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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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최근연재일 :
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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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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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2. 여행 - 2

DUMMY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떴다.


벌써 점심때인 것 같은데······.

원래부터 점심은 거의 먹지 않았으니 그냥 먹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점심은 배를 약간 보충해주는 용도이니 딱히 먹지 않아도 별 일 없을 거라는 생각에 먹지 않았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다보니 습관으로 굳어져버렸다.

옛날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나면 점심 때 먹을 것들을 잔뜩 챙겨서 먹곤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추억인 것 같다.


지금은······ 글쎄, 과연 그때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일이 있으려나.


딱히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그때와는 달리 현재의 나는 딱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더라도 그냥 대충 넘겨버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너무 기합을 넣고 다녔다면, 지금은 기합이 전혀 안 들어간, 늘어진 상태랄까.


옛날에는······ 뭐 때문에 그렇게 기합을 넣고 다녔었지?

······이것도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인 건가.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든 비극의 원인이다.

그, 옛날이야기 같은 것에도 나오지 않는가, 로미온과 줄리엔이라고.


뭐, 그런 경험도 그 시절이니 해보는 거려나.

지금 그런 사랑을 해보라고 한다면······ 역시 무리겠지.

안 좋은 기억도 있고, 지금의 성격으로는 잘 상상이 가지 않기도 하고.


어찌됐든, 이런 시답잖은 주제에 대해서는 그만 생각하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보자.


일단, 지금의 내 모습은 시선을 좀 끌 것 같다.


애초에, 마법사라는 증거인 스태프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시선을 끌 것이다.

마법사라는 존재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니까.

거의 대부분이 귀족 자제나 부잣집 자제니까······.

가끔씩 용병 마법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수준이 낮고, 들고 있는 지팡이도 양산형 저가품이니.


그에 비해 내 스태프는······.

맑디맑은 흰색.

밝디 밝은 흰색.


······역시 엄청나게 눈에 띌 것이 뻔하다.


일단 어떻게 할 방법은 없으니 로브 자락에 잘 숨겨야 하려나.

······그래야겠다.

그러면 어느 정도 가려져서 눈에 잘 띄지는 않겠지.


다행인 점이라면 로브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입을 만한 옷이라는 점일까.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용병들이 주로 입는 게 로브니까.

이것만큼은 정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핀스터니스 제국의 도시에 다다라서는 그런 내 생각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핀스터니스 제국이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흑마법사들이 몸을 사리고,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세운 게 핀스터니스 제국인데.

왜 국민들 전부가 흑마법사라는 생각을 안 한 걸까.

당연히 용병이라는 게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역시 옛날의 사고방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인 걸까.

현 시대에 맞춰서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래서 세대 간 갈등이 생기는 건가.

대화를 통해 깨달아야 하는 걸 혼자서 깨달아버렸다.


······어쩔까.

거리에 로브를 입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를 않는데.

일단은, 지팡이 정도는 보이게 할······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마법사들 앞에서 좋은 품질의 지팡이를 보였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보이는 것 같다.

아마 활기찬 이 거리에 광란의 도가니가 펼쳐질지도 모르는 일.

아무리 그래도 어린애한테까지 그런 엄청난 광경을 보여줄 수는 없지.


그러니······ 지금은 일단 수상해보여도 어쩔 수 없나.

그러면······ 일단, 후드만이라도 벗을까.


검은색의 후드를 벗은 후 머리를 좌우로 흔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검은색 머리카락이 로브 안에서 빠져나와, 로브자락을 따라 흘러내렸다.


역시 로브까지는 입어도 후드는 불편해서 쓰기가 영 그렇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차라리 덜 불편할 텐데, 머리가 길다보니 후드를 쓰려면 머리를 로브의 등쪽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밀어 넣고 나면 영 불편하다.

······그렇지만 머리를 자르기는 싫은데.


그러고 보니, 머리는 자라지 않는 건가?

근 2년간 머리를 한 번도 자른 적이 없었는데.

원래 길이를 모르다보니 지금의 머리카락이 자란 건지 자라지 않은 건지 감도 안 온다.


지금부터라도 확인해야 하나.

만약 자라면 잘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자라겠지만······.

만약 자라지 않는다면······ 그걸로 내 머리카락은 영원히 짧아지는 건가.


······잠깐.

만약 자라지 않는다 치고 화염 마법에 머리가 다 불타기라도 하면.

그대로 영원히 대머리인 건가.


······앞으로 머리카락을 철저히 지켜야겠다.

그래, 머리카락 주변에 결계 마법이라도 펼쳐놓을까.

아니면 방어 마법이라도······.


주변의 간판이나 물건들로 봤을 때, 이곳은 대충 시장인 것 같았다.


흑마법사들끼리 모여서도 결국 시장은 만드는 건가.

아니면 원래 시장이 존재하는 곳에서 살았었기에 새로운 터전을 얻어서도 시장을 만든 걸까.


······역시 뭐가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 맞다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이건 뭐랄까······ 닭이 먼저 알을 낳았냐, 알에서 병아리가 먼저 태어났냐 물어보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뭐, 결국 사람이 모이면 시장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겠지.

사람들이 아무리 흑마법사를 싫어한들, 흑마법사 역시 사람이라는 범주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 증거인 건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신을 열렬히 믿을까.

왜 그렇게 신을 열렬히 믿어서 같은 인간인 흑마법사들을 배척할까.


신은 사제들에게 신성력을 주지, 그들에게 신성력을 주는 게 아닌데.

그리고 그 신성력을 얻은 사제들이 사람들에게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사제들 마음.

사제들의 마음을 더 고맙게 여겨야 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사제보다 신을 더 찬양한다.

그러면서 사제들이 도움을 안 주면 신을 욕하지 않고 사제들을 욕하지.


이건 왜일까.

이것 역시 사제는 같은 인간이기 때문인가.

역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꽤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 같으면······ 그냥 둘 다 칭찬해주고, 둘 다 욕할 텐데.


아차, 시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할 만한 것은 아니었나.

흑마법사들의 생활을 보다보니 그만 이런 데까지 생각이 흘러갔다.

혹시 딴 생각하면서 걷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겠지.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썰렁했다.

마치, 까마귀가 까악-하고 울며 지나갈 법한, 그런 분위기였다.

다들, 날 바라보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싶어 몇 걸음 걸어봤더니 다들 고개가 나를 따라 돌아가고 있었다.


혹시 내가 무슨 일이라도 벌인 걸까.

그렇다면······ 이럴 땐 빨리 도망쳐야겠지.


로브 안쪽에 경량화 마법을 걸고 매달아둔 스태프를 빠르게 집어, 그림자 마법을 사용했다.

그림자에 녹아든 나는, 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숙박을 할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내가 높은 수준의 흑마법사니까 마력의 파장을 최대한 숨기고 있었지만, 감이 좋은 흑마법사라면 감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찾는 편이 나에게 이로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여관 같은 곳이 있을······ 앗.


다행히도 여관은 존재했다.

라벤이 마을이나 도시들끼리 무역을 하기 때문에 여관이 꼭 하나씩은 있을 거라고 했는데, 다행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긴, 라벤이 나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


재빨리 주변 골목에 들어가서 그림자 마법을 푼 나는 이번에는 후드를 쓴 채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괜히 아까 전처럼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데 얼굴이 알려지면 피곤해질 것 같으니······.

그냥 흐르는 대로 삶을 산다고 해도, 일부러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 귀찮은 일에 한 번 휘말리고 나면 내 삶은, 점점 내 뜻대로 하기 힘들어지니까.


여관에서는 후드에 대해 별말 없이 순순히 돈을 받고 방을 내주었다.

······어쩌면 후드가 이상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주변에 후드를 쓴 사람이 아예 없고,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만 있어서 내가 섣불리 판단해버린 걸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니, 왜 당연한 걸 물어보냐면서, 후드를 쓰는 사람들은 한 번씩 있다고 한다.

······자기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던가.

그러면서, 목소리는 괜찮은데 얼굴이 궁금하다며 한 번만 후드를 벗어주면 안 되냐고 하기에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주었다.


역시······ 왜 이렇게 사람과 대화를 하면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는 걸까.

사람과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기적인 건가.

어찌 보면 여관 주인은 나름대로 사교성 좋은, 여관 주인 노릇을 잘해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런 거겠지.

여관 주인이라는 직업은, 그런 직업이니까.


여관에서 배정받은 방에 들어온 나는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흑마법사들의 삶의 모습을 보건데, 옛날의, 제국에 살던 때의 사람들과도 다를 바가 없다고.

다들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고, 즐거워하고······ 한편으로는 귀찮아하기도 한다는 점이.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날의 그들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사람들은 다들 흑마법을 어느 정도 배워둔 상태니까······ 아마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과 본능만을 따르던, 무지한 사람들과는 달리 이성이라는 것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지 않을까.


내일부터는, 그들이 옛날의 사람들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지 살펴봐야겠다.


······곧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으니, 저녁만 먹고 눈을 붙여둘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숲을 돌아다녔더니, 약간 피곤하다.


작가의말

오늘은 설이니까요.

3화, 아니면 4화 정도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첨보냐
    작성일
    17.03.08 00:21
    No. 1

    클래스가 높다고는 해도
    국가를 아우르는 세력의 수장이였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냘픈 소녀 쥔공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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