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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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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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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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9)

DUMMY

사실 미국 내에서만 활동할 것이라면, 딱히 임시정부의 인정은 필요 없었다. 이미 재임과 던(Dawn)가의 인정만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립을 목적으로 외부활동을 하는 경우는 달랐다.


이미 수많은 독립단체가 존재하는 와중에 한인교민회가 목소리를 내려면 어쨌거나 그 정점에 존재하는 임시정부의 인증은 최소한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임시정부가 지금에 와서는 유명무실할 정도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단체가 되었다고 해도 3.1만세운동을 계승하면서 실질적으로 모든 한인이 최초로 인정한 공식적인 단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모든 한인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재임이 임시정부에 대해서 확실히 파악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설과 안창호, 그리고 유일한으로부터 자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재임은 한인교민회가 본격적으로 참여를 했을 때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걱정은 또 있었다. 이미 재임은 박용만 암살사건 이후 임시정부와 기존의 독립단체들이 보여준 모습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은연중에 미주 한인들을 금전출납기 정도로 여기며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에서 재임은 앞으로 한인교민회가 어떤 취급을 당할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재임은 최대한 임시정부를 비롯한 기존의 독립단체와 협조하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독자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그들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임시정부의 인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실 일부 미주 한인 중에는 임시정부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임시정부 단체를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재임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활동을 하기에는 그것이 더 편할 터였다. 사실상 임시정부의 인증이라고는 하지만 형식적인 면일 뿐이지, 실제로 한인교민회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은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공산이 컸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미주 한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한인교민회를 인정하겠지만, 향후 독립운동의 진행과 이후 독립을 쟁취한 이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컸다.


지금 재임이 생각하기에 한인교민회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당장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아이러니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상 한인교민회는 미국 내 일에만 관여하고 외부활동은 대한인국민회를 통해서 진행했기에 솔직히 한인교민회에서 알려진 것은 그다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활동에 적절성을 확보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한인교민회의 활동과 이름을 알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최소한의 바탕이 바로 임시정부의 인정이었고 말이다.


“이미 김구 주석님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터이니, 허락을 얻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우리가 시간이 필요한 것에 비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재임의 말에 기대감에 들떠있는 회의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래. 네 말대로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얼마만큼이 시간이 주어질지 알 수 없구나. 최대한 노력해봐야지.”


이상설의 대답에 재임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면 됐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던, 어떤 결과에 도달하든 후회를 줄일 수 있겠죠. 그럼, 임시정부의 인증을 받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습니까?”


재임의 물음에 서종현이 대답했다.


“좀 전에 언급하셨듯이 김구 주석님께서 직접 부탁하셨던 일이만큼, 실제 연락이 닿는다면 진행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연락할 방법입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정기노선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인해서 모두 끊겼기에 우회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우회하는 방법이라면....?”

“네. 아직 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노선은 운항 중이기에 이곳을 통해서 연락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유일합니다.”


잠시 고민하던 재임이 물었다.


“호주를 통해서 연락하는 방법은요? 거긴 아직 정기노선이 운항 중이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만, 이번 진주만 공격 이후 일본은 동남아시아에 대대적인 공격을 펼쳤기에 지금 그 지역은 전쟁터입니다. 그에 따라 남태평양 노선도 잠정적으로 중지된 상태고요. 설사 운영이 된다고 해도 위험부담이 크기에 그리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재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서 연락하기로 하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 걸리는 시간과 관계없이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를 지켜보던 이상설이 말했다.


“그럼, 이 순간부로 한인교민회를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마. 일단 한인교민회를 크게 국내와 국외파로 나누어서 국내 파트는 미국 내 일을 맡기고 국외 파트는 독립운동에 관한 일을 전담하도록 하마.”

“네. 그래 주세요. 아무리 독립이 한인들의 염원이라고 해도 우리가 사는 곳이 미국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 마디로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죠. 물론 저도 충분한 내외의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힘을 모아서 제대로 활동해 보세요. 필요한 일은 언제든지 제게 부탁하시고요.”


재임의 확고한 말에 이상설을 비롯한 회의에 참석한 모든 한인교민회 간부들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들 모두 이 일이 재임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 일인지 모두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최선을 다하마.”



한인교민회를 떠난 재임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사실 오늘 자신이 결정한 일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번 결정은 사실 단순히 자금은 문제가 아닌 정치력이 더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번 결정이 혹시라도 던(Dawn)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휴우~ 사실 피해가 없을 수는 없겠지. 그동안 쌓아온 자금과 인맥, 그리고 정치력까지 모두 써야 할 테니까.’


재임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을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이 한인과 독립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는 해도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아일랜드의 독립을 보면서 한국의 독립도 종종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보다 더 오래된 식민지 상황에서 독립한 아일랜드에서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기본적인 역량의 차이였다. 한국과 아일랜드는 독립을 준비하는 기본적인 역량에 차이가 심했다.

이미 아이리시의 경우에는 오랜 미국이민역사로 인해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들도 많았기에 이후 아일랜드 독립을 지원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한인들의 경우는 달랐다. 짧은 이민역사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느 정도 재력을 가진 사람이 생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작은 규모일 뿐이고 더 중요한 정치력을 가진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상황이나 여건의 차이로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지만, 사실상 한인들의 독립된 힘으로 독립을 이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임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지원세력이 필요한데, 한인들은 그런 세력이나 역량도 거의 갖추질 못한 상태였다.


물론 재임이 마음을 먹는다면, 그 부분은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했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재임으로서 선뜻 결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미주 한인들이 전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점은 미국 정부에서도 한인 단체에 줄곧 말하던 문제였다. 내부적으로는 다투더라도 외부에는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한인들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향을 보이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어떤 목적을 위해서 자신들을 치부를 외부에 그대로 드러내었고 그 점이 한인 전체의 마이너스로 다가왔다.


이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수도 입지도 약한 상황에서 이런 분열의 양상을 내부를 넘어 외부로까지 보여준다는 것은 문제가 크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은 단순히 미주 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미 임시정부에서 벌어진 한인들 간의 분열 양상은 이미 재임도 전해 들어 아는 일이었다. 만약 이런 분열의 양상이 정상적인 한인들이 가진 정체성이나 경향이라면, 재임은 굳이 이들을 도와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사실 한 나라의 독립을 돕는다는 것은 재임이나 던(Dawn)가에도 큰 부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준비가 안 된 이들에게 도움은 밑 빠진 독에 불붓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재임이 굳이 기존에 존재하는 대한인국민회를 두고서 뉴욕한인회를 이상설을 중심으로 다시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어쩌면 재임이 뉴욕한인회를 만든 이유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들려는 의미였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게 될 줄은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일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된 이상 재임으로서도 준비가 필요했다. 재임으로서는 전쟁과 독립이라는 두 가지 큰 명제에 모두 관여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독립문제를 떠나서 미국 내 미래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던(Dawn)가 모은 정치력과 자금력을 모두 쓰는 총력전이 되어야할 가능성이 컸다.


이 점이 재임이 한인교민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허락(?)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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