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핸드로 너클볼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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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작품등록일 :
2024.09.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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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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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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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DUMMY

‘뭔가 취미의 영역을 넘어선 거 같은데...’


에디와 함께 찾은 알렉산드리아 타이거스.

에디에게 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난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50명에 달하는 인원에 전원 선수 출신이라는 알렉산드리아 타이거스.

인프라가 넓다는 말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월드 시리즈라니.. 도대체 얼마나 큰 거야?’


무슨 메이저리그도 아니고 월드 시리즈까지 있다는 사회인 야구.

독립 리그보다 큰 조직이라는 말에 이제 미국에 대해 좀 알겠다고 한 내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어쨌든.


리그 챔피언십을 대비하기 위해 자체 연습 경기를 가지는 알렉산드리아 타이거스.

오늘 35세 미만 클래스와 45세 미만 클래스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야기 끝났어. 나랑 같이 5회나 6회. 딱 1이닝만 던질 거야. 그러니까 너무 급하게 몸 풀 필요 없어.”

“네. 알겠습니다.”


난 용병 투수로서 45세 미만 클래스에 속하게 되었고.


‘150은 나오는 거 같은데.. 수준이 무슨...’


신기한 눈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쳐다보며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


잠시 후.

어느새 시작된 연습 경기.


3회 초.

35(-) CLASS 1 : 1 45(-) CLASS


“빼는 게 안 된다고요?”

“그래.”

“실전처럼 던지라면서요.”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 속 난 에디와 오늘 투구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존을 벗어나는 투구는 하지 않는다는 에디의 말에 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구가 많이 안 좋으면 모를까 뺄 땐 확실히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약간은 머뭇거리는 에디.

난 빨리 설명을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존슨 씨 생각이긴 한데. 나도 동의를 했어. 굳이 도망치는 버릇을 처음부터 들일 필요는 없거든. 일단은 이때까지 연습한 공을 제대로 던지는 거에 집중하자고. 하하...”


‘설마?’


멋쩍은 표정을 하며 나에게 설명을 해주시는 에디.

뭔가 이상한 이야길 들으신 듯 나에게 좋게 좋게 설명해 주시려고 노력을 하신다.

딱 봐도 코치님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신 것 같다.


‘그놈의 사나이는. 진짜...’


안 봐도 예상이 간다.

저놈 성격상 도망갈 게 뻔하니 아예 그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겠지.


“실전 감각 쌓는다고 하는 건데 좀 그렇지 않을까요? 볼 카운트 유리할 땐 한 번씩 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연습 경기이기는 하지만 승부는 냉혹한 법.

승부에서 이길 생각을 한다는 게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난 조심스럽게 에디에게 나의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아니야. 내가 아까 말했잖아. 나도 동의했다고. 존슨 씨 말대로 하자고.”

“네? 아니. 그래도...”


내 의견에 바로 고개를 젓는 에디.

자신은 코치님의 의견이 맞다고 말씀을 하신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존슨 씨가 널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거 같아. 멀리 내다본다고 해야 하나?”

“네? 절 높게. 아니 멀리요?”

“그래. 싸울 줄 아는 투수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 거 같아. 마이너리그에서 어린 투수들을 평가할 때 생각보다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이상한 곳에서 마이너스 점수가 나와서 승격이 늦어지거든.”


그러면서 추가적인 설명을 이어가시는 에디.


“수 싸움이니 유인구 같은 건 가르치면 되는 거지만. 이건 다르거든. 심장이 단단해야 해. 단단하지 못하면 결국 일정 단계에서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다른 생각 말고 자신의 공에 믿음을 가져. 시선을 돌리는 건 잠시 뒤로 미뤄두라고.”

“.....”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묘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그리고 존슨 씨가 널 보고 그러더라고. 도망치지 못하게만 하면 어떻게든 싸울 거라고. 하하하.”


‘코치님은 그렇다 쳐도 에디한테는...’


묘한 미소의 정체를 알아차린 난 다짐을 했다.

꼭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승부에 대한 자세가 남다른 것이라고.


“에디. 제 심장이 얼마나 단단하지 보여드릴게요. 기대하세요.”


그렇게 난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잠시 후.


6회 초.

35(-) CLASS 1 : 1 45(-) CLASS


‘저번하곤 완전히 느낌이 다르네.’


5회 말이 끝난 뒤 마운드에 오르게 되자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파인빌 타이거스 이후 두 번째로 오른 마운드.

등 뒤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게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가 않다.


‘충분히 통할 거야. 할 수 있다 고율. 스윙을 이끌어내고 내야로 공을 보내면 그만이야.’


난 마운드의 흙을 고르며 피칭 디자인 레벨 1의 목적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플레이 볼~”


‘가자 고율!’


심판의 멋진 제스처 속 난 투구 플레이트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펑!


“스트라이크~”


‘살짝 몰렸네.’


우타자를 상대로 초구로 투심 패스트볼을 선택한 나와 에디.

약간의 실투성 공이 들어갔지만 다행히 타자는 지켜만 보았다.

낮게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에디.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투구 플레이트에 발을 걸쳤다.


‘삑 소린 이제 지겹잖아. 집중하자. 고율.’


레이저 포인트에서 나오는 소리는 지겹도록 들었다.

난 에디의 투심 패스트볼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고.

연습했던 궤적을 상상하며 오른발을 힘차게 들었다.


깡!


‘좋았어.’


배트 끝에 맞은 내 투심 패스트볼.

난 자연스레 2루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아웃!”


‘시작은 나쁘지 않고.’


난 어깨를 한 번 돌리며 2루수와 1루수에게 고맙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

.....

.......


잠시 후.


“어떻게 할 거야?”

“보통은 어떻게 하라고 하지 않으세요?”

“마운드의 주인은 너야. 그리고 오늘 난 생각하는 포수가 아니라고. 하하.”


2루수 땅볼 아웃 이후 다시 한번 나온 2루수 땅볼 아웃.

이때까지만 해도 나 자신을 칭찬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타자들이 내 대처법을 찾았는지 자신의 스윙을 버렸다.

컴포짓 배트의 장점을 활용해 가볍게 중심에 맞추는데 집중한 타자들.

어느새 1루와 2루의 베이스가 채워졌다.

타임을 외친 채 마운드로 올라온 에디.

웃으며 내 의견을 묻는다.


‘구속만 좀 높았어도.’


문제점은 명확하다.

애매하기 짝이 없는 구속 덕분.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인데.


‘너무 쪽팔린데.’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방법이 생각났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는다.

에디가 웃는 걸 보니 내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한 것처럼 보이는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 은근슬쩍 심장이 단단해지면 죽는 거 아니냐고 에디에게 물었다.


“여기가 죽을 자리가 아니라는 건 알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그러나 묘한 미소만 짓는 에디.


결국.


‘이러면 코치님 말이 맞는데...’


“이제 진짜 제대로 던질게요. 투심 패스트볼이 싱커가 될 수 있으니까 잘 잡으세요.”

“놓치면 갈 때 내가 운전할게. 하하. 제대로 보여주라고.”


도망치지 못하게만 하면 어떻게든 싸울 거라는 코치님의 설명.

아무래도 맞는 거 같다.

도망치는 것도 몰래 해야 하는 법이라는 걸 깨달은 나.


‘그래. 여기가 죽을 자리는 아니지.’


나름 자기합리화를 하며 지저분해진 마운드의 흙을 강하게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 갈 잇! 아가릿!!!”


2사 1,2루의 상황.


난 팔을 퍼덕거리며 하늘 위에 떠 있는 공을 보고 있었다.


*****


롱뷰, 슈리브포트, 빅스버그, 잭슨, 라피엣, 모빌 등.

에디의 도움을 받아 여러 도시를 다니다보니 어느덧 10월 중순이 되었다.

이제 쇼 케이스까진 달력 한 장만 넘기면 됐고.


농장에 위치한 실내 연습장 안.


“코치님. 진짜 안 움직이는데요.”

“빨리 일어나.”

“아니 진짜 다리가 안 움직인다니까요.”


팍!


“지팡이는 또 왜요?”

“지팡이 막을 힘은 남아 있잖아. 빨리 안 일어나!”

“지팡이 막은 건 손인데요?”

“말대꾸만 늘어서. 쯧쯧. 빨리 일어나!”

“네. 네.”


‘죽을 거 같은데 왜 안 죽지?’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지만 코치님의 호통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15일마다 진행되는 오버 트레이닝 데이.

강제로라도 내 몸의 활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라고는 하는데 매번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힘이 분명 다 사라진 것 같은데도 다시 움직이는 내 몸.

다음날 심각한 후유증도 나타나지 않는다.

코치님 말로는 내 몸이 힘듦의 한계점을 너무 낮추어나서 그렇다고 한다.

처음엔 이건 좀이란 생각을 하며 100% 믿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다.


어쨌든.


“고관절 움직임에 집중해. 체력 훈련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라고.”

“알겠어요.”


‘표정 연습을 좀 해야 하나?’


내가 딴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리시는 코치님.

난 다시 인상을 쓰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잠시 후.


‘97. 98. 99. 100.’


“끝!”


‘.....’


짐볼 코어 훈련을 마치자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난 짐볼을 치우며 바로 자리에 드러누웠고.


...

.....

.......


‘응? 뭐지?’


잠시 적막감이 느껴지는 연습장 안.

당연히 들려와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분명 빨리 일어나서 다른 훈련을 하라고 하셔야 하는데...

조용히 고개를 들어 코치님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고.


“코치님!!!!”


난 재빠르게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코치님을 향해 뛰어갔다.

의자 옆에 쓰러져계신 코치님.

순간 머리가 진짜 새하얘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정신 차려. 고율. 생각해! 생각하라고!’


난 내 머릴 한 대 치며 바로 정신을 다잡았고.

배운 대로. 배운 대로라는 말을 되뇌며 잠시 잊고 있던 기억을 빠르게 끄집어냈다.


‘숨은 정상적으로 쉬고 계셔. 맥박도 느껴지고... 따로 외상은 안 보이고.. 바로 병원으로. 아니지. 이 멍청아. 일단 전화부터 하자.’


난 바로 911에 전화를 했고.


‘다리는 높이고. 머리는 낮추고. 이게 기본이라고 했어.’


주위에 있는 옷가지들을 빠르게 모으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


다행이었다.


기립성 저혈압이 원인이었다는 코치님의 실신.

의사 선생님은 조금만 있으면 깨어나실 거라고 하셨다.

난 낸시 할머니를 기다리며 베드 옆에 앉아있었다.


“놀랐잖아요. 할아버지. 차라리 저번처럼 젊은 시절로 돌아가시지.”


한국어로 나오는 말을 중얼거리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길 잠시.


!

!!

!!!


“코치님! 저 보여요? 여기 병원이에요.”


난 코치님이 눈을 뜨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 말에 잠시 주위를 살피는 코치님.

그러고선 날 보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신다.


“왜요? 물드시고 싶으세요?”

“훈련은?”

“여기서 훈련 이야기가 왜 나와요.”


그러면서 훈련이란 단어를 꺼내시는 코치님.

난 연습장에서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내 얼굴을 보시지 않고 손을 들어 살피시는 코치님.

나도 자연스레 코치님의 손에 시선을 두었다.


“왜요? 좀 주물러드릴까요?”


손이 저리신 것 같아 난 코치님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저으시곤 내 손을 꽉 쥐시는 코치님.


“계획을... 좀... 수정해야겠어....”

“네? 뭐라고 하셨어요?”


무언가 이상한 이야길 하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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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화 너클볼을 숨김 NEW 10시간 전 200 4 12쪽
» 014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1 24.09.18 433 6 12쪽
14 013화 용병 고율 +2 24.09.17 535 5 11쪽
13 012화 할아버지의 너클볼 24.09.16 739 9 11쪽
12 011화 피아노 24.09.15 810 6 12쪽
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9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61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80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10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43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85 12 15쪽
5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20 15 12쪽
4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70 20 13쪽
3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18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62 17 13쪽
1 000화 프롤로그 +5 24.09.05 1,349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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