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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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겨레
작품등록일 :
2013.06.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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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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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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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술04

DUMMY

진유운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어머니를 찾았다. 유자소의 배려로 워낙 관리가 잘 되어있어 따로 손질할 필요는 없었지만, 묘비부터 봉분까지 정성스럽게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 시진을 그렇게 보낸 그는 어제 보았던 호수로 향했다.

“유운아!”

그 때 멀리서 유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유운은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침도 거르고 어딜 그렇게 가?”

“그냥.”

“할아버지가 너 마을 구경시켜 주라고 하셨어.”

그녀의 말에 진유운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나 이것저것 준비 좀 해야하니까 두 시진 뒤에 여기서 만나. 내가 오늘 맛있는 거 사줄 테니 기대하라고. 호호.”

진유운은 무슨 준비를 하기에 두 시진이나 걸리는 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궁금증을 지워버렸다.

무덤덤한 유운의 반응과는 달리 유가인은 상당히 들떠있었다. 한동안 무공수련에 너무 매진해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진유운 때문에 여유가 생겼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녀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는 것도 잠시, 진유운은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을 알고 호수로 향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호수는 진유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편안해지는 기분에 쉽게 떠나지 못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변 경관을 즐겼다.

“유운아!”

유가인의 부름에 그제야 높이 솟은 태양을 보고는 서둘러 몸을 돌렸다.

“미안하다.”

“아니야. 그것보다 어서 마을 구경 가자. 할아버지가 구경하라고 돈도 넉넉하게 주셨어.”

“가자.”

“응. 맛난 것도 먹고 마을도 구경하자.”

유가인은 진유운이 산에서만 생활했다는 것을 알고 더욱 의욕적이었다. 어찌나 의욕적인지 마을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일각 정도를 걸어가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저잣거리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다 왔어. 저기야, 저기.”

유가인이 가리키는 곳에 ‘천하제일객잔’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다.

“저긴 탕도 맛있고 야채도 맛있어. 게다가 다양한 고기들도 일품이고.”

유가인은 식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 번씩 외출을 할 때마다 먹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는 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처음으로 객잔을 찾은 것이다.

천하제일객잔 앞에 당도한 두 사람은 길게 늘어진 줄을 보았다.

“칫, 역시 이 시간에는 줄이 기네. 일층도 괜찮지만 오늘은 특별히 이층으로 가자.”

이층은 일층과는 달리 자리값으로 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그 때문에 사람이 많이 없어 줄은 서지 않아도 됐다.

들어가자마자 점소이가 마치 주인을 모시듯 안내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고 점소이는 주문을 받기 위해 조용히 기다렸다. 이층을 이용하는 특혜 중 하나였다.

“유운인 뭐 먹을 거야?”

“아무거나.”

“알았어.”

유가인은 그렇게 말하고 몇 가지 요리를 시켰다.

진유운은 주변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1층과는 달리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습과 몇몇이 앉아서 음식을 먹는 모습, 그리고 바깥 풍경등.

주문을 다 끝낸 유가인이 둘러보는 진유운을 보며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경치 좋지? 특별히 바깥이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 잡은 거야.”

“그렇군. 헌데, 감시의 눈길이 있는데 괜찮나?”

“괜찮아. 늘 있는 일인 걸.”

“알았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이 기분이 나쁜지 진유운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유가인이 괜찮다고 하니 그냥 흘려버렸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주변에 있는 문파들을 감시하는 걸. 규모가 큰 곳은 더 심하고. 특히 약선문은 의술도 뛰어나서 좋은 약들이 많잖아. 무림인들이야 항상 부상을 달고 사니까.”

“그렇군.”

“최근에 할아버지가 효능이 뛰어난 환단을 만들어서 무림맹에 가입한 문파들에게 저렴하게 물건을 떼주고 있거든. 그 때문에 더 심해졌어. 게다가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더 귀찮아졌고.”

“이상한 소문?”

“응. 할아버지가 소림사의 대환단과 비견 될 정도의 영약을 만든다는 소문.”

소문은 대부분 부풀려지는 법이다. 뛰어난 약들을 제조하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대환단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귀찮으면 처리하면 되지 않나?” “꾸준히 처리는 하고 있는데, 워낙 사람들 틈에 잘 숨어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아. 너니까 쉽게 느낀 거지. 그리고 저들도 가끔은 유용하게 쓰여.”

유가인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정보싸움이지. 잘 못 된 정보를 흘려서 교란시키는 거야.”

“개똥도 쓸데가 있다는 말이군.”

“그렇지. 호호호.”

진유운은 그녀의 말에 들었던 젓가락을 살며시 놓았다.

“배 많이 고픈가봐? 곧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진유운은 딱히 배가 고파서 젓가락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일일이 설명하기가 귀찮은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어향육사와 소총반두부, 궁보계정, 그리고 항고유채 나왔습니다.”

점소이가 친절하게 음식이름을 말하고는 사라졌다.

“나왔다. 유운아, 맛있게 먹어.”

“…….”

식탁에 올려 진 음식을 보며 진유운이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 유가인이 이를 놓치지 않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

“음식은 마음에 든다.”

“그럼 몸이 안 좋은 거야?”

“그게 아니라, 어느 게 내 것이지?”

“호호, 난 또. 그냥 먹고 싶은걸 접시에 덜어서 먹으면 돼.”

“그렇군.”

진유운은 음식을 잘 먹지도 않았고 밖에서 사 먹어 본 적은 더더욱 없었기에 잠시 갈등한 것이다.

그런 진유운의 모습이 유가인은 오히려 보기가 좋았다. 같은 나이에 할아버지를 긴장시킬 정도로 무공이 뛰어나 보통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었다.

“네 덕분에 주렁주렁 호위를 달고 오지 않아 얼마나 좋은지 몰라. 다른 때 같았으면 이렇게 편하게 식사를 못하거든.”

기분 좋게 웃는 그녀의 꾸밈없는 모습이 진유운도 싫지는 않았다.

유가인은 약선문을 나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평소라면 십여 명이 넘는 호위가 주변을 에워싸듯 경계를 한다. 게다가 또래는 한 명도 없어 편하게 말동무를 할 수도 없다. 그런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마을 구경을 나와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걱정 없이 편하게 마음대로 즐길 수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가인을 부르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유소저!”

유가인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는 인상을 심하게 구겼다. 워낙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오는 통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답도 퉁명스럽게 나왔다.

“제갈소협.”

“이거 하마터면 유소저를 못 보고 그냥 본가로 갈 뻔 했소이다.”

“죄송한데, 지금 제가 식사중이라.”

“마침 잘 되었습니다. 저도 시장했었는데, 합석하십시다.”

제갈균은 유가인이 싫은 티를 내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자리를 잡고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이보세요, 제갈소협. 지금 손님이 있는 게 보이지 않으세요?”

“무림동도라는 말도 있는데 뭐 어떻소이까. 그렇지 않소?”

제갈균은 웃는 얼굴로 진유운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진유운의 반응은 냉담했다.

“난 너 같은 동도 둔적 없다.”

유가인은 진유운의 말에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반대로 제갈균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유가인의 앞이라 내색하지 않고 태연한 척 웃어보였다.

“뭐, 어쨌든 이왕 앉은 거 같이 식사나 합시다.”

점소이가 재빨리 차와 밥, 접시를 놓고 사라졌다.

“이런 통성명도 하지 않았구려. 제갈 세가의 차남 제갈균이고 열아홉 살이오.”

제갈균은 속으로 ‘니까짓게 미인 앞이라고 감히 나를 무시해?’라고 생각하며 진유운을 쏘아보았다.

“배가 부르군.”

진유운의 말에 제갈균의 얼굴은 그야말로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이 새끼가!’

무림인들은 무시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들에게 있어 자존심은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존심 때문에 칼부림이 나고 전쟁이 나는 곳이 바로 무림이었다. 지금도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칼부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갈균은 유가인 때문에 칼을 뽑지는 않았다.

“이보시오. 지금 제갈 세가를 무시하는 게요?”

제갈균은 유가인의 앞이라 살기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 앞에서 무시를 당한 것이니 더욱 화가 났다.

제갈균의 기를 느끼고 그를 호위하는 자들도 덩달아 기운을 끌어올렸다.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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