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이세계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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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명
작품등록일 :
2024.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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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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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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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낡은 열쇠. 그리고 고모할머니께서 남겨주신 집.


이 열쇠를 나한테 왜 남겨주신 걸까?


어쩌면 고모할머니께서는 이 집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을지도 모른다.


난 열쇠를 가지고 고모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이장님 댁에 놓고 온 짐도 가지고 온 참이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침 6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오늘도 7시가 되면 그곳에 가게 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대문 앞까지 도착하고야 말았다. 문 앞에 달린 초롱이 어김없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은 열쇠를 꺼내서 다시 그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꽉 힘을 주며 쥐었다.


“고민만 한다고 해결이 되는 건 아니잖아. 일단 부딪혀보자.”


대문을 힘껏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인간-!”


“아호호호오오!”


안으로 들어가자,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들 때문에 뒤로 발라당 넘어질 뻔했다. 


“무슨 일이야?”


산삼이가 눈물, 콧물까지 흘리며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해댔다.


“인간, 내가 상했다고 해서 삐진 거지. 상한 게 뭐가 대수라고. 살다 보면 상할 수도 있는 거지···.”


“그만!”


훌쩍. 산삼이는 흘러내린 콧물을 슬쩍 내 옷에 닦으려고 하자, 녀석의 손을 붙잡았다. 하여튼 못 말려.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나 때문에 많이 놀랐지. 정말 미안.”


“앙앙! 앙앙앙앙!”


호야는 한바퀴를 돌더니 나를 향해서 짖었다. 산삼이는 눈물, 콧물 쏟아내던 녀석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인간, 한번은 봐주겠다. 다시는 우리한테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해라!”


“그래, 약속할게.”


뭔가 떨떠름해졌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저번에는 아침 7시에 집에서 쫓겨나듯 이세계에 갔었다. 얼른 움직여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방 안에 쑤셔 넣었다.


뻐꾸기시계 소리가 들리자, 대문이 저절로 활짝 열렸다. 마른침을 삼키고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호야를 안았다. 


“산삼아, 얼른 따라와.”


이번에는 튕기지 않기 위해 대문 밖으로 스스로 나갔다.


엄청난 바람이 일어 눈을 제대로 뜨기가 어려웠다. 산삼이가 내 몸을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 ‘뻐꾹’ 소리가 끝나자 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제야 눈을 뜰 수가 있었다. 


이게 뭐야.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안고 있던 호야가 갑갑한지 버둥거려 놓치고 말았다. 녀석은 바닥으로 뛰어내려 안전하게 착지하고는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산삼이도 마찬가지였다. 


나만 얼이 빠진 채로 입만 뻥긋거렸다. 


“···셀리나 잡화점?”


“인간, 멍청하게 서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


산삼이가 손으로 어깨를 밀쳤다. 그 바람에 문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산삼이를 향해 눈에 힘을 한번 주고는 문손잡이를 돌렸다.


“여기 잠겨있는데···.”


“열쇠가 있으면 열린다, 인간.”


주머니에 들어 있던 열쇠가 생각났다. 어째서 인지는 모르겠다. 자동으로 몸이 움직여졌다. 


그러지 않아도 무슨 열쇠인지 몰랐는데. 설마 이건 아니겠지.


잡화점 문에 달린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제 것처럼 열쇠가 손쉽게 돌아가더니 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헉, 진짜였어?”


온갖 물건이 잡화점 안에 가득했다. 한쪽에는 식당처럼 둥근 테이블과 의자가 여러 개 있었고 안쪽에는 부엌도 보였다.


선반에는 현대에서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이 쭉 진열되어 있었다. 


정면에는 계산대가 있길래 그쪽으로 걸어갔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계산대 위에는 노트북이 켜져 있었다. 유일하게 있는 폴더 이름은 ‘장부’였다.


갑자기 메시지가 떴다.


[현준이에게.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우리 강아지. 이곳에서 새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고모할머니가 주는 선물이란다. 


난 여기서 잡화점을 운영하며 셀리나로 불렸단다. 혹시라도 너를 힘들게 하는 녀석이 있다면 이 장부를 참고하며 내 이름을 대거라. 그러면 웬만한 일은 잘 넘길 수 있을 거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건 차차 하다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니. 따로 설명하지는 않으마. 그리고 산삼이 녀석은 곰살맞아도 성정이 나쁜 아이는 아니니 잘 대해주거라. 저 아이도 사연이 많단다.


죽기 전에 너를 만나고 싶었다만,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구나. 너를 여러 번 찾아가려 했다만 나도 사정이 있었단다. 미안하구나.  


현준아, 이곳에서 새롭게 너의 삶을 펼쳐보렴. 너라면 나보다 더 현명하게 잡화점을 운영할 수 있을 거야.


현준이를 사랑하는 고모할머니가.]


할머니가 남기신 메시지를 읽으며 눈물이 쏟아졌다.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딸랑딸랑.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며 울렸다.


괴물같이 생긴 녀석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기다란 코를 훌쩍이는 녀석은 나를 보더니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켈켈켈. 새로운 주인장인가 보오. 켈켈켈.”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당황스러웠지만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셀···리나 잡화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괴물은 기괴한 웃음을 자아내며 불룩 튀어나온 배를 연신 만졌다. 그러고 보니 윗옷은 입지도 않은 상태였다.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인 괴물은 마치 고블린처럼 생겼다.


“켈켈켈. 예전에 맡겨둔 걸로 주면 되오.”


맡겨둔 거라니. 일단 아무렇지 않은 듯이 굴었다.


“저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뭐야! 내 이름도 몰라. 이거 주인이 아주 글러 먹었네. 여기 주인이었던 셀리나는 말이야. 알아서 딱딱 해줬다고!”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고 하지만 대뜸 화부터 내버리다니. 성격이 몹시 개차반이었다.


“이름을 말씀해 주셔야 저도 누구신지 알지 않겠습니까!”


그때 산삼이가 팔짱을 낀 채 녹색 괴물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자식 이름이 아마 ‘고리오’였을 걸. 인간, 장부를 확인해라.”


대 놓고 명령질이야. 난 산삼이 말대로 장부라고 쓰여 있는 폴더를 열었다.


폴더 안에는 고객리스트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것을 클릭했다.


검색창이 뜨길래. 거기다가 ‘고리오’라고 쳤다.


붉은 창이 뜨면서 메시지에 블랙리스트라고 쓰여 있었다.


[고리오. 

고블린. 성격이 못된 사기꾼임. 음식을 먹고 도망가거나 물건값을 내지 않고 도망친 적이 많음. 

출입을 금지했음.]


출입을 금지했다고? 그런데 저 녀석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주인이 바뀌어서 출입 금지가 풀린 건가?


“고리오, 당신은 잡화점 출입 금지인데 여긴 뭐 하러 온 거지?”


난 청소할 때 쓰는 마대 걸레 막대기로 녀석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고블린 녀석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쳇, 안 속네. 멍청하게 생겨서는 속을 줄 알았더니. 셀리나가 죽었다길래 와봤더니. 아쉽게 되었군. 켈켈켈.”


내가 고블린을 향해 소리를 쳤다.


“야, 고리오. 너 나가!”


갑자기 잡화점 문이 열리며 고리오의 몸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나뒹굴며 튕겨 나간 고리오가 일어나 잡화점에 들어오려고 했으나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들어오지 못했다.


아무래도 잡화점에 보호 마법이라도 걸려있는 듯싶었다. 


한참을 고리오 녀석이 들어오려고 하다가 실패를 거듭했다. 녀석은 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더니 그대로 돌아갔다.


처음 만나는 괴물 녀석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난 몸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휴, 다행이야.”


그때 산삼이의 팔이 길어지더니 내 어깨에 턱 하니 올렸다.


“인간, 앞으로 별별 괴물이 다 이곳에 올 거다. 벌써 지치면 곤란하다.”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괴물이 이곳에 드나든다니. 하기는 고블린도 왔는데 다음번에는 용이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어깨에 올려진 산삼이의 팔을 툭 쳐내고는 잡화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곳은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모양이었다. 실내장식은 서양의 중세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머니는 이곳을 만드신 걸까? 그리고 선반마다 보이는 물건들은 또 뭔지.


부엌에도 들어가 봤더니 조리도구부터 냉장고, 각종 그릇과 채소.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까지 다양했다. 물론 냉장고 안에는 고기도 있었다.


“굶어 죽지는 않겠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게스트하우스처럼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제일 안쪽으로 걸어가자, 문 앞에 ‘셀리나’라고 쓰여 있는 방이 있었다.


아무래도 할머니가 쓰시던 방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고풍스러운 가구 외에는 현대식 물건들도 있었다.


“에어컨도 있네.”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았다. 산삼이는 익숙한 듯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드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할머니의 취향인 듯싶었다.


옷장을 열어보니 어째서인지 성인 남자가 입을 듯한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하네. 할머니께서 미리 준비하신 건가?”


산삼이가 한심하다는 눈길로 쳐다보며 말했다.


“인간, 이곳은 주인에게 맞게 세팅이 된다.”


“그게 정말이야?”


“인간, 아무리 상했다 해도 이 몸이 거짓을 말할 리가 없지 않겠나?”


산삼이가 으스대며 말하는 게 아니꼬웠지만 그냥 넘어갔다. 하루 이틀도 아니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다.


방에서 나오자 문 앞에 이름표가 바뀌어 있었다.


[임현준]


이제 이곳은 내 방이 되었다.


***


이곳에 온 지도 일주일이 지난 날 아침이 되었다.


내 방에서 자고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곳은 날씨가 현대와 비슷했다. 


환경이 비슷해서 그런지 아니면 시설이 잘 갖추어져서 그런지 적응이 빨랐다.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아침이라 그런지 몸이 가뿐했다.


산삼이는 나랑 같이 침대에서 자다가 어느새 소파에 가서 자고 있었다. 밤에 몇 번 떨어지더니 그쪽으로 옮긴 모양이었다.


사실 내가 그중에 몇 번은 발로 차기는 했다.


호야는 아예 일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고는 침대로 사용했다.


내가 일어나면 호야도 일어났다. 녀석은 이상하게 성장 속도가 빨랐다. 


하루하루 쑥쑥 크는 것만 같았다. 이곳에 사는 동물이니 현대와 다를 수도 있겠지.


늦잠꾸러기 산삼이를 빼놓고는 호야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캡슐커피머신이 있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리고는 토스터 기계에 식빵을 넣었다.


호야는 희한하게도 사람이 먹는 음식만 먹었다. 사료는 죽어도 싫다고 하니 그냥 내가 먹는 음식을 같이 주었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은 그런 건 상관없는 모양인가 보다. 지금까지 아무 탈이 없는 걸 보면. 


냉장고에서 무화과잼을 꺼내 구워진 식빵에 잘 펴 바르고는 삶은 달걀 껍데기를 까서 접시에 담아 호야에게 주었다.


내가 반쯤 커피와 함께 먹고 있을 때쯤에 호야는 벌써 다 먹고는 헥헥거리며 1층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 앞에 서서는 나를 쳐다봤다가 문을 보았다. 


난 익숙한 듯 문을 열어 주고는 호야에게 신신당부했다.


“호야, 멀리 가면 안 된다. 꼭 이 근처에서만 놀아야 해. 알겠지?”


“앙앙!”


호야는 대답하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녀석은 밖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지만 밥때가 되면 귀신같이 알고서는 돌아왔다.


호야를 내보내고 난 다음에 창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며칠 동안은 손님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잡화점을 찾지 않았다.


사실 잡화점에 누가 오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썩 달갑지는 않았다. 저번처럼 불청객이 찾아와도 지금은 아는 게 별로 없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 이곳에서 사는 삶이 익숙해진 참이었다.


“오늘 점심에는 뭘 해 먹을까나.”


냉장고를 열고 달걀을 여러 개 꺼냈다. 오믈렛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내가 요리하고 있으면 산삼이가 2층에서 내려와 참견을 해댔다. 


문 앞에 달린 종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 호야가 벌써 온 건가 싶어 목소리를 냈다.


“조금만 기다리렴. 금방 만들어 줄게.”


내가 오믈렛을 접시에 예쁘게 담고서 밖으로 나갔다. 


으악!

으아악!


“누, 누구세요?!”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요. 도마뱀같이 생긴 괴물이 긴 혀를 날름거리며 의자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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