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료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전쟁·밀리터리

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최근연재일 :
2015.03.02 11:5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759
추천수 :
261
글자수 :
15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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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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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11

DUMMY

"크으으윽!"


예일은 팔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신음을 했다. 그들을 쫒아온 추격자들이 쏜 화살에 맞은데다가 숲을 관통해 오면서 여기저기에 스쳐 벌려진 탓 이었다. 화살을 맞은 직후에 어떻게 잠깐 따돌리기는 했지만 곧 따라 붙을 것 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이렇게 말에서 내려 쉬는것은 굉장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이었다. 그들은 숲속에 있었다.



그들을 쫒아 따라온 자들은 대략 20기 정도였다. 대체로 가벼운 무장에 기마궁술까지 구사하는것을 보면 틀림없는 나라의 정규병. 물론 예상은 했었다. 어느 나라의 병사들 인지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마병들이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만큼 뛰어난 자들 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가 추랴한 범위를 훨씬 웃도는 뛰어난 추격자들이었다.


"체르바키의 기마병단이 뛰어나단 말은 들었지만 상상 이상 이었군요."


예일은 팔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잊으려는 듯 애써 쉘에게 말을 걸었다. 쉘은 물로 씻는정도의 조악한 소독만을 하고 예일의 다친 팔에 천을 감으며 대꾸했다.


"저역시 그들을 안다고 자부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그토록 유능한 추격자 들일줄은.."


쉘은 예일의 상처를 보면서 내심 속이 쓰려왔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상처에대해 크게 죄책감을 느낀 탔 이었다. 그렇다고 그 낌새를 모를 예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쉘에게 그보다 더 가혹한 주문을 해야함을 알고 있었기에 냉정해졌다.


"어쩻든 저들은 날레고 빠릅니다. 그리고 제가 입은 부상으로 그 뛰어난 추격자들을 따돌리는것은 불가능하죠."


예일의 낌새가 이상했다. 마치 모든것을 정리한 사람인양..


"하지만 당신은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제가 함께 도망친들 답이 나오질 않죠.

더군다나 이제는 남은 말馬도 없습.."


"안돼요!"


그녀는 예일의 말을 끊고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예일 또한 고집을 굽힐것같진 않았다.


"그들이 오고 있습니다! 당장 그들과 거리를 벌이기 위해 조악한 수를 두기는 했지만, 그게 통하는것도 잠시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당신은 저와 달리 고귀한 신분. 어디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용병 나부랭이 와는 다릅니다!"


그러면서 뭔가를 각오한 사람처럼 침을 한번 삼키더니 발악하듯이 말했다.


"당신은 살아 남으셔야 합니다 세레니아 프리트힐트, 체르바키의 왕녀님이시여!"






한편 다른곳에서는 세쌍의 인마가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다.


"역시 아름답다 하더라니 왕녀님 이셧군요!"


케이가 더프의 설명에 감탄하며 말했다. 하지만 장료의 반응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과연, 일국의 공주였던가.'


짧은 시간 이지만 이미 그녀를 보면서 느낀바가 있었다. 곱게 자란탓에 느낄수있는 외모나 차분함은 둘쩨치고, 그 특유의 온순한 분위기 속에는 모순같은 위엄이 서려 있었다는 것을 장료는 어렴풋이 느꼈던 탓이다.


'그나저나 내분이라니... 따분한 분쟁이로군.'


더프의 설명을 빌리자면, 쉘의 본명은 따로 있고 그녀는 말했듯이 공주의 신분이었다. 얼마전에 선왕이 되어버린 체르바키의 왕 바라톤 프리트힐트의 외동딸 이었다. 왕자가 없던 만큼 그의 후임은 누가될것인지가 체르바키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 였으며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바라톤의 동생이자, 쉘의 삼촌뻘 되는 베르마닐 프리트힐트 공작이었다. 아니 사실상 그에게 왕좌가 물려지는 것 은 기정사실 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선왕 바라톤의 유언은 그가 아닌 '그녀'를 후대 왕으로 지목했다. 그것은 전대륙에 놀라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대륙의 역사상 지배자 로서의 '여왕' 이라는 지위는 정말로 손에 꼽을만큼 드문 것 이었다. 이에 반발한 베르마닐은 대대적으로 왕의 죽음을 쉘의 음모로 꾸며놓고 사병을 일으켰다. 쉘이 체 정식 즉위식을 치르지도 못한체였고, 왕궁 전체가 반신반의 하고 있는탓에, 그녀를 지지하는 군부 세력은 없었다. 베르마닐의 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력은 중립을 고수했다. 어쩌면 여왕이라는 생소한 지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탓도 있으리라. 그러나 낌새를 눈치챈 몇몇 귀족들은 그녀를 빼돌리는데 성공했고, 주목받지 않도록 하기위해 귀족이 아닌, 평민중에서도 천한 용병에게 맡기는것으로 한동안 베르마닐의 눈을 속이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았고, 베르마닐은 쉘의 행적을 찾아 추격자들을 보낸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를 도와줄 세력이 있는거요?"


장료가 더프에게 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제휴국인 아보카도를 향해 가고있기는 합니다."


"그들이 그녀를 도울 이유라도 있소? 명분마저 베르마닐 이라는자가 쥔듯한데.."


"저희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은바에 의하면 아보카도의 왕은 체르바키의 선왕에게 은혜를 입은일이 있었다더군요. 그후 의형제처럼 지내며 서로간에 교류도 많았기에, 쉘님께는 베르마닐 그자보다 훨씬더 삼촌같고 의지할 만한 분 이라는 겁니다만.. "


더프는 말꼬리를 흐렸다.


'전쟁은 의리보단 실리로 하는것이다. 현명한 왕이라면 명분이 돕지않고 실리가 없는 전쟁은 일으키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아보카도의 왕이 멍청한 왕이기를 바라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달리던 장료의 눈에 문득 눈에 띄는것이 있었다. 장료가 그것을 발견하고 말을 멈추자 더프와 케이도 덩달아 멈춰섰다.


"핏자국.. 이네요?"


케이가 장료가 발견한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 말대로 그들이 발견한것은 핏자국 이었다. 그러나 미세한 흔적만이 남은것을 보아 아마도 수많은 말발굽에 짖이겨진 탓 이리라. 그리고 위험을 직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이것은 추격자의 핏자국일리 없다. 더구나 뒤따르는 무리들에 의해 더럽혀진 흔적을 보면 당연히 예일님이나 쉘님의 핏자국일것.'


그리고 추격자들은 그 핏자국을 따라 똑바로 나아갔을 것 이다.


"서두르시오!"


장료는 급히 말위에 올라타 몰아갔다. 그리고 케이와 더프도 급히 뒤따랐다. 그들은 이미 색바랜 핏자국을 따라 말을 달렸다. 핏자국은 숲을향해 이어져 있었다.





예일과 쉘을 추격하단 체르바키 기마병단의 수장인 게르티스는 지금 눈앞에 시체를 두고서 상당히 격분한 상태였다. 그들을 쫒아 수일을 쉬지않고 달려온 탓에 신경도 예민해진 데다가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한 예일과 쉘을 목전에 두고 놓쳐버렸다. 예일이 발휘한 기묘한 잔 속임수와 쉘이 타고있던 비범한 말이 이상한 주행으로 그들의 판단을 흐린 탓 이었다.

그래서 처음 예일의 팔에 자신의 화살이 박혔을때 느낀 쾌감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수일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갈증이 전부 채워지는 쾌감 이었다. 그러나 그 쾌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녀석은 교묘하게 숲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덕분에 순간 쉘과 예일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꼼짝없이 놓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대의 추격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니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문제는 말발굽 소리가 두군데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 한병사가 '핏자국'이 나있음을 보고했다. 그 얘기를 들은 또한병사가 경솔하게 물었다.


"핏자국이 없는 쪽으로 달릴까요?"


그들의 목표는 예일이 아니라 쉘이었다. 그러니 둘이 나뉘었다면 예일이 아닌 쉘을 잡아야 했던것이다. 그러나 게르티스는 그리 녹록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름없는 잡용병놈이 머리는 조금 비상한듯하다.'


그리고 생각은 조금더 발전했다. 구태여 숲으로 들어온것에 시야를 가리기 위한 것 만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부상당한 팔에서 나온 핏자국을 감추기 위해서다. 그런 결론에 다다른 게르티스는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경솔하구나. 그녀가 용병놈의 말로 옮겨타서 함께 도망쳤을 가능성이 크다. 녀석은 핏자국을 감추려고 이곳에 들어온데다, 설령 발견된다 해도 너희처럼 생각할것을 염두에 뒀을것이다. 그러니 핏자국이 있는쪽으로 달린다."


'더구나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경솔한짓은 하지 않겠지.'


아보카드까지의 거리는 아직 꽤나 남은상태였다. 설령 이들이 예일의 꾐에 넘어가 예일만을 쫒아서 그녀와의 거리가 벌어졌다 한들, 그녀 혼자서는 암만 거리가 벌어 졌데도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란 어려웠다. 그렇게 판단한 게르티스는 핏자국이 있는쪽으로 군을 몰았다. 쫒을수록 예일의 핏자국은 선명해졌다. 중간까지만해도 게르티스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후 뭔가 잘못된 낌새가 느껴졌다.


'뭔가 틀리다!'


우선 그들이 쫒아가던 핏자국이 점점 선명해질 뿐만 아니라, 그 양도 늘어나고 있었다. 사람입장 에서는 분명히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피가 발견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것이 화살한방으로 나올수 있는 출혈량이냐 하는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그를 불안하게 하는것은 그들이 추격하던 말발굽 소리가 끊겼다는것. 그때 낌새를챈 게르 티스는 다급히 명령했다.


"후미 10기! 당장 뒤로 거슬러가 핏자국이 없는쪽으로 추격해라!"


그들은 그들의 대장의 명령에 의아했으나 날래게 말을 몰아 되돌아갔다.


"너희들도 서둘러라. 확인할게 있다."


그러면서 핏자국을 향해 계속 말을 몰았다. 그리고 핏자국의 끝엔 흥건한 피와 함께 시체 한구가 놓여 있었다. 다만 사람의 시체가 아닌 말의 시체였다.


"당장 말 머리를 돌려!!"





장료일행이 숲속에 핏자국을 따라 달려간것은 체르바키의 기마병들이 되돌아서 다른길로 간 이후였다. 더프와 케이는 처음 말의시체를 보고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듯 했으나, 장료는 어렴풋이 눈치챌수 있엇다.


'과연, 적의 시선을 돌리는 술수라. 이것으로 한동안의 시간은 벌었을터.'


그러면서 내심 감탄했다.


'그 짧은 찰나에 긴박하게 쫒아오는 추격자들에 의해 입은 부상을 되려 자기의 이점으로 삼았다. 말을 양쪽으로 나눠 소리에 의한 판단도 가렸겠지. 이중으로 숨겨 적의 눈을 가렸으니 내가 추격자였다 해도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료는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는부분이 있었다.


'추격자들의 기동력 또한 기본을 웃돈다. 우리가 이곳에 당도했을때 그들이 보이지 않았던것은..'


보다 빠른 결단력과 기동력. 그리고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 악재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땅의 기병들은 이노티아와 같은 중기병밖엔 없다 생각했는데, 중토대륙의 기병과 비슷한 부류도 존재하는 모양이군. 그것도 상당히 훈련된...'


"이것은... 속임수 같죠?"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더프와 케이가 물었다.


"으음. 피를 교묘히 이용했군요."


그러면서 장료가 말머리를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피라..!'


뭔가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그렇다면 진짜 본인의 피는..?'


그렇다. 적을 피로 속이려거든, 진짜로 피가 나고 있음을 적또한 알고 있어야 했다. 그렇다는것은 부상은 진짜 라는 것인데, 만약 부상이 진짜였고, 예일과 쉘이 이 길을 택하지 않고 다른길을 택했다면, 피는 어찌 숨겼을까? 단지 숲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의존하면서? 그건 여기까지 상황을 만든 예일의 능력상 용납치 못할 부분일 것 이다.


"설마..!"


장료는 짐작가는바가 있어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그의 직감이 맞았음을 확인시켜주는 뭔가를 발견했다.


"허!"


장료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장료의 감상을 방해하며 케이와 더프는 장료를 재촉하며, 방향을 틀었다.


"료형님, 서두르십쇼. 어서 가지 않으면 예일과 쉘님이..!"


그러나 그말은 장료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처음 예일이라는 자를 봤을때 그냥 잘생긴 인상의 차분한 청년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다 대화를 나누면서 뭔가 비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방금의 전략을 보고 기지와 임기응변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평가를 바꿔야했다.


'기지와 임기응변. 그를 도모하고 실행하는데 망설임없이 행하는 결단력. 거기까진줄 알았거늘...'


그러면서 장료는 멍하니 그가 발견한 뭔가를 응시했다. 그것은 아주 미세한 핏자국 이었다. 말이 죽어 주변이 피로 흥건한데 뭐 이상할게 있겠느냐만 그것은 그냥 튀기엔 꽤 멀리 나 있는 핏자국 이었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도 힘들었으며,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말의 죽음과 차별화 시켜 생각하기 힘든 단서였다.


"적을 눈앞에 두고 농락하고 기만하는 배짱까지 겸비했던가.."


"장료님!"


케이가 다시 재촉하자 장료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아니다 케이."


"에..?"


"우리는 제대로 찾아온듯 하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장료는 말을 똑바로 내달렸다. 케이와 더프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어쩔수 없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얼마간 달렸을까? 멀지 않은곳에서 과연 장료의 말대로 멀리 나무에 기대어 축 쓰러져있는 예일-로 추정되는 사람- 을 발견할수 있었다. 그러나 상태가 이상했다. 그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했던듯 생기가 없고 몸에는 힘이 없었다. 그것은 곧...


'위험한 상태다!'


그렇게 생각하며 장료와 케이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더프는 이미 예일이 보일때부터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장료는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쉘님이 안보이는군.'


짐작하는 바는 있었다. 이미 가망이 없는 예일은 그녀를 위해 희생하고 그녀를 먼저 보내고 자신은 남은 것 이리라. 남은 말이 없을테니 더욱 그래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보면 그녀는 공주라는 신분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한것이다. 통치자는 인의를 떠나서 때로는 냉정한 평가도 내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료는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 실망하게되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장료의 생각을 뒤집을 일은 곧이어 나타났다.


축 쓰러져있던 예일이 고개를 살짝 들더니 더프를 알아본듯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반가워서 놀랍다는 표정보다는 마치....


"안돼, 더프!!! 당장 거기서 멈춰!!!"


갑작스러운 외침에 덩달아 더프 뒤쪽에서도 큰소리가 났다.


"꺄악! 맞아라아앗!"


촤락!

쉘이 눈을 질끈 감은채로 커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나타나더니 더프가 타고 있던 말을 힘껏 때려버렸다. 그러자 말은 본능처럼 앞으로 박차를 가해 나아갔다.


이히히히힝~


"안돼에에에!!"


예일이 발악하며 소리쳤고, 쉘은 무슨일인지 몰라 당황하며 토끼눈으로 쳐다봤다. 장료는 뭔가 잘못 되었음을 깨닫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장료가 한팔로 더프를 낚아챈것과 더프의 말馬이 시야에서 순식간에 마술처럼 사라져 버린것은 동시였다. 역시나 "꺄아아악~"하는 비명성과 "안돼" 하고 소리치는 예일의 발악성이 터진것도 동시였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본 케이와,장료의 손에 간신히 낚아채여진 더프는 한동안 무슨일인지 몰라 멍해야만 했다. 다만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 장료마저도 오한을 느낀것은 곧 이어진


퍽!


하는 소리 때문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장료일행이 예일을 발견한것은 꽤 멀리에서부터였다. 간신히 누구이고 어떤 상태인가 정도만 판단할 정도의 거리였다. 예일이 나무에 기대어 쓰러져 있는 것 처럼 보였던것은 그 거리 때문이었다. 예일이 나무에 기대있던것은 맞았지만 문제는 그가 앉아있는곳이 땅이 아닌 나뭇가지라는 점이었다.

장료일행이 보기에 예일의 높이는 분명히 땅에 닿아 있는듯 한 높이였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예일 앉아있는 나무가 장료가 있는곳보다 현저히 낮은 절벽밑에 심어져있는 나무였던 탓이다. 즉, 사실상 장료와 예일의 사이에는 꽤 높은 절벽이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그 절벽밑이 마치 누군가의 손을 탄 마냥, 뾰족한 돌 일색 이라는 것 이다.


즉, 말에 박차를 가한채로, 예일이 있는곳 사이가 절벽인줄 모르고 달린다면 그들이 깨달았을땐 이미 가속이 붙은 말을 멈춰 세우기엔 늦은때 라는 것 이고 십중팔구는 절벽밑 뾰족한 돌무더기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것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다시피 죽어있는 더프의 말이 증명하고 있었다. 장료도 내심 오싹해졌다.


'만약 내가 추격자였다면?'


말할 필요도 없이 저기 밑에 고꾸라져 있는것은 자신과 흑영 이었을 것 이다. 물론 100% 그렇다고 말할수는 없다. 그가 탄말이 흑영이었고, 그가 기수라면 뭔가 임기응변으로 죽음은 피했을지도. 하지만 추격대상을 놓치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만약 체르바키의 20기마병이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면, 그들중 반수 이상은 허무하게 죽어 나갔을 것 이고, 설령 눈치채고 멈춘 몇기가 있다해도 뒤에서 기습적으로 쏟아지는 쉘의 공격을 피하진 못할것이었다.


그러나 되려 놀라고 있는것은 예일이었다.


'더프, 저 덩치녀석을 한손으로 저렇게 빨리 낚아채다니!'


인간 본연의 힘은 극한상황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훨씬 앞에 있던 더프가 있는곳까지 순식간에 도달하는 기마술하며 재빠른 판단력으로 예일의 책략을 간파하기보단 눈치채고 낚아챈 능력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훨씬 굉장한 것이었다. 더구나 저 말은 장료의 본래말인 흑영도 아니지 않은가! 예일이 놀라워 하고 있을때 장료는 땅에 더프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절벽 끝에 다다라 예일과 눈을 맞췄다. 예일은 여전히 멍한 눈빛 이었지만 장료는 그 속에서 뭔가 다른걸 찾고 있었다.


"상대는 숙련된 기마병이요. 그들을 상대로 잠깐 따돌리는 수를 쓴다해도 그들은 악착같이 추격해오지. 그런데 더구나 그런상황에서 마지막남은 말까지 희생돌로 삼았다는것.. 그게 뭘의미하는지 예일님 이라면 아실테지요?"


'희생돌' 이라는 말에 예일은 뜨끔해졌다. 장료의 애마인 흑영을 체르바키의 기마병을 따돌리는 데 썼다는것을 떠올린 탓이었다. 하지만 장료의 기색은 그를 나무라는 태도가 아니었다. 마치 뭔가를 묻는듯한. 아니 재차 확인하는듯한..

예일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눈빛을 고쳐잡고 대답했다.


"도주의 포기.. 지요."


"옳소.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생을 마감하기엔, 그녀라는 존재의 가치가 너무 크지. 그렇다면 이 곳에서 당신이 각오한바는.."


피식.

예일은 웃었다. 의미 모를 웃음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의미가 있는 웃음이었다. 아주 복잡한 웃음을 띈채 그는 대답했다.


"마지막남은 도주의 희망마저 불살라..."


희망에대한 대목이 나오자 그나마 걸려있던 웃음기를 싹 지우고 예일은 말을 이었다.


"적을 전멸 시키겠다는 각오."


그렇게 말하는 예일의 눈은 어느때보다도 냉정하고 차가웠다. 말은 마치 불확실한듯 하지만 그의 눈을 보고있자면, 이곳에서 체르바키의 20군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보였다. 그눈을 확인한 장료는 '과연' 하는 마음으로 피식 웃었다.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하루에 세번씩이나 고치게 만든것은 당신이 처음이외다 예일님."


예일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 남자에게 높게 평가 받는것은 어쩐 일인지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마냥 좋아할 상황이 아니었다.


"장료님, 흑영은..."


흑영은 체르바키군을 유인하는 역할이었다. 달아났다면 좋을테지만 붙잡혔다면 죽임 당할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예일은 정중히 사과하려고 나뭇가지를 밟고 절벽을 넘어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장료는 예일의 말을끊고 더프와 쉘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은 케이와 예일님을 데리고 상처를 치료할 만한곳으로 가십시요."


"예에?"


이 의외의 주문에 가장 당황환것은 예일 본인 이었다. 만약 흑영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들이 흑영을 죽이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가정하에서 여기서 그들을 섬멸하고 흑영을 되가져오는 방법이 유일했다. 적어도 예일과 일행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장료는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흑영을 포기하고 예일의 안정을 우선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예일님께선 흑영에 대한것은 잊으시오. 가장 옳은 판단을 내렸으니, 나무랄수는 없소이다."


"크윽.."


짧은시간 이었다. 정말 짧은시간 이었건만, 예일은 장료가 흑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었다. 그정도로 장료가 보여주는 흑영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마치 한마리 말이 아니라, 십년된 벗을 믿고 의지하는 그런 느낌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장료가 어떤 각오를 하고 자신을 위해 말하고 있는지 예일도 알고있었다. 여기서 그의 말을 번복 시키려는것은 그 숭고한 의지를 짓밟는 것이된다.


그렇기에 예일은 그저 침묵하고 넘치려는 눈물을 참아 내는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쉘과 예일을 케이가 타고있던 말에 태우고 일행은 발을 옮기려 할때였다.


"엇? 장료님 어디가시죠?"


장료는 일행들과 방향을 달리했다. 체르바키군이 왓다간 방향이었다. 쉘이 그것을 보고 외쳐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처구니가 없는것 이었다.


"되돌려 받을게 남았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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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허무하게 바스라지다 13.04.06 1,249 11 9쪽
6 6 13.04.05 1,265 15 10쪽
5 5 13.04.05 1,259 14 11쪽
4 4 13.04.05 1,368 11 11쪽
3 3 13.04.05 1,568 12 16쪽
2 2 13.04.05 1,746 17 10쪽
1 1 +1 13.04.05 2,134 2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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