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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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우
작품등록일 :
2024.09.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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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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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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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DUMMY



3



무림맹 외각의 말단 경비대 십삼조원.

그게 새로이 얻게 된 서진의 신분이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무림맹의 일원이 되었다.

십삼조장인 독사와의 일화 덕분에 십삼조원으로서의 생활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독사가 무공을 따로 익힐 시간까지 배려해 줘서 경계 근무 시간까지 열외 시켜줬다.


턱.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서진이 무각(武閣)의 연공실에 도착하자, 신입을 가르치는 무공 교두가 책자를 던져줬다.


“신입은 기초 무공으로 멸사검공(滅邪劍功)과 보법인 사필귀행(邪必鬼行), 권법인 무적권(無敵拳)과 무관심법(武關心法)을 익혀야 하지. 무공을 익힌 적이 없다던데 사실인가?”

“예.”

“그렇다면, 처음 한 달간은 본 교두의 지도하에 함께 익히게 될 거고, 나머진 본인이 알아서 익혀야 한다.”

“알겠습니다.”


특별대우는 없었다.

신입 맹원 모집 시기가 아니라, 도중에 들어온 터라 무공 교두는 굉장히 성의 없이 가르쳐줬다.

멸사검공 책자를 읽게 한 뒤, 한두 번 시연해주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네 가지 무공의 맛보기만 보여준 무공 교두가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도록.”

“없습니다.”

“없다고?”

“네.”

“건방지군. 천재라도 되시나?”

“아뇨, 아직 제대로 배운 게 없어서. 물어보고 말고 할 게 없습니다.”


무공 교두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혀를 차는 걸로 대신했다.


“어디 내일 이 시간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두고 보지.”

“아, 물어볼 게 있긴 한데.”

“뭔가?”

“혼자서 수련해도 되는지?”


무공 교두는 대놓고 비웃음을 머금었다.


“아이고, 그건 알아서 하시게.”


심드렁하게 말한 무공 교두는 고개까지 흔들며 떠나갔다.

서진은 그 뒷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돈을 줘서 성의 있게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멸사검공, 사필귀행, 무적권, 무관심법을 모두 스캔 완료하였습니다. 서적에 기록된 모든 내용을 분석하여, 핵심 개념만을 추출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무관심법의 복잡한 이론을 해석하고, 신체 구조와 경락 시스템을 통해 서진님의 단전 후보지에 모으는 방식을 택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무공 교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천재 무공 교두가 바로 자신의 뇌에 있었다. 서적에 기록된 무공 순서를 그대로 설명하는 게 아닌, 서진에게 맞춤형 수련법을 제시해 줬다.


<가부좌를 틀고 앉으시면, 혈맥을 따라 흐르는 독사가 남긴 외부 에너지, 기운이 어떤 경로를 따라 흐르고, 모으는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런 것도 돼? 대단하군!”


<별말씀을요. 자, 눈을 감으세요. 시각화된 이미지로 혈맥을 따라 기운을 운용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근데 난 단전이 없는데?”


<서진님의 몸 전체를 그릇으로 삼아도 되지만, 일단은 후보지 중 하나인 심장 어림에 있는 중단전을 활용하겠습니다. 아직은 단전이란 개념으로 설명을 해드려야 이해하시는 것 같으니까.>


“중단전이 있었어, 내가?”


<사람인데 단전이 없겠습니까? 배꼽 아래 하단전만 없을 뿐입니다.>


“······.”


하단전이 없는 아버지와 난 사람도 아니냐고 말꼬리를 잡고 싶었지만, 중단전은 있다니까 참았다.


<중단전까지 경로만 뚫어놓으면, 쓰는 데는 아무 지장 없을 겁니다. 마침 무관심법에도 중단전까지의 경로가 운용법이 쓰여있으니. 이를 활용하여 혈맥을 뚫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하고 말고가 어딨어. 무적권 가야지.”


<무적권은 먼저 무관심법을 익힌 다음에 배우겠습니다.>


“농이야, 농.”


<농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중단전까지 가는 경로를 개통하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 민망하게시리.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답한 AI에 서진은 살짝 상처받았다.


“뭐 얼마나 대단한 작업을 한다고옼······!”


순간 심장 어림이 뜨끔하더니, 입이 절로 쩌억! 벌어졌다.

수십 개의 바늘로 심장 쪽 혈맥을 미친 듯이 조져놓는 기분이랄까.


털썩!

너무 고통스러우면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는 걸 철저히 실감한 서진은 그대로 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닥으로 쓰러져 침을 질질 흘려댔다.


부들부들.

마치 뇌전증 환자처럼 온몸을 떨어대기까지 하였다.

만약 누군가 봤다면, 당장에라도 의원을 불러오라고 소리쳤겠지만.

이곳 연공실엔 아무도 없었다.


<중단전까지의 개통 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끄흐으!”


서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 못해, 펄쩍! 뛰었다.


“끄아아아아악!”


휙휙!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제야 악을 쓰며 양 주먹을 미친 듯이 휘저었을까.

만약 눈앞에 AI가 있었다면, 무적권으로 때려 부쉈을 것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세상엔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안 아프게라도 조치를 해줄 수 있다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조치를 해드리고 한 겁니다만?>


“뭐, 뭐?”


이게 안 아프게 조치한 정도라고?

서진은 그 끔찍한 고통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몸서리가 절로 처지는데?


<천연 호르몬으론 마약성 진통제를 쓰는 것보다는 고통을 완전히 경감시키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미리 상당히 아플 거라고 경고 또는, 가사(假死) 상태에 빠트린 다음에 하겠습니다.>


“······!”


반 죽여놓고 시작한다는 말로 들린 서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럼 지금부터 무관심법의 경로를 시각화하여 각인시켜드리겠습니다. 두 눈을 감으십시오.>


‘······두고 보자.’


치가 떨린 서진이었지만, 일단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하였다.


<천돌혈부터 전중, 신궐, 회음, 명문혈과 척중, 대추혈까지만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가슴의 중앙 명치 끝 중단전인, 단중(丹中)의 위치입니다. 기억해 두시고, 들숨과 날숨으로 한 바퀴 돌려 이곳에 모으시면 됩니다.>


AI의 말에 점점 빠져 따라 하길 이각 여.


“······!”


서진은 혈맥을 따라 흐르는 내공이란 존재를 바로 느끼는 동시에, 무관심법에 따른 운기조식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다. 보통은 짧게는 며칠, 길면 수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서진은 일각도 안 돼서 느꼈다. 독사가 남겨준 외부 에너지 즉, 내공이 남아있었던 덕분이었다.


<어떻게 이게 아직도 남아있었지?>

<나중에 쓸 요량으로 중화하여 흡수해 놓았습니다.>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네,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그보다 처음 해본 운기조식은 어떠셨습니까?>

<어떻긴, 정말 끝내줬지!>


서진은 온몸을 따라 흐르는 내공의 존재에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좋으시다니, 다행이군요. 무관심법의 소주천을 자동 시행하겠습니까?>

<자동?>

<네, 서진님의 의지대로 하는 소주천의 효율이 70~80%에 가깝다면, 제가 같이 참여하면 주변 상황에 따라 100% 이상의 효율을 올릴 수 있고, 잠을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걸어 다닐 때 제가 자동으로 운기조식을 취하게 되면 50% 절반의 효율이 가능합니다.>


“그게 가능해? 내가 운기조식을 취하지 않아도?”


<네.>


“정말이지 경악스럽군. 그런 경우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직 저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서진은 AI가 설명한 자동 운기조식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달았다. 남들의 배 아니, 어쩌면 수 배 이상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루 종일 소주천을 계속한다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직접 깨어있을 때 하는 게 가장 효율이 좋다면.’


지금 당장 소주천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가부좌를 튼 서진이 다시금 몰아지경에 빠지자, AI는 서진의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흡수하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연공실 주위에 있던 기운을 모조리 흡수, 갈무리한 AI가 말했다.


<······다음엔 산세 좋고, 천지의 기운이 충만한 곳에서 수련해야겠습니다. 연공실은 꽉 막힌 곳이라 그런지, 주변 기운이 생각보다 금방 고갈되는군요.>


AI는 일 년 치 내공 정도밖에 못 끌어모으자, 굉장히 아쉬워했다.

이를 알 리 없는 서진은 소주천을 통해 정제한 기운을 중단전에 갈무리하였고.


번쩍.

두 눈을 떴을 땐, 앞서보다 눈동자에 총기가 번뜩였다.


“······와아.”


서진은 감탄까지 하며 자기 몸을 돌아봤다.

내공이 전신을 휘도는 이 느낌은 필설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AI는 말했다.


<핵심이 빠진 하급 심법인 무관심법으론 최대 소주천까지입니다. 임독양맥타통은 물론, 대주천은 꿈도 못 꿉니다. 임독양맥 타통 이상을 이루려면 이보다 뛰어난 상급 심법이 필요합니다.>


“대주천?”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이 청량감이 머리끝까지 이어진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서진은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지금 스캔한 결과 서진님에게 제공된 무공은 모두 하급으로, 기초적인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딱 우리가 생각한 대로군.>

<네, 무관심법은 더 익힐 것도 없이. 매일 같이 오늘처럼 꾸준히 운기조식만 취해주면 됩니다. 나머진 제가 보조해 드리겠습니다.>


“······!”


세상에 이렇게 편하게 무공을 익혀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죄책감마저 들었지만.

솔직히 지금 기분은 매우 끝내줬다.


<다음은 멸사검공과 사필귀행을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하급 무공들이니, 2년 내공이면 충분히 시연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겁니다.>

<2, 2년 내공? 내가 2년 내공을 모았어?>

<네, 방금 운기조식으로 1년, 기존에 외부 에너지로 들어왔던 독사의 내공으로 1년. 도합 2년 내공이 있습니다.>


“······!”


아니, 어떻게 단 한 번의 운기조식으로 2년 아니, 1년 내공을 모은단 말인가.

무공에 대해 무 자도 모르는 서진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된다는 일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케 한 게 바로 AI였고.


<···너 정말 대단한 애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솔직한 감탄에 AI는 사무적으로 대답하고는, 다음 익힐 무공들을 시각화된 이미지로 서진의 모습을 투영해줬다.

아무리 복잡하고 난해한 구결도, AI는 쉽게 풀어 설명해 줬다. 무공 서적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상태란 뜻이었고, 서진의 신체 데이터에 따른 자세를 실시간으로 교정하며, 서진이 처음 시도하는 무공을 안정적으로 완성해 나갔다.


“으그그그극!”


거기에 불에 말린 마른 오즉어처럼 만드는 신경회로 강화는 덤이었다.

굉장히 효율적인 교육 방법에 서진은 멸사검공을 금세 익혔고, 내친김에 사필귀행의 보보(步步)까지 완벽히 밟는 쾌거를 올렸다.


“허억, 헉!”


완전히 기진맥진한 서진이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 쓰러졌다.


<아드레날린의 폭발적인 증가로 심장 박동수가 급증하였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자동으로 소주천이 가동됩니다.>


“······헉, 헉! 이렇게 쉽게 무공을 익혀도 되는 거야?”


서진의 말에 AI는 고개를 갸웃거리듯이 말했다.


<그래봐야 하급 무공인데, 안 될 게 있습니까?>


“···후우, 훅! 그렇긴 하지.”


당연하다는 말에 서진은 당황했지만.

잠시간의 휴식으로 소진된 내공을 채워버리고, 체력 회복까지 이루었다.

그렇다 보니, 바로 무적권까지 익혀버리는 말도 안 되는 습득 속도를 보여줬었다.

남들은 반년 넘게 수련해도 겨우 흉내 낼까 말까 한 무공을 말이다.


“이렇게 날로 먹어도 되려나?”


<됩니다. 20년 동안 꾹 참지 않으셨습니까?>


AI의 단언에 서진은 왠지 모르게 감동을 받았다.


“그래, 무공은 절대 못 참지. 내친김에 밤을 새자고!”


<그 전에 식사부터 드시지요.>


“아니, 여기 있는 벽곡단으로 때우면······!”


고집을 부리려던 서진이었지만, 순식간에 뇌리로 스쳐 지나가는 먹음직스러운 진수성찬들에 침을 질질 나왔다.

거기다 뱃가죽이 등에 착! 달라붙는 듯한 끔찍한 허기에.


“···뭐, 뭐야? 왜 이래? 대,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렐린, 배고픔 호르몬을 강화시켰습니다.>


“흐어어어!”


자신의 팔을 씹어먹고도 남을 허기짐에 서진은 미친 듯이 식당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으어어어어!”


<······이 정도 수치까지 올리면, 좀비가 따로 없게 되는군요.>


AI는 좋은 걸 배웠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서진의 머리에 들어올 리는 만무하였다.

그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숙수에게 은자까지 던지며 당장 밥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수였습니다.>


작가의말

고향 가시는 길 안전 운전하시고, 푹 쉬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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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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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림맹주의 그림 NEW +1 18시간 전 90 7 10쪽
14 엄청난 성장 속도 24.09.18 145 8 10쪽
13 교육을 받다(2) +1 24.09.17 154 10 14쪽
12 교육을 받다(1) +1 24.09.16 161 11 11쪽
» 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24.09.15 161 8 13쪽
10 무림맹에 입맹하다 24.09.14 180 8 14쪽
9 어디 한 번 당해보거라 +1 24.09.13 187 15 12쪽
8 무림맹으로 향하다 +1 24.09.12 213 10 13쪽
7 날 도와 24.09.11 255 8 12쪽
6 검선의 제자 천무휘(2) +1 24.09.10 308 9 14쪽
5 검선의 제자 천무휘(1) 24.09.09 369 11 10쪽
4 절호의 기회 +2 24.09.08 415 14 12쪽
3 무공을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24.09.07 485 10 11쪽
2 마신(魔神) 등록 완료 +1 24.09.06 561 18 12쪽
1 서장, 변고가 생기다 +2 24.09.06 729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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