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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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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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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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DUMMY

- 제38화. 스승의 필요 -




흑검사가 말을 했다는 정보는 알려진 바 없다. 혹여 있다고 해도 모두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는 언제나 같은 옷, 같은 칼을 갖고 다니지만 그의 이동을 본 사람은 ‘그가 목표를 죽일 때’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혹자는 적검사 에인하르트 드 레지시튼과 같이 흑검사도 기운을 사용할 때에만 칼과 옷이 검게 물드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 기운계에 관한 토막 상식.




도영이 습격을 받은 다음날, 천동시 외곽 관문.

“누구냐!”

“진짜 모르나보군.”

경비병이 시체 비슷한 사람을 업고 있는 허름한 남자를 향해 날카로운 창을 겨누었다. 창 끝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지경이었지만 업고 있는 그 건장한 남자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너라면 믿겠냐? 네가 토대인 합마면 나는 최태선이다!”

“아니 믿어야 되는데…….”

“그리고, 그 피투성이 시체를 업고 있는 모습을 보고 멀쩡히 관문을 통과시킨다면 내가 중징계 먹는다!”

철컥! 그 병사가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창을 다잡으며 그 남자의 목을 겨누었다. 새파랗게 젊은 것이 아무래도 병사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얘는 시체가 아니라 기절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토대인 합마 맞다니까?”

“무슨 일이냐!”

관문을 맡고 있는 부장으로 보이는 천 갑옷을 입은 사람이 병사의 목소리에 걸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6명의 병사가 따라왔다. 부장은 지침대로,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며 모든 병사에게 명령했다.

“나 정말 토대인 합마 맞으니 창 겨누지 말게.”

졸지에 그 남자의 주변을 빙 둘러 창이 7개나 그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관문 관리 부장, 임무 맡은 지는 얼마나 됐나?”

“괴한에게 답할 이유 없다!”

“내가 분명히 의사소통 창구는 항상 열어두라고 지침에 그렇게 일렀거늘…….”

혀를 차는 그 남자. 부장이라는 사람이 평소 들고 다니는 밧줄을 팽팽하게 당겨 보이며 그 남자의 앞에 섰다.

“일단 시 방위 본부에 가서 이야기하게 해주지!”

“잠깐! 거, 관리 부장, 이 얼굴은 아는가?”

그 남자가 자신에게 업혀있는 사람을 조금 흔들어서 관리 부장에게 보여주자, 관리 부장이 하얗게 질리며 소리쳤다.

“호위 무사 님을 박살낸 놈이다! 얼른 본부로 연행한다!”

“? 이게 아닌데?”


천동시청, 시장 집무실.

“평가전 끝났댔지?”

“이틀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일쯤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낮에는 아직도 등허리에 땀이 맺힐 정도로 더웠다. 이제 곧 붉은 달이 떠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었지만 여전히 여름의 기운은 햇빛과 함께 강대하게 남아있었고, 잔심부름을 하던 도영이 사라진지도 꽤나 지난 상태라 강만호가 발타자르에게 발 담글 물을 떠다주고 있었다.

“흐음, 황도로 가버린 지가 반 달도 안 됐는데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호사비 사장이 도영과 일부러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나름대로 신경은…….”

강만호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시장실에 울리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발타자르가 들어오라 소리치자 시 외곽에 있어야 할 병사 한 명이 급히 달려온 듯 얼굴이 땀범벅 상태로 들어왔다.

“지금 시 방위 본부 쪽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지?”

“기절한 에스던 도영 님을 업고 나타난 무사 한 명이 자신이 토대인 합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발타자르와 강만호가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다가 동시에 똑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쨌든 가봐야 했기에 책상을 대충 정리하고 두 사람 모두 시장실에서 나왔다.


시 방위 본부 앞 훈련장.

“아, 오셨습니까?”

“수고가 많구만. 어떻게 된 건가? 도영이 업혀왔다고?”

“도영 님은 일단 의무실에 눕혀두었습니다. 의식이 없었습니다.”

“업고 온 사람은 어디 있는가?”

발타자르가 본부 건물로 들어가려다가 관리 부장과 마주쳤다. 강만호가 발타자르의 뒤를 따르며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지만 도영을 업고 왔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포박해서 본부 안에 앉혀 다시 묶어두었습니다. 도영 님을 쓰러뜨렸다면 굉장한 실력자라 생각했습니다.”

“어, 얼른 가보지.”

“이리로 오십시오.”

발타자르가 이마에 나려는 땀을 자신의 냉기로 슥슥 말려버리며 그를 따라 황급히 본부 건물로 들어갔다. 푹푹 찌는 본부 건물 안에 누군가 꽁꽁 묶인 채 얌전히 앉아있었다.

“이 사람입니다.”

“…….”

어쩐지 그 모습은, 관리 부장 외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의자에 묶인 남자도 무표정, 발타자르도 무표정, 강만호도 무표정으로 그 상황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혼자 움직이는 관리 부장이 영문을 몰라 발타자르의 눈앞에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멈춘 가운데 발타자르의 입만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 여기서 뭐하냐?”

“여기 병사들 벌점 내릴 겁니다.”

“차마 권력 남용이라 할 수가 없군요.”

강만호가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상황이 정리되고 도영을 여관방에 들여보낸 후, 천동시청 시장실.

토대인 합마가 무덤덤하게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근육을 풀어주었다.

“그럼 이제 도영이 여기 일에 좀 더 집중을 할 거란 이야기군.”

“예. 지금 도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직접 녀석을 도와줄 스승입니다. 형님이 도와주십시오.”

“내가 도영보다 강한가? 녀석 진짜 실력을 내가 모르니 답할 수가 없어. 또 지금은 겨울도 아니고.”

“기운 양만 따지면 낮에는 형님보다 훨씬 약합니다. 또 기운의 양만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형님께서 상대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발타자르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애초에 실력을 숨겨오지 않았던가. 도영이 지금 어디까지 마음을 고쳐먹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다. 단지 토대인 합마의 말만 믿고 도영에게 모든 것을 열어주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었다. 강만호는 그의 옆에서 소파에 앉은 토대인 합마를 내려보며 눈만 깜빡였다.

“지금 도영은 능력을 더 키우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고 정체될 겁니다. 형님이 이끌어주십시오.”

“뭐…… 며칠 지켜보고. 안되면 백영단 그 사람이라도 나오게 하든지.”

“바하디라면 계절이 바뀌면 철수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도영의 스승으로는 적합하지 않기도 하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 교체 투입할 생각이지요.”

“외지에 모습도 안 드러내고 잠복하는 임무라면 이제 바꿔줄 때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강만호는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발타자르가 손으로 이마를 짚고 무거운 숨소리를 내다가 바닥을 탕! 찼다.

“도영과 이야기는 해보고 결정해야겠다. 만약에 대비해서, 기본적으로 그 새로 올 백영단은 도영에게 붙여주게. 이야기가 잘 되면 나와 만호도 합세하지.”

“감사합니다, 형님.”

이후로 며칠이 지났고, 도영은 꼼짝도 않고 누워있기만 했다. 강만호가 상태를 살폈지만 쌓여있던 타격이 상상 이상으로 컸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보면 죽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먹지 않아도 밤이 지나면 기운을 상당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드디어 계절이 바뀌는 날의 밤이 되었을 때 눈을 떴다.

붉은 달이 떴을 때, 그는 여태까지의 타격은 전혀 없었던 것처럼 멀쩡하게 일어났다. 깊어진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일부러 깨지 않고 회복에만 전념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강만호의 평가였다.

평가전에서 돌아온 도영의 첫 출근. 한동안 자리를 비우고 또 며칠 동안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던 것을 이미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니, 됐어. 심장이 몇 번 터졌는데도 살아있는 게 대단한 거야.”

“감사합니다, 시장님.”

발타자르와 강만호가 살피기로, 도영의 눈빛은 이전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첫 대면의 느낌이었다.

“합마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거부당한 소감은 어떤가?”

“시장님과 만호 형께 부탁이 있습니다.”

“소감 물었는데……?”

“저를 도와주세요. 토대인 공이 말씀하신 대로,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저 자신을 더 강하게 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도영이 서론을 길게 끌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토대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면 도영의 의사는 모두가 알고 있을 터, 굳이 떠보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도영의 목적은 단련,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좁혀진 목적을 기반으로, 도영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흑검사 조사대에 허튼 마음을 쓰는 것도 없었고,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토대인 합마가 보내준 이곳이, 현재 그가 단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거…… 대화는 따로 필요하지 않겠군.”

“동감입니다. 시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허름한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은 이제 따가움은 갖고 있지 않았다. 발타자르가 자신의 책상에서 일어나 그 햇빛을 쬐면서, 자신의 뒤에 있는 도영에게 낮게 말했다.

“뒤뜰도 나름 넓으니 도와주겠네. 만호도 도움이 될 거야.”

“가, 감사합니다!”

“아아, 우린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입장이고, 직접적으로 자넬 지도할 사람은 따로 있어.”

“네?”

강만호가 발타자르의 말을 듣고 시장실의 문을 열자, 언뜻 ‘빛’을 입은 것처럼 하얀 로브를 입은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 살짝 눈부실 수준의 그녀를 도영이 한동안 쳐다보니 눈이 그에 적응하여 제대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소개하지. 합마의 부탁이자 명령으로 네 스승을 맡게 된 백영단, 카르셀리아 오네이트다.”




한편, 황도.

“즉, 조건 내용에 대해서는 아후라 비슈누 님께서 보시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말라는 뜻입니까?”

후드를 벗고 있는 엘렌이 황제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황제의 옆에 서 있는 최태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안에 우리 한제국의 입장과 토대인 합마를 내어주는 조건 등이 모두 적혀있네. 그 내용은 오직 아후라 비슈누 님께만 전할 것이며, 이후 아후라 님이 그 정보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전하게. 알겠는가?”

“네. 정공.”

“교섭이 결렬되면 다른 조건을 제시할 것이네. 그때도 사신으로서 잘 부탁하네.”

엘렌이 예를 갖추고 뒤로 물러나 그들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자, 최태선이 황제의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중신들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정공. 부탁하오. 그대가 무마해 주시오.”

“체제 완성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겁니다. 그 안에 되도록 잠재워보겠습니다. 하지만 큰 마찰은 반드시 일어날 것입니다.”

“정공만 믿겠소. 내가 지금 의지하는 곳은 그대뿐이오.”




작가의말

토대인 : 엎어버릴 수도 없고...

발타자르 : 차...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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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를 뒤늦게 완성하여 38화를 올립니다. 본문 막바지의 이야기는 다음화에서도 조금 언급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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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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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3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7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8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1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899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2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0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5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1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4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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