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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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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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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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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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다시 이세계로 가기 위해서였다.


일단 이곳에 있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저 천방지축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단 돌아가서 씨앗도 빨리 심는 게 좋을 듯했다.


새로운 식구인 아이를 위해 산 옷과 필요한 물건들을 가방에 챙겨서는 아침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이들은 이른 시간이라 잠이 덜 깬듯했다.


공주 잠옷을 입은 아이를 안아 들고는 뻐꾸기시계가 울리자, 대문을 활짝 열었다.


“자, 가자!!”


이제는 이것도 나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여기에 오는 것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산삼아, 정신 차려.”


녀석은 아침잠이 많아서 비틀거리며 걸었다.


쿵!


산삼이는 커다란 바위에 얼굴을 부딪쳤다. 녀석의 이마에 커다란 혹이 자라났다. 덕분에 잠은 완전히 깬 거 같지만.


호야는 아침부터 활기찼다. 에너지가 항상 넘치는 녀석답게 앞서 나아갔다. 그것은 그것대로 또 걱정이었다. 그래도 멀어지면 뒤돌아서 우리가 오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했다.


안고 있는 아이는 칭얼거리지도 않고 얌전히 품에 안겨 있었다.


사실 거부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졸려서 그런지 숨소리만 들리고 조용했다. 


가끔 머리가 앞으로 떨어지고는 했지만.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앞서가던 호야가 갑자기 짖어댔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이를 단단히 안은 후에 뛰어갔다. 얼마 안 가 잡화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잡화점 앞에 도착하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잡화점이라고 쓰여 있던 간판은 너덜너덜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문짝은 반이 부서져 있었다. 유리창은 모조리 박살이 나 있었다.

 

거기다가 가게 안은 더 가관이었다.

 

선반마다 가득했던 물건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고 깔끔했던 부엌은 엉망이 되었다. 

 

방도 마찬가지였다. 침대며 소파 등 가구는 모조리 부서져 있었다. 거기다가 옷들도 몽땅 찢어지거나 없어졌다. 

 

이곳에 멀쩡하게 남아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며칠뿐이었지만 행복했던 추억은 모조리 부서졌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난 산삼이를 쳐다보며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녀석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우리 나갈 때 문 잠그지 않았나? 잠깐, 설마···.”

 

이제야 생각이 났다. 급하게 떠나느라고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

 

거기다가 내가 살던 곳은 따로 문을 잠그지 않아도 닫으면 저절로 문이 잠겼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살다가 여기서는 열쇠로 잠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놈 같으니!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설을 내뱉으려고 하다가 얼른 닫았다. 지금은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겁을 먹을 수도 있었다.


여러 번 심호흡을 한 끝에 마음을 가라앉혔다.

 

평소라면 산삼이가 난리를 칠 법도 한데 무척 조용했다. 그는 말없이 망가진 것들을 고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오히려 그가 진짜 나무 요정 같아 보였다.

 

일단 방마다 멀쩡한 곳이 있는지 살폈다. 그나마 중간에 있는 작은 방이 덜 망가져 있었다.

 

일단 부서진 것들은 버리고 덜 망가진 것들 위주로 고쳤다. 그러고는 호야와 아이는 그 안에서 놀게 했다.

 

혹시라도 밖에서 놀다가 유리 조각이라도 밟으면 다칠 게 뻔했다.

 

일단 가져온 죽도 있으니 먹는 건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남은 숙제가 많았지만 여기서 풀이 죽어 있을 수는 없었다.

 

나 혼자라면 몰라도 지금은 산삼이도, 호야도, 아가도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아이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구나. 

 

이따가 물어봐야지. 과연 어떤 이름일지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나둘씩 치워 나갔다.


오늘 다 못 치우면 내일도 하면 된다.

 

당분간은 원래 세계에 자주 가야겠구나. 여기는 지금 원시 그 자체였다.


심지어 먹을 것도 없었다. 나는 굶어도 아이들은 배부르게 먹여야 했다.

 

잡화점을 치우고 치우다가 점점 분노가 치밀었다. 누가 이 짓을 해 놓은 건지는 꼭 밝혀내고 말리라. 매일 같이 다짐했다.


어느날은 망가트려 놓은 녀석을 상상으로 거의 반 죽여 놓기도 했었다.

 

첫날은 싸 온 죽을 아이들과 같이 먹고서 밤에는 같이 모여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은 현실 세계로 돌아가 음식이며 필요한 도구를 챙겼다.

 

처음에는 소환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일단 당장 급한 건데 소환을 못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곤란했다. 그리고 아직은 불확실한 것에 매달리고 싶지도 않았다.

 

하여튼 생고생하며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던 어느날이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찾아왔다.

 

사실 누군가라고 하기도 뭣했다. 전에 왔다가 출입을 금지 시켰던 고리오와 비스름하게 생긴 일당들이었다.

 

녀석은 고약한 얼굴처럼 거들먹거리며 문 근처에서 소리쳐댔다.

 

“폭삭 망했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저 XX가 내가 고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잠시만 저놈이 어떻게 가게가 망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그동안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곳을 망가트린 놈뿐이란 소리였다.

 

오호라! 바로 너구나. 망할 자식이.

 

“이곳을 망가트린 녀석이 바로 너구나.”

 

내 말에 산삼이랑 호야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난 대걸레 막대기를 들었다. 다음에 돌아가면 무기가 될 만한 걸 가지고 오던가 해야지. 이건 너무 폼이 안난다.

 

난 고리오 녀석을 향해 막대기를 겨눴다. 오늘 이판사판이다. 너 죽고 나 살자! 

 

내가 고리오를 향해 뛰어가는데 나보다 먼저 튀어나온 것이 있었다.


바로 산삼이 녀석이었다.


녀석은 정말 무섭게 돌변해서는 몸에서 마구잡이로 뿌리가 돋아났다. 그 뿌리는 고블린 무리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했다.

 

모든 고블린을 뿌리로 휘감고 있는 산삼이의 눈빛이 사납게 일렁였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감히 이곳을···. 이곳이···. 어떤 곳인데···. 너희가 뭐라고 이곳을 망가트려!”

 

고리오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봐도 그는 몹시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몸이 점점 산삼이의 뿌리에 갇힌 채 꽉 조여 목숨이 위태로워 보였다.

 

저러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 허리에는 소름이 돋았다.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산삼이한테 외쳤다.

 

“산삼아, 그러다가 죽을지도 몰라. 그만 해.”

 

“인간. 저들은 이곳을 망가트렸어. 어떻게 내가 참을 수 있겠어. 이곳은 내 집이나 마찬가지야. 할매하고 나하고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이라고!”

 

“그래도 이건 옳지 않아. 일단 진정 좀 해.”

 

아무리 말려도 산삼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었다.

 

그때였다.

 

호야의 몸이 커다랗게 자라났다. 그러더니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호야는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날쌔게 달리더니 산삼이를 향해 뒷발차기를 멋지게 날렸다.


녀석 나도 모르게 태권도라도 배운 거니?

 

그 덕분에 산삼이는 기절하고 말았다. 고리오 일당을 옥죄고 있던 뿌리는 곧 사라졌다. 

 

난 고리오 일당이 달려들지도 몰라 잔뜩 긴장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치면서 도망쳤다.

 

난 기절한 산삼이를 살폈다. 다행히도 의식만 잃은 것으로 보였다.

 

난 산삼이를 엎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아이가 계산대 뒤에 숨어서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많이 놀랐을 아이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산삼이가 먼저였다. 일단 침대에 산삼이를 눕히고는 그를 흔들었다. 다행히 의식은  금방 돌아왔다. 

 

“정신이 들어?”

 

“······.”

 

산삼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계속 흘렸다. 그때 아이가 다가와 손수건으로 산삼이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아이의 작은 몸뚱어리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난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산삼이가 잠이 들자, 아이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소년이 다리를 모으고 쭈그려 앉은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야?”

 

소년은 고개를 들더니 미소를 지었다. 왜인지 그 미소가 무척 슬프게 느껴졌다.

 

소년에게 뭐라 말해야 좋을지. 뭐라 위로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다.

 

“산삼이는 괜찮아.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렴. 내가 해야 한 일을 호야가 한 것뿐이야.”

 

내 어설픈 위로가 소년에게 통했을지는 모른다. 다만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품에 안겼다. 난 그냥 다독여 줄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고는 원래의 호야로 돌아와 있었다.

 

오늘은 하루가 고대고 길었다.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알고 있던 호야는 인간으로 변하는 늑대인간이었고.

 

산삼이는 화가 나면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기절한 호야는 다음 날 일어나더니 평소랑 똑같이 행동했다. 나도 내색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모든 건 차차 서로를 알아가면 될 일이니까. 

 

이곳은 이세계다. 내가 살던 곳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 어떤 일이든 이곳에서는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놀랄 것도 이상해할 것도 없다.

 

산삼이가 2층에서 내려오더니 평소처럼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인간. 오늘은 뭐 먹나? 배고프다.”

 

평소의 산삼이로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코끝이 찡해졌지만 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자, 오늘은 고기 파티다. 다들 맛있게 먹자!”

 

고기라는 말에 모두 신이 나서 방방 뛰어다녔다.


사는 게 별거 있나.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된다.

 

냉장고에 있는 고기는 모조리 꺼내서 구워댔다. 아이들은 신나서 연신 고기를 집어 먹었다.

 

“이 녀석들 고기만큼 풀도 먹어야지. 골고루 먹어야 하는 거야.” 

 

아이들은 내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오늘은 나도 배 터지게 고기 좀 먹어보자. 그나저나 이 녀석들 먹성을 보니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원룸을 빼서 나온 보증금과 얼마 없던 현금이 이제는 거의 바닥을 보일 지경이 되었다.

 

이제 돈을 벌긴 벌어야 하는데···. 뭘 해야 좋을지 고민이네.

 

이 나이에 알바라도 구하면 써주기는 하려나? 

 

괜히 한숨만 늘어지게 쉬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심었던 상추가 자랐나?

 

뒷마당에 텃밭을 만들고 상추며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심었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는지 싹을 틔우더니 마구마구 자라났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농사에도 소질이 있나 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이네요~

행복한 추석이 되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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