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최근연재일 :
2024.09.18 12: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500
추천수 :
30
글자수 :
75,501

작성
24.09.14 12:20
조회
82
추천
1
글자
12쪽

10화

DUMMY

“형님 옷은 다 사셨어요?”


영수 동생은 손에 들려 있는 거대한 옷 봉다리를 보고는 물었다. 


“아주머니가 잘 골라주셔서 덕분에 다 샀어요.”


“아. 춘자 이모 가게에 가셨구나. 거기 좋죠. 이모님이 눈썰미가 좋으셔서 옷을 잘 떼오시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영수 동생이 앞장서서 걸어가자, 나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가면서 사람들이 인사를 해왔다. 영수 동생은 이미 익숙한 듯 반가워하며 걸어갔다.


얼떨결에 나도 그 사이에 껴서 인사를 하며 걸어갔다.


여기가 이 동네 핫 플레이스구나.


사람이 많은 곳은 꺼려져서 일부러 피해 다녔는데 이제는 피할 수만은 없겠지. 움츠러든 어깨를 일부러 더 펴고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당당하게 걷자!


그렇게 시장을 쏘다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영수 동생은 그사이에 이것저것 구매를 한 모양이었다. 


산삼이가 부탁한 빵은 영수 동생의 도움을 받아 제과점에 들를 수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빵 냄새가 물신 코를 자극했다. 


어릴 때 자주 사 먹었던 초콜릿 소라 빵이며 단팥빵, 크림빵, 곰보빵, 모닝빵. 그리고 매번 도움을 주시는 이장님께 드릴 롤케이크도 골랐다. 


딸린 식구들 줄 생각으로 이것저것 샀더니 지갑이 얇아진 건 어쩔 수 없었다. 조만간 일자리라도 구해야 할 듯싶었다.


영수 동생이 딸기가 잔뜩 올라간 조각 케이크를 유심히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분명 저게 먹고 싶은 눈치인데···.


선물할 생각으로 몰래 딸기 케이크까지 사 들고는 양손이 가득 무거워졌다.


맛있는 거라도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영수 동생이 빨리 가야 한다며 들고 있던 짐까지 빼앗았다.


결국에는 그가 하자는 대로 따라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열심히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릴 때도 영수 동생이 짐을 들어주었다. 


고맙기는 했지만, 안에는 같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고마워요. 이거는 내 선물. 사양하지 말고 받아요.”


딸기 케이크가 든 상자를 그에게 건네주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 거야. 안 사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 


“형님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는 건 어찌 아시고. 잘 먹을게요. 아, 그리고 죽은 얼른 만들어서 가져다드릴게요.”


“아니에요. 연락해 주면 제가 가지러 갈게요. 염치없이 배달까지 시킬 수는 없죠. 아, 그리고 이거는 이장님께 드리는 선물인데 가면서 전해주시겠어요?”


빵이 가득 든 봉지를 그에게 건넸다. 영수 동생은 싫은 내색도 없이 그걸 받아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는 길에 이장님 댁이 있어서 덜 미안했다.


듣기로는 영수 동생이 현재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장님 댁에서 지내도 되는데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나 뭐라나.


사실 무슨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 것만 같아서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살다 보면 혼자 있어야 하는 날도 있는 법이었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이제는 내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신신당부한 덕분인지 방 안에서 힐끔거리고 있는 산삼이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나와도 괜찮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삼이가 뛰쳐나왔다. 호야를 따라 아이도 같이 밖으로 나왔다.


내가 대청마루에 짐을 내려놓고는 삼산이한테 물었다.


“산삼아, 별일 없었니?”


“저 녀석들이 난리를 치느라 이 몸께서 고생한 거 말고는 별일은 없었다. 인간.”


“자, 고생 많았다. 네가 좋아하는 팥빵이야.”


산삼이한테 빵 봉지를 건네주자. 녀석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안 사 왔으면 큰일날 뻔했군. 


빵 봉지를 들고서 방으로 들어간 녀석은 문까지 확 닫아버렸다. 녀석 참 욕심도 많아. 동생들도 좀 주고 그래야지.


뭐,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했으니 실컷 먹어라. 


호야는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뱅뱅 돌아갔다. 저러다가 하늘도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녀석이 신이 나서 방방 뛰길래. 얼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 온 것을 꺼냈다.


호야를 위해서 빵을 바닥에 주욱 나열했다. 


초콜릿 소라 빵. 곰보빵. 크림빵.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뭘까 나. 호야는 고민도 없이. 크림빵을 입에 물고는 멀리 달아났다.


미리 빵만 꺼내 놓기를 잘했네. 안 그랬으면 비닐까지 먹어 버렸을지도.


먹보 두 녀석이 사라지자,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는 멀찍이 떨어져서는 커다란 눈만 껌뻑거렸다.


누굴 닮아서 저리도 어여쁜지. 부모가 분명 미남, 미녀일 것이 분명했다.


속눈썹이 길고 코는 오똑했으며 얼굴은 동글동글하니 무척 귀여웠다. 


아이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여라도 놀랄 수도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걸로 너도 고를래?”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빵이 있는 쪽으로 기어와 한참을 고민했다. 


크윽. 귀여워. 


“자, 다 네 거야. 마음껏 먹으렴.”


초콜릿 소라 빵. 곰보빵. 크림빵을 아이한테 주었다가 까먹은 것이 생각났다. 아픈 아이한테 빵을 먼저 먹여도 괜찮은 건가? 혹여 체하기라도 하면···. 


그래도 줬다가 뺏는 건 어른으로서 할짓이 못 되는데. 


그러다가 시장에서 사 온 옷이 생각났다. 


“이게 있었지.”


내 목소리에 빵을 입에 넣으려던 아이는 멈칫거렸다.


“잠시만···. 아저씨가 주려고 옷이며 신발을 사 왔단다. 지금 보여줄게.”


난 커다란 봉지에서 옷을 잔뜩 꺼냈다. 그러고는 아이가 구경할 수 있도록 펼쳐주었다. 주인아주머니 말씀처럼 아이는 흥미를 보였다.


특히 분홍분홍한 핑크팡이 그려진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 안 사 왔으면 큰일날 뻔했네.


“이게 마음에 드니?”


전과는 다르게 아이는 바로 대답했다. 점차 마음을 여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했다.


“다 너 주려고 사 온 거야. 마음에 들면 지금 입어 볼래?”


“으응.”


“‘응’이 뭐야. ‘네’라고 해야지.”


“네에-.”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이보다도 내가 더 화들짝 놀랐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얌전히 대답했을 뿐이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예절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산삼이 녀석은 글러 먹은 것 같지만.


아이가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주려고 했지만, 한사코 싫은 내식을 보이길래. 옷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도록 도와주었다. 슬쩍 속옷도 주면서 뭘 먼저 입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아이가 방에 들어간 사이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수 동생이었다. 분명 내가 간다고 했는데 미안하게.


“나가요.”


“헤헤. 형님,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열심히 끓였으니 맛있게 드셔주세요.”


냄비 가득하게 죽을 만들어온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 정도면 내일까지도 거뜬하게 먹을 양이었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미안하게 여기까지 가지고 와요. 정말 고마워요. 계속 신세만 지네요.”


“형님 신세는요.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 그리고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어지간한 음식은 만들 줄 알거든요.”


“고마워요. 그릇은 비워서 다시 가져다줄게요.”


“네, 그럼 전 가볼게요.”


영수 동생의 커다란 덩치 뒤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뭔가 그의 어깨에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냄비를 부엌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예쁜 그릇에 담았다. 덜면서 한 입 맛을 보았는데 엄청나게 맛있었다.


요리사여서 그런가? 죽도 엄청 맛있게 끓이는구나 싶었다.


사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장님 말씀으로는 요리 대회에 나가서 수상도 한 실력자란다. 그런 사람한테 죽을 끓여 달라고 했으니. 


너튜브에 영수 동생의 이름을 치니 요리 대회에 참가했던 영상이 나왔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실력자였다. 평소에 헤실거리고 다녀서 그렇지. 


근육질 몸매는 폼이었구나. 무슨 헬스장을 운영할 거 같은 덩치로 그는 섬세한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떤 사연으로 여기에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여기서 치유와 평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뭐, 그건 그렇고 아이가 나오기 전에 죽을 담고는 물김치와 같이 대청마루로 향했다. 


세상에나!


너무 어여쁜 공주님이 눈앞에 있어서 들고 있던 밥상을 떨어뜨릴 뻔했다. 


간신히 밥상을 마루에 내려놓고는 수줍어하는 공주님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수는 덤이었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요. 옷이 엄청나게 잘 어울려. 정말 공주님 같아.”


“···꽁주?”


“아, 공주님이 뭔지를 모르는구나.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높으신 왕의 아주 예쁜 딸? 하여튼 엄청 예쁜 사람을 일컫는 말이란다.”


평소에 책 좀 읽을 걸 하고 후회가 되었다. 이럴 때는 부족한 표현력이 아쉬웠다. 머리를 긁적이다가 잊어 버린 것이 생각났다.


“자, 맛있는 죽 먹자. 영수 삼촌이 공주님 먹으라고 죽을 가지고 왔단다.”


아이는 눈을 껌뻑거리며 멀뚱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무래도 죽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알려줘야 할 게 산더미구나.


일단 맛부터 보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아이를 밥상 앞에 앉게 하고는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입가에 댔다. 아이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벌렸다. 물론 모든 부모가 하는 ‘아’를 외치기는 했지만.


한 입이 두 입이 되고 계속 이어졌다.


목이 막히지 않도록 중간중간에 물김치도 떠먹여 주었다. 달큰한 맛이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맛있어?”


“으응. 아니···. 네에-.”


가르쳐 줬다고 벌써 알아듣고 써먹다니 기특한지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뻗었다가 아이가 흠칫 놀라서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깜짝 놀라서 얼른 뻗었던 손을 거뒀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속단하기는 일러서 아이한테 묻지는 않았다.


천천히 알아가면 될 일이었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난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 맛있는 죽을 더 먹을까요? 슈우우우우웅. 아리따운 공주님께 죽이 배달 갑니다요.”


괜히 우스꽝스럽게 굴었더니 아이는 금세 밝아졌다. 그러고 아이는 맛이 있었는지 죽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니 괜찮겠지. 혹여 너무 먹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산삼이와 호야는 맛있게 먹었는지 각자 입가에 빵 쪼가리를 뭍이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신나게 뛰어놀았다.


이제야 아이들 같았다.


저 어린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모습을 한 걸까. 가끔 방송에서 보았던 그런 끔찍한 일은 아니겠지.


나도 모르게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심장이 불타는 것처럼 요동을 쳐댔다. 저렇게 어여쁜 아이한테···.


만약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죽이 담겨 있던 그릇을 옮기고는 깨끗하게 냄비를 씻었다. 그러고는 냄비에 잘 익은 김치를 담아서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마을회관에 도착해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더니. 아직 자고 있던 모양인지 까치집을 한 상태로 영수 동생이 나왔다.


“미안해요. 너무 일찍 왔죠.”


“아니에요. 형님.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말과는 다르게 영수 동생은 하품을 연신 해댔다. 얼른 냄비를 건네주고는 마을회관을 나왔다. 영수 동생이 자꾸만 뭘 준다고 해서 도망치듯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내가 줘도 모자라는데. 그는 참 착한 청년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낮 12시 20분에 연재합니다. 24.09.05 67 0 -
14 14화 NEW 18시간 전 38 1 12쪽
13 13화 24.09.17 45 2 12쪽
12 12화 24.09.16 64 1 12쪽
11 11화 24.09.15 75 1 11쪽
» 10화 24.09.14 83 1 12쪽
9 9화 24.09.13 81 1 12쪽
8 8화 24.09.12 98 2 12쪽
7 7화 24.09.11 101 2 13쪽
6 6화 24.09.10 111 2 12쪽
5 5화 24.09.09 122 2 12쪽
4 4화 24.09.08 137 3 12쪽
3 3화 24.09.07 155 3 12쪽
2 2화 24.09.06 178 5 12쪽
1 1화 24.09.05 212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