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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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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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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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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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2. 여행 - 7

DUMMY

이왕이면 리헨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는 싶지만······ 역시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리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렇게 착해 보이고 어린 소녀한테, 거짓말이라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별 수는 없을 것 같다.


"리헨."


"왜요?


"미안하지만, 나는 숲에서 살다가 온 거라서. 다른 도시들은 어떤지 잘 알지 못해."


"······그래요? 뭐, 어쩔 수 없죠."


"미안."


나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미안할 건 미안해야 하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제가 직접 가보면 되죠! 맞아, 내가 직접 가보면 돼. 다들 내가 재능이 있다고 하니까, 흑마법을 더 열심히 연습해서 혼자서 나가도 되는 정도까지 수준을 올리면 되니까!"


내가 보기에는 이미 5클래스라는 것 자체부터가 혼자서 나가도 별 탈은 없을 것 같지만,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그런 말을 했다가, 한창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가 더 이상 배우는 것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면 남들 보기에 내가 무안해지니까.

거기다가, 이 나이에 5클래스면, 천재라고 할 수 있으니, 좀 더 많이 배워서 더 높은 경지에 올랐으면 한다.

그게, 모든 흑마법사들에게 도움이 될, 인재의 출현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다른 도시들 얘기 말고, 숲은 어때요? 저는 숲도 못 가봤단 말이에요."


숲이라······.

라벤의 저택 밖은 온통 숲이었으니 숲에 대해서는 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라벤의 저택 주변의 숲은 네크로맨서의 숲이다 보니 보통의 숲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그 정도야 뭐, 딱히 문제는 없겠지.

이 아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숲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나와의 대화인 것 같으니까.


"내가 살았던 숲은, 네크로맨서들이 사는 숲이었는데 말이야······."


"네? 네크로맨서들이요? 우와, 주변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네크로맨서들은 어때요? 정말로 소문대로 악마처럼 생겼어요?"


"전혀. 악마처럼 생기지 않고, 우리 같이 평범하게 생겼어."


"에이, 기대했는데."


"아무튼, 그곳에서는 아침에 참새들 대신 까마귀들이 깨워주는데······."


나는 꽤 오랫동안 리헨과 대화를 나누었다.

남과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웠던 적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순수한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줄 알았다면, 진작 라벤의 저택 주변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데.

살짝 후회가 됐다.


"오늘 즐거웠어."


"저도요.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글쎄······ 내일 내가 여기로 올까?"


"네! 4시에 와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 내일 보자."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여관으로 향했다.

왜 굳이 그 소녀와 다시 만나겠다는 약속을 한 걸까.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도 잘 모르는 사이에 저 소녀가 좋아져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역시 그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인 걸지도.


······일단은 내일도 한 번 찾아가보도록 할까.

내일도 찾아가면, 리헨도 좋아할 것 같고, 이번엔 나도 내 마음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정말로, 그 순수함이 좋은 건지, 아니면 오랜만의 친절함이 반가워서 그런 건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도록.

내일은, 여러 가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

······


여관에서의 밤은 길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고, 잠을 잘 때도 자기까지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잠을 자고 있을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가버려, 잠을 자기 시작했을 때부터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버린다.

잠을 잔 순간, 눈이 뜨이며 몇 시간이 흘러간 후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 죽었을 때 휴식을 취한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을 떴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결국, 자는 동안의 느낌이 사후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어쩌면, 잠을 잔다는 것이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아는 것은 요원한 일.


······역시, 한 번 죽음을 겪어보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일까.


······궁금하다.


···

······


다음 날이 되었다.


이번 역시 아침은 여관의 1층에서 해결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시장은 이미 가봤으니 다시 가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학교는 이미 가보았다.

그러면, 이번에는 어디로 가봐야 할까.

역시 광장으로 가야 할까.


저번에 여관 주인이 했던 말을 참고하면 아마 시장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은 곳이 광장일 터.

그렇다면 광장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광장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면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펴보기 용이할 테니까.


여관을 나와 광장으로 향하니 아직은 아침이어서인지 사람이 적었다.

하긴, 아침부터 광장에 나올만한 사람들은······ 운동하려는 사람들이나 학교에 가는 아이들 정도겠지.

으음······ 그럼 리헨과 만나기로 했던 4시까지는 여기에 있도록 할까.

어디 앉을만한 곳은 없을까.


한 번 찬찬히 광장을 둘러보니 앉아서 쉬라는 용도인 것 같은 벤치가 중앙 분수 주변에 몇 개 놓여있었다.

그중 하나에 앉은 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앞을 바라보며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다고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빠르게 광장을 지나쳐갔다.


아줌마들, 아저씨들, 어린이들, 청소년들, 노인들······.

주부들, 학생들, 상인들, 요리사들, 백수들······.

수많은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광장을 지나쳤다.


어떤 사람들은 가만히 광장에서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광장에서 운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챙겼다.

또 어떤 사람들은 광장에서 놀며 자신들의 여가를 보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광장에서 할 것을 하며 광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시간을 죽인다.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비록 이미 죽었고, 사람이기를 그만뒀다지만, 나 역시 그들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내 나름대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찾아가며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 나는 아직 사람이기를 그만둔 건 아니지 않은 걸까.


아니, 생명은 살아가면서 항상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게 동물이 됐든, 몬스터가 됐든, 용이 됐든, 무엇이 됐든.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세상을 지켜보든, 질서를 지키게 하든 무언가를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죽었다고 하기는 힘든 게 아닌 걸까.

만약 내가 이미 죽었고, 더 이상 생명을 지니지 않았다고 하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활동을 정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 나는 한 번 죽었기는 했지만, 현재에는 결국 살아있다.

이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다시 얻은 이 삶을, 생명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 이 여행을 마치고 나면, 라벤에게 돌아가 그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자.

그가 죽기 전까지만 돌아가면 충분하겠지.

그러면······ 이 여행은 너무 길어지지는 못할 것 같다.

사람은, 영원히 살지 못하고 얼마 안 되는 짧은 생만을 살아가니까.

라벤은 나와 같은 영생을 사는 언데드가 아닌 인간이니, 그의 기준에 맞춰줘야겠지.


오랜 상념 끝에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중천을 지나, 꽤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아직 노을이 질 정도의 시간은 되지 않았지만, 두 시간 정도만 있으면 슬슬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 것으로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주변을 둘러보다 시계가 달린 기둥을 찾은 나는 조심스럽게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를 확인하자, 현재가 3시 20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다.

아직 4시가 되지는 않았구나.


꼭 4시까지 리헨에게 갈 필요는 없지만, 왠지 늦게 가면 리헨이 슬퍼할 것 같아 차마 그러기 힘들었다.

그래서 약간 리헨이 기뻐하는 모습도 볼 겸, 미리미리 가자는 생각으로 나는 오랫동안 앉아 따뜻하게 데워져있던 벤치에서 일어서 광장을 나섰다.


분명, 그때 리헨을 따라 갔던 길이······.

아무래도 광장을 지나간 기억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부터 시작해 걸어가야 할 것 같다.


···

······


학교에 도착한 나는 학생들이 학교가 끝난 듯,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 많은 학생들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학교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래서 4시에 오라고 했던 것 같다.

3시 즈음에 학교가 끝나니까.

아마 나름대로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준비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렇다면, 교문에서 기다리면서 살짝 놀래켜볼까.

리헨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궁금하고.


살짝이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다들 즐감하셨기를! 낮에 한 화 더 올라올지도 몰라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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