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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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우
작품등록일 :
2024.09.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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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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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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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주의 그림

DUMMY

第 五 章













1



비겁하게 등을 돌린 상대에게 검을 휘두른 종렬은 징계위원회에 회부가 되었고, 바로 파면으로 이어졌다.

목격자가 워낙 많았고, 아량을 베푼 상대를 등 뒤에서 비겁하게 기습한 터라, 재고의 여지는 없었다.

검선의 제자인 천무휘가 직접 나서서 손을 쓴 걸 증언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회자된 건.

서진의 무공 실력이었다.

무공을 익힌 지 단 하루 만에 선임 무공 교두를 패퇴시켜버렸다. 강호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였기에 다들 부잣집 도령인 서진이 남몰래 무공을 이미 익혀왔을 거라 믿었다.

물론 서진에 대한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독사와 무공 교두 정식이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법이었으니까.

물론 천무휘는 예외였다.

서진의 천형 뿐만 아니라,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날 내 충경을 따라 했을 때, 설마설마했지만. 정말 무공을 이 정도 수준까지 익힐 줄이야.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말이지.”

“······.”


무림맹 내각 감찰부에서 부부장을 맡고 있는 천무휘의 집무실에서 서진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고는 있나? 무각의 훈련대에선 마공(魔功)을 익힌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지.”

“···그건 이미 무각의 각주까지 와서 확인한 거 아니었소?”


당연히 무각의 각주는 AI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천형의 굴레가 씌워진 것만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뿐.


“그랬지. 그래서 이렇게 무사한 거고. 설마 십삼대 조장의 내공을 격체전공으로 전해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천무휘는 본인이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짤막한 실소를 흘렸다.


“안 그랬으면, 오자마자 내게 시비를 거는 선임 무공 교두에게 당했을 것이오.”

“그자가 신입 맹원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거 같더군. 아마도 서가장과 관련된 거겠지. 뒤를 보인 상대에게 비열한 기습까지 한 걸 보면, 보통 원한은 아닌 듯하지. 짚이는 거라도 있나?”

“그런 이가 한둘이 아니라서.”

“그렇긴 할 테지.”


생각보다 평온하게 대화를 이어 나가는 둘이었다.

그것도 서가장에 원한을 갖고 있는 천무휘와 함께.

그것도 차를 마시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라면 우스웠지만, 서진은 실제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월영루에서의 일을 떠올린 서진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한데 그런 원한을 가진 또 다른 이가 서가장의 자식과 차를 마시다니. 또 구토라도 할 셈이오?”

“그래서 안 마시고 있지.”


그러고 보니 천무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에 조금도 손을 데지 않고 있었다.


“이번 일에 대한 참고인 조사차, 같이 자리에 있는 것뿐이니. 같이 차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


고집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서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긴 하네. 그럼, 이제 어느 정도 조사는 마친 것 같은데. 이만 일어나도 되겠소?”

“······.”


천무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서진은 천무휘의 집무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좋은 곳에서 일하오. 누군 냄새나는 돼지우리 같은 데서 지내는데.”

“···그게 무림맹 말단 맹원과 감찰부 부부장의 차이지.”

“극존대라도 해야 하오?”

“당연히, 네가 무림맹의 일원이라면.”

“그건 싫소만.”

“그럴 거면 왜 물어본 거지?”

“그냥 물어봤소.”

“흥, 아직 무림맹에서 적응하는 중일 테니 이해해주지. 하지만 명심하도록. 이건 시작에 불과한 일이니까. 무림맹에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서가장에 원한을 가진 이는 꽤나 많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될 거야.”

“밖에도 많소, 새삼스러울 것 없이.”

“그렇겠지. 워낙 많은 죄를 짓고 산 가문이니까.”

“그런 가문의 개망나니를 왜 도운 거요?”

“누가 개망나니를 도와? 내가 검을 날려 도운 건 무림맹 무각 소속 훈련 교두인데?”

“······.”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내가 검을 날리지 않았다면, 당한 건 외각 경비대 신입 십삼대원이 아니라, 무각 훈련대의 종렬 무공 교두였겠지.”

“······.”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피식 웃은 천무휘가 말했다.


“운이 좋은 건 종렬 교두였지. 솔직히 목을 그렇게 기이한 각도로 꺾어서 피할 줄은 그는 물론이고, 나도 예상치 못했지.”

“···나도요.”

“······마치 남 일처럼 이야기하는군. 자신이 한 게 아닌 것처럼 말이야.”

“운이 좋았던 것뿐이니까.”

“운도 반복되면 실력이지. 그래서 주목을 받게 되는 법이고. 하지만 주목을 받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

“주목을 받아야 내게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할 거 같은데?”

“······.”


이번엔 천무휘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 잠시 침묵 후 어렵게 입술을 뗐다.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지? 분명 기절했던 거 같은데. 혹 기절한 척 한 거였나?”

“글쎄, 마치 꿈결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같아서.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가오. 아직은.”

“···무슨 말을 들었건, 잊어버리는 게 좋아. 이곳 무림맹에서 무사히 지내고 싶다면.”

“잊어버리기엔 너무 충격적인 일들을 당해서. 그리고 잊어버려도 무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걸 알면서도 왔나?”

“모르고 그냥 지내기엔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돈도 원한도.”

“막대한 재물을 상속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대단한 집안이군. 모든 걸 불태운 참사 속에서도,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남아있다니. 이래서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건가?”

“허울뿐인 돈이오.”

“그런 허울을 가지지 못한 자에겐 기만일 뿐이다.”

“그럴 수도 있소만, 때론 돈보다 소중한 게 있는 법이오.”

“······!”


천무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서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나 보다.

아니, 알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부유한 공자인 그와 친해진 이유도, 허세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대했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 등을 돌리긴 했지만.

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자였다.

서진의 정체를 알기 전이라면.

누구나 호감을 가질 정도로, 호방하며 담백한 듯 능글맞았다.

호걸이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자신조차도 무공도 모르는 그에게 먼저 호형호제하자며 호감을 내비쳤을 정도였다.


“······.”


서가장의 외동아들이란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는 정말 매력 넘치는 사내였다.

문득 천무휘는 이런 일들이 서진에게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해 보았다. 돈밖에 모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서중영의 외동 아들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돌변하는 이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늘 자신의 신분을 당당히 밝혔다. 자신의 가문이 자랑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상대에게 진실로 다가가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그랬기에, 그는 진실을 밝히길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곳.

무림맹까지 왔다.

천무휘는 새삼 눈앞의 서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젠장.”

“왜 갑자기 욕을?”

“신경 쓸 것 없다.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니까.”


당신이라.

서진은 고소를 흘렸다.


“그럼 이만 일어나도 되겠소? 조사는 끝난 거 같은데.”

“그러지.”


서진은 그리 말하고는 천천히 집무실의 문 쪽으로 나아갔다.

천무휘는 그런 서진을 말없이 바라봤다.

한데 서진이 문 쪽에서 멈춰 섰다. 그 시선 끝을 바라보니, 벽에 걸린 사람만 한 커다란 족자가 눈에 들어왔다.


“······!”


한데 서진은 뭔가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그 커다란 족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천무휘는 익숙하다는 듯이 덧붙여 줬다.


“······무림맹주님께서 그리신 그림이다. 제자들 눈앞에서 단번에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려내셨지. 그림의 한 획, 한 획이 용사비등(龍蛇飛騰)하고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 금세(今世)의 대재(大才)라고 해도 손색이 없으시지.”

“······.”


말하는 상대가 서진이라는 걸 잊은 사람처럼, 천무휘는 뿌듯한 얼굴마저 하였다.

물론 서진도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용이 움직이는 것 같이 아주 활기 있는 필력이라니. 달리 검선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군. 소상팔경(瀟湘八景) 중 하나를 이리 기품 있게 그리시다니 놀라워. 평편한 모래벌판에 날아 앉은 기품이 넘치는 기러기는 정말 오랜만에 보오.”

“역시 자네는 알아보는군! 다른 제자들은 그저 감탄만 할 뿐이지. 어딘지 조차 모르는데 말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맹주님께서 강남의 동정호로 흘러드는 상강과 그 지류인 소수 주변 일대를 보시고 그리신······!”


신이나 말을 받아주던 천무휘는 입술을 고집스레 깨물었다.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 새삼 깨달은 것이다.

돈 많은 부호의 외동아들이니, 예술품을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을 가진 서진이었다. 실제로 시서화에 재능도 많아 자신 또한, 동류를 만난 것처럼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급격히 친해졌었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던 지음.

마음마저 서로 통하는 유일한 벗이 될 수도 있었던 자였는데.


“단지 풍경을 그리신 게 아니라, 제자들에게 무언가를 말씀하고 싶으신 듯한데? 이 그림을 그리신 뒤, 다른 말씀은 없으셨소?”

“······그건 알 거 없다.”



불편해하는 기색을 읽어드린 서진이 말없이 천무휘를 바라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족자를 한 번 더 눈에 담고는 밖으로 나갔다.


쾅.

문을 닫고 떠난 서진에 천무휘는 복잡한 눈빛으로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제길!”





저벅저벅!

밖으로 나온 서진은 그런 천무휘와 달리 다급히 걸어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냐면.


<무림맹주가 소상팔경을 그린 그림 스캔을 완료하였습니다. 그 안에 숨겨진 검선의 검의(劍義)를 발견하였습니다. 심오한 무리가 담겨 있기에 완벽히 해독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할까요?>


무림맹주 검선 천양풍이 그린 그림에 그가 익힌 검공의 비전이 담겨 있다는 AI의 말 때문이었다.


두근두근.

가슴이 세차게 뛰는 걸 억누른 서진이 나직이 말했다.


“······진행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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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엄청난 성장 속도 24.09.18 144 8 10쪽
13 교육을 받다(2) +1 24.09.17 153 10 14쪽
12 교육을 받다(1) +1 24.09.16 160 11 11쪽
11 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24.09.15 160 8 13쪽
10 무림맹에 입맹하다 24.09.14 180 8 14쪽
9 어디 한 번 당해보거라 +1 24.09.13 187 15 12쪽
8 무림맹으로 향하다 +1 24.09.12 212 10 13쪽
7 날 도와 24.09.11 255 8 12쪽
6 검선의 제자 천무휘(2) +1 24.09.10 308 9 14쪽
5 검선의 제자 천무휘(1) 24.09.09 369 11 10쪽
4 절호의 기회 +2 24.09.08 415 14 12쪽
3 무공을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24.09.07 485 10 11쪽
2 마신(魔神) 등록 완료 +1 24.09.06 561 18 12쪽
1 서장, 변고가 생기다 +2 24.09.06 729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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