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연재수 :
140 회
조회수 :
867,533
추천수 :
5,579
글자수 :
895,016

작성
16.06.01 12:12
조회
7,847
추천
49
글자
19쪽

싱그러운 육체 2

DUMMY

유운이 자혜궁을 방문한 날로부터 불과 이레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시(午時), 호위무사 광진을 앞세우고 비연원에 들어서는 자혜공주를 발견한 학련이 화급한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 이, 이런. 공주마마께서 연통(連通)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

“ 호호호··· 난 이곳에 오면 안 되는 사람입니까? 당연히 비연원의 이름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지요. ”


급히 인사를 올리는 학련을 보며 얼굴에 생글생글 웃음을 머금고 있던 자혜공주가 갑자기 정색을 했다.


“ 학련낭자, 실은 급히 공자님을 만나 뵈어야 할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

“ 예? 마마께서 주군께 볼일이 있어 오셨다고요? ”


언제나 일이 있으면 광진호위를 시켜 연락을 취했던 자혜공주가 아니던가? 그런데 공주가 주군에게 볼일이 있다며 직접 이곳을 방문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내를 하는 학련에게 공주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 이곳 어딘가에 강호의 천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 그··· 그건··· ”

“ 그 곳이 공자님의 거처라지요? 불편하지 않으면 인도를 부탁드립니다. ”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공주가 주군을 찾아온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운 일이건만 이곳의 사정 또한 소상히 알고 있다는 투다. 그렇다면 극구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던 주군이 공주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는 말이 아닌가?


“ 주군의 거처를? ”

“ 예, 학련낭자. 공자께서 소녀에게 직접 말씀하셨어요. ”

“ 그래요? 알겠습니다. 따르시지요. ”


어쨌든 공주의 명(命)이었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화양별궁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힐끗 공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어어, 저 표정은? ”


비연선원 후원을 지나 천폭협곡의 허리를 맴돌며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는 자혜공주의 표정은 꿈꾸듯 들떠있다.


“ 아름답다. 과연 숨어있는 전설(傳說)이라는 강호의 천궁이로구나. 이곳에 오라버니가 계시단 말이지? ”


이윽고 화양호변에 자리한 화양별궁에 다다르자 자혜공주가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 예, 공주마마. 이곳이 주군의 거처가 분명합니다. 허나 강호의 전설이라고는··· ”

“ 호호호··· 학련언니, 전설을 전설이라 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주군이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생각해 더는 숨기지 않고 대답을 하던 학련이 화들짝 놀랐다.


“ 어어어··· 공주님. 소인더러 언니라니요. 감당 못할 말씀입니다. ”

“ 학련언니, 황궁에 혼자 있어 외롭다 보니 그냥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요. 부탁이니 아무 말 말고 그리 부르도록 허락해 주세요. ”

“ 그··· 그건··· ”


갑자기 언니라 불린 탓에 안절부절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눈을 동그랗게 뜬 학련에게 자혜공주가 생글거리며 조르듯 말했다.


“ 학련언니, 쉬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그냥 공주의 명이라 여기세요. ”


난감하기는 하나 자혜공주의 결심이 이토록 막무가내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 알았습니다. 꼭 그리하시겠다면 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때에만 언니라는 호칭을 받아들이기로 하지요. ”

“ 고마워요, 언니! ”


자혜공주가 학련을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가슴깊이 담아둔 소중한 정인인 유운에게 '공자, 공자' 부르며 마음을 멀리하기가 싫었다. 해서 유운을 대할 때 주변의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라버니라 부르며 살갑게 다가서고 싶은 생각에 학련을 언니라 불러, 모두들 자연스럽게 그 호칭을 받아들이게 만들려 작정한 것이다. 과연 꾀주머니였다.

허나,

강호에 주루를 열고 세월을 기다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학련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혜공주의 속마음을 짐작하지 못할 리 만무했다. 싱긋 웃음을 흘리며 화양별궁으로 들어선 학련이 유운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 주군, 공주께서 찾아오셨습니다. ”


이미 먼발치에서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본 유운도 미소를 머금고 화양별궁으로 들어서는 자혜공주를 맞이했다.


“ 어서 오십시오. 공주께서 이곳을 찾으시다니 뜻밖입니다. 자자, 어서 앉으세요. ”


유운의 안내에 자혜공주가 살포시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 긴히 의논을 드릴 사안이 있어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

“ 어하, 여기가 어디 경비 삼엄한 자혜궁입니까?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요. ”


유운이 자혜궁을 들먹이자 공주의 얼굴에 은근히 홍조가 피어올랐다.


“ 그럼 천천히 말씀들 나누세요. 저는 차(茶)를 준비 하겠습니다. ”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운을 감지한 학련이 차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슬며시 방을 나서려 하자 자혜공주가 급히 걸음을 막았다.


“ 자··· 잠깐만. 학련언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언니도 함께 자리해요. 차는 나중에 마셔도 되잖아요. ”

“ 어머, 공주님. 주군께서 계시는 자리에서 언니라니··· ”


주군의 앞에서 언니라고 부르는 호칭에 당황한 학련이 놀란 눈빛을 하며 공주에게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공주는 막무가내였다.


“ 괜찮아요, 언니. 천궁의 제자들은 모두 형제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저 또한 천궁의 전설을 직접 들었으니 천궁의 가족과 다름이 없잖아요. 오라버니, 제 말이 틀렸어요? ”


이젠 유운에게 대놓고 '오라버니'라 부르며 학련을 흘낏 바라보는 자혜공주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 묻어났다. 헌데 유운은 그 말을 듣고도 당황하기는커녕 듣고도 빙글거리기만 했다.


“ 허허, 이 일을 어쩐다? 황궁의 지엄한 공주께서 천궁의 가족이 되기를 자청하신다? 큰일 날 말씀입니다. ”

“ 아녜요, 오라버니. 제가 원한 일입니다. 그동안 공자께서 소녀의 주변을 보살펴 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천궁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려야 마땅합니다. 우리의 목숨까지 지켜주신 그 일은 여기에 있는 광진호위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저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


“ 허허 이것 참, 구는 무얼 하느라 아직 나타나지 않느냐? ”


자혜공주의 말에 대한 대답은 뻔했다. 허나 공주가 학련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학련도 은근히 짐작하는 듯했다. 그렇기에 학련의 앞에서 공주의 부탁을 옳다구나 하며 받아들이기도 난감한 유운이 애꿎은 구(龜)를 찾으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구가 화양별궁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 주군, 저 여기 있습니다. ”

“ 구공자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도 이제 천궁의 가족이 되었답니다. 그렇지, 구공자님이 제게는 천궁의 선배시니 뒤늦게 가족이 된 이 후배를 잘 보살펴 주셔야겠네요! ”


유운도 이젠 도리 없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멋쩍은 웃음을 머금었다.


“ 어쩔 수 없구먼. 이왕 이렇게 모였으니 모두들 자리에 앉아 말씀들을 나누도록 합시다. ”


상좌(上座)로 안내를 하는 유운의 호의를 극구 사양하며 자혜공주가 미소를 머금고 유운의 등을 슬쩍 떠밀었다.


“ 아녜요. 이곳 천궁에서는 군주가 최고의 신분입니다. 군주께서 어서 상좌에 자리하세요. ”


분명 전과는 달라진 자혜공주의 태도에 모두가 실실 웃음을 머금고 탁자에 둘러앉았다. 그 분위기를 지켜본 유운이 어색해진 표정을 바꾸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 공주, 무슨 일로 급히 이곳을 찾으셨는지? ”

“ 예, 오라버니. 갑자기 곤륜의 움직임이 이상해 그 연유를 알고 계시는가 싶어 달려 왔습니다. ”


청성파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지금의 강호에 곤륜의 움직임은 중요한 사인이기는 했다. 허나 분명 그 일을 핑계로 자신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리라 여긴 유운은 빙긋 웃음을 흘리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 공주도 곤륜이 조평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구려. ”

“ 예, 오라버니. 그런데 그 곤륜의 행보가 이상합니다. ”

“ 그래요? 그렇다면 곤륜이 힘 있는 쪽을 택한 모양입니다. ”

“ 힘 있는 쪽이라 하셨어요? ”

“ 내가 파악한 바로는···, 곤륜은 조평환과 밀착되기 훨씬 전 부터 서문어른이 장문인인 무유자와 잦은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

“ 그럼 곤륜이 양쪽을 저울질 했다는 말이네요? ”

“ 물론 그랬겠지요. 허나 이번 일은 곤륜이 저울질 했다기보다 서문어른이 무유자에게 무력으로 연합을 강요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거외다. ”

“ 상대는 강호에서도 감히 무시를 못할 곤륜이 아닌가요? 서문인걸의 덕망으로 보면 강요를 하지 않아도 일이 성사 되었음직도 헌데, 왜 무유자에게 무력으로 강요를 했을까요? ”


자혜공주가 궁금한 듯 물었다.


“ 곤륜의 시각으로 보면, 서문어른은 조정과 적대를 하는 인물입니다. 때문에 무유자 장문인의 입장에서는 조정과 등을 돌려 대항을 하다가 자칫 곤륜을 강호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겠지요. ”

“ 그럼 오라버니, 무유자는 청성파의 봉문을 조정이 저지른 행위라 짐작하는 건가요? 만약 그게 곤륜의 잘못된 판단이라면, 곤륜은 강호의 명분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일인데? ”


조정에서 저지른 행위라면 어떻게 하든 자혜공주의 귀에 흘러들었을 사안이다. 그런데 자신도 까마득히 모르는 일이 아닌가? 유운은 그런 공주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 아직은 누구도 섣불리 판단을 할 계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욱 궁금한 일이 하나 있어요. 조정과 반목을 하는 서문어른이 조정의 주구가 된 공동파의 장문인 방주 철궁패장 맹우량과 은밀히 만나 무언가 획책을 꾸미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곤륜까지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그 속마음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쩌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서문어른까지도 치밀히 조종하는 숨은 인물이 존재하는 듯, 그들은 잘 짜여 진 계획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


알 수 없는 일이 어둠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 유운이었다.


“ 허면, 그 일련의 일들이 모두가 어떤 정해진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오라버니, 그들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


자혜공주뿐 아니라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답답한 마음으로 유운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 아직은 짐작일 뿐이지만 아마 황제가 힘을 잃어버린 지금, 조정이 부패하고 혼란한 틈을 타 정권을 찬탈하려는 음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혹시··· ”


황궁과 황제가 관련이 된 이야기이기에 조심스럽게 공주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하는 유운에게 자혜공주가 입을 열었다.


“ 오라버니, 괜찮습니다. 황궁이 힘을 잃게 된 일은 아바마마인 황제의 자업자득입니다. 계속 말씀해 주세요! ”

“ 강호의 모든 힘을 한 곳으로 집결시키려고 노력하는 그 어떤 세력이 혹시 전 왕조의 신하 중 누군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

“ 어떻게 그런 생각이? ”

“ 서문어른의 주변을 살펴다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헌데 아무래도··· ”

“ 어서 말씀해 보세요. ”

“ 혹시 그들이 역성모반(易姓謀反)을 꾀하려는 조짐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

“ 예? 뭐, 뭐라 하셨습니까? 그것만은 안 될 일입니다. 오라버니, 자세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


자혜공주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했다.

역성모반이라면 단순히 부패관리를 제거하여 조정의 혁신(革新)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현 왕조를 뒤엎는 반역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자혜공주는 그 말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덜덜 떨기까지 했다.


“ 겉으로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집단이 암암리 서로 협력을 하고 있으며 그들 뒤에 숨은 인물은 그 한곳 한곳에 깊이 관여해 양쪽을 완벽히 조종하고 있습니다. ”

“ 오라버니, 그 두 집단이라는 곳이 어딘지요? ”


자혜공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한곳은 조정의 밀부인 사영대를 손에 넣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조평환입니다. 그 조평환이 사영대장 유극관을 움직여 공동파를 비롯한 중원무림의 여러 세력을 포섭해 힘을 키우려 하고, 또 다른 한곳은 이미 소림을 장악한 후 곤륜을 수하로 부리려 합니다. 이렇듯 언뜻 보면 완연히 다른 두 집단처럼 보이나 실은 그 두 곳이 어느 한 인물에 의해 항상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


“ 두 곳이 두 곳이 아닌 하나고 균형을 이룬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유운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 그 보이지 않는 인물은 두 곳의 세력이 어느 한편으로도 힘이 기울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

“ 어떻게? ”

“ 아직은 짐작일 뿐입니다. 그러나 지난날 공주에게 뇌독(腦毒)을 시전했던 맹우량의 행위는 조평환의 짓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공주가 분명 눈엣가시이기는 하나 다만 감시를 해 세력을 약화시키려 할 뿐 감히 독공을 시도는 못합니다. ”


유운의 말에 공주가 동의는 하면서도 한 가닥 의문을 품었다.


“ 맞습니다. 황궁내에서도 조평환은 언제나 저에게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왜 저의 어찌하지는 못한다고 여기는지? ”

“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만약 조평환이 공주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려한다면 그 일이 발각되는 순간 조평환은 권력의 핵심에서 쫓겨나 지금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잃게 되겠지요. 공주는 황실을 자손입니다. 아무리 조평환이 조정의 실권을 징악하고 있다고는 하나 스스로 황실을 능멸하면 그것이 반역이지요. 그 순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조정의 모든 신료가 조평환을 탄핵할 명분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공주님과 어떻게든 협조하는 척하며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명분을 득하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 조평환입니다. 그러나! ”


“ 그러나 또 무엇입니까? ”

“ 다른 한편의 세력이 맹우량을 이용해 독으로 공주를 조종할 수 있게 되거나 독이 과하여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그 의심은 공동파를 손아귀에 넣은 것으로 보아는 조평환에게 송두리 채 돌아가 책임은 당연히 조평환이 져야합니다. 그 세력은 자연스럽게 황궁의 골칫거리인 공주를 제거하고 조평환조차 궁지로 몰아 그 여세로 조정을 장악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숨은 인물의 노림수이고, 그 숨은 인물이 강호의 여론을 몰아 서문어른이 백성의 칭송을 받도록 일을 꾸미는 것 같아요. ”


유운의 설명에도 자혜공주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 다른 한편의 세력? 숨은 인물? 그게 모두 서문인걸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말인가요? ”

“ 그럴 수도 있겠다는 짐작이지요. ”

“ 그렇다면 서문인걸과 공동파도 연결의 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닙니까? ”

“ 예, 공주. 일전에 소생이 공주의 뒤를 쫓아 기산 연운봉(然雲峰)으로 달려간 그날! 서문어른은 한발 앞서 비연원의 문을 나섰습니다. 그를 배웅을 하려 나온 그때 서문어른은 멀리 나무위에 숨어있던 무인들과 전음을 나누는 장면을 발견 했습니다. 그 직후 비명소리가 울리며 공주께서 그 비명소리에 유인당해 달려갔고 소생이 그 뒤를 따랐지요. ”

“ 당시의 사정이 그러했군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


자혜공주가 아찔했던 그 때를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보다, 그날 맹우량이 사용한 독과 얼마 전 연환서숙에서 서문어른이 찻잔에 넣은 독이 동일한 독이었지요. 그 또한 누구나 쓰는 흔한 독이 아니라 서문어른 혼자만 시전할 수 있는 독문(獨門)의 기독이었습니다. 그러니 조평환의 주구라 알려진 맹우량과 서문어른은 암암리 서로 협력을 하는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숨은 인물은 그렇게 양쪽을 저울질을 하며 한쪽은 조정의 세력이 더욱 확산되는 걸 막고, 다른 한쪽은 민심을 득(得)하게 만들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

“ 오라버니, 그 일이 어째서 역성혁명의 조짐이라는 겁니까? ”

“ 숨은 인물의 힘은 의외로 막강합니다. 그런데 그가 단순히 무림의 패권을 쥐고자 했다면 강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주님을 이용하려 들지는 않았겠지요. 그게 아니고 혹여 그가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이 있다면 그 힘을 이용해 암암리 황제에게 접근을 해 부패한 조정을 바로 세우려 시도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위하기보다 자신이 천하의 민심을 얻는 일에 더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그가 모종의 야심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케 하는 의구심입니다. ”


자혜공주의 앞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좌중을 살피자 구와 학련이 동시에 유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 주군, 그렇다면 정체를 숨기고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의 정체를 빨리 밝혀야겠습니다. ”

“ 맞아요, 학련언니. 그 인물이 누군가를 빨리 파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라버니,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공주가 답답한 심정으로 유운에게 방법을 물었다.


“ 지금부터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그 배후의 인물을 알아내야 합니다.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우선은 당황하지 말고 지금처럼 행동을 하십시오. 그리고 학련누님, 누님은 당분간 구와 함께 공주의 신변을 보호하도록 하십시오. 겉으로 드러나는 경호는 당연히 광진호위가 할 것이니 두 분은 그림자처럼 공주를 지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만간 공주의 주변에 다가드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


“ 예, 주군! ”

“ 공주, 그렇다고 너무 염려는 마세요. 별다른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공주님의 주변을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입니다.


갑자기 자신에게 접근할 인물이 있다 말하는 유운의 말에 영문을 몰라 몸을 사리는 자혜공주를 안심시켰다.


“ 그리고 공주께서는 구와 학련이 공주를 따라 황궁을 출입하는 일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해 주십시오. ”

“ 알았어요. 오라버니! ”


긴 말을 모두 끝낸 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골몰하던 유운이 번쩍 눈을 떴다.


‘ 아차, 그들도 나와 생각이 같다면 분명 하오문을 노릴 것이다. ’


언뜻 마음속을 스치는 불안감,

자신이 생각하는 일은 그들도 분명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조정에서는 하오문를 없애려 혈안이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틈타 하오문을 손아귀에 움켜쥐려는 세력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자 유운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 공주, 급히 해야 할 일이 생각났습니다. 내 다녀오리다. 구와 학련누님은 공주에게 접근하는 인물이 누군가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세요. ”


더없이 급해진 유운은 자혜공주가 서운해 할 거라는 생각조차도 묻어두고 번개처럼 화양별궁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리건곤정협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혼란의 시작 3 16.06.01 5,650 44 10쪽
49 혼란의 시작 2 16.06.01 5,737 43 14쪽
48 第 11 章 혼란의 시작 1 16.06.01 6,044 46 16쪽
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4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50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21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2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50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72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60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8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2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32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7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4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70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4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70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6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4 51 11쪽
»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8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40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7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1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4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21 음모의 단초 2 16.06.01 8,344 5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