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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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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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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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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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13)

DUMMY

디에네 데 아라고른이 고개를 들었다. 여제를 포함한 여제의 측근들이 슬픔에 잠긴 그 황녀를 바라보았다. 그 가운데서도 여제의 시선이 황녀를 가장 자극했다.

"디에네."

여제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여제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디에네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누군가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여유가 전혀 없는 듯했다.

디에네 황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에 절을 했다. 거슬릴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감축드립니다, 폐하. 황제가 되셔서."

디에네 황녀는 드레스 자락을 들어 여제를 스쳐지나가서는 계단을 올랐다. 제2황녀는 그 누구의 시중도 받지 않고 비틀거리며 윗층으로 향했다.

이사벨이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찡그렸고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벨린 데 란테가 말했다.

"폐하."

"가자."

이사벨이 차갑게 내뱉으며 걸었다. 그녀는 집무실로 향했고, 이것은 다른 대신들에게 황제의 서거가 전달되기 전에 여제가 재빠른 조치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사벨 여제가 직접 들어오자 마자 문을 닫았다. 세 총사가 집무실 한 가운데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제가 날카롭게 물었다.

"누구의 짓이지?"

"다빈치 박사가 곧 진상을 파헤칠 겁니다."

주안 스피놀라가 대답했다. 여제가 냉랑하게 말했다.

"짐이 바랬던 일은 아니었다."

"선제 폐하의 약은 꾸준히 처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누군가 그 약에 손을 댄 것 같습니다."

주안 스피놀라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문이 열리며 황실 주치의와 총사대장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들은 단번에 뛰어온 모양이었다. 그들이 서둘러 새 황제에게 절을 하고 보고했다.

"생명유지약의 기운이 다하셔서 선제 폐하께서 서거했습니다."

여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빈치 박사가 말을 이었다.

"누군가 링거병에 약이 아닌 맹물을 집어넣었더군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폐하."

황실 주치의가 시니컬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디에네 황녀가 선제폐하 앞에서 통곡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마마를 말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에네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

이사벨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딱 잘라 말했다. 그녀가 총사대장 호르세 데 까사델라 남작을 바라보았다. 수염을 기른 건장한 체격의 근위대 지휘관이 하얀 가발에 모직 군복 차림으로 새 황제에게 절을 했다.

"제 불찰입니다. 폐하. 선제 폐하를 음해하려 한 자들을 막아내지 못했나이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남작."

이사벨 여제가 말했다.

"근위총사연대와 용기병대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지?"

"유사시를 대비하여 만반의 출동 준비를 갖추고 있나이다."

"톨레도로 행차할 준비를 내일까지 서둘러야 한다. 짐은 이번 주 제4일까지 톨레도에서 대관식을 치룰 것이다. 육로를 이용하든, 수로를 이용하든, 총사대장 그대의 의견을 따르겠다."

"예, 폐하."

총사대장이 대답했다. 그녀가 등을 돌아 테라스쪽의 창가를 바라보았다.

"이만 모두들 나가보도록 해라. 곧 있으면 대신들이 서거소식을 듣고 달려올 터 그대들은 짐의 숨어있는 카드가 되어야 하느니라."

이사벨 여제는 굳이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총수와 추기경을 감시하라고 덧붙이지는 않았다. 여제와 여제의 최측근들은 이제 황실을 음해할 세력들의 음모가 매우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고 있었다.

벨린 데 란테가 나가려던 참이었다.

"데 렌테." 여제가 호명했다. 젊은 총사가 걸음을 멈췄다. 다른 이들은 집무실을 나갔고 벨린이 문을 닫자 이제 두 사람만 남았다.

그제야 이사벨이 무너지듯이 호화롭게 장식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힘겨워보였다.

여제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말했다.

"배신자가 있다. 데 란테."

"선제 폐하의 약에 손을 댄 자겠지요."

"그 자를 색출하자니 시간이 너무 아까워. 네가 말한대로 추기경과 동방회사 총수의 사주를 받은 자일까?"

"두려우십니까?"

벨린이 나직이 물었다. 여제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사냥꾼 앞에서 만큼은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습관화되어 있었다.

"짐은 이 날만을 기다렸다. 대를 이어 이 제국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벨린이 여제에게 다가갔다. 의자에 앉은 여제는 외로움에 몸을 떨었다. 상복으로 입은 검은색 공단드레스 자락이 의자를 완전히 덮었다. 여제는 무릎에 손을 올린 채 다가오는 벨린 데 란테를 바라봤다.

여제가 기운없이 말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라는 그 기병장교. 네 말대로 이곳에 불러들였다. 네 말을 믿어서 그렇게 했던 거야, 데 란테."

"그녀가 폐하의 영광을 위협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게 후회되는구나."

여제가 대꾸했다. 벨린이 그녀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그리고는 주름이 생기도록 드레스자락을 꾹 잡고 있는 여제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여제는 그의 손이 생각보다 따뜻하다는데 놀랐다. 반면 젊은 총사는 여제의 손이 생각보다 차갑다고 느꼈다. 정열적인 히스파니아 여인의 몸이 차갑다는 것은 여간 걱정스런 일이었다.

이사벨은 그가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꼈다. 벨린이 부드럽게 그녀의 두 손을 잡고 일으켰다. 그러자 이사벨은 얼굴을 붉히더니 살며시 그의 품에 안겼다.

여제가 작게 속삭였다.

"짐은 지금 상중이다. 교회법을 어길 순 없어."

"저는 교인이 아닙니다, 폐하. 죄책감을 지닐 필요가 없지요."

"몸에 향수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벨린이 여제의 베일을 들춰냈다. 그리고는 고개를 기울여 천천히 입을 맞췄다.

여제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감은 벨린 데 란테는 그녀의 뺨을 타내리는 눈물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가 키스를 하며 눈물을 흘린 적은 처음 관계를 맺었을 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총사에게 이번 키스는 더욱 더 달았다.

* * *

일을 마친 벨린 데 란테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총사대장과 주안 스피놀라 중령, 알레한드로였다. 그들은 호박색으로 반짝이는 복도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벨린이 총사대장 데 카사델라 남작에게 모자챙을 잡고 경례했다.

"귀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작이 엄숙하게 말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각하."

벨린이 정중하게 말했다. 총사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간혹 네 아버지가 너에 대한 편지를 보내곤 하지. 노파심 때문이었을 거야. 하지만 네가 폐하의 비밀임무를 받든 후로는 쓸 이야기가 없더구나."

"죄송합니다, 각하."

"네 잘못은 아니니 그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폐하를 무사히 대관식장으로 모실지 의논 중이었다."

"총사대를 둘로 나누기로 했어."

스피놀라 중령이 말했다.

"각하께서 내게 궁전에 남아 제2황녀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기셨네. 벨린 자네는 각하와 함께 폐하를 호위할 것일세."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의 일을 아신다면, 우리의 적이 누군지 알고 계시겠지요."

벨린이 말했다. 총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렌지공 마우리체호는, 주스티안 데 모리체, 그 놈의 의도를 분명히 하는 짓이었지. 사실 그 놈은 수상한 혐의가 많았다. 여러 차례 허가받지 않은 밀무역을 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었지만 매번 꼬리를 놓쳤지."

스피놀라가 말했다.

"제가 직접 그 자를 감시하겠습니다. 각하. 그는 지금 아스티아노의 동방회사 본사에 있지요."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남작이 강조했다.

"귀관이 이끄는 대대가 즉위식이 치뤄질 때까지 곳곳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각국의 대사관, 귀족 저택, 헌병군, 항만부두, 저잣거리, 금융가, 빈민지역은 물론, 주점과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살롱과 광장까지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 놈들은 여론을 조장할 수 있을 뿐더러, 더구나 그 적이 히스파니아 동방회사라면... 경제를 장악할 수도 있으니까."

스피놀라가 재빨리 물었다.

"추기경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의 헌병군은요?"

"아직 그가 변절했다는 증거는 없지."

총사대장이 덧붙였다. "그의 심증은 벨린 데 란테 귀관이 파헤쳐야 한다. 그는 폐하와 함께 대관식에 나서야 하니까. 나는 지금 그에게 가서 헌병군의 운용 방안에 대해 물어보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각하."

총사들이 모자 챙을 잡고 경례했다. 총사대장이 굳건한 표정으로 경례를 받고는 사라졌다.

총사대장이 사라지자 스피놀라가 물었다.

"자코모 다빈치는 어떻게 할 텐가?"

"그가 그 책을 쓴건 확실해 보입니다."

벨린이 주변을 살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가 배신자일 수도 있겠군."

스피놀라 또한 주변을 살펴보며 한마디 했다.

"다빈치는 그 책을 쓴데다, 폐하의 목숨도 책임지는 위치였어. 마법사라는 자들은 원래 어딘가 정신이 나간 법이야. 그 자가 성전기사단을 흠모하여 신흥종교를 만들었을지 누가 아나?"

중령의 말을 듣는 벨린에게 누군가 눈에 띄었다.

기병대 제복을 입은 채 불안한 얼굴로 허둥대는 금발머리 장교였다.

"잠시 실례하지요."

벨린이 몸을 움직였다. 스피놀라가 입을 다물었다. 벨린이 빠른 속도로 걸어가 방황하는 그 기병 장교의 어깨를 뒤에서 잡아 세웠다.

그가 말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

여 기병대원이 화들짝 몸을 돌렸다. 그녀가 놀라서 내뱉었다.

"벨린.. 이게 어떻게?"

"방황하고 있군."

"영문을 모르겠어. 왜 이렇게 많은 귀족들이 상복을 입고..."

"황제폐하께서 서거하셨어."

"맙소사..." 진실을 모르는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성호를 그었다.

벨린이 무뚝뚝하게 충고했다.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냐." 까트린에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 궁정생활을 한 적 없어. 어떻게 해야..."

"디에네 데 아라고른 황녀."

벨린이 여 기병대원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거야."

--------

1화에 악플이 하나 달렸거든요. 극찬에 불과한 평에 비해 문장력도 엉성하고 어휘력도 부족하고 퇴고도 안했다고 하시더군요.

맞아요. 퇴고를 안했죠. 간간히 오타도 보일테고 정확하지 않은 문장도 있겠지요. 근데 그 리플을 받고 속상했던 건, 말들이 다 두리뭉실했던 거예요. 그건 마치 길거리에서 아무나 잡고 뺨때리는 격입니다. 비난을 하려거든 구체적인 비난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비평 점수 5점 만점에 0점 줘도 겸허히 받아들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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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6

  • 작성자
    Lv.1 眞魂
    작성일
    08.08.09 00:24
    No. 3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선행자
    작성일
    08.09.16 11:14
    No. 32

    연재글에 왜 악플을 다는지 출판하는 프로도 아니고 아마추어인데.... 저는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연재글은 습작이라고 보기때문에.... 오타와 오류가 있는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石破天
    작성일
    08.09.28 06:37
    No. 33

    악플은 늘 달리게 마련입니다. 자신만이 진리를 꾀뚫고 있다고 믿는 바보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죠. 훌륭한 글입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다훈
    작성일
    08.12.25 13:32
    No. 34

    두리뭉실하게 쓰는 것은 또렷하게 집어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혹은 별로 할 말이 없었거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얼어가는불
    작성일
    09.01.10 03:07
    No. 35

    일을 마친 벨린 데란테? 클클 좋은 일을 했군!
    그나저나 악플은 짐승들의 울음 소리 일뿐 입니다.
    악플을 쓴 자기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transistor
    작성일
    10.12.09 21:10
    No. 36

    황녀를 지키게 하는 건 까트린이 적격이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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