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술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배달겨레
작품등록일 :
2013.06.26 09:52
최근연재일 :
2013.07.04 09:58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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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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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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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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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오행술12

DUMMY

두 사람이 펼친 것은 환상미로진.

환상미로진은 미로진에 환상을 더해 만든 것으로 정해진 범위 안에서 다양한 환상을 통해 대상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미로 속에 가둬버린다.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짧게는 한두 시진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이나 가둬 둘 수 있는 결계였다. 비록 살상력이 없다고는 해도 상당한 심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었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적이라도 만나게 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습격 가능성이 높은 지금은 더욱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유운은 더욱 화가 났다.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이번 일은 도가 지나쳤어. 쉽게 끝내지는 않을 것이야.’

진유운은 분노가 가득 실린 눈빛으로 두 사람을 쫓았다.

“오빠, 이쯤에서 구경하자.”

“그럴까?”

제갈린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췄다. 진 안에 있는 사람은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진 밖에 있는 사람은 안쪽에 있는 사물을 제대로 볼 수가 있었다.

“호호호. 당황하는 꼴 좀 봐. 숙부님께 좀 더 길게 부탁할걸 그랬나.”

“아직 해가 저물려면 꽤 시간이 남았어.”

“하긴, 한 시진하고도 반이나 남았으니 충분히 즐길 수는 있겠네.”

“크하하. 그럼 그놈 꼴이나 좀 볼까.”

제갈균은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안쪽을 자세히 살폈다.

“응? 뭐지?”

“왜그래 오빠.”

제갈균의 반응에 그의 옆으로 다가가던 제갈린이 되물었다.

“그 녀석이 안 보여.”

“뭐?”

깜짝 놀란 제갈린이 진 안쪽을 자세히 살폈다.

“뭐지?”

“설마 벌써 환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유할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분의 손자라는 데 설마 벌써 당했을까.”

“하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잖아. 일류 고수가 적당히 헤맬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으니 이류라면 그럴 수도 있지.”

“흥. 잘 됐지 뭐. 실력도 없는 주제에 우리에게 고개 뻣뻣하게 들고 덤볐으니 그 정도는 당해도 싸.”

“하긴, 싹수가 노란놈은 초기에 잘근잘근 밟아놔야해. 죽기 직전에 빼주지 뭐.”

“응. 감상이나 해.”

제갈 세가는 무공과 더불어 기관과 기문진, 진법에 조예가 깊었다.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오랜 경험과 지식까지 쌓여 있어 무림맹에 속한 문파들 중에서도 단연 그쪽 분야에서 최고였다.

진법은 음양오행이 기초가 된다. 그것을 느끼고 조절해 인위적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사물이 가진 고유의 기운을 조절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환상미로진이 비교적 간단한 진법이지만 이것조차도 제갈세가 내에서 20세 이하에 익힌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제갈균과 린은 진 안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진법을 깨고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몰랐다. 바로 진유운이 오행신체를 가졌고 오행의 기운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사실을.

진유운의 사부 주화백은 이미 이름이 잊혀질 정도로 오래 산 인물이었다. 무공도 그만큼 뛰어나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했고 다양한 지식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주화백이 오행신체를 가진 진유운에게 진법을 가르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다만, 진법을 펼치는 재주를 가르치지는 않고 원리만 가르쳤다. 이미 본능적으로 오행의 기운을 느끼는 그에게 파훼법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원리만 가르쳐도 웬만한 진을 부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진을 펼치는 문제는 좀 달랐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 진법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진유운은 진 안을 보고 희희낙락거리는 두 남매를 보며 그들의 시야를 피해 옆으로 돌아갔다.

이미 진을 빠져나온터라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어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기쁨은 짧지만 고통은 길 것이다.’

진유운은 두 남매를 노려보고는 주변을 바삐 돌아다녔다. 그들을 응징하는 데 있어 힘을 아낄 생각이 없는지 이동하는 속도가 쏘아놓은 화살과도 같았다.

그렇게 일각을 바삐 움직인 진유운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네놈이 어찌!”

제갈균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제갈린도 그를 보자 두 눈을 치켜세웠다.

“당신-”

“왜 그리 놀라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어떻게 진을 빠져 나왔지?”

“저거? 저게 그리 대단한가? 그리고 아주 간단히 네놈이 진을 발동했다고 인정하는군.”

“그럼 너 따위 놈에게 벌벌떨어야하나?”

제갈균은 유가인이 있을 때와는 달리 말하는 것이 거침이 없었다.

“그래. 그렇게 본색을 드러내야지.”

“당신, 뭘 믿고 그렇게 설치나요?”

제갈린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그건 곧 알게 될 것이다.”

“흥!”

제갈린이 코웃음을 쳤고, 제갈균이 비웃음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꼴을 보니 유소저가 도와줬나보군. 차라리 유소저가 직접 나오는 게 나을 뻔 했어.”

“뭐, 마음대로 생각해.”

“네놈의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보자.”

제갈균이 검을 빼들었다.

“우리 사부님이 그러셨지. 짐승이나 사람이나 말 안 듣는 것들은 그저 매가 약이라고. 다른 건 몰라도 그 말 만큼은 진리 같아.”

“큭큭큭. 아주 미친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주둥이 나불거릴 시간이 있으면 덤벼라.”

“참고로 난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네년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 가죽, 잘 관리하는 게 좋아.”

진유운도 더 이상 좋은 말로 상대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가 너무 분명했고 하는 행동이 그를 극도로 자극했다.

“적당히 끝내려 했는데, 당신 도저히 안 되겠군요. 각오하세요!”

제갈린도 검을 뽑아들었다. 검을 뽑자마자 살기가 진하게 풍기는 것이 진유운의 말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나 보다.

“말 잘했다. 그 말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드는군.”

“지금에 와서 그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어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요.”

“뭔가 착각하고 있군. 뭐, 더 이상 말은 필요없겠지. 와라.”

진유운은 한 수에 끝내려던 것을 그녀의 말 때문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유가인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은 안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신속히 끝낼 이유가 없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제갈균이었다. 진유운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동생에게까지 함부로 대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타닥’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3장정도 떨어져 있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그의 뒤를 따라 제갈린이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진유운은 제갈균이 심장을 노리고 검을 찔러오는 것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첫수로 상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진유운은 검이 반 장 앞까지 다가왔지만 움직이지 않고 제갈균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렇게 포기할 것을 왜 그리 까칠하게 굴었는지.”

곧 심장을 찌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서일까. 제갈균은 싸움중에 입을 열었다. 웬만큼 하수와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말을 내뱉은 짧은 시간 동안 검은 반 자 앞까지 다가와 곧있으면 심장을 찌를 기세였다.

제갈균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그러졌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잠시 후 심하게 일그러졌다. 검이 심장에 닿으려는 순간 진유운의 몸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종적을 감추었다.

“오빠, 오른쪽!”

바둑을 둘 때 하수라도 지켜보는 사람이 수를 더 잘보는 경우가 있다. 지금 제갈린이 진유운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거리를 두고 있어 그의 움직임을 간신히 쫓을 수 있었다.

제갈린이 소리치며 서둘러 진유운의 신형을 쫓았다. 원래 있던 자리와 그리 멀지 않아 금세 거리를 좁혔다.

제갈린은 표독스러운 눈빛을 하며 검을 목으로 찔러 넣었다.

“멍청한.”

진유운은 이번에도 공격을 피했다.

그녀의 공격에 이어 거의 시간차가 없이 제갈균이 공격해 왔으나 그마저도 가볍게 피해버렸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사람처럼 빈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천기미리보(天機迷離步)를 펼치며 거센 바람이 몰아치듯 진유운을 압박했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하는구나.”

“피하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나봐요?”

약간의 틈이 생겼을 때 두 사람은 진유운을 도발했다. 하지만 진유운은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것이 그들을 더욱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남매가 단전을 더욱 자극해 처음보다 훨씬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진유운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삼십초가 흘렀다. 남매는 힘만 낭비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진유운을 바라보았다.

“네놈이 실력을 감추고 있었구나.”

"흥, 실력을 숨긴 건 당신만이 아니야!“

제갈린의 말이 신호가 되었을까. 두 사람은 일제히 검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검신 주위로 새하얀 검기가 생겨났다.

진유운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사부가 처음 검기에 대해 가르쳤던 것이 생각났다.


“제자야,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검에 기운을 씌우셨네요?”

“그렇지. 이게 바로 무림에 흔하디 흔한 검기니라.”

“아하. 근데 무림인은 왜 그렇게 귀찮은 걸 만들어요? 다들 힘이 남아도나봐요?”

“제자야, 설마 이걸 싸우는 내내 뽑아내겠느냐.”

“하긴, 무림인들이 그렇게 바보는 아니겠죠.”

“그렇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주화백의 모순적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보는 아닌데 바보라니.

진유운이 생각에 빠질 틈도 없이 주화백의 말이 이어졌다.

“검기를 쓰는 자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멍청한 놈들과 좀 덜 멍청한 놈.”

“네?”

진유운은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이제는 가는귀도 막혔느냐. 멍청한 놈이랑 좀 덜 멍청한 놈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건 알겠는데, 어차피 멍청한 놈인데 그걸 굳이 나눠야 해요?”

“쯧쯧, 아직 네가 어려서 잘 모르는구나. 무림에서 멍청한 것과 조금 덜 멍청한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느니라.”

그의 말에 진유운은 차이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못 믿는 눈치구나. 뭐, 이건 네가 중원에 나가보면 알게 된다. 어쨌든 앞의 경우는…….”


진유운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제갈균이 한걸음 앞으로 나오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의 살기를 느끼고 진유운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멍청한 놈. 아니지, 넌 그냥 아주 멍청한 놈이 딱 어울려.”

“네놈이 정녕 편하게 죽고 싶지 않은 것이냐? 유소저를 봐서 깔끔하게 보내주려 했건만, 네놈이 그마저도 거부를 하는구나.”

그의 말에 제갈균이 화를 참지 못하고 검에 기운을 좀 더 강하게 불어넣었다.

“역시 제대로 멍청해. 그래, 뭘 해도 확실히 하는 게 좋긴 하지.”

제갈균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어느 정도 힘을 감추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 펼치는 한 수는 거의 9할에 가까운 힘이 담겨있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제갈균의 검이 진유운의 심장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갔다.

제갈린은 이미 진유운의 보법이 신묘함을 깨닫고 성급히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제갈균의 뒤를 쫓아 거리를 좁혀 두었다. 진유운이 피하는 곳으로 빠르게 공격을 펼치려는 것이다.

진유운은 짧은 시간에 그들의 의도를 파악했다. 특히 제갈린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 그래서 그는 피하지 않고 오른팔에 금(金)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의 몸에 있던 금의 기운은 의지에 따라 팔을 강철보다 더욱 견고히 만들었다. 거기다 외부에 있던 기운까지 끌어오자 마치 권기가 형성된 것 같이 팔이 미약하게 빛났다.

그 모습에 제갈균이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자신 있어 보였다.

‘죽어라!’

제갈균은 살초를 쓸 생각이 없었다. 심장이나 머리를 노린다고 해도 어차피 상대가 피할 것이기에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공격했다. 이런 공격이 상대에게 느껴지지 않을 리가 없다.

진유운은 진한 살심을 느꼈지만 이미 상대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을 내린 터라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편안하게 검의 진로를 막기 위해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는 제갈린은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팔에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검기를 맨 손으로 막는 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녀는 다음 순간을 예상하고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끝이야.’

굳이 다음 공격을 할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재미를 그에게만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녀의 검에 다시 힘이 실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너무 놀라 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풀려버렸다.

챙!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드러난 상황은 그녀가 무공을 배우고 지금까지 상상에서조차 일어나지 않던 일이었다.

제갈린의 시선이 진유운의 팔에 고정되었다. 제갈균의 검을 막고 있는 평범한 팔을 보며 부릅뜬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잘려도 진즉 잘렸어야 할 팔이 멀쩡하게 검기를 품은 검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던 그녀도 너무 놀라 몸에 힘이 풀릴 정도였는데, 눈 앞에서 당한 당사자는 얼마나 놀랐겠는가.

제갈균은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진유운의 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멍청하게 있으면 되겠어?”

“이, 이놈. 대체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멍청한 줄만 알았더니 정신까지 나갔구나. 사술로 이런 일이 가능하기는 한 것이냐?”

“이, 이…….”

진유운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이 말까지 더듬거렸다.

제갈균은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어 다시 공격하려 했다.

막힌 검을 빼기 위해 온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단전을 자극하자 온 몸에 기가 돌며 검으로 향했다.

하얗게 맺힌 검기가 더욱 빛났다. 제갈균은 재빨리 검을 뺐다. 아니, 빼려고 했다.

“쯧쯧, 아직도 현실이 파악이 안돼?”

진유운은 더 이상 제갈균의 장단에 맞추지 않았다. 검을 막고 있던 손을 살짝 움직여 아예 검을 잡아버렸다. 검기가 맺힌 검을 맨손으로 잡아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손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린아!”

제갈균이 다급히 린을 찾았다. 공격하라는 신호였다.

“움직이기도 귀찮았는데 알아서 와주면 나야 고맙지.”

번쩍 정신을 차린 제갈린이 검을 찔렀다. 하지만 진유운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제갈균의 검을 들어 막아버렸다.

챙!

다시 요란한 쇳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진유운은 가만히 늘어뜨리고 있던 왼팔을 들어올렸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검과 검이 교차하고 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주인을 탓하거라. 핫!”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뱉으며 크게 기합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왼주먹이 교차하고 있던 검을 그대로 후려쳤다.

금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던 진유운의 주먹이 검기를 맺고 있던 두 사람의 검을 후려치자 ‘팡’하는 소리가 들렸다.

챙그랑.

두 사람의 검이 어이없게 부러져버렸다. 검기를 머금고 있던 검이 부러지는 것을 그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며 들리는 소리는 진짜였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좀 맞자.”

진유운이 씨익 미소를 짓고는 그들의 검을 힘껏 잡아 옆으로 던져버렸다.

‘푹’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나무에 박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타.

한 번은 제갈균, 한 번은 제갈린.

이렇게 번갈아가며 온 몸 구석구석을 공격했다.

“컥.”

“아악!”

비명소리가 절로 나왔다. 금의 기운을 한껏 머금고 있는 진유운의 주먹은 그야말로 거대한 쇠망치나 다름없었다.

“말했지? 난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진유운이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잠시 후 금기를 지우고 화기를 끌어올렸다.

주먹이 닿는 곳이 화끈거리더니 금세 화상을 입을 정도가 되었다.

“제, 제발.”

“그만, 그만 하-”

그만하라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고통에 시달렸다. 피부로 느껴지던 화끈거림은 어느새 몸속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진유운이 화기를 몸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걱정 마. 죽지는 않을 테니. 그래도 명색이 대 제갈세가의 자제들인데 죽일 수야 있나.”

진유운의 구타는 그로부터 반 시진이나 계속 되었다. 두 사람의 온 몸이 퉁퉁 부어올랐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맞았는데도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이 진유운에게 죄를 물을 수도 없다. 누가 지금 하는 말을 믿겠는가. 괜히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망신을 당할 게 뻔했다.

“대충 몸은 풀었네. 다른 사람들만 아니면 하루 종일 놀아 주려 했는데 아쉬워.”

쓰러져 있던 두 사람은 그의 말에 몸이 움찔했다. 지금까지 맞 은것도 고통스러운데 하루 종일 맞는 상상을 하니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너무 좋아하지 마. 네놈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 한 게 있으니까. 너희들 진법 좋아하지?”

그의 말에 두 사람은 불안한 느낌에 휩싸였다.

“이제 막 복합환상미로진을 발동시켰어. 잘 놀아 보라고.”

진유운이 몸을 돌렸다.

“아, 참. 내가 파훼법은 좀 알아도 설치는 자신이 없어서 제대로 작동하려나 모르겠네. 내일 새벽이면 풀리게 했는데, 실수로 며칠 동안 지속될지도 몰라. 뭐, 살상력은 없으니까 안심해. 근데 환상이 그냥 환상이 아니라 진짜 같아서 고통은 좀 느껴 질 거야. 뭐, 그래봐야 죽기야 하겠어. 그럼 수고.”

진유운은 평소에는 잔잔한 호수 같지만 지금처럼 화가 났을 때는 거친 풍랑으로 바뀌었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말이라면 지금처럼 친절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진유운은 미련 없이 진을 빠져나갔다.

남겨진 제갈균과 린은 공포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움직일 힘도 없을 만큼 심하게 맞았다. 그나마 단전이 파괴되지 않은 것만 해도 큰 행운이었다.

두 사람은 힘겹게 앉았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운기를 하려했다.

“젠장.”

제갈균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운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진유운이 밀어넣은 화기가 운기를 방해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진 안에서 내공을 회복하지도 못한 채 견뎌내야만 했다.



작가의말

휴일입니다. 보너스로 기~~일게 나갑니다 .

사실 제갈남매를 응징하기 직전에 딱 끊어버릴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근데, 응징이 좀 약한가요?

좀 더 강하게 할까 생각해보긴 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111
    작성일
    13.06.30 22:31
    No. 1

    오ㅋㅋㅋ 감사해여 덕분에 또 재밌게 읽고 갑니다^_^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배달겨레
    작성일
    13.07.01 04:39
    No. 2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해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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