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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최근연재일 :
2015.03.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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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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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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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푸르르륵.


흑영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하기사 회춘하여 기력을 회복한 흑영이라도 무려 열 시간 가량을 거의 쉬지않고 달렸으니 이쯤가면 지칠만도 했다. 계속 되는 허허벌판을 거쳐 오기를 수일간..

드디어 이 한쌍의 인마는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의 눈앞엔 같잖은 나무울타리 한줄기가 간신히 사람의 흔적과 마을의 경계를 나타내고 있을뿐이었다.


'허술한지고.'


작게 혀를 찼지만,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동안 스스로가 피해왔던 이인 異人 들과 만나는것이다. 미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설레임은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가 어디든지 들고 다녔던 한자루 언월도와 흑영만 있다면 백만대군의 포위라도 뚫고 살아나갈 자신이 있는 터 였다. 그렇게 장료는 흑영과 함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섰다.


마을은 생각 이상으로 누추했다. 또한 마을의 주민들은 이 특이한 이방인을 환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경계하듯 주춤 그를 흘겨다볼 뿐이었다. 하기사 딱봐도 우람한 몸체의 흑영이 풍기는 전장의 기운이나 장료의 손에들린 거대한 언월도를 보면 위압되는것은 자연한 일이다. 장료 또한 그것을 느끼고 최대한 악의는 없다는 기색을 내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헛된 짓이었을까?


그들의 경계의 빛은 곧 공격성으로 표출되었다. 어느세 장료의 주위에는 마을의 젊은 청년의 전부로 추정되는 십여명의 장성한 사내들이 각자 무기랍시고 꺼내온 농기구들을 하니씩 쥐고있었다. 간혹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올이 빠진 검을 들고있는자도 한둘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 독특하게 생긴 이방인이 풍기는 기운때문에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중 태반은 전의보다는 두려움이 더 많은듯한 눈빛을 흘렸다.


'흐음..'


수십 수백번도 넘게 전장을 누벼온 장료라면 이 눈빛이 어떤자들의 눈빛인지 모를리 없었다. 이것은수많은 인명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쌓인 그 패잔병들의 눈빛과 흡사했다. 살기위해 싸우긴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진 않는다. 이런자들을 한갓 이방인인 자신이 벨수는 없었다. 이런 어색한 긴장과 대치는 머지않아 깨어졌다.


이얍!

"죽어라 악적! 엄마는 내가 지키겠어!"


어설픈 기합성과 함께 건장한 청년들 뒤에 가려져 있던 10세가량의 소년이 용감하게 뛰쳐나와서 투박하게 깎여 만들어진 나무목검으로 장료를 때리려했다. 그러나 그 영웅심은 흑영의 뒷발에 의해 제지당했다. 아래서 위로 올려쳐지는 검을 흑영이 뒷발로 짓밟은 것이다. 결국 목검은 부러지고 소년은 놀라 뒤로 자빠졌다.


"히익~"


과연 흑영이었다.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소년의 미세한 살기를 감지했을 뿐 더러, 충분히 죽일수도 있었을것을 상대가 나이가 어리다는것을 판단하고 주인에게 처우를 맡긴것이다. 아마도 이곳이 전장이었다면 소년은 살아있지 못했을것이다. 장료를 태운 흑영이 부르르 떨고있는 소년에게 한발을 내딛는 순간 소년의 가랑이가 축축히 물들어갔다.


'아차!'


그제서야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은 장료는 말에서 내려 언월도를 땅에 꽂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순간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인 하나가 날레게 아이를 감싸며 소리쳤다.


"죽이려거든 이 아이 말고 나를 죽이세요!"


그 비명성이 어찌나 크고 절박하던지 그곳에 있던 모두가 움찔했다. 장료 로서는 더욱 난처해졌다.


"난 당신들을 해치려는게 아니요!"


라고 당차게 말했건만 그들이 한韓의 언어를 알아들을수 있을리 만무했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이방인이 알아듣지 못할말을 하자 얼이 빠졌고, 소년과 소년의 어미는 여전히 겁에질려 떨고있을 뿐 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장료는 반드시 해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어설픈 언어를 떠듬거리며 몸짓까지 했다.


"난.. 헤치려는게.. 아니오. 당신들을.."


숱한 전장을 누비고도 피로를 모르던 이 사내가 고작 몇마디 내뱉는데 식은땀을 흘렸다. 그제야 마을사람들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때였다. 새로운 인물이 장내에 등장한것은.


"무슨일이냐!"


제법 굵직한 인상의 중년남자. 꽉 다물어진 입과 가늘게 뜬 눈이 가만히 있어도 은근한 위엄을 느끼게 했다.


"아, 대장님!"


마을 청년중 하나가 사내를 보고는 달려가서 사건의 정황을 알렸다. 그러자 사내는 똑바로 장료를 쳐다보면서 다가왔다. 사내가 청년들을 비집고 가운데로 들어오자 소년은 급화색하며 사내에게로 달려들었다.


"아빠!"


그러나 사내는 다짜고짜 일갈했다.


"이놈!"


한번의 고함에 움찔한 소년은 가까스로 울음을 참으며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었다.


"어찌 사내가 적을 목전에 두고, 두려워 마지못해 치부를 보이느냐!"


아비의 매정한 꾸중에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기 보다도 의기소침하여 반성하는 기색을 보였다. 썩 기특한 모양새 였으나 꾸중듣는 소년과 사내를 보며 장료의 마음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런 장료의 생각을 뒤집는듯 사내는 곧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엄마를 지키려한 행위는 정말로 용감했다. 잘했다!"


사내의 입가에 걸려지는 온화한 미소에 소년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며 사내의 품에 안겨 들었다. 사내는 다시 한번 꾸짖으려다 이내 단념하며 아이를 안아들고 그의 아내에게 다가서서 손을 내밀었다.


"미안하오. 내탓이외다."


그녀 또한 그제야 안심이 되었던지 눈물 흘리며 사내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의 가족이 그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느낌으로 충분히 전해졌다.


'훌륭한 사내 아닌가! 존경받는 아비에 신뢰받는 남편이니 가장으로선 더이상 완벽할수 없겠다!'


그렇게 사내는 한동안 그의 가족을 껴안아주고 나서 아이를 어미에게 맡기면서 말했다.


"별일 아닐테니 부인은 아이를 데리고 먼저 들어가시오."


그러자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것을 확인한 사내가 장료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말을 할줄 모르시오?"


장료는 이제야 상대가 대화가 통할수있는 사내라는걸 깨닫고 적잖이 반기면서 어색한 말을 열성적으로 내뱉었다.


"잘.. 모르오.. 우리말 알지만.. 당신들말 모르오.."


"흐음.."


사내는 턱을 잡고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마을청년들 에게 명령했다.


"일단 너희들은 무기를 거두고 물러나라!"


"하, 하지만 대장님!"


"잔말마라! 대륙어조차 못하는자가 어찌 이노티아가 파견한 추적자라 할수 있겠느냐! 게다가 그는 혼자다. 애시당초 군대조차 아니지 않나! 잔말말고 물러서라!"


사내의 엄포에 청년들은 스멀스멀 물러설수밖에 없었다. 장내가 어느정도 정리 되자 사내가 말을 이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쫒기는 몸이라 이방인에겐 민감합니다. 그나저나 대륙어를 못하시는걸 보면 이곳 사람은 아니신듯 한데.. 어디서 오십니까?"


"??"


장료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멀뚱히 바라보자 사내는 천천히 몸짓까지 섞어가며 말했다.


"어 디 서오 신 겁 니 까?"


그제야 장료는 이해하고 입을 열었다.


"위魏!"


그 한마디에서 풍기는 신념이 얼마나 확고했던지, 그 박력에 주위에 있던사람들이 놀랐다. 사내도 그제야 눈앞에 이 이방인이 생각 이상으로 범상찮은 인물임을 깨닫고 경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대를 배려해서 천천히 이야기했다.


"미안합니다. 말씀드렸듯 우리는 쫒기는몸. 외인을 받을 처지가 아닙니다. 돌아가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 사내에게 장료는 급히 한마디 내뱉었다.


"말을..! 말을 배우고 ...싶소!"


떠듬떠듬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 확고한 의지만은 정해졌음이던가? 사내는 다시 뒤돌아보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본인이 떠나온곳에 대해 그리 확고히 의지하면서 어쩨서 이곳의 말을 배우려는겁니까?"


다소 성가시다는 듯 까칠한 물음이었다.


"알아야.. 말이라도. 그래야.. 이곳에 남을수 있소."


그말에 사내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강하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왜 굳이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으시려는거요! 돌아가면 되지 않소, 당신이 왔던곳으로!"


그 한마디에 장내는 적막이 흘렀다. 장료는 어떤 말로는 형언하기 힘든 오한이 마음을 잠식하는것을 느꼈다. 가슴에서부터 몸 전체로 퍼져가는 싸늘함. 사내의 물음으로 인해 이제는 자신이 돌아갈수 없다는것을 새삼 실감하기 때문이리라.

그의 군주와 사별한뒤로, 그리고 관우라는 최강의 무명이 중원 대륙에서 사라진 이후로 그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땅에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련히 번지는 이 마음속의 싸늘함은 뭐란말인가? 그런 느낌이 자연히 말의 기색에 묻어나 장료는 무심코 내뱉었다.


"그럴수... 있다면,,!"


다시금 잠깐의 적막이 흘렀고, 사내는 더없이 싸늘한 이 이방인의

말과 눈빛속에서 이루 말할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돌아 갈수가.. 없으셧던가..?"


이내 피식 웃더니 작게 뇌까렸다.


"갈곳없기야 피차 마찬가지 인가. 하하하핫!"


무겁고, 슬픈 웃음이었다. 그러더니 곧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장료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영하오. 갈곳없는 이방인은 언제라도 환영이외다!"


장료는 그손을 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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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1 13.04.09 1,209 1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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