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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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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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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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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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DUMMY

- 제35화. 생각과 상황 -




동방대륙에서 서방대륙으로 향하는 방법은 중앙대륙인 토옌을 거치는 방법만이 알려져 있다. 수많은 항해 능력자들이 동방대륙의 동쪽에서 서방대륙의 서쪽으로 통하는 항로를 개척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다만 해당 지역들의 어민들 사이에서는 언젠가 단 한 명이 탄 작은 배가 서방에서 동방으로 넘어온 적이 있다는 말이 뜬구름처럼 돌고 있다. 혹자는 동방에서 서방으로 넘어갔다는 말도 하는데, 그 한 명이 누구인지, 항로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 기운계에 관한 토막 상식.




“아마…… 이제 서로 볼 일이 없겠죠?”

“이후 마성궁에 오신다면 제 이름을 대세요.”

“아, 네…….”

“저는 황궁에서 따로 통보를 받을 때까지 머무를 거예요. 무사히 돌아가시길.”

간단한 식사 후에 후드를 벗은 엘렌이 도영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도영은 평소처럼 어설프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고, 엘렌 역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기분이 별로야? 어째 뭔가 안 풀린 것 같은데?”

“네? 그래요?”

숙소로 돌아오자 호사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영과 일정을 맞춘다고 불확정 기한으로 휴가를 쓰다 보니 그도 나름대로 몰린 상태였다.

“빨리 돌아가야지. 보직 신청 결과는 내일 나오는 건가?”

“내일 오후 2시까지 개별 통보할 거래요.”

“으음. 할 일이 없으면 잠이나 자는 게 기다리는 데에 최고야.”

호사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차곡차곡 자신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차피 보직의 변경 여부와 무관하게 천동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도영도 그를 따라 자신의 짐을 하나하나 챙겼다.

“…….”

챙기다가 문득, 도영이 손을 멈추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가만히 있다가 다시 짐을 정리했다.

달이 뜬 밤이 되어, 도영이 창측의 침대에 풀썩 누웠다. 무리를 한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았지만 움직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고, 일정을 일부러 맞춰준 호사비가 마차를 준비해줄 것이었기에 돌아가는 걱정은 따로 없었다. 창밖의 달을 쳐다보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길었어.’

떠나올 때부터, 예선을 거쳐 엘렌과 싸우는 그 시점까지, 그리고 졌을 때의 비통함과 흑검사 조사대에 대한 미련까지 모두 떠올렸다. 하지만 미련은 얼른 접어야했다. 떠오를 때마다 흑검사와 마주할 힘을 얻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얼른 그것을 덮어버렸다.

‘뭔가 잊은 것 같지만 어쨌든…… 정말 끝이구나.’




- 천동시 소속 시장 호위무사 에스던 도영이 신청한 보직 변경은 토대인 합마 선공(宣公)의 거부로 반려되었습니다. 평가전 준우승을 축하드리며, 안전한 귀환길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인사부장 브라이언 데이비스 -


오후 2시가 되어, 짐을 다 싸놓고 기다리고 있던 도영과 호사비의 방으로 등 굽은 남자가 찾아와 통보문을 건네주었다. 도영으로서는 어느 정도 씁쓸한 결과였지만 예상 못한 바도 아니었기에 한숨을 내쉬며 그럭저럭 괜찮다는 듯이 웃었다.

“거부했어?”

“네. 좀 아쉽긴 하지만…… 뭔가 평가전에서 건진 건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래? 보직 변경은 못했는데 그런 말을 하니까 좀 의외다.”

“그렇죠?”

도영이 자신의 짐을 들었다. 호사비 역시 이제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난 듯 자신의 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가 먼저 여관방의 문을 열었다.

“돌아가자.”

“네!”

‘생각해보면…… 오히려 크로이체르가 있어서 흑검사 조사대를 놓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 그렇게 생각하고 지금은 만족하자. 더 이상 잡생각하지 말고 일단 내 일에 충실하면서 수련을 하는 거야.’

짐을 갖고 나서는 도영의 눈에는 망설이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여관방 구석의 쓰레기통에 통보문을 찢어서 버리고는 호사비를 따라 나섰다.

여관 앞에는 호사비가 수배한 마차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도움을 많이 주었던 만큼 천동시에 돌아가면 한동안 월급을 쪼개서 생선을 많이 사먹을 생각이었다.

“몸은 어때? 완전히 나은 거야?”

“그럭저럭이에요.”

덜컥! 도영을 먼저 태우고 호사비가 올라타 문을 닫았다. 그가 고용한 마부가 천천히 마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 곳을 들렀다가 황도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무사 학교 앞.

“그래, 이제 돌아가는 것이냐?”

“네, 선생님. 그런데 토대인 공은 안 계세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며칠 자리를 위임하셨다. 거부에 대해서 할 말이 있더냐?”

무사 학교 앞에는 평소처럼 하얀 로브 같은 옷을 입은 고현충이 나왔다. 도영은 그의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가볍게 웃기만 했다.

“지금 자리에서 일에 집중하고, 좋은 스승을 찾아볼게요. 안되면 혼자서라도 단련하고요.”

“흔들림이 없구나.”

“사실 좀 아쉽긴 한데, 빨리 접어야죠.”

“그래. 열심히 하거라.”

“네! 토대인 공께는 안부 전해주세요.”

“그러도록 하마. 조심히 돌아가고.”

마차가 떠나고, 그 뒷모습을 보며 고현충이 평소의 굳은 얼굴과는 달리 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포기가 쉬울 리는 없다. 하지만, 드디어 한 발 내딛는구나.’


마차 안.

‘또 어디 인사해야 하지? 무사 학교 쪽 갔으면 다 된 거였나? 엘렌은 어제 인사했는데…… 그래도 뭔가 까먹은 것 같은데.’

“더 들를 곳 있어?”

“아, 아뇨. 출발하죠, 이제.”

“그래. 한적한 그 동네로 돌아가자고.”

호사비는 마차 안에서 몸을 풀고 자신이 갖고 다니는 회 뜨는 칼을 가방에서 꺼내어 툭툭 쳤다. 도영은 가자고 하면서도 어쩐지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도도 이제 안녕이구나.’


무사 학교 교장실.

“어, 고공, 다녀왔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

“고공이 편한데 어떡하우?”

교장 집무 책상에 앉아 일을 보고 있던 고현충에게 순백의 로브를 입은 호리호리한 남자가 다가갔다.

“토대인 공은 어데 가셨수?”

그 남자는 여심(女心)을 나름대로 후리고 다닐 것처럼 깔끔하면서도 날렵한 외모에 머리카락도 짧게 관리하고 있었다. 다만 말투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대화를 해보면 환상이 깨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외출이다.”

“웅, 여기 시켰던 거 보고서유.”

호리호리한 남자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문서를 고현충에게 내밀었다. 고현충이 그것을 읽으며 예상대로라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염, 자바 비스타 포함해서 4명이유. 저쪽에서 작정하고 줄 서게 만들더구먼유.”

“사마염은 마성궁 파견, 나머지는 황궁 수비대로군. 이거 전부 혼자 조사했나?”

“제자 하나 있는 거 데려와서 같이 했수. 지금은 여관에서 자고 있을랑가 그럴 거유.”

“수고했다. 며칠 푹 쉬어도 좋다. 보상은 토대인 공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해주지.”

“고공, 보수 따로 준다니 고맙공.”

“…… 쉬어라.”

그때만큼은 고현충도 그 넉살에 피식 웃어버렸다.


도영과 호사비가 탄 마차는 쉬지 않고 달렸고, 하루 만에 황도를 벗어나 경동도로 들어섰다. 한적한 벌판에 들어서자 길의 양옆으로 허리 높이까지 오는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했고, 그것이 밤하늘 아래에서 살랑살랑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그 와중에 마차는 천천히 멈추어 섰고, 갑자기 고요해진 마차에 도영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어어, 마부도 말도 좀 쉬어야지. 걱정 말고 눈 붙여.”

“네. 상당히 오래 달린 것 같네요.”

호사비는 마부에게 할 말이 있는지 마차에서 내렸고, 도영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을 붙였다.

바람에 풀잎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벌판 한복판. 달빛이 그 일렁이는 것을 비추어 파도가 치는 것 같은 모습을 나타냈다. 그것을 배경으로 마차의 창으로 호사비가 얼굴을 드러내어 도영을 살폈다.

호사비는 주머니에서 무언가 뭉치를 꺼내더니 마부에게 건네주었고 마부는 그것을 받아 마차는 내버려두고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마부 없이 덩그러니 남은 마차. 그 밑바닥의 그림자에서 갑자기 사람 머리가 쑤욱 튀어나왔다.

“실패하길 바라지.”

“…….”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머리. 카리야 아기토였다. 그림자에서 온전히 몸을 드러내고는 마부가 앉았던 자리에 걸터앉아 자신의 손목에 감겨 있는 검은 복면을 풀어 얼굴에 썼다.

호사비는 말없이 마차 문을 열고 다시 탔고, 도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야 조용해져서 깊이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난 이제 그 동네로 돌아갈 수 없게 됐군.’

그가 짐을 열어 자신의 칼들이 보관된 두루마리를 꺼냈다.

‘마음에 들었었다. 그 동네도, 너도.’

그 두루마리에서 평소에는 쓰지 않던, 칼날이 톱니 같은 회칼 두 자루를 뽑아 들었다. 마차의 작은 창으로 들어온 달빛이 전혀 반사되지 않는 이상한 물건이었다.

마차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카리야 아기토. 그가 들은 것은 그에게 익숙한, 무언가를 썰어버리는 소리였다.

‘어지간히 깊이 베었군. 내가 싸울 기회는 없는 건가.’

그 소리가 꽤나 컸는지, 마차 앞에 매어있던 말이 발굽을 몇 번 구르며 푸르르 소리를 냈다.

‘달 참 밝다. 보름이 다 됐어.’




작가의말

박동균 : 야...

도영 : 아 맞다... 근데 너 말고.

 

 --------------

달 밝은 밤에 마차 안에서 남자 둘이...... 이번 화는 조금 짧습니다. 다음 화가 약간 더 길 겁니다.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자잘한 밑밥은 깔았었어요.

항상 추천을 해주시는 어느 분, 그리고 댓글 달아주시는 그리즐리 님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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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3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7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8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899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2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5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1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4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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