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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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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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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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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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1. 부활 - 2

DUMMY

목욕을 마쳤다.

목욕을 하면서 무엇을 했었느냐고 물어본다면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나 역시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처음에 결심했던, 아무런 생각 없이, 그리고 아무런 고민 없이 목욕하는 것을 기어코 성공한 것 같았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목욕을 마치고 나니 왠지 상쾌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약간의 편안함 역시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목욕이라는 행위는 '축복'에 가까운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 목욕이라는 행위에 맛을 들린 자라면 목욕이라는 행위를 즐기게 되고 결국 꼭 한 번씩은 해줘야 속이 풀리게 되니까.


아, 어쩌면 목욕이라는 행위는 오히려 '축복'이라기보다는 '마약'에 더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렇게 느끼는 중이었으니까.


"······."


상념이 끝나고 나니 매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목욕하러 들어갈 때 벗을 옷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이상했었다.

부활을 시킨다고 해서 신체는 재구성이 된다고 해도 옷은 별개의 존재가 아닌가.

같이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내가 마법으로 옷을 만들어줬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네크로맨서라는 부류 자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부류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사자소생, 이 한 가지뿐이다.


그마저도 그들의 피에 악마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인간들에게 배척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종족들에게서도 배척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몸을 돌리고 숨어 살았다.


그러면 흑마법사는 어떠한가.

흑마법사는 단지 '마나'라는 대자연으로부터의 기운 중 호전적이고 불안정한 기운만을 따로 추출해서 쓰는 것뿐이었다.

비록 그 기운이 악마들이 사용하는 마기와 닮았기에 다른 이들의 눈빛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크게 배척받지는 않았다.


단지, 나는 그 중 특이한 경우에 속할 뿐.

다른 자들의 시기심을 못 이겨내 죽었을 뿐이었다.


아, 어쩌다가 생각이 여기까지 새버렸을까.

또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뻔 했다.

조금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생각도 조심해서 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야겠지.


어쨌든, 그 사내가 옷을 마법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옷이 따로 있었다는 소리이리라.


그러면······.


아마 어딘가에 옷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곳으로 나를 안내해준 점을 생각한다면 필히 이 방에 옷이 있을 것이다.


자, 주변을 잘 둘러보자.

이 가구들의 쓰임새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그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아니, 너무나도 옛날의 내 방의 모습과 닮았기에 기억을 되짚는 것만으로도 옛날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아, 어쩌다가 내 정신력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옛날 같았으면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도 버텨냈을 텐데.


···

···

···


결국 우열곡절 끝에 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을 비우고 방을 이리저리 손으로 더듬은 끝에 옷장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아무런 생각 없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또한 아무런 생각 없이 옷장에서 옷을 꺼냈고, 이번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꺼낸 옷을 입었다.

다행히도 옷을 입는 방법은 내 몸에 아직도 저장되어 있었는지 큰 문제없이 옷을 입을 수 있었고, 내 감각 역시 살아있었는지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옷을 골랐었다.


옆에는 거울이 있었다.

내 키보다도 키가 큰 거울은 바닥에서 시작해 천장까지 솟아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거울은 어디서 난 걸까.

이런 거울을 만들 때 쓰는 재료는 매우 비싸다고 들었었는데.

생각보다 그는 돈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한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정말로 옛날의 내 모습이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었던, 수많은 슬픈 기억을 지닌 과거의 나였다.


갑자기 그런 나에게 한 마디를 하고 싶어졌다.


'너는······ 너를 배신한 '그'를······ 어떻게 하고 싶었니······?'


***


다음 날이 되었다.

밖에서 울리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깨고 나니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보통이라면 참새가 짹짹-하고 울며 사람을 깨울 텐데.

네크로맨서가 사는 곳이라서 그런지 까마귀가 까악 까악-하고 울며 사람을 깨운다.

이곳은 정말로 네크로맨서의 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문에서 똑똑-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집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곳에서 이 방문을 두드릴 존재는 내가 알기로는 한 명밖에 없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역시나.

그 사내였다.


그 '사내'라고 생각하니 이번에는 의문이 들었다.

그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름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름에는 오만가지 뜻이 담겨있고, 이름을 지을 때에 있어서는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름에는 오묘한 뜻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그것은 그들의 부모가 자신들의 자식을 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반면, 내 이름은 아무런 뜻도 담겨있지 않다.

왜냐하면 난 고아였으니까.

이름 따위 존재하지도 않았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오히려 이름이 존재한다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았다.

그렇기에 현재도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나의 이름을 묻는다면 난 뭐라고 답해야 할까.

옛날, 제국이 나에게 부여했던 그 이름으로 알려줘야 할까?

하지만 그 이름은 이미 버린지 오래.

고민되기 시작했다.


똑똑-하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아직 주무시고 계신가요?"


그에 이어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상념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그래, 밖에 사람이 있는데 가만히 세워둘 수는 없는 법.

일단 문을 열어주도록 하자.


결심이 한 번 서자, 내 몸은 자연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드르륵-하고 돌아간 문고리와 끼익-하고 열린 방문은 역시 나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옛날, 내가 처음으로 집을 가졌었던 그 때에는······.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또다시 상념에서 깨어났다.

자꾸만 상념에 빠져들려고 하니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일단 이 버릇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 것 같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 또다시 상념에 빠져들 뻔 했다.

이번에는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겠지.

그런데, 그가 뭐라고 했었더라······.


"정신이 없어서······. 아까 전에 뭐라고 했지?"


"식사를 권유 드렸었습니다. 물론 별로 그러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상관없습니다만······."


"아아, 아니야. 마침 배가 고팠으니까. 어디로 가야 하지?"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발을 뻗은 그는 나를 이끌었다. 그렇게 약간을 걸은 후, 그는 나를 데리고 꽤나 큰 방으로 들어갔다.

앞에는 기다란 책상과 적당한 크기의 의자들이 줄을 맞춰 배치되어 있었다.

식사실로 예상되는데, 식사하는 곳이 이 정도면 다른 곳들은 얼마나 클까.

이 정도면 왕국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왕성 급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마 이곳은 평범한 곳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앉아주세요."


그러면서 슬쩍 소리가 안 나게 의자를 빼준 그는 내가 의자에 앉는 것을 보더니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


이렇게 혼자 남으니 또 잡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과연 음식은 어떤 음식이 나올까.

날 배려한다는 것 같았는데, 그럼 음식도 내가 좋아하던 걸로 내오는 걸까?

물론 설마 그런 것까지 알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빛은 뭐랄까, '난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느낌의 눈빛이었으니까.


······그냥 기분 탓이면 좋겠다.

남이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꽤나 기분이 묘하고, 한편으로는 나쁘기도 하기에.


그래, 식사를 마치고 나면 이것저것 물어봐야겠다.

음식을 먹는 동안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었다.

그게 예의라고 배웠으니까.

물론 아직까지도 그게 예의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면 대답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차라리 그게 더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이왕이면 먼저 말을 걸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좀 더 마음이 편할 것이다, 분명.

모르는 상대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나에게는 상당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니까.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하는 소리가 들리니 생각난 것이지만 왜 문이 끼익-하고 소리를 내는 걸까?

혹시, 이런 것까지 재현한 걸까.

······이것도 물어봐야 하는 걸까.


아니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건 머릿속에서 치워버리고, 중요한 것들이나 물어보자.


"마음에 드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기호에 맞춰 준비했습니다. 아무쪼록 맛있게 드셔주시기를."


"······."


그가 내온 음식을 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내가 좋아했던 것들로 채워올 줄은 몰랐다.

이 남자는······ 과연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보다, 이런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걸까.

역시······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다.


그래도 일단은······ 배는 채워야겠지.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잠깐, 생각해보면 딱 봐도 나는 사자소생으로 부활시킨 건데 어떻게 배가 고픈 걸까.

언데드도 배고픔을 느끼는 걸까?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작가의말

에, 바빠서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 세 화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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