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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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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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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치밀한 계략 5

DUMMY

“ 하하하, 조그만 재주를 보여드렸습니다. 황보공자, 이제 만족하시는지? ”


모두가 내려앉아 제자리로 돌아온 모습을 본 유운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새롭게 무학에 눈을 뜬 듯합니다. 더는 오만하지 말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돌아가서 내가 해야 할 일에 진력을 해야겠지요. 구공자도 나중에 이 사람을 잘 도와주시기를 바라오. ”


어쩌면 자신의 앞을 막을 가장 큰 난관이 이 공자는 아닐까? 웃음 띤 얼굴과는 달리 황보정의 머리는 복잡했다. 그러나 우선은 이 답답한 자리를 벗어나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그런 속마음은 내색 않고 작별을 서둘렀다.


“ 그리하시지요. 구야, 황보공자를 배웅해 드려라. ”


그렇게 황보정이 비연원의 밀실 운향원을 떠나자 학련이 유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주군, 한 번도 남 앞에 나타내지 않던 주군의 무공을 어찌 황보공자에게 보이셨는지요? ”


그 의문에 유운이 쓴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 황보공자의 부친도 전 왕조를 버리고 말을 갈아 탄 위인입니다. 그 아들인 황보정 역시 그의 아비보다 더욱 뛰어난 지모를 지닌 인물이지요. 때문에 그들 부자는 자신들의 야심을 위해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구를 보내려 한 일도 황보공자를 보호하기 위함도 있지만 혹시 자신의 욕심 때문에 조익균의 목숨을 방치할까 염려한 것이지요. 조익균이 살아있어야 나중에 그들을 견제할 수단이 됩니다. ”

“ 힘을 보여주어 딴 마음을 먹지 못하게 만든다. 주군, 그런 의미였습니까? ”


유운의 자세한 설명에 모두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학련의 얼굴에는 무언지 모를 걱정이 가득했다. 유운은 그런 학련의 염려는 모른 체 자리에서 일어섰다.


“ 학련누님. 이제 누님도 한가로이 비연원에 매달려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주루의 일은 이제 완아에게 일임하고 화문주를 돕는 일에 진력을 해야 할 게요. 난 이 길로 황제를 알현하고 오리다. ”


이미 해가 저문 지 오래다. 화빙아가 해야 할 일을 돕도록 당부한 유운은 비연원을 벗어나 어둠이 짙게 내린 개봉거리로 나섰다. 천천히 우왕대의 뒷길을 오르다 주위의 인적이 드물어지자 유운은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황궁이 위치한 어도(御道)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한동안의 시간이 지나,

유운의 눈앞에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황궁이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났다. 문을 겹겹이 막아, 지나는 곳곳 마다 위병(衛兵)들이 지키고 그 문을 지나 발을 내딛으면 또 다시 넓게 펼쳐지는 장원, 그리고 또다시 그곳을 지키는 군졸들, 과연 구중심처라 부르는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철통같은 호혈(虎穴)이었다.


“ 흠, 저곳이로구나! ”


그곳 어느 한곳을 노려보던 유운은 휘익 몸을 날려, 하늘로 향해 높게 뻗은 나뭇가지위로 내려앉았다. 저 먼 곳의 웅장한 건물, 위병이 겹겹이 에워싸 단단히 경비를 하는 그 한 곳, 등화가 은은히 불빛을 밝히는 황제의 침궁(寢宮)이다.


- 휙! 휘익!


유운의 신형이 한줄기 연기가 되어가 되어 그곳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위병 어느 누구도 그 앞을 지나 내전(內殿)으로 잠입한 인물이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를 채지 못했다.

침궁으로 향하는 복도의 천장에 거미처럼 달라붙어 스스르 미끄러져 들어간 유운은 별 힘들이지 않게 문을 열고는 침궁에 들어섰다.


“ 누구냐! ”


몸이 불편한 듯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고 등불 가까이서 손에든 서책을 읽던 황제가 나지막이 소리를 질렀으나 그 소리는 문밖으로 흘러나가지를 못했다. 유운이 침궁으로 들어서는 순간 차음기공(遮音奇功)부터 펼쳐 방안의 소리가 단한마디도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음향의 흐름까지도 차단을 시킨 것이다. 그 순간,


- 휙!

- 휙!

- 휙!

- 휙!


침궁의 병풍 뒤에서 돌연 네 명의 인영이 불쑥 나타나 유운을 전후좌우를 막아서며 검을 겨누었다.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는 황제가 침상 뒤쪽에 숨겨두어 그림자처럼 경호를 하는, 황제가 가장 신임을 하는 청룡(靑龍), 백호(白虎), 현무(玄武), 주작(朱雀) 네 명의 어전시위였다.

사방에서 유운을 겨눈 네 자루의 검, 조그만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유운의 신형을 향해 시시각각 조여드는 검기는 숨 막힐 정도로 가공했다.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저 유운을 압박하는 위력이 가히 그들이 절정의 고수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황제가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유운을 노려보았다.


“ 대단하구나! 겹겹이 진을 친 금위군을 뚫고 이 지밀(至密)까지 침입을 하다니. 네놈은 누구냐? 대답을 하면 시신만은 보존을 해주마! ”


느릿느릿 말하는 황제의 옥음(玉音)을 귓가로 흘려듣는 유운은 얼굴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백옥선(白玉扇)을 꺼내 들고는 설렁설렁 흔들었다. 순간,


- 털썩!

- 털썩!

- 털썩!

- 털썩!


유운을 사방에서 포위하고 검을 겨누며 다가들던 네 명의 시위는 말 한마디 못하고, 눈만 멀뚱히 뜬 체 썩은 고목처럼 넘어졌다. 백옥선의 바람 속에 내재된 무형의 잠력이 순식간에 그들의 혼혈을 찍은 것이다.


“ 이, 이놈이. 밖에 아무도 없느냐! ”


철썩 같이 믿은 시위들이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광경을 본 황제가 다급히 고함을 질렀다.


“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합니다. 소인은 폐하께 은밀히 아뢸 말씀이 있어 찾아왔을 뿐 추호도 다른 의도는 없으니 고정하십시오. ”

“ 이놈, 함부로 황궁에 침범해 소란을 부리다니. 무엄하구나! ”

“ 침범이 아니라 미리 연통을 드린 줄로 압니다. 공주께서 폐하께 전한 말씀이 있었을 겁니다. ”


전한 말이 있다? 황제의 머릿속에 언뜻 자혜공주가 한 말이 떠올랐다. 목숨을 노려 불시에 침입한 자객이라 여겼던 황제의 마음이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 그 인물이 자네란 말인가? ”

“ 예. 폐하. 소인, 상관유운이라 합니다. ”


멀지 않아 어느 청년이 찾아 올 것이니 알현을 윤허해 달라던 공주의 간청이 있었다. 헌데 그 장본인은 배견의 절차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 도둑처럼 한밤중에 황궁의 담을 넘어 침궁까지 들어왔다. 이런 황망한 일이 어디에 다시 있겠는가. 또한 무공이 드높은 어전시위들까지 한순간에 꼼짝을 못하도록 만들었다.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황제는 일순 위엄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 공주와 함께 찾아올 거라 들었다. 그런 네놈이 어찌 이리도 불경한 행동을 저지르느냐? ”


그래도 일국의 지존(至尊)이다. 한 순간 흐트러졌던 위엄을 겨우 되찾은 황제가 호통을 쳤다.


“ 송구하옵니다. 폐하의 용안을 소인 혼자서만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

“ 허허허, 짐을 독대를 하고 싶었다? 그래 혼자서 짐을 바라본 느낌이 어떠하냐? ”


유운은 대답 없이 입을 꾸욱 다물고 물끄러미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황제라는 인물은 신왕조를 세우기 위해 할아버지의 목에 칼을 댄 그 무장과 같은 황실의 일원, 또한 자신은 그의 칼 아래 목숨을 잃은 할아버지의 후손이 아니던가. 불공대천의 원수가 서로 마주한 자리였다. 그러나 대의를 중히 여기라는 할아버지의 유훈 때문에 이미 사심을 버렸다. 하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황제이기에 정국을 이 꼴로 만들어놓았는가 또렷이 보아두고 싶었기에 황궁의 담을 넘은 유운이었다.


“ 폐하. 십여 년 전 주선진의 학사원을 찾아 유생들을 격려한 후 환궁을 하던 어가의 행렬이 화영루 앞을 지날 때, 그 어가의 앞을 막고 뛰어 들었던 어린 아이를 기억하십니까? ”


뜻밖의 말에 유운의 얼굴을 한동안 뚫어지게 주시하던 황제가 손으로 무릎을 쳤다.


“ 그렇구나. 네가 그때 공주의 마차 앞으로 달려든 그 아이였더냐? 허허허, 감히 황제의 어가에 뛰어든 위인은 그 아이가 처음이었다. 그때 그 모습이 아직 뇌리에 남아있느니라! ”


얻어맞아 몸이 내동댕이쳐질 정도로 위해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당당하게 할 말을 하던 그때의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예, 폐하. 소인이 그때의 그 아이입니다. ”

“ 든든히 성장을 했구나. 이리 가까이 와서 앉으라. 그래, 무슨 할 말이 있어 짐을 찾았는가?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유운에 대한 경계심은 점점 사라지고 한결 친밀감이 들었다.


“ 예, 폐하. ”


침상 곁에 다가와 자리에 앉는 유운을 지켜보며 황제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 이보게, 저 시위들의 혈을 풀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어라. 저들은 짐의 목숨을 책임지는 어전시위다. 에이, 이놈들. 짐의 목숨을 지키기보다 제 놈들의 목숨을 먼저 보존해야겠구나. ”


농담처럼 말하는 황제의 말에 유운의 손이 휘익 움직였다. 동시에 점혈이 풀린 네 명의 시위들이 후다닥 유운을 둘러쌓다.


“ 이놈들, 그 꼴에 다시 달려드느냐? 모두 물러서라. 그래, 얘야. 어서 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해보아라! ”


유운을 대하는 황제의 어투가 어느새 자상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 폐하, 지금의 왕조를 일으킨 황실의 어느 인물과 소인의 할아버지는 깊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

“ 그게 무슨 말이냐? 가만, 가만. 너의 성이 상관(上官)이라 했느냐? 혹시 전왕조 말엽에 재상을 지낸 상관대인의 후손이더냐? ”

“ 예, 그 어른이 소인의 할아버지이십니다. ”

“ 그랬었구나. 기이한 인연이로다. 존경받던 큰 인물의 후손과 이렇게 마주하고 있구나. ”


개국의 비사(秘史)였다.

현왕조를 세우기 위해 결연히 궐기한 일촉즉발의 그 순간, 명망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명재상을 단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목을 벨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비사를 같은 황실의 일원인 지금의 황제가 모를 리 없었다.


“ 폐하, 소인 당시의 일을 들추고자 찾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소인의 할아버지께서는 그 궐기의 명분에 찬성을 하여 기꺼이 목숨을 내어 놓았습니다. ”

“ 그랬지. 그러했다고 들었다.

“ 소인의 할아버지께서는 지금의 왕조를 위해 죽음을 택하신 것이 아닙니다. 백성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으셨지요. 그런데 폐하! 소인의 할아버지께서 목숨으로 지키려 한 백성들을 어찌하여 이토록 방치를 하고 계십니까? ”


황제의 얼굴에 꿈틀 경련이 일었다. 유운의 말이 자신의 실정(失政)을 꾸짖는 질타로 들린 것이다. 힘이 사라진 황제라 하나 자신의 면전에서 이토록 질책의 말을 과감히 내뱉는 조정의 대신이 있었던가? 그러나 황제는 화난 표정이 아니었다.


“ 그 말을 하기위해 짐을 찾았는가? ”

“ 아닙니다. 폐하의 용안을 뵙는 순간, 폐하의 존체가 너무나 가련하다 여겨져 저절로 나온 말입니다. ”


직접 눈앞에서 살펴본 황제!

그러나 그 얼굴은 깊게 병든 혈색은 아니었다. 혹시 병중이라 속이며 은인자중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어 그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 이놈이. 그 입 다물지 못할까! ”


그 순간 황제의 뒤에 시립해 있던 어전시위들의 입에서 고함소리가 터졌다. 황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유운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어 어전시위들이 나서며 지른 호통소리였다. 그러나 황제는 태연했다.


“ 아니다. 너희들은 나서지 마라. 얘야! 어서 말을 계속해 보아라. ”

“ 예, 목숨과 바꾼 왕조를 이토록 방치하신다면 황제라 거들먹거리며 옥좌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지요.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라면 황제의 자리를 걸고서라도 나서야 하는 게 책무가 아닌지요? ”


차마 듣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용안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 어찌 그리도 어릴 때의 모습과 같은가? 어가를 세우고 당당하게 설파하던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


그리고는 황제가 뒤를 돌아보며 어전시위에게 말했다.


“ 얼른 자혜궁으로 달려가 공주를 들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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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4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49 45 12쪽
» 치밀한 계략 5 16.06.01 5,821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2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50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72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60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7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2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31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7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4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70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3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70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5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4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7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40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7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1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3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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