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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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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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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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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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3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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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술16

DUMMY

약왕전은 중환자를 돌보는 곳과 경상자를 돌보는 곳을 분리해서 사용했다. 사실 무림인들에게 경상은 간단한 금창약을 바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내상이야 가벼운 것은 운기조식으로 충분했기에 약왕전은 주로 중상자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진유운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곳으로 이동했다.

“화장로께서도 계셨구려.”

“오셨소이까. 맹주.”

일장로의 목소리가 딱딱했다. 게다가 크게 예도 차리지 않았다. 손자의 복수를 하려고 했지만 맹주에게 막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니 좋게 대답이 나갈 리가 없었다.

일장로는 맹주파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장로파의 수장이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아홉 명의 장로가 뜻을 같이 한다. 장로들은 대부분 구파의 전대문주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무허대사도 그를 경시하지 못했다.

“유전주, 아이의 상태는 좀 어떻소?”

“아직 숨은 붙어있지만 앞으로 이삼일이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화장로 좋은 소식이 있소이다. 드디어 유장로가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왔소이다.”

“뭐요? 그게 정말이오?”

일장로 화천상이 두눈을 크게 부릅 뜬 채 되물었다.

“그렇소이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시오.”

진유운은 무허대사의 숨은 의도를 알고 다시 한 번 늙은 생각이 맵다고 생각했다.

반면 유자소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는 장로였지만 말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공 실력이 뛰어나긴 해도 무림맹내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맹주가 손자를 고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만약 고치지 못하게 된다면 유자소는 일장로의 눈 밖에 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약선문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자소는 진유운이 있기에 자신감을 가졌다. 수기와 목기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고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자소가 말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자리를 좀 피해주시오. 치료에 성공 하려면 유운이와 둘만 있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소.”

“유장로, 설마 이 아이가 치료한다는 말이오? 우리 량이를?”

화천강이 노기를 살짝 띠며 말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진유운 말고는 새로운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치료에 도움을 줄 사람이 바로 그라는 의미다. 아무리 살펴보고 뜯어보아도 진유운은 그저 그런 애송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헌데, 그런 자에게 금쪽같은 손자의 치료를 맡긴다고 하니 황당한 것이다.

“일장로께서 우려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지만 이미 내가 확인했소이다. 그러니 염려마시고 저들이 하는 대로 따릅시다.”

화천강은 무허대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진지함이 묻어나 있고 확신에 차 있는 눈빛이었다.

“좋소이다.”

화천강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만약 손자가 깨어나지 않거나 죽게 된다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모두가 빠져나가고 유자소와 진유운만이 남았다.

둘만 남게 되자 유자소는 무림맹의 장로가 아니라 진유운의 할아버지로 돌아왔다.

“운아야, 미안하구나.”

“그런 말씀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우리가 좀 더 강했더라면 네가 원하는 것도 이런 고생하지 않고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아쉽구나.”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오히려 앞으로가 기대가 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인기척이 들렸다.

“아버지, 극입니다.”

“그래, 어서 들어오너라.”

유극이 들어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치료가 가능한 것입니까? 혹시라도…….”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허나 안심하거라. 유운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참, 너와는 처음 만나는 것이구나. 운아야, 인사하거라. 가인이의 아비니라.”

“진유운이라고합니다.”

진유운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유극이라고하네.”

“자, 그럼 치료를 시작하자.”

유자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극이 커다란 침통을 그에게 건넸다.

“내가 너를 따로 부른 이유를 알 것이다. 보고 깨달아 네것으로 만들거라.”

“네!”

유극이 힘주어 대답했다.

그는 이처럼 금침에 수기와 목기가 더해져 이뤄지는 치료를 처음 접했다.

365개의 금침과 다른 기운이 더해져 어떤 효과를 낼지 상당히 궁금한 표정이었다.

그는 유자소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했다.

유자소가 침통을 열며 말했다.

“운아야, 지금부터 주요 14개의 경맥을 따라 위치한 365개의 경혈에 단숨에 침을 꽂을 것이다. 침을 꽂기 전 수기와 목기를 침에 실어주면 된다. 그리고 침을 꽂은 뒤 장량이 버틸 수 있게 목기를 일각 동안 온 몸에 고루 퍼트려주면 된다. 할 수 있겠느냐?”

“네.”

진유운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는 쉽게 대답했지만 유자소가 말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의 대답과 함께 유자소가 침통을 가볍게 흔들었다. 365개의 금침이 서로 부딪치며 ‘차르릉’하는 소리를 냈다.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 때쯤 유자소의 눈빛이 반짝였다.

일순 멈춘 손동작.

던져지는 365개의 금침.

허공으로 날아서 흩어지는 금침은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지만 높이 솟은 금침이 최고점까지 도달 한 뒤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때 유자소의 기합소리가 들렸다.

“하압!”

기합소리와 함께 양팔을 번쩍 들어올리자 365개의 금침이 놀랍게도 허공중에 멈췄다. 허공섭물의 수법을 이용해 기로써 제어하는 것이다.

금침이 허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본 진유운은 수기와 목기를 일으켰다.

방안은 곧 시원한 수기와 생기가 가득 넘치는 목기로 채워졌다.

두 기운은 진유운의 의지에 따라 금침으로 빨려들어가듯 움직이더니 곧 완전히 사라졌다.

방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과 같았지만 365개의 금침은 마치 검기를 펼칠 때처럼 새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유극의 눈빛은 황홀경에 빠져있었다.

반면, 유자소는 얼굴에 서서히 땀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작고 가벼운 금침이라고 해도 365개를 허공중에 띄운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제 금침을 이용해 365개의 경혈에 꽂아넣을 차례였다.

유자소는 내공을 모두 풀어 금침에 더욱 기를 실었다. 한 번에 꽂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쟁을 치루는 것이 아니기에 일말의 힘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 괜히 힘을 아끼다가 한 곳이라도 잘 못 찌르게 된다면 큰 낭패였다.

유자소는 들고 있던 양팔을 힘껏 내렸다. 그러자 365개의 금침이 장량의 경혈로 빨려들 듯 꽂혔다.

“운아야!”

유자소의 신호에 따라 진유운은 목기를 장량의 몸속으로 불어넣었다. 놀라운 것은 신체 중 어떤 곳과도 접촉을 하지 않았는데도 기운을 밀어넣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진유운의 목기에 도움을 받은 금침은 즉시로 장량의 죽은 부위에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장량의 몸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폐를 비롯해 각종 장기들이 힘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다. 온 몸에 피를 돌리는 심장도 서서히 약해져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나마 침을 이용해 꺼져가는 기운을 붙잡아 두지 않았다면 죽어도 진즉 죽었어야 했다.

그런 육체가 금침이 들어가는 순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곳곳에 고인 피를 몸 밖으로 밀어내며 죽어 있던 곳에 생명의 기운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는 진유운의 목기가 침에 섞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몸이 너무 허약한 환자에게 강력한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 약효 때문에 육체가 붕괴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를 알기에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약효를 버틸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한다. 그러나 장량의 육체는 그런 조치가 불가능했다. 유자소도 이를 알기에 강력한 목기를 가진 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장량의 육체가 수기와 목기를 버티지 못하는 그 순간, 진유운의 기운이 움직였다.

먼저 수기를 이용해 막혀있던 땀구멍을 열었다. 죽은 피와 노폐물이 강력한 생명의 기운에 밀려 빠져나가야 하는데, 장량의 육체가 약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던 것을 그가 수기로 조절했다. 그리고 곧바로 목기를 거둬들이고 불어넣기를 반복하며 장량이 버틸 수 있게 조절했다.

이 작업은 유자소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 모든 육체를 관찰하며 기운을 미세하게 조절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유자소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다. 그도 해보지 않은 일이니 어찌 제대로 예측이 가능했겠는가. 만약 오행신체인 진유운이 아니었다면 큰 낭패를 당할 뻔 했다.

어쨌든 진유운의 활약으로 시커멓게 죽어가던 장량의 육체가 서서히 밝은 빛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각이 지났을 때, 유자소는 다시 기운을 일으켜 금침을 모두 뺐다. 이제는 모든 것이 진유운에게 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진유운은 너무도 편하게 장량의 치료를 마무리했다.

다시 일각후 장량의 얼굴은 붉은 빛을 띠며 생기가 흘렀다. 아직은 안색이 약간 흐리게 보이기는 했지만 치료를 하기 전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진유운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 하고 기운을 거둬들였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고생하셨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목기를 좀 나눠드려도 되겠습니까.”

“허허, 녀석. 뭘 그리 딱딱하게 구는 것이냐. 편한대로하거라.”

“알겠습니다.”

진유운은 유자소의 마음이 고마웠다. 할아버지처럼 생각하라는 그의 말은 가족으로 생각하라는 말과 같았다. 19년 동안 가족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아예 존재하지 않던 말이라 겉으로 표현하기는 여전히 어색했지만, 그와 대화를 할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유자소가 곧바로 운기에 들었고 진유운은 목기를 일으켰다. 그러자 단전에 빠르게 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운기를 하는 유자소는 평소보다 몇 배나 빠른 회복에 놀랐지만 진유의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운기조식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유자소는 유극을 바라보았다.

“극아, 치료가 끝났으니 모시고 오거라.”

“네. 아버지.”

“허허, 녀석. 얼굴에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하구나. 나중에 내 따로 운아와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 호기심은 잠시 묻어두거라. 그리고 앞으로 운아를 네 아들처럼 생각하거라. 나 또한 이미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유극은 놀란 표정으로 진유운을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그는 아버지의 성격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과 사의 틈에 끼어서 지금의 약선문을 만들면서 그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이것은 비단 약선문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정파인들은 두루 사람을 사귀되 자파를 우선시 한다. 그래서 신뢰라기보다 이익관계가 얽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진유운은 아들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이것은 그를 전적으로 믿겠다는 말이었다.

유극이 나가고 유자소가 말했다.

“운아야, 널 무림맹으로 끌어들인 것이 잘 한 것인지 모르겠구나.”

“무료한 생활보다 낫습니다. 심려치마십시오.”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맹주가 널 황룡대에 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구나.”

“황룡대는 어떤 곳입니까?”

“황룡대는-”

유자소가 설명하려는데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장량이 치료를 끝냈다고 하니 맹내에서 얌전 빼던 일장로도 급했던 것이다.

“유장로. 정말, 정말 우리 량이가 나았소이까.”

“확인해보시오.”

유자소의 허락이 떨어지자 화천강이 재빨리 장량의 맥을 짚었다.

절대 안정이라 그동안은 손도 대지 못했는데,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은지 화천강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허허허, 정말이려. 우리 량아의 맥이 힘차게 뛰고있소.”

사실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많이 모자란 맥박이지만 그가 느끼기에는 그 어떤 건강한 사람보다 뚜렷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이다. 힘을 좀 썼더니 피곤해서 원.”

“유장로, 고맙소. 조만간 제대로 고마움을 전하겠소.”

“무림을 위한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오. 그럼.”

“참, 유운이라고 했나. 밖에 황룡대로 안내할 사람은 대기시켰으니 그를 따라가보아라.”

“그러지요.”

진유운은 이제 무림맹에서 생활해야 하니 말투부터 고치기로 했다.

사실 그가 언행을 바꾸려는 이유는 유자소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개인이 아니라 약선문의 이름으로 무림맹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약선문에 지장을 주게 된다는 의미였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순순히 시키는 대로 다 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투 정도는 충분히 고칠 수 있었다.

진유운이 빠져나가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허리를 곧게 세운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황룡대주로 임명된 진유운소협이 맞습니까?”

사내는 어려보이는 진유운에게 존칭을 사용했다. 그의 신분이 조장이었으니 아무리 진유운이 어리다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말투만 그렇지 그의 표정은 전혀 반대였다.

“맞다.”

“가시지요.”

진유운의 하대에 인상을 구긴 사내는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지 몸을 돌려 앞장섰다.


작가의말

3~4천자로 자르려고 해도 참 애매하네요.

비축분도 이제 떨어졌는데 흑흑...

그럼 즐감하세요~

근데, 새벽 내내 엄청난 비와 천둥 번개...

또 지금은 잠잠하네요. 이번 장마도 걱정이 됩니다.

부디 비피해 없으시길 바라고 즐건 한주 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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