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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최근연재일 :
2015.03.02 11:5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770
추천수 :
261
글자수 :
151,893

작성
15.02.25 17:2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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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8쪽

22?

DUMMY

"세레나 프리트힐트, 체르바키의 왕녀가

아보카도의 왕이신 그레이브 님을 뵙고자 왔습니다."


신원을 묻는 경비병의 물음에,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그러자 경비병은 안색이 변해 서둘러 궁안으로 기별을 전하러 갔다. 이곳은 멜테른의 궁성이었다.


"쉘님, 알고 계시겠죠?"


예일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그녀는 의연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모를리 없었다. 마침내 도착했지만, 여기가 끝이란 보장은 없었다. 그레이브 가 그녀의 백부나 마찬가지고, 조부같은 푸근함을 주긴 했지만 그이전에 일국의 왕이었다. 사사로운 정으로 국사를 그르칠 우왕은 아니었으므로, 이곳에서 내쳐졌을 때의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 그녀를 장료는 가만히 쳐다 볼 뿐이었다.



일행들은 곧 깔끔한 객실로 안내받았다. 장내는 자뭇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고, 누구하나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을 지키고 서있던 경비병들 때문이 아니라, 유난히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세레나 때문이리라. 장료만 차분하게 내어진 차 맛을 음미했다.


'특이한 향이로군,'


그런 잡념으로 컵속에서 차를 돌리며 생각하고 있을때, 객실의 문이 열리고 호위를 동반한 노인이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세레나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가,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차분히 예를 갖춰 무릎을 꿇었다.


"체르바키의 공녀 세레나 프리트힐트가 아보카도의 왕을 뵙습니다."


그 갑작스러운 동작에 예일과 더프는 깜짝놀라 덩달아 무릎을 꿇었다. 장료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립한 채였고, 케이는 그런 장료의 눈치를 보며 쭈뻣 거리며 서있었다. 그러나 무엇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 늙은 왕은 성큼성큼 세레나에게 다가가 푸근하게 품어안으며 말했다.


"오, 세레나! 내 딸같은 아이."


그 돌연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놀랐다.


"왕이시여 체통을..."


왕의 보좌가 새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려 했으나, 이내 호위로 동반한 마리오 백작에게 제지당했다. 그러나 이 사태에 가장 격동한것은 누구보다도 세레나 본인이었다.


"백부님.."


흔들려 발음조차 명확하지 않은 목소리로 그녀는 소리를 짜냈다. 그러나 왕은 애쓰는 그녀를 쓰담으며 위로했다.


"쉬-, 괜찮다. 가여운 일을 겪었구나."


끄흡.

꾸역꾸역 참아왔던 울분이 커다란 품안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북받치는 울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녀는 마침내 흐느껴 울었다.


"끄으어허허헝-"


그녀라고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남자가 겪어도 견딜수 없었을 고초를, 그녀는 여인의 몸으로 그것도 몹시 완숙한 모습으로 견뎌왔다. 몇번이고 좌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련을 담대하게 거치고 왔다. 배신감, 회의감, 부담감, 의무감,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거웠던 것은 책임감. 그 무거운 짐을 그 여린 어깨에 지고 예까지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여린 표정한번 지은적 없던 그녀였다.


'그녀라고 눈물이 없을리 없건만..'


예일은 생각했다. 너무 씩씩해서.. 누구보다도 당차고 활기차게, 힘으로 안되면 오기로, 오기로 안되면 긍지로 나아가던 그녀라 이토록 여리게 우는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신선한 일면이었다. 어쩌면 저 소녀같은 여리고 순수하고 마음 따뜻한 여인이야 말로, 그녀 본연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예일은 씁쓸히 웃었다.


늙은 왕은 한동안 품으로 그 넘치는 눈물을 받아내다가 조금 진정돼는 기미가 보이자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이내 벌겋게 부은눈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백부께 추태를 보였습니다."


그말에 늙은 왕은 입이 귀에 걸릴 듯이 웃었다. 옜날에는 이보다는 훨씬 허물없는 사이였다. 마냥 귀엽고 활달한 소녀. 그런 소녀가 제법 자랐다고 팅팅 불은 눈으로 예를 차리는 것이 여간 갸륵할 수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녀를 보는 모든 사람이 일순간 그녀에게서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수 없는 소녀를 봤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녀와 일면식이 있는 마리오 백작 또한 웃고 있었다.


"허헛, 신경쓰지 말거라 아이야. 그보다도 여기까지 잘견뎌 와주었구나. 마냥 여린 아이라고 생각했건만, 장하다."


그 말에 그녀는 다시 한번 울컥했지만 이번엔 다행히도 아랫입술을 깨물어 울음을 참아낼수 있었다.


"여러 은인의 도움을 받은 덕입니다."


그녀는 가장 먼저 페르바체를 떠올렸고, 그 다음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그제사 늙은 왕도 일행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모두가 그녀의 뒤로 시립해 있었다. 늙은 왕의 시선은 장료와 케이에게 유난히 오래 머물러 있었다. 특이한 이방인과, 여정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 그러나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는 눈치였다.


"고마운 자들 이로군. 헌데 내가 사정이 어두워 면식이 없는것 같아 묻겠네만, 어느가문의 자제들인고..?"


체르바키의 귀족, 그리고 왕녀의 호송임무라면 그가 모를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의아해 물은 것 이었다.


"아, 저분들은..."


"용병입니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살 뿐인 비천한 신분이지요."


은근한 자격지심에 예일이 은은한 미소로 상큼하게 대답했고, 쉘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늙은 왕은 마주 웃으며 자책했다.


"이런 늙인이가 주책맞은 질문을 했는가 보구만. 실례를 사과하지."


무려 일국의 왕이, 고작 용병에게..

이 신선한 반응에 도리어 멋쩍어진 쪽은 예일이었다.


"아, 아닙니다. 도리어 제가.."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이 젊은이를 저 늙은왕은 몇마디 말로 당황시켰다.


'관록이 있는 왕이로군.'


장료의 감상이었다.


"신분의 귀천은 중요치 않네. 그저 순수히 감사하고 싶었을 뿐이니. 이 아이의 은인은 곧 나의 은인. 사례는 곧, 결코 서운하지 않을 만큼을 약속하지."


진심이 느껴지는 그 말에, 예일과 더프는 황망히 고개숙였고, 쉘은 쓰게 웃었다.

그러나 곧, 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아이야, 너에겐 너무도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구나."


그 말에 세레나는 물론 일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의 거취는 나라의 중대사 란다. 그러니 내 감정만으로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그 사안으로 마침 대의회를 소집했다. 정해진 것은 없고 다만 결정에 따라서는..."


왕은 괴로운 표정으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엔 그녀가 늙은 왕의 마음을 헤아리듯, 성큼 다가가 주름진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백부님. 여기로 오면서 각오하는 법을 배웠구요. 결과가 어떻든 한치 원망은 없습니다. 이미 충분한 위안을 얻었으니까요."


"흠.."


왕은 신음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소녀-왕의 눈에는- 를 난세속에 내쳐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도, 그리고 이렇게 아픔을 겪으며 성숙하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사실도 그를 한숨짓게 만들었다.


'이제 작은 소녀가 아니로구나.'


이미 이 사안에 대해 많은 회의를 거치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는 거칠수록 여론은 차츰 그녀를 배척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갔다. 지금 분위기는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여론은 단순히 팔라시오스 대공의 입김이 큰탓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것이 사리적으로 옳은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전부 해보겠으나, 어떤것도 장담치 못하겠구나 아이야."


왕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으나, 도리어 세레나는 당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시다면 백부님, 아니 왕이시여. 체르바키의 공녀로서 꼭하나 청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일행에게는 익숙했지만, 늙은 왕으로선 처음보는 당돌한 그녀의 표정에 내심 놀라워 하면서 묻지 않을수 없었다.


"오호라, 그게 무엇이더냐?"


세레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예를 취하며 말하는데, 그 박력에 늙은 왕은 물론 그 신하들까지 순간 넋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소녀 부디,

일국의 공녀의 신분으로 이번 대의회에 참석시켜 주시길 간청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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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3 글동
    작성일
    15.02.25 21:58
    No. 1

    무려....일년....
    잘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대할께요. ㅎㅎ

    건필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고독한흉터
    작성일
    15.02.25 23:19
    No. 2

    돌아오신것 환영합니다
    장료의 포스를 다시 느낄수 있어 기쁘군요

    화이팅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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