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된 이세계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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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랑
작품등록일 :
2024.09.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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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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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두목의 책임감

DUMMY

'아까 금화 두 포대 있던 걸 분명 봤는데 이게 지금 장난하는 건가...'


"뭔 소리야 아까는 금화 두 포대로 이 숲을 사려고 했잖아 왜 갑자기 돈이 없어"


"아니 정확하게는 은화가 없어 다 금화야 금화 내면 거슬러줄 수 있어?"


이세계에서 금화 하나는 은화 10개의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마침 어제 랜디씨에게 그동안 거래하며 생긴 은화를 모두 금화로 바꿔달라 부탁했고 그 결과 현재 내가 가진 은화는 6개뿐이다.


엘라가 돈이 없다고 하면 엘라의 문제지만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면 나의 문제가 된다.


평소에 손님이 없어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실수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줘"


"우리는 은화 같은 거 별로 없고 솔직히 갖고 있고 싶지도 않아서 한번 살 때마다 자잘하게 지불하긴 힘들어. 그러니까 그냥 엘프들이 먹는 거 다 외상으로 달아놔 달에 한 번씩 내가 금화로 지불할게"


"다른 엘프들이 먹는 거까지 니가 내는 거야?"


"어 내가 두목인데 먹을 거 정돈 책임져야지 내가 가장 돈이 많기도 하고"


'...의외로 책임감 있는 모습도 있네?'


그동안 두목의 권위를 누리며 윽박지르는 모습만 보다가 이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니 새롭다.


"그럼 인당 얼마 정도로 제한할까?"


"제한 하지마 달라는 대로 다 줘"


"무한정으로? 아무리 부자라지만 괜찮겠어..?"


"엘프는 먹을거로 쩨쩨하게 굴지 않아 그리고 이 가게 다 털어도 얼마 안 나올 거 같고..."


"그럼 음식이 아닌 경우에는 어떡해?"


"음식이 아닌 것도 팔아? 여기 식당 아니었어?"


"지금은 식품 위주지만 일단은 만물상이라 뭐든 가리지 않고 다 팔아"


"일단 지금은 음식만 팔고 있는 거지?"


"응 지금은"


"그럼 지금은 일단 음식만 하는 걸로 하자 다른 건 나중에 상황 봐서"


"알았어. 그렇게 알아 둘게"


기본적으로 외상은 사절이지만 엘프는 부자이기도 하고 여기서 계속 지낼 테니 외상으로 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되어 앞으로 엘프가 먹는 것은 외상으로 해두기로 했다.


.

.

.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엘라는 여전히 가게 안에서 문을 지키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손님을 2명이나 받았네'


여신과 엘라가 라면을 하나씩 구매했고 조리까지 해서 2실버다.


아직 둘 다 돈은 못 받았지만, 하루에 두 명의 손님... 사실 여신을 손님으로 쳐야 하는 건지 좀 애매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두 명에게 물건을 판 것은 처음이라 기분이 좋다.


"그럼 해도 졌고 난 돌아가 볼게 잘 때는 문 꼭 잠그고 자"


"엉~ 가라~"


엘라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근데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듯한 기분인데...'


문 앞에서 섰지만 무언가 잊고 있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어 문을 열지 못했다.


"...거기 서서 뭐 하냐? 안가?"


"아니 뭔가 잊고 있는 거 같아서... 아.. 중요한 거 같은데 되게 찝찝하네"


"...내가 알려줄까? 니가 잊고 있는 중요한 거"


"뭔가 알고 있어?"


엘라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엘라라면 알고 있을 수도...'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엘프 관련된 일이었던 거 같긴 하다.


"...단무지"


"응...?"


"단무지 잊지 말고 준비해놔! 그 검은 라면 또 먹을 거니까!"


...그것도 잊고 있긴 했다.


하지만 단무지는 확실히 아니다.


"그런 사소한 게 아니라 좀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거 같은..."


"지금 단무지가 사소하다는 거냐! 검은 라면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쓰읍... 그거 말고 중요한 게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안 나네..."


"그 정도로 생각 안 나는 거면 그냥 잊어도 될 만한 거라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중요한 거면 잊어버리지 않았거나 이미 떠올랐겠지"


"음... 그렇겠지? 그냥 가야겠다."


조금 찝찝하지만 엘라의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냥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끼-익-]


집으로 가기 위해 문을 열려는 순간 가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으윽.. 누님..."


'......아 저거다'


문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모네에게 가격당한 뒤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던 알덴이 서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내가 잊고 있던 그건 알덴의 생사 여부였다.


알덴을 보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던 찝찝함이 사라졌다.


"......ㅇ..알덴!"


엘라가 알덴을 부르는 목소리가 적잖이 떨리고 있다.


엘라의 얼굴을 보니 표정에서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엘라도 알덴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난 그렇다 쳐도 넌 두목이잖아...'


아까 보았던 두목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엘라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전 분명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는데... 일어나 보니 밤입니다."


"그... 경기중에 일이 좀 있었다. 일단 승자는 너니까 숲을 나가지 않아도 돼"


엘라는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고 말해주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 일이 뭡니까? 이상하게 머리가 아픕니다."


"경기중에 상대 선수가 니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쳤어."


"...혹시 모네입니까?"


누군지 말하지 않았지만, 알덴은 범인이 모네라는걸 단번에 알아챘다.


"맞아. 걘 전투 실력은 참 좋은데 가끔 돌발행동을 해서 문제라니까"


"모네가 전투 실력이 좋다고?"


"어 엘프 중 신체 능력 최강은 모히칸이지만 마법 최강은 모네거든 물론 둘 다 나를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조금 의외다.


솔직히 모네를 봤을 때 엘프 중에서는 약한 편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대단하네"


"근데 또라이야"


모네가 또라이라는 엘라의 말에 알덴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네가 또라이라는 건 엘프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인가 보다.


"근데 누님... 해가 진 거 보면 그 뒤로 시간은 한참 지난 거 같은데 저는 왜 계속 저기 쓰러져 있었던 겁니까?"


"....."


"혹시 기절한 저를 방치하고 계셨던 겁니까!?"


"......알덴"


갑자기 엘라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엘라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인상을 잔뜩 쓰고 있던 엘라의 표정도 갑자기 인자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ㄴ..네 누님..."


알덴도 이런 엘라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리가 이 숲에 오기까지 어땠는지 기억나니? 지금은 너무 행복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잖아? 세상 모든 곳에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각오로 문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지고 다녔지."


"네.. 누님 기억납니다."


"그렇게 문을 찾기 위해 여행 다니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많았고 잦은 노숙으로 인해 잠자리도 불편했었지. 난 이 무리의 두목으로서 그렇게 고생하는 너희들을 보고 정말 맘이 편치 않았어"


"네..."


"이곳에 도착하고 해운이에게 거주를 허락받고 나선 이제 너희에게 그런 힘든 일은 겪게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 평생 문을 지키며 너희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이곳에는 우리가 살만한 집이 없었고 결국 또 너희들을 노숙시켜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어. 겉으로는 티 안 냈지만 난 속으로 너무 속상했단다"


가위바위보 시작 전에 엘라가 비가 오면 맞으며 노숙하면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것이 똑똑히 기억난다.


거짓된 말과 처음 들어보는 소름 돋게 다정한 말투, 그리고 엘라의 저 거짓된 눈빛...


그렇다. 지금 엘라는 기절한 부하를 방치했다는 오명을 피하고자 혼신의 힘으로 주둥아리를 놀리며 알덴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를 드워프들을 데려오도록 한 거야 드워프들을 빨리 데려와서 빠르게 집을 지어 편하게 잘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네.. 누님... 근데 그거랑 저를 방치한 게 무슨 상관ㅇ...."


아직 통하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그 인원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너가 모네에게 가격당해 쓰러지게 된 거야 나는 너무나 놀라 서둘러 너에게로 뛰어가 상태를 확인했지. 근데 이게 웬걸... 넌 잠들어 있었어.. 마치 아기처럼 말이야 하긴... 엘프족 최강의 전사를 노리고 있는 너가 모네의 물주먹에 기절했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


"네...? 제가요? 최강의 전사를요?"


알덴은 처음 듣는 소리인 듯 보인다.


"처음에는 잠들어 있는 너를 깨우려고 했어. 근데 그 순간...! 그동안 노숙 생활로 힘들게 잠에 들던 너희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거야 그래서 세상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듯이 행복하게 자고 있는 널 도저히 깨울 수 없었어..."


"..누님....."


알덴은 여기서 조금 감동한 듯 보인다.


그리고 그런 알덴의 반응을 확인한 엘라는 다시 주둥이를 털기 시작했다.


"...안으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혹시나 그 과정에 너를 깨워 너의 행복을 망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어. 그래서 그곳에 그냥 놔둔 거야 그동안 우리가 그렇게 찾으며 오고 싶어 했던 이 숲에서 행복하게 꿈꾸라고..."


"누님...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다니......"


엘라의 주둥아리에 넘아가 버린 알덴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행복한 꿈을 꾸었니?"


"누님... 솔직히 꿈 같은 건 꾸지 않았지만 여태 꾸었던 그 어떤 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그래.. 그러면 된거야..."


엘라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인자한 미소... 너무 아름답지만, 웬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다.


"자! 너가 자고 있는 동안 다른 동료들이 너의 몫까지 주변을 경계하며 일해주고 있었어. 이제 일어났으니 너도 가서 동료들을 도와주도록 해"


"넵 누님!"


"자기 전까지니까... 11시 쯤에 여기 돌아오면 돼 다른 애들에게도 그렇게 전해줘"


"넵 알겠습니다! 가보겠습니다!"


[끼-익-]


알덴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 뒤 주변 경계를 하기 위해 바로 가게를 나갔다.


"......하아.. 거 두목질 못 해 먹겠네..."


알덴이 나가자마자 원래의 엘라로 돌아왔다.


"신체 능력 최고는 모히칸, 마법 최고는 모네, 주둥아리 최고는 너냐?"


"시끄러워... 두목으로 있다 보면 가끔 이런 것도 해야 하는 거야"


"ㅋㅋㅋ 그러길래 진작에 좀 챙기지 그랬냐?"


"까먹고 있었어... 그동안 엘프가 기절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하긴 드래곤을 제외하면 최강일 거라 평가받는 종족이니 엘프가 기절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아까 니 얼굴, 목소리 그렇게 인자한 거 소름이였다. 하루 종일 짜증 내고 인상만 쓰고 다니더니... 평소에도 그렇게 좀 다녀봐라."


"아 간다며! 빨리 문 너머로 꺼져!"


엘라는 민망한 듯 얼굴이 빨개져서 성질을 냈다.


"그래, 찝찝한 것도 사라졌고 좋은 구경도 했으니까... 혹시 배고프면 가게 물건 먹고 카운터에 있는 종이에 적어놔 진짜 간다~"


"어 가라"


엘라와 다시 인사한 뒤 문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 일단 단무지부터 사러 가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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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가위바위보! 24.09.14 16 1 12쪽
6 6화 : 엘프의 정체 24.09.13 20 1 15쪽
5 5화 : 좋은 말로 할 때 넘겨 24.09.12 20 1 15쪽
4 4화 : 엘프의 위험성 24.09.11 20 2 13쪽
3 3화 : 이제 이 숲은 제 겁니다. 24.09.10 25 2 13쪽
2 2화 : 10분 준다 없으면 만들어 와 24.09.09 24 2 11쪽
1 1화 : 어쩌다 보니 들어가게 된 이세계 24.09.08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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