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최근연재일 :
2017.03.27 20:42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143
추천수 :
18
글자수 :
238,752

작성
17.01.30 20:51
조회
80
추천
0
글자
10쪽

FW 2. 여행 - 8

DUMMY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리헨이 교문을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가는 것 같은데, 내가 다시 온다고 약속을 해서 그런 걸까?

약간 즐거워 보이는 표정인 것 같기도 하고, 급한 표정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살짝 놀래켜볼까?


미리 리헨이 나를 이끌었던 방향의 골목에서 기다리던 나는 리헨이 골목을 돌 때 슬쩍 나와 리헨을 놀래켜주었다.


"안녕?"


"앗! 느와르 언니!"


저번부터 그랬지만, 이 아이는 날 친근하게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라······.

언니라고 불린 기억도, 불릴 일도 없었기 때문인지 언니라는 표현은 묘한 느낌이 드는 호칭이었다.

동생이 생긴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렇다면, 동생이라는 존재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가 이제 끝난 거야?"


"헤헤, 그렇죠. 근데, 지금까지 기다리신 거예요?"


"아니, 지나가다가 애들이 집에 돌아가더라고. 그래서 너 놀래켜주려고 방금 막 왔지."


"흐음······ 그래요?"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데?"


"할 짓이 그렇게 없으신가 해서요."


글쎄, 내가 백수이기는 하지만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

하지만, 장난으로 말한 걸 테니 굳이 반박할 필요는 없겠지.


"어쨌든, 이제 갈까?"


"네!"


역시 리헨의 이 활기찬 모습이 보기가 좋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리헨의 집에 도착한 나는, 문득 리헨의 부모님은 집에 오시지 않는 건지 궁금해졌다.


"리헨, 부모님은 언제 오시니?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 오시기 전에는 내가 가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


어라, 왜 아무 말도 없지.

혹시, 내가 아픈 구석을 찔러버린 건 아닐까.


설마.

고아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들······.


"괜찮아요. 부모님은 안 오시니까, 아니 없으시니까. 그러니까 밤늦게까지 있다 가셔도 돼요."


설마가 정말로 사람을 잡아버렸다.

리헨이 발랄한 그 모습과는 달리 고아일 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고아라고 하기에는, 예전의 내 모습과는 너무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내 모습은 마치 삶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표정의 모습이었는데.

······그만큼 리헨이 고아라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어떻게 고아가 이런 집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나는 항상 길거리에서 자곤 했었는데.

아니면 뒷골목에 들어가서 자거나.


······하지만 물어볼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어떻게 돌려서 말해야 하지?


"있잖아요······. 제가 고아인 게 싫으세요?"


표정이 우울해 보였던 건 이것 때문이었던 건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할까봐?

고아라는 사실 때문에?


······이럴 때엔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다.

동정해주는 사람도, 물질적으로 도와주려는 사람도 아닌, 정신적인 지주가 될 수 있는 사람이.


그래, 옛날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옛날의 나도 처음에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도와주자.


"아니, 그럴 리가."


"하지만······."


"있잖아, 리헨, 나도 고아였어. 10살 무렵까지는 혼자서 컸지. 하지만 그러다가 누가 내 마법적 재능을 알아보고 나를 구해줬었지.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은 날 버렸다? 있잖아, 나는 널 보고 있으니, 꼭 옛날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


리헨이 이제는 울음을 참는 것이 보인다.

이럴 때는 한 번 크게 울어주는 게 좋은데.


"참지 말고, 한 번 울어주는 게 좋아. 계속 참고 참으면, 결국 슬픔이 너를 삼켜버릴 테니까."


"흑······, 흑······."


그 소리를 기점으로, 리헨은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자기도 모르게 하는 말로 들어봐서는, 부모님이 리헨을 버리고 어딘가로 가버린 것 같았다.

돌아오지 않은지 어느덧 4년이 흘렀고, 리헨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지원도 곧 있으면 끊길 때라서, 리헨에게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었던 것 같다.


······국가의 지원이라.

요즘은 고아에게도 국가가 지원을 해주는 건가.

아니지, 아마 이곳이 핀스터니스 제국이기에 고아에게도 국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리라.


어떻게 할까.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리헨을 데리고 나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거기다가, 여행을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서 하는 것이 덜 외롭고, 내 정서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그게 리헨처럼 이런 내 마음에도 드는 아이라면.


"리헨."


"네에······?"


눈을 손으로 문질러 물기를 제거했음에도 물기가 여전히 눈에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물기를 내 손으로 제거해주며 나는 리헨에게 말했다.


"리헨, 나랑 같이 여행하지 않을래?"


"네······?"


"싫으면 거절해도 상관없어. 대신, 나랑 같이 여행하면, 내가 학교보다 흑마법을 더 잘 가르쳐줄 수도 있고, 외로워하지 않아도 돼. 물론, 여행을 여러 곳으로 다닐 거라서 위험하거나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할래?"


"저어······."


리헨은 고민하는 듯이 눈을 데룩데룩 굴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머릿속으로는 갈팡질팡하며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겠지.

하지만, 너무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으니까······.


"리헨, 천천히 생각해도 돼. 난 네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줄 거니까."


"······네. 그리고 내일 다시 와주시겠어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봐. 어떤 결정을 내리든, 네 뜻을 존중해줄 테니까."


리헨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나를 배웅해줬다.

아마, 그녀는 나를 따라올 것이다.

나 역시도, 그때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까.

무엇보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해봤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다.

분명,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최후에는 나를 따라가자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만약 그런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리헨을 더 잘 보살펴줄 자신이 있다.

비록 여행이라는 것의 특성 상, 리헨이 힘들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부담을 질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리헨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행에서의 어려움이, 현재의 고통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


여관에서의 밤이 다시 한 번, 느리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 다시 찾아오라고 했었지.

어제처럼 3시가 조금 넘어서 학교 앞에서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에서의 시간은 여관에서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오늘도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광장 입구에 세워진 기둥에 달린 시계의 시침, 분침, 초침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째깍-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시계와, 그에 맞물리듯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한 느낌이 든다.

그러한 느낌을 얼마나 받았을까.

다시 한 번 하늘에서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하늘 저편으로 질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꽤나 아래까지 떨어진 태양을 바라보며, 시계를 슬쩍 보니, 벌써 3시가 거의 다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얼마 안 되서 학교가 끝나고, 리헨과 다른 학생들은 집에 가기 위해서 학교를 나오겠지.


그렇다면, 이제 슬슬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시 상념에 빠지면, 4시는 지나서야 깰 것 같으니까.


로브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일어난 나는 리헨이 있을 학교로 향하기 위해 광장의 서쪽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세월의 흔적을 아낌없이 뽐내는 광장의 서쪽 입구를 잠시 쳐다본 나는, 리헨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학교 앞에서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가 아마 약간 구석에 있는 것이겠지.


학교 건물에서는, 광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세월의 흔적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간 괴리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오랜 세월을 함께 해도 정을 느끼지 못할 법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학교 건물에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학생들이 마음을 가라앉힐만한, 그런 곳은 되지 못할 것 같다.


아마 리헨도 학교에서 생활하며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어쩌면, 그래서 리헨이 학교에서 급하게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라는 건물은, 정이 들지 않는, 그런 건물이기에.

좀 더, 자신이 정을 느낄 수 있을만한, 그런 곳으로 향하기 위해 집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표정이 기뻐 보이는 걸지도.


약간의 상념 끝에,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부터, 이제 성장이 거의 다 끝나가는 청소년까지.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서며 즐거운 얼굴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리헨 역시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딱히 즐거워 보이는 표정도 아니었고, 주변에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눈에 띄게 표정에 약간의 근심이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어제 내가 리헨에게 한 얘기 때문인 걸까?

그러고 보니, 나와 같이 여행을 떠나면, 리헨은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건가.

현재의 사회에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교육만을 하는 건지, 아니면 이후의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제안했다.

어쩌면, 리헨은 그런 점 때문에 여행을 고민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한 번 리헨에게 그런 것들에 대해서 물어볼까.

차라리, 그런 문제가 있다면, 리헨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보다는,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가 기다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한 번 물어보도록 하자.

리헨에게도, 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리헨?"


"언니."


나를 만나자, 리헨의 표정이 약간 밝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약간 남아있는 근심의 기운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대화를 약간 나눠봐야겠다.


작가의말

심심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녀의 부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FW 3. 습격 - 3 17.02.06 122 0 11쪽
24 FW 3. 습격 - 2 17.02.05 111 0 10쪽
23 FW 3. 습격 - 1 17.02.04 99 0 10쪽
22 RW 2. 만남 - 3 17.02.03 50 0 10쪽
21 RW 2. 만남 - 2 17.02.03 88 0 11쪽
20 RW 2. 만남 - 1 17.02.02 100 0 10쪽
19 FW 2. 여행 - 10 17.02.01 88 0 10쪽
18 FW 2. 여행 - 9 17.01.31 52 0 10쪽
» FW 2. 여행 - 8 17.01.30 81 0 10쪽
16 FW 2. 여행 - 7 17.01.30 112 0 10쪽
15 FW 2. 여행 - 6 17.01.29 102 0 11쪽
14 FW 2. 여행 - 5 17.01.29 111 0 10쪽
13 FW 2. 여행 - 4 17.01.29 101 0 10쪽
12 FW 2. 여행 - 3 17.01.28 107 0 10쪽
11 FW 2. 여행 - 2 +1 17.01.28 60 1 10쪽
10 FW 2. 여행 - 1 17.01.27 127 1 10쪽
9 RW 1. 접속 - 2 17.01.27 83 1 9쪽
8 RW 1. 접속 - 1 +1 17.01.26 141 1 11쪽
7 FW 1. 부활 - 6 17.01.26 92 1 7쪽
6 FW 1. 부활 - 5 17.01.26 109 3 11쪽
5 FW 1. 부활 - 4 17.01.25 115 1 10쪽
4 FW 1. 부활 - 3 17.01.25 122 2 10쪽
3 FW 1. 부활 - 2 17.01.24 158 1 10쪽
2 FW 1. 부활 - 1 17.01.23 216 2 10쪽
1 프롤로그 +1 17.01.23 392 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