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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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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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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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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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50)

DUMMY

이 모든 일이 말이 안 되어보였다.

아리엘은 지금 붉은 머리 여인을 따라가는 주인과 함게 산기슭길을 오르고 있었다. 주인과 그 여자는 계속 란테 지방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리엘은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리엘에게 두 사람의 관계가 좀 수상쩍어보였던 이유는 두 사람이 몇 마디 나누고서 서로를 알아보자마자 껴안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붉은머리 여자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지나치게 소외를 당하는 바람에 아리엘은 기분이 좀 뾰루퉁했다. 더구나 걷는 내내 두 사람의 관계까지 지나치게 의심이 갔다. 두 사람은 습관과 행동은 눈에 띄게 유사했다. 벨린 데 란테와 생김새도 비슷했고, 때로는 꾸민듯한 느낌을 주는 주인의 행동거짐과도 많이 유사했다.

친지이거나 혈육일까? 그럴 리가. 주인님 같은 분에게 가족이 있을 리가 없어. 벨린 데 란테는 그녀에게 자신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리엘은 더욱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혹시 약혼녀 같은 관계는 아닐까. 주인은 항상 여인들을 끼고 다녔고, 이 장래가 총망받는 바람둥이 총사의 시종은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다행히도 그 수많은 계집들 가운데서 주인이 진정 사랑할 여자는 없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수상쩍었던 것이다. 주인이 지나치게 연분의 정 같은 것을 저 여인에게 내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아리엘은 그게 불안했다. 벨린의 어머니가 회춘술을 특기로 쓰는 사이프러스의 마녀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 * *


사이프러스의 키리네, 혹은 사이프러스의 마법사로 불리는 벨린의 어머니는 매우 강력한 마법사였고, 벨린 데 란테도 이 점은 익히 자랄 때부터 들어왔었다. 비록 대규모 전쟁터에서 마법사가 퇴출된지 몇십 년이 넘긴 했지만 이것은 단지 효율성의 문제 때문이었지, 마법사의 위력이 예전만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랜 딜레이와 총포만 조심한다면 공격 마법술은 여전히 공격에 유효했다. 저 20년 이상 젊어보이게 만드는 동방의 회춘술만 봐도, 벨린의 어머니 사이프러스의 키리네는 여전히 한 가닥 하고 있다는 소리다.

아무튼 벨린 데 란테는 그녀가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아들만큼 젊어보이도록 회춘술을 구사하는 마법사는 히스파니아에서 그의 어머니말고는 없을 터였다. 아니 서에우로파 전역에서 그녀 하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녀의 어머니는 아들의 귀환으로 기쁨과 흥분 상태였고, 아버지에게서 배웠을 란테 사투리가 매우 열정적이고 매력적이게까지 들렸다.

"오늘 점괘가 좋기는 좋았지, 세상에 벨린. 사랑하는 내 아들아 대체 4년 동안 뭘 했길래 집으로 편지 한 장 안 보낸 거니?"

"바빴죠."

벨린이 일부러 간단히 대답했다. 그가 너무 유쾌하게 대답을 했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줄곳 냉랑하고 냉철한 어조를 구사하던 주인을 봤던 아리엘은 못믿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록 주인과 주인의 어머니가 하는 소리를 한 마디도 못 알아먹기는 했지만.

사이프러스의 키리네는 계속 울먹거리고 있었다. 기뻐서 그런 것이다. 아무리 천하의 마법사라 해도 아들이 살아 돌아왔는데 무감각할 여인은 없다. 그제야 벨린은 자기가 좀 너무 무심했나 싶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4년 동안 여러 사건에 휘말리다보니 고향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는 너무 타락해 있었기에.

벨린의 어머니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아버지가 기뻐하실 거다. 우리는 다들 네가 내란에 휘말려 죽었는 줄 알았어. 아니면 구교 신교 전쟁에서 죽었거나."

"재수없으면 그럴 뻔했죠."

"쭈는 어떻게 했니?"

"늙어 죽었어요."

총사대 장교가 된 아들이 잠시 옛날 일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의 어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됐구나. 마물 치고는 영리한 녀석이었는데. 그건 그렇고, 네 뒤에 따라오는 처자는 누구니? 보아하니 아르메니아 계통 사람 같은데."

"아, 맞아. 아리엘을 소개 못 드렸군요."

벨린 데 란테가 짐짓 꾸민 듯한 손놀림으로 자기 시종의 손을 잡아서 앞으로 세웠다. 아리엘은 좀 깜짝 놀랐다. 날카로운 눈매를 한 붉은 머리 마녀가 그 상냥하고 순진하게 생긴 갈색머리 처녀를 훑어봤다.

벨린이 어머니에게 웃어보였다. 왠지 그가 평소에 보이던 어둠이 좀 깃든 악한 웃음이었다.


* * *


아리엘은 주인이 갑자기 친근히 자기 손목을 잡더니 붉은 머리 여자 앞에 선보이는 것을 보고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약간 거칠기는 해도, 아리엘을 다루는 주인의 말과 행동은 다정해보였다. 이럴 주인이 아닌데. 아리엘은 겁먹은 얼굴로 붉은 머리 여자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저 붉은 머리 여자는 눈매 쪽에 검은 마스카라를 하고 있었고, 그 마스카라로 인해 눈매가 매우 사나워보였던 탓이었다.

주인이 란테 지방 사투리로 뭐라 다정하게 말을 시작했다. 아리엘은 역시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벨린 데 란테가 어느 대목을 말한 순간. 그 붉은 머리 여자의 얼굴에 갑자기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는 아리엘을 재빨리 껴안고서는 기쁜 어조로 그녀에게 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유서깊은 고대어로 뭐라 소리치더니,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로.

그제야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축지법도 여전하시군."

겁에 질린 눈을 하고 아리엘이 물었다.

"축... 축지법이라고요?"

"너도 알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이교도 마법사야. 동방에서 전수된 희한한 마술은 다 할줄 아시지."

"어머니라고요?"

아리엘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종종 벨린은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곤 했던 것이다.

그녀가 눈치챘다.

"그럼, 여기는 주인님 고향이군요."

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란테 지방이지. 좀 있으면 내가 살던 오두막이 도착할 거다. 어머니는 지금 너무 기뻐서 도로 도회지로 내려가셨지. 결혼식에 쓸만한 걸 뭘 잔뜩 사오실 게 분명해."

왜요? 호기심 많은 아리엘은 이렇게 묻고 싶었다. 허나 주인에게 그렇게 대꾸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이윽고, 벨린은 시종의 의문을 단번에 해소해주었다.

"너 지금부터 연기를 잘 해야 돼. 우리 어머니한테 너를 보고 아르메니아까지 가서 데려온 약혼자라고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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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도 용서해주세요... 후후; 1년만에 50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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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공지]군입대 때문에 부득이하게 연중입니다... +29 06.11.26 8,264 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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