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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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겨레
작품등록일 :
2013.06.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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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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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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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술02

DUMMY

“뭐, 뭐라? 지금 뭐라고 했느냐.”

유자소는 사내의 말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장 전쟁터에라도 나갈 것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은공이라니.

그가 놀라건 말건 청년은 말을 이었다.

“은공, 배움이 일천하여 기운을 갈무리 하지 못해 오해를 하게 만든 죄는 나중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유자소는 청년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것을 보며 뽑아냈던 기운을 다시 단전으로 돌려보냈다.

“좋다. 악의는 없는 것 같으니 우선 들어보마. 네가 누구인지 알기 쉽게 말해보거라.”

유자소는 상대가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눈앞에 보이는 청년보다 나이가 곱절이나 많은 자신이 쉽게 흥분해 급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였다.

유자소의 말에 청년이 살짝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십 팔년 전 오행신체를 가진 아이를 기억하십니까.”

청년의 말에 과거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년 전부터 약선문의 발전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 때문에 과거의 일은 잊고 살았었다.

‘오행신체라, 오행신체라면 그 아이 뿐인데. 그 아이를 이자가 대체 어찌 안다는 말인가. 설마!’

유자소는 그의 평생에 오행신체를 만난 적은 그 날 밖에 없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은공이라 말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설마 그 때의 그 아이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청년의 기운이 워낙 매서웠기에 아직은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그 일을 어찌 알고 있지?”

유자소는 우선 그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은공이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좋은 의도로 나타났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진유운이라는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어찌 그 이름을 아는 것이냐.”

유자소는 처음보다 더욱 놀란 눈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유자소의 떨리는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청년이 서서히 입을 열었다.

“제가 바로 그 때 그 아입니다.”

“뭣이! 정녕, 정녕 네가 그 아이라는 말이냐!”

유자소는 기쁨과 동시에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진유운입니다.”

분명히 들었다. 눈앞의 청년이 그날의 그 아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분명히 들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청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이리 와서 손을 내밀어 보거라.”

청년은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섰다.

무림은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만약 그가 진실로 진유운이 맞다면 진맥을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자소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사내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곧 다섯 가지 기운이 몸 속에 충만한 것이 느껴졌다. 온 몸을 돌며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분명 오행신체였다.

진유운은 그가 더욱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운을 끌어올렸다.

“정녕 맞구나. 네가 살아 있었구나. 그 분을 만났구나. 그 분을 만났어. 잘 되었다. 정말 잘 되었어.”

유자소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 모든 것이 은공께서 베푸신 은혜입니다.”

“아니다. 아니야. 네 아비의 정성이 하늘에 닿은 것이다. 얼마지나지 않아 걱정이 되어 사람을 사서 알아보았느니라. 네 아비가 젖동냥을 해가며 하남과 하북땅을 밤낮없이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유자소의 말에 진유운이 미약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래, 가성이 그 아이는 잘 있느냐?”

“아버지께서는 저를 위해 떠나셨습니다.”

유자소는 그의 눈빛에서 떠났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런 가성이의 간절함이 있었기에 네가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 것이겠지. 다행히 가성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헌데, 어찌 이렇게 온 것이냐?”

“그 전에 먼저 어머니를 뵙고 싶습니다.”

유자소는 그제야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약선문의 발전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미쳐 그녀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사람을 시켜 관리하게 했지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따라오너라.”

유자소가 앞장섰고 그 뒤를 유가인과 진유운이 따랐다. 유가인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짐작했지만 자신이 끼어들 상황이 아니었기에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조금 걷자 일 장 높이의 높은 담장이 나타났다.

“잠시 물러들 가게.”

크고 시커먼 문 앞을 지키던 사내들은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유자소는 문지기 사내에게서 받은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문을 힘껏 밀어 젖혔다.

안으로 들어서자 꽤 넒은 공간이 나왔다. 커다란 나무들도 있고 각종 꽃들도 자라고 있었다.

유자소는 중앙에 있는 봉분 앞에 섰다.

“이곳이다.”

진유운이 묘비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양손을 한껏 벌려 봉분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고, 시커먼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슬픔을 애써 참으려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쉽게 억누를 수가 없었다.

고개를 떨군 그의 모습은 한없이 처량해보였다. 하지만 곧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무서운 기세를 끌어올렸다.

“어머니. 어머니의 복수는 반드시 소자가 할 것입니다. 어머니를 해한 자들과 터럭 한 올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그들조차도 모두 쓸어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편안히 잠드십시오.”

분노에 찬 그의 목소리에 유자소가 깜짝놀란 눈이 되었다.

‘복수라니. 대체 그게 무슨.’

유자소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그리고 유가인을 잡아끌고 조용히 몸을 돌렸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보다 어머니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누구도 어머니에 관해서는 이야기 해 주지 않았습니다.”

유자소는 무겁게 깔린 진유운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비록 낮게 가라앉은 눈빛이었지만 그것은 슬픔을 이긴자의 눈빛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날을 예상하고 생각했다는 말이었다.

유자소는 그런 진유운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녀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네 어머니는 아주 아름다운 분이셨다. 생기넘치고 크게 빛나는 눈망울, 오똑한 콧날, 하얀 피부. 마치 선녀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셨지. 무엇보다 널 아주 많이 사랑하셨단다. 네 얘기를 할 때마다 어찌나 즐거워하던지. 그리고 네 어머니는……”

유자소는 진유운이 구체적으로 상상할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되도록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모습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생명을 오래 지속하지 못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가 기억하는 모든 것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진유운은 유자소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를 떠올려보았다. 그렇게도 보고 싶은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

진유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곧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는 울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어머니에 대해 손에 잡힐 듯 자세히 이야기를 듣자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진유운은 한참 동안이나 어머니를 떠올리며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진유운이 감정을 다스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고맙습니다.”

“별말을 다 하는구나. 우선 안으로 들어가자."

"네. 은공. 그렇지 않아도 사부님께서 전하라고 하신 것이 있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세 사람은 그곳을 빠져나가 유자소의 집무실로 향했다.

유자소는 유가인을 보내고 진유운과 마주 앉았다.

“그래, 그분께서 나에게 뭔가를 남기셨다고?”

“그렇습니다. 은공.”

“유운아, 그 은공이라는 소리를 꼭 해야겠느냐. 나는 할아버지라는 말이 더 좋구나.”

“노력해보겠습니다. 은공.”

“휴, 그래. 일단 그분께서 남기신 것부터 보자꾸나.”

진유운은 품속에서 둘둘말린 양피지 뭉치를 꺼냈다.

유자소는 조심스럽게 서신을 펼쳤다. 힘이 넘치는 글이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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