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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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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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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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각각의 전투 (5)

DUMMY

재임이 이 이벤트를 치르면서 미 정부로부터 얻어낸 성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 대한 미 정부의 공식적인 인증을 받아낸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의 신분은 거의가 불법체류자 신세였는데, 하와이를 통해 건너온 한인들과 일부 유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이 그랬다.


이는 그동안 한인교민회를 중심으로 안정되어가는 미주 한인사회 분위기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위험요소였다.


특히, 현재 한인사회의 주력이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민루트 출신들과 소련의 강제이주정책을 피해 이주해온 한인들의 경우가 그랬다.


물론 나름대로 멕시코와 쿠바를 거치면서 합법성을 위장한 카드를 썼지만, 사실상 기존의 멕시코와 쿠바를 통한 이민자들도 불법 체류자 취급을 하는 실정에서 한인들은 더욱 불안한 실정이었다.


그나마 이 문제가 가졌던 불안함이 표면화되지 않은 것은 재임과 던(Dawn)가를 바탕으로 한 한인교민회와 MMC의 강력한 리더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미 정부의 입장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재임도 언제나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지금과 같은 미 정부와의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재임의 경우는 루스벨트의 최대 후원자이자 최측근으로 특히, 공화당 진영에 이미 낙인이 찍힌 상태였다.

그 때문에 혹시라도 정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재임은 물론이거니와 던(Dawn)가에게도 후폭풍이 상당한 터였다.


재임의 비호 아래 있는 한인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재임으로서는 항상 후일을 대비해야만 했다.


굳이 민주당의 더 큰 견제라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트루먼을 부통령에 추천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재임의 노력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스벨트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여러 상, 하원의원들, 특히 아이리시계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결집하고 있었고, 이들의 대를 이을 정치후보자와 정치지망생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루스벨트의 퇴임 혹은 낙선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반쯤 의도한 것이었지만, 이벤트의 성공과 이후 반향은 재임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나 마찬가지였고, 갑작스러운 헐 국무장관의 방문에 긴장하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저 역시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헐 장관은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18년의 하원의원 경력에, 1931~1937년에는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을 만큼 민주당내 영향력과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짧은 은발에 부드럽지 모습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그의 관록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재임은 오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의미로 헐 장관도 재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짧은 검은 머리에 갈색 눈동자, 반듯한 이목구비를 갖춘, 이제는 장년이라 불릴 나이지만 동양인 특유의 동안으로 인해서 여전히 청년으로만 보이는 이 동양인이 바로 루스벨트의 가장 최측근이자 후원자이자 뉴욕의 지배하는 던(Dawn)가의 가주로 지금의 던(Dawn)가를 만든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뜻 헐 장관의 눈에는 그저 조금은 비범해 보이는 동양인 청년처럼 보였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외향적인 선입견을 품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가 이루어온 것이 미국 역대 이민자의 역사에도 획을 그을 대단한 일들이었으니까.


헐 장관은 새삼 재임에 대한 정보를 되뇌며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몇 차례 담소가 이어진 이후 헐 장관은 기습적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모두 의도하신 겁니까?”

“그렇게 보이십니까?”


잠시 멈칫했던 재임은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음.... 사실 믿을 실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더 놀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라....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란 말도 되는군요.”


헐장관은 물음에 재임은 작게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헐 장관은 이내 혀를 차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지금에 와서는 의도했다 하지 않았다는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재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러는 것이 맞을 겁니다.”


재임의 날카로운 반격에 작게 헛기침을 한 헐장관은 바로 말을 꺼냈다.


“우선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이벤트로 인해 여론이 많이 환기되어 정부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미 정부는 선전포고 이후에 전쟁 분위기 고취와 참전여론 확대를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일어난 이벤트와 효과는 미 정부로서는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번 이벤트를 잘 이용한다면, 좀 더 참전여론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 미 정부의 판단이었고 헐 장관이 재임을 찾아온 이유였다.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재임은 헐 장관이 말하려고 하는 바를 알아차릴 수 있겠다.


“제가 오히려 묻고 싶군요. 무엇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불꽃이 튀듯 두 사람 사이에 눈빛이 부딪쳤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헐 장관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휴~ 쉽지 않은 분이군요.”


재임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재임의 태도에 헐 장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정부는 이번 일로 인해서 한인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을 발급해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이 일은 미주 한인사회의 통합과 선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재임은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인 불법 체류자는 숫자만 해도 거의 4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현재 정책적으로 반이민 정책과 불법 이주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로서는 이런 결정은 쉽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다. 당장 이번 자원입대의 주축이 되는 한인들이 모두 불법 이민자라면 이는 이벤트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불법 체류자가 아닌 자발적인 미국인의 자원입대여야 홍보에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불법 체류자 신분에서라면 여러 가지 뒷소문과 이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끼어들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미 정부의 제안은 사실상 한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 정부의 참전여론 확대를 위한 효과라는 측면에서 선택된 측면이라 봐야 했다.


그리고 재임은 한 가지 숨겨진 의미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한 한인 불법 체류자의 대대적인 그린카드 발급의 예는 결국 합법적인 징병 자원의 확보임과 동시에 다른 불법 이민자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아주 좋은 홍보방법이었다.

정부를 믿지 않은 불법 이민자들의 특성상 이미 한인이라는 실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재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흠... 좋은 제안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아쉽군요.”


재임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린 헐 장관이 물었다.


“그린카드가요?”


재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기가 불편해진 헐 장관이었지만, 일단 재임의 의도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따로 원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먼저 말하지만 무리한 제안은 제 선에서 커트 당할 겁니다. 당신이 아무리 루스벨트 대통령의 가장 큰 후원자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재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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