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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전쟁·밀리터리

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최근연재일 :
2015.03.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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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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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0

DUMMY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장료가 차분하게 묻자 예일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글쎄요.. 단순거리로는 3일이면 아보카도의 영역까지 닿겠지만.."


말끝에는 은근한 불신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 의미를 모를 수 없었다. 여기저기 사자 문양이 새겨진 무장을 하고 수선을 피우는 병사들이 보였다. 바라문트의 문장이었고, 수색중인 모양이었다.


"어쩐일인지 성문의 경계는 생각보다는 삼엄하지 않았기에, 바라문트의 권내까지는 어떻게 진입했지만, 상황이 이래서야.."


들어오는것은 쉬웠어도 나가는것은 어렵다. 저 많은 눈을 피해 직선거리로 돌파하는것은 불가능했다. 무시하고 도망치듯 내달리는것도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었다.


"조금 더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가는것이.."


훨씬더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남루한 행색의-아마도 위장으로 보이는- 쉘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긴 했지만 특별한 이견은 없는듯 보였다. 일행은 외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보아하니 이 나라는 그녀의 행보에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아보이는군요."


왜 일절 상관 없을 바라문트의 병사들이 이런 수색에 나선것일까? 사실 그녀를 찾고있는 거라는 확신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신중을 기해야 할 때였다.


"짐작가는 바가 없는것은 아닙니다만.."


예일은 조심스레 입을 뗐다.

베르마닐은 뛰어날지 어떨지는 몰라도 치밀한 모사꾼임에는 분명했다. 그런 그가 덜렁하니 추격대 하나만 붙여놓고 안심하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할수 없었다.


"체르바키의 외교적 영향력이 닿는 한에서는 그녀에 대한 수배령이 떨어졌을테지요. 체르바키에 대해 호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후계권을 가진 그녀를 얻는것은

커다란 협상책이 될테니까요. 주변국들로서도 얻어서 손해볼것은 없으니까요. 경우에 따라서 최후엔..."


"전쟁의 명분이 될수도..?"


사태를 이해한 장료에게 예일의 확답은 필요 없었다. 다만 그사실을 상기시켜 괴로운것은,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녀일것이다. 이대로 아보카도도 아니고, 체르바키도 아닌곳에 볼모로 잡혀가는것이 그녀가 생각할수 있는 최악의 경우였다. 그녀를 취했다는것은 잠재적으로 체르바키를 향한 전쟁의 명분을 얻는것이나 마찬가니까. 그녀로선 그녀 자신으로 인해 자신의 조국이 전화에 휩쌓인다는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바라문트는 비교적 체르바키의 영향을 덜받을텐데.. 꽤나 본격적으로 수색하고 있는듯 보여지는게 의문이랄까요?"


예일이 고개를 갸웃 거리자, 이번에 입을 연것은 그녀였다.


"그건 아마 아보카도와의 관계 때문일겁니다."


"아보카도와?"


뜬금없는 아보카도의 얘기가 나오자 더프는 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국경을 맞댄 바라문트는 아보카도의 오랜 숙적이지만, 장시간 서로에 대한 싸움과 긴장감에 지쳐 근 십수년간 별다른 분쟁은 없었습니다. 그 장시간의 평화 아닌 평화는 전쟁에대한 명분을 퇴색케하기 충분했구요."


그녀가 거기까지 말하자 예일은 이해했다는듯 말했다.


"과연. 서로 충분히 쉬었으니, 바라문트는 재전을 준비 중이고, 당신은 그 재전의 명분이 될수 있다는거군요."


음모로 왕을 시해한 왕녀란 대외적으로 악이다. 정의와 대의를 표방해 죄인으로서 그녀를 체르바키로 인도하는것이 대외적으로는 당연한 일이다. 그녀에게 대의란 없다. 아보카도가 그녀를 취하는것은 분쟁에 대한 빌미를 제공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기에 그녀도, 그녀의 주변사람들도 이미 아보카도에서 내쳐졌을때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된상황이었다.

아보카도로 가는것은 도박이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아무것도 없다. 그때였다. 주변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챈것은 케이였다.


"그런데 왜 점점 사라지는거죠?"


"무엇이 말이냐?"


"병사들이요!"


그말에 일행은 하나같이 주위를 둘러봤다. 과연 주변의 수색병들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야 점점 외곽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예일도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눈치챘다.


"이건 좀 심한데.."


적잖게 보이던 바라문트의 수색병들이 외곽으로 조금 달려왔다 해서 이렇게 눈에 띄게 사그라들리 없었다.


"뭔가 사단이 일어난 걸까요?"


쉘이 물었지만 예일이 알리 없었다. 그러나 임무를 받고 나온 병사들이 이렇게 급격하게 철수한다는것은 예삿일은 아님이 분명했다.


"당신에 대한 수색이 소홀해졌다는것은, 크게보면 두가지 경우가 있을테지요. 당신을 찾는것 이상의 중요한 일이 생겼거나, 아니면 이미 필요한것은 얻었거나."


'혹은 둘다 이거나.'


장료는 생각했지만 입밖에 내지 않았다.


"뭐 어쩻든 우리로서는 호재로군요. 장료님 어떠십니까? 이런 상태라면 굳이 외곽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데요."


예일은 자연스레 장료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물을 사람이 틀렸소, 예일님."


그렇게 말하며 장료는 쉘을 쳐다봤다. 그제야 예일은 아차, 하며 쉘을 향해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세레나님."


쉘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지우고, 당찬 표정으로 말했다.


"해봐요! 기왕이면 당당하게."


그말에 일행들은 웃으며 다시 말머리를 되돌렸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3일 후엔, 아보카도..!'


쉘은 내심 마음을 굳혔다.




몇시간전,

아보카도와 국경을 맞댄 바라문트의 모르곤 성.

평소였다면 흰색 사자문양의 바라문트의 국기와, 모르곤성의 영주인 하실리오 백작의 여우 문양의 깃발 두개만 나란히 서있었겠지만, 오늘은 검은색 호랑이 문양의 깃발이 하나 더 달려 있었다. 성내의 숨막힐듯한 긴장감을 조성한것은 아마도 이 아보카도의 국기 때문이리라.


모르곤성의 영주실엔 나이지긋한 기품넘치는 신사와, 비교적 젊고 어딘지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는 사내가 마주앉아 있었다. 각각 팔라시오스 대공과, 하실리오 백작이었다. 그리고 오로지 두명의 경비병만이 칼을 차고 창을 쥔채로 문을 지키고 있었다. 특이한점은 경비병이 문밖이 아니라 문 안쪽을 지킨다는 점이었다.


"의외로군요. 철두철미하시기로 평판이 자자 하신 팔라시오스 대공께서 적진의 한가운데에 비무장상태로 들어오시다니.."


하실리오 백작이 본인의 우위를 과시하듯 이죽거리며 말했다.


'대공..인가?'


팔라시오스는 의미모를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 대공의 상대가 백작이라니, 그보다 놀랄 일인가?"


그말에 하실리오의 표정이 사뭇 일그러졌다.


"이레뵈도 위험한 전선의 한축을 다스리란 명을 하사받은 귀족입니다."


"허나, 그대가 다스리는것은 나라가 아니지. 이 외교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인가? 적어도 단독으로 전쟁여부에 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자가 나왔어야 할것이 아닌가. 우리의 공지가 그대들의 나라에 제대로 전달된것이 맞는가?"


이 신선한 모욕에 하실리오는 몸을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이내 키륵, 하고 비틀린 웃음을 지어보였다.


"공께선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인지 하지 못하시는 모양이군요."


그 말에 팔라시오스는 일단 침묵을 지켰다. 그 얌전한 반응이 하실리오 백작을 고양시켰다.


"칼자루를 쥔것은 우리이고,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것은 그대들 이외다.."


하실리오는 허리춤에 칼자루를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고했다.


"어린애가 칼을 쥐었다고, 무서워할 사내가 있는가?"


팔라시오스가 유리잔의 술 한모금을 들이키며 차분한 어조로 대응했다. 효과가 있었던지, 백작의 눈이 붉게 충혈되고, 비틀린 웃음은 짙어졌지만, 표정은 경직되었다.


큭큭,

애써 분노를 억누르는 하실리오의 광기가, 조소가 되어 입으로 새어나왔다.


"하아~ 정말이지 말이 통하지 않는분."


하실리오는 그렇게 한숨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빙글 방안을 돌며 입을열었다.


"일찍이 10년전, 대륙이 주목하던 무명하나가 진적이 있었지요."


꿈틀.

놀랍게도 이 옛날 얘기는 표정에 변동이 없던 팔라시오스의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데에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많은 억측이 돌았지요. 그와중에도 가장 실없으면서도 지배적이었던 견해는 그저 그자가 전장이 무서워 검을 놓은 것 이라는 것. 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전 대륙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커다란 무성武星 이 그저 전장이 무서워 검을 놓는다는것이. 저는 그따위 말은 믿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열악한 군사들로 끊임없이 국경을 맞댄 우리 바라문트를 괴롭힌 그 장수에 대해서 우리 바라문트인은 그가 얼마나 강인한 전사인가를 몸소 기억하니까요."


"......."


"프란시스 팔라시오스 후작. 적어도 아보카도와 국경을 맞댄 모든 나라가 , 아보카도를 경계한 가장큰 이유였지요. 허나, 대공. 우리가 두려워했던것은 전장을 호령하며 적장의 목을 베던 팔라시오스 후작이지, 눈앞에 일개 위정자에 불과한, 검을 잡은지 10년도 넘은 대공이 아니외다!"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마음한켠의 분노가 말과함께 커져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하실리오는 자숙하여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흠흠,

"아보카도로부터 대공의 직인이 찍힌 외교안이 바라문트로 날라왔을때, 우리의 왕께서도 제게 이 일을 일임하시며 공문하나를 내리셧습니다. 그 내용으로 말할것 같으면.."


하실리오가 품에서 부시럭거리며 정갈하게 접힌 서신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하실리오 백작에게. 귀공에게 이번 외교안을 일임하는 바, 예측되는 사안으로는 작게는

체르바키 왕녀의 신변에 대한 거취와, 크게는 전쟁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중략 ..

이하 모든 결정권은 귀공에게 있으나, 전쟁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참작의

여지가 없다면..."


잠깐 입술에 침을 바르며 하실리오는 공문에서 팔라시오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개전에 무게를 싣고 외교에 임할것."


"......"


팔라시오스는 다시 또 침묵할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지금 바라문트와 개전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체르바키와의 외교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혼잡한 상황에서 그것이 되려 옆나라인 바라문트와의 전쟁 명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이 둘의 싸움은 늙은 아보카도를 침식하려는 주변국들의 이목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할것이다. 그렇기에 팔라시오스는 희박한 가능성임을 알면서도 굳이 몸소 바라문트행을 택한것이었으니까. 그는 지금 신중해야 했다.


쩔걱.

유리잔 안에 얼음이 녹으면서 술의 농도를 희석 시켰다.

그때 다시 하실리오가 말했다.


"상황은 귀공과, 귀공의 나라에 몹시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원하는것을 얻으시려거든, 귀공뿐만이 아니라, 귀국의 왕께서 직접 머리숙인다 해도 어떨지 알수 없음을 아시고 다시 협상에 임하시지요."


'귀국의 왕' 그 표현을 들었을때, 팔라시오스의 아미가 꿈틀 거렸다. 그에대한 모욕은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감내할수도 있었지만, 그의 왕에대한 모욕은 팔라시오스로서는 참아본적도, 참을 의지도 없는 것 이었다. 그러나 팔라시오스는 신중했다.

여전히.


"고개숙인다라... 그런가..? 과연, 그럴수도 있겠군."


어딘가 허무하게, 힘이빠진 팔라시오스의 목소리를 듣고 하실리오는 은근한 희열의 와중에도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실리오가 그들의 왕에 대해서 언급한것은 어느정도 저 철면의 사내에게서 격한 감정을 끌어내려는 일종의 도발이었음에도, 그는 격분하기는 커녕 순종하는듯한 얼굴이 되었으니까.

그때, 팔라시오스가 얼음이 반쯤 녹은 술을 쭈욱 들이키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의 왕께 말씀드려 보겠다. 그대들의 청대로 직접 고개숙이는것은 어떠시냐고. 허나 조건이 있다."


"지금 그쪽이 조건을.."


"우리의 왕이 고개를 숙이는것에 비하면 별것 아닌 조건이다. 그저 체면이 있으니 최소한의 체면을 지킬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다."


"...옳군요. 그래서 조건이란..?"


그순간, 하실리오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싸늘한 시선이 그를 꿰뚫었다.


"바라문트는 그대들 왕의 목을 스스로 베고, 아보카도의 속국이 되어라."


"......."


장내는 싸늘하게 굳었다. 하실리오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자신이 뭔가를 듣긴

들었는데, 그것이 제대로 들은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로군.."


팔라시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실리오 에게로 천천히 다가섰다. 경비병들은 움찔했지만, 팔라시오스의 행동이 워낙에 느긋해 경계할뿐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검도 들지 않은자가 무슨해를 끼칠수 있으랴,

그에 확신을 주듯.. 팔라시오스는 하실리오의 귓전에 대고 그저 이해를 돕기위해 한마디 속삭였다.


"우리의 왕은, 우리의 국민에게만 고개숙인다. 그러니 그대들의 왕은 버리고, 우리의 국민이 되라."


가라앉기 시작하던 충혈이 다시 도져, 핏기가 흰자를 가득 메웠다. 온몸에 힘줄이 곤두서고, 몸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파.."


입조차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하실리오는 대단한 전략가이자, 외교관이었다. 그리고 충실한 바라문트의 신하였다. 대륙에서 그의 명성은 '붉은눈의 전략가' 였다. 스스로가 세운 전략과 외교안에 대해 심사숙고 하느라 몇일밤을 꼬박 세우느라 얻은 명칭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외교안에 대해선 어떤 숙고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잤다. 외교상에서의 절대적 우위. 그것이 하실리오로부터 숙면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외교안이 그를 이토록이나 분노케 할줄은. 수일 잠을 설치고서야 생겨나는 충혈현상을, 그저 분노로 이렇게 붉게 물들이게 될줄은.

하실리오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 당장 이 건방진 자식의 목을 쳐버리란 말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


정확히 그와 동시에

챙!

하고 검뽑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하실리오가 기대하던 그의 경비병들의 검이 낸 소리가

아니었다. 그소리는 유감스럽게도 그의 허리춤, 팔라시오스가 능청스럽게 그의 검을 강탈하며 낸 소리였다.


"지금 그 소리는, 전쟁 선포로 봐도 되겠지?"


팔라시오스가 여전히 차분하게 물으며 한바퀴 돌며 검을 휘둘렀다. 하실리오는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오른손만이 부질없게 목을 향해 날아드는 칼날을 방어하려고 들려 있었을 뿐이었다.


투둑.


곧 그의 오른손목과 피쏠린 모가지가, 벌건 피를 분사하며 땅을 뒹굴었다.




이 갑적스러운 사태에 두명의 경비병은 몸을 경직시켰다. 백작의 호위와 경비를 맡을정도면 그들은 대단한 실력자들임에 틀림 없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이 방에서 대충의 전말을 들었다. 꽤 실력자들인 그들이 이순간 동시에 백작이 죽었다는 충격을 떠나서 같은 회의를 품었다.


'이게 십년전에 검을 놓은 자의 솜씨가 맞는가?'


"우습지 않은가?"


움찔!

팔라시오스의 이 뜬금없는 물음이 두 병사를 더욱 경직 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물음 때문은 아니었다. 저 허망한듯한 두눈으로 굴러다니는 하실리오의 두 눈에 지그시 시선을 맞추고는 이내 손으로 그 머리칼을 움켜쥐는 모습이, 그들의 상식속에 있는 고위급의 위정자하고는 커다란 괴리가 있었다.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저 끔찍한 시체의 머리통을 다루고 있었다.


"전장을 떠났다 해서, 검을 놓은것은 아닌데 말이야.. 많은자들이 그에 대해서 혼동을 한단 말이야. 나중엔 입이 아파 대꾸하지 않게 되었지만, 사실 그 둘은 엄연히 다른것인데.."


그리 푸념하는 팔라시오스의 작태가 하도 기괴해, 병사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몸을 움직였다.


으럅!!


한명은 창, 한명은 검.

둘이 동시에 팔라시오스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그는 배태랑처럼 놀랍도록 차분하게 거리조절을 하며 하실리오백작의 머리통으로 창을 막고, 다른손의 검으로, 검을 들고 돌격해오는 병사의 공결을 측면으로 피하며 단숨에 그 목을 파고들었다. 이 급작스러운 전개에 창을 든 병사는 허리춤에 검을 뽑을 생각은 못하고, 하실리오의 머리통에서 창을빼내려고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틈을 내주기엔 팔라시오스의 노련함보통 이상이었다. 결국 창을 든 병사 역시 별다른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쓰러지는 병사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무 억울해 하지 마라. 우리왕을 모독한 죄값은, 너희 모두의 목으로도 모자라니까."


실로 순식간에, 장내에 홀로 서있는것은 팔라시오스 뿐이었다. 그는 장내를 한번 휘이 둘러보더니, 의미모를 실소를 내지었다.


'십년만에 피를 봤더니 심장이 날뛰는군.'


그는 조용히 자신이 들고있던 검을 내려다봤다.


'십년....인가..?'


그러나 잡념을 떨치듯, 팔라시오스는 곧장 몸을 움직였다. 일단은 하실리오의 허리춤에서 검집을 떼어, 피묻은 검을 집어넣은후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마찬가지로 하실리오의 옷을 찢어 머리통과 손목을 따로 싸멜만한 천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신에 피칠갑을 한채로, 한손엔 피에젖은 천에 묵직한 덩어리를 쥔채로 그는 문을 나섰다.




탕!

박력있게 영주실의 문이 열리고 나타난것은 한사람의 인형이었다. 다만 한눈에 그 정체를 간파하기엔, 그자의 몰골이 적이 기괴하다는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는 두 무리의 군대가 나열해 있었다. 비교적 많은 여우문양의 깃발을 지닌것이 하실리오 경비대, 검은 호랑이 깃발과, 날개과 검이 그려져있는 깃발을 지닌것이 팔라시오스 대공가의 친위대였다. 양측 모두, 이 사내의 등장으로 크게 경직되어 있었다.


이 새로이 나타난 인물은 즉각 하실리오 경비대를 향해 걸어갔다.


"너희중 대장이 누구냐?"


다짜고짜 명령조에 기분이 나쁠법도 하건만, 저 피칠갑을 한 남자의 중압감에 그들중 하나가 꺼림직해 하면서도 앞으로 나섰다. 팔라시오스는 그를 향해 천에 쌓여있는 무거운 덩어리 하나를 던졌다. 거기선 피가 아직도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너희 왕에게 전하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등을 돌려 그의 친위대를 향해 걸어갔다.


"...이것은...?"


걸음을 멈추게 하는 물음에 팔라시오스는 고개를 돌려 답했다.


"선전포고에 대한 보답이자, 개전을 자축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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