고급 고기다.”


내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와이번이라고?”


산삼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영수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신나서는 떠들어 댔다.


“우와! 형님 와이번 고기라네요.”


하다 하다 이제는 와이번 고기라니.


정말 미쳤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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