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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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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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54)

DUMMY

12장 - 로보 카사도르(늑대 사냥)


아스틴 궁전의 섭정 집무실, 제국섭정 이사벨 데 아라고른 황녀는 보라빛 실크 드레스 차림으로 창가에 서 있었다. 최근에 새로 맞춘 이 드레스는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퍼플 칼라의 상징성이 부각된 옷이었다. 윤기나는 검은머리를 우아하게 틀어말은 이사벨이 집무실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검은색 프록코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절을 했다.

"이사벨 마마, 제국의 재무대신이자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총수 돈 주스피앙이 마마를 뵙고자 알현하였나이다."

돈 주스피안이 삼각모를 벗고 절을 했다. 그는 대단히 훌륭한 프록코트를 차려입었는데 아직 젊기 때문인지 요즘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하얀가발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허나 그의 표정은 충분히 오만했고 평소 이사벨이 히스파니아의 신사들에게 경멸심을 갖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지. 이사벨은 돈 주스피앙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애써 그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집무실 데스크에 앉아 말했다.

"짐이 그대를 제국의 재무장관으로 임명한지 반 년이 지났다. 그대는 히스파니아의 동방회사는 물론이고, 이 나라 경제의 재무장관 자리를 겸했지. 어디 그간의 성과를 보고해 보도록 하여라."

돈 주스피앙이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 11월에 우리 히스파니아는 극동의 신세계에 새로 상관을 건설했습니다. 마마께서 쓰신 친필 서한을 전달했지요. 그곳은 원래 홀란드와 빌랜드의 함대가 무역 독점권을 놓고 항로를 확보하려던 곳이었습니다. 마마께서 저희에게 치안권과 군대조직권을 주신 이후로, 우리 동방회사 함대는 극동 세계의 항로 가운데 주둔중이던 빌랜드 함대를 격파했습니다. 새로운 연락선이 태평양을 건너오는대로, 저는 마마께 새로운 소식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조국의 부흥과 새로운 부에 대한 긴 보고서이지요. 제가 동방회사 선박을 통해 들여온 그 신세계의 물건이 있는데 선물로 바치는 것입니다.."

돈 주스피앙이 밖에서 하인을 불러 정성스레 포장된 선물꾸러미를 가지고 왔다. 프록코트를 입은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하인이 그 꾸러미를 이사벨이 앉은 데스크에 올려놨다.

이윽고 하인이 그 꾸러미를 풀었고, 이사벨은 흥미로운 눈으로 돈 주스피앙의 선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도자기였다. 비취처럼 푸른 도자기, 표면에 음각과 양각을 새겨놓아 빛을 비추면 새겨놓은 특유의 무니가 반짝거리는 청자였다. 그 청자의 색깔은 마치 히스파니아의 신대륙 식민지 누에보 히스파놀라의 비취빛 앞바다를 연상케 했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보물이었다.

이사벨은 잠시 그 도자기에 매료되어 생각했다. 그녀가 30년전쟁의 보상처리에 열중하는 동안 히스파니아 동방회사는 빌랜드를 비롯한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괄목할 성과를 올린 것이다. 지금껏 서 에우로파 강국들 중에서 이런 물건을 수입한 나라는 없었다.

그렇다면 독점이 가능할 수도 있단 소리인데.

무언가에 감흥을 받은 이사벨이 지구본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 도자기를 만든 나라는 어디에 있지?"

"이곳입니다, 마마."

돈 주스피앙이 금발을 휘날리며 다가와서는 지구본의 어느 부분을 짚었다. 정확히 히스파니아와 정 반대에 자리잡은 나라였다.

"고대 란툰 제국 시절부터 알려진 국가입니다. 치이난이라고 하지요. 지금까지 이교도인들이 독점을 해왔던 무역입니다. 서에우로파에서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나라와 통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나라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사벨이 대뜸 물었다. 정복욕, 그것은 히스파니아 군주로써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욕 때문인지 반짝반짝 빛났다.

돈 주스피앙이 웃어보였다.

"마마께서 지속적으로 성은을 배푸신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그 말에 이사벨은 정신을 차렸다. 잠시 새로운 보물에 매료되어 돈 주스피앙과의 경계심을 허물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 나라의 상공업과 나라 재정의 관리권을 돈 주스피앙에게 주었고, 이 부르조아를 경계하지 않는다면 언제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없었다. 아직은 황권이 약했고 치안도 불안정했다. 섣불리 믿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이사벨이 다시금 동방회사의 총수를 단호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해외무역 개척에 대한 것은 나중에 성과를 보이거든 포상하겠다. 허나 동방회사의 문제와는 별개로 너에게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는 걸로 아는데? 앞으로는 전쟁때문에 파탄난 신민들의 생계문제도 주력해야되지 않을까?"

돈 주스피앙이 웃어보이며 외운 듯이 대답했다.

"전쟁도 끝난 이후로 물가가 안정되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도 안정적이고 신교도들도 더 이상 극성을 부리지 않으니 평화가 지속된다면 곧 정상을 찾을 것입니다, 마마."

이사벨은 그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도 끝났고 전쟁에 동원된 많은 인력들이 복귀하였으며 전쟁의 대가로 얻은 막대한 양의 보상금이 나라의 부를 증대시켰다. 경기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의 일에 꼬투리를 잡을 부분이 없었다.

이사벨이 그를 보며 날카롭게 내뱉었다.

"좋다, 계속 두고보도록 하마. 이만 물러나보도록 하여라."

돈 주스피앙이 절을 했다. 이사벨이 집무실 중간으로 나와 황실인장 반지를 낀 손을 내밀었다. 돈 주스티앙은 가볍게 반지에 키스하고서는 예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마마와 제국을 위해 계속 봉사하겠나이다. 아디오스 데 콘프리체(평안하시길 빌며 안녕히)"

이사벨은 돈 주스티앙이 거만한 몸동작으로 집무실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돈 주스티앙은 제국에서 흔치 않은 인재지만 그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준 것이 문제였다. 언젠가는 화근이 될지도 모른다. 그가 이 나라의 경제를 철두철미하게 휘어잡는다면.

'그래도 어림없지.'

이사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차기 여성 군주로써,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것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녀가 조금만 권위에 신경을 쓰고 밑에 있는 '신사'들을 휘어잡는다면 통치력을 강화하고 돈 주스피앙같은 자를 발 밑에 두는 거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황제의 피를 이어받은 정통군주였고, 그녀가 조금만 위엄을 갖춘다면 이 정통성에 대적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그 위엄을 강화할 차례였다. 이사벨이 집무실 밖에 서 있는 시종을 불렀다.

하얀 가발을 쓴 황녀의 시종이 그녀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황녀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데 콘체, 지금 즉시 근위총사연대 막사로 가서 란츠베르크 전투의 영웅을 데리고 오도록 하여라. 그에게 황실 수석 사냥꾼 칭호를 내릴 것이다."

시종이 사라졌다. 이사벨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녀들이 황녀를 따라나섰다. 이사벨은 그를 집무실이 아닌 응접실에서 맞이할 생각이었다. 그곳이 집무실보다는 그를 맞이하기가 여러모로 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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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조금 있죠? 까먹었다면.. 그건 아마 1년의 연재 공백과.. 소설 구조상 반권 차이나는 기간동안 명시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요.. 가령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총수처럼요..히스파니아 제2왕녀와 추기경도 곧 있으면 등장이죠.(옛날에 나온 인물들이긴 해도, 사실 새로 등장하는 거나 같죠.)


사실 저는 이 이야기로 책을 낼까하고 쓰는 거라서... 약간 그런 면이 있었어요.(물론 출판될지 않될지 확신은 못해요. 요즘 이 글에 관심있을 출판사가 있기나 있을까요?) 뭐, 그저 수정볼 필요가 있는 약점이란 말을 하고 싶었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그외 인물들은.. 가령 벨린을 타락시킨 여자 '안젤라'(45화의 회상에서 등장)의 경우는 그냥 복선에 불과하지요. 그 이름만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상관없어요... 주인공이 어릴 때 길렀던 늑대 쭈는 뭐랄까.. 주인공의 순수한 시절, 가령 이 글의 초고판으로 벨린이 상당히 뺀질나고 그랬던 시절의 상징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이것도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제 의도대로 나가는 거지요. 잊을만할때 떠오르도록 나올 테니까요.

문제는 쭈는 죽었으니 안나올 테고, 이 안젤라가 언제 등장하느냐 하는 건데요, 계속 보시면 아시겠네요. 왜냐하면 그녀는 다크 히로인이니까요.. 팜므파탈같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고...


암튼 돈주스피앙이 악당이 될지 아니면 주인공이 더 진정한 악당이 될지 그게 아니라면 제3자가 있는건지는 계속 지켜봐주세요.


p.s:군대연재 빡새요.ㅠㅠ 춪천 감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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