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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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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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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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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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1. 부활 - 4

DUMMY

그는 굳은 내 표정을 보았는지 여러 가지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정보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그 시대에 살았던 것이 아니니 나만큼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리가 없다.

특히, 직접 교황을 만나본 나와 비교한다면 더더욱.


그래, 그때 교황은 어떤 사람이었지?

비록 되살리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현재에는 그만큼 도움이 되는 정보이니, 조금만 참고 기억을 되살려보자.

그래, 분명 그 당시 교황은······.


···

······


내가 교황을 만나게 된 원인은 바로 '그'였다.

그래, 갈색의 짧은 머리와 보기 드문, 아니 그런 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준 회안을 가진, '그' 덕분이었다.


어느 날, '그'를 따라다니던 나는 '그'의 말에 그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 근데 어디를······?"


비록 얼떨결에 따라가기는 했지만 나 역시도 그때에는 소녀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소녀의 마음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되는 것이기에 여러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래, 이런 경우에는······.


"따라오면 알아."


그런 말을 한 '그'를 따라간 나는 분명 묘하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아마 그때에는 그런 걸 분간할 여건이 되지 못했었다.

그만큼, 소녀의 감성이라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을 이끌어내는 쓸데없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그를 졸졸 따라가다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아치형의 다리 밑을 지나갈 때였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그'가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그런 것은 대수롭게 넘겨버렸었고, 결국 지금과도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이때, 나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앞에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거의 빗나간 적 없었던 나의 감을 의심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의 행동을 내 감대로 했어야 했다.


결국, 그 덕분에······.


"여긴 어디······?"


"어디긴."


그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대답했다.


"네가 날 이때까지 따라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제공해주신 분이 계신 곳이지."


"그게 무······, 꺅!"


그런 말과 함께 그는 나를 세게 쥐어 어떤 건물로 질질 끌고 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란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갔고, 어떤 방에서 교황을 만날 수 있었다.


"자, 난 이제 가볼 테니, 대화나 나누라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교황님."


"그래, 수고했다."


나를 끌고 온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방을 나섰고, 덕분에 나는 교황이라는 사람과 단 둘이 방에 남게 되었다.


교황이라는 사람의 첫인상은 뭐랄까, 신앙심 깊은 사제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탐욕에 물든, 그런 사람과 닮아보였다.

그의 눈빛에서는 짙은 어둠을 볼 수 있었고, 표정과 몸짓에서는 신앙심보다는 탐욕이 더 눈에 들어왔다.


과연 정말로 그는 교황이 맞는 걸까.

아니, 그가 이 사람을 교황이라고 불렀으니 교황은 맞을 거다.


다만······, 왜?


왜 나를 교황에게 데리고 온 거지?


어째서?


어떤 목적으로?


"흐음, 드디어 만났군."


"저, 절 아세요······?"


내 목소리는 당연하게도 덜덜 떨리고 있었고, 교황은 그런 나의 반응에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다네, 하하. 그나저나, 조금 아깝기는 한데······. 겨우 그런 이유로 계획을 뒤엎을 수는 없지. 어쩔 수 없겠군."


"그게 무슨······?"


"흐음? 하긴, 넌 모르겠지. 뭐, 간단한 내용이라네. 그냥, 나와 신을 위한 제물이라고만 생각하면 충분하지."


"제, 제물······?"


설마 그는 날 제물로 바치도록 교황에게 데리고 온 걸까.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이곳을 벗어나서,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정말로, 정말로 그가 나를 배신한 건지.


"[다크 텔레······ 아악!"


빨리 그에게 가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움직여주지 않는 마력 때문에 내상을 입고 말았다.

입술을 따라 한 줄기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낸 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보았다.


"이, 이게 무슨······?"


내가 흑마법을 배운 이후로 항상 내 신체의 일부분과도 같이 움직여왔던 마력이 나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손이나 발 하나가 없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로, 정말로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그런 더러운 기분이었다.


"이런,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는가? 미안하지만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다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여전히 흘러내리는 피를 다시 한 번 닦아낸 나는 교황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교황은 그런 나를 보며 웃더니, 현재의 상황을 친절하게도 설명해주었다.


"본디, 마력이라는 것은 결국 마나의 한 갈래인 것. 따라서 신성력으로 주변의 마나를 동결시킨다면 마력도 자연스럽게 동결이 되어버리지. 어떤가, 알겠는가?"


"마나를······ 동결시켰다고······!"


"그렇지. 그러니 마력을 이용하려는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걸세."


"당신 같이, 탐욕에 가득 찬 것이 뻔히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수족이 하나 잘린 것 같은 더러운 기분에 악을 쓰며 말하는 나를 묘한 눈길로 바라본 교황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미안하지만, 난 신을 믿는다네. 그렇기에 나는 나의 탐욕을 나와 신이 같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그 대가로 신은 나에게 막대한 신성력을 부여하지. 결국, 이 탐욕이 존재하기에 나는 그런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거라네."


"그, 그게 무슨······."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생각하지도 못할 그런 이야기였다.

만약 저런 말을 평범한 사람이 했다면 필히 사제들에게 신성모독을 이유로 끌려가도 뭐라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교황이 했다는 것은······.


"결국 신도······?"


친절하게도 고개를 끄덕여주는 교황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이 믿는 신이라는 존재도 결국은 자신의 탐욕을 위하는 인간과도 같은 존재였던 건가.

결국은, 인간이 탐욕이라는 이름의 욕망을 표출하듯, 신은 인간이라는 대리자를 내세워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인간과 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 어쩌면 다른 종족의 신은 사람들이 믿는 신과는 차이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예를 들면 자연을 사랑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종족인 '나투아' 종족의 신은 어떨까.

나투아 종족을 보면 아마도 이 신 역시 자연을 보호하며 살아가라고 나투아 종족에게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신은 인간들이 믿는 신과 차이가 있을까?


'지란'이라고 불리는 나투아 종족의 종족신과, '루아트'라고 불리는 인간 종족이 믿는 신은 과연 다를까?

······이미 루아트라는 신의 이면을 알게 되었기에 차라리 '지란'이라는 이름의 신은 달랐으면 한다.

모든 신이 결국은 탐욕을 가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는 존재라면 세상은 살맛이 나지 못하기에.


어쨌든, 교황은 굳은 표정의 나를 바라보며 짧게 한 마디를 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대화를 나누세나. 너무 오래 있으면 별로 좋을 것 같지는 않으니."


"그게 무······."


점점 감겨오는 눈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던 나는 무엇인가에 의해서 결국 잠에 빠져버렸고, 나중에 눈을 떴을 때는 신성제국의 교황청이었다.


···

······


그래, 기억이 났다.

딱히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기억이었다.


교황은 탐욕을 가진 존재.

그리고 신은 그럼 교황의 탐욕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한, 그런 교황을 계속해서 지원해줬다.

그렇다면 나의 시체가 교황청의 지하에 남아 있었던 것 역시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터.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당신의 시체에는 보존 마법과 클린 마법 외에는 그 어떤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의 말에 내 눈이 번뜩- 뜨였다.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라, 분명 그것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말하라는 눈치를 주자,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자신의 의견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바로······.


"아마도······. 당신의 시체는 관상용으로 장식처럼 쓰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뭐······라고······?"


장······식?


내 시체가 장식으로 쓰인 것 같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 누가 시체를 장식으로 쓴단 말인가?


그런 나의 굳어지는 표정을 확인했기 때문인 걸까.

사내는 서둘러 말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의 서투른 모습에 나는 진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것보다도, 혹시 다른 궁금한 것이 없으신가요?"


그래, 장식으로 쓰인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보자.

일단 지금은······.


그래, 날짜.

내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지금이 언제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 일단 날짜부터 물어보는 걸로 할까.


"정확히 지금이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 그러니까 대륙력으로 몇 년 몇 월 며칠이다, 이렇게."


"으음······. 아마 지금이······ 대륙력 4439년 2월 3일이었을 겁니다."


현재가 대륙력 4439년 2월 3일이라······.

내가 죽었던 날짜가······ 아마 대륙력 3523년 2월 3일이었을 거다.

분명 눈이 내린 날 바로 다음 날 처형됐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은 그때로부터······ 얼마가 지난 거지?


"정확히 918년이 지났습니다."


"거의 천 년이 다 되가는 건가······?"


벌써 그때로부터 거의 천 년이 지난 건가.

그렇다면, 과연 아직까지도 신성제국과 바라트 제국은 존재할까?

무려 900년이 넘는 시간이나 지났는데.


······이왕이면 그 두 제국이, 아직까지도 존재하면 좋겠다.

······꼭.


작가의말

'나투아'는 독일어로 자연입니다.

'지란'은 중국어로 자연을 뜻하는 즈란을 약간 변형시킨 것입니다.

'루아트'는 독일어로 인간입니다.

'바라트'는 독일어로 배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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