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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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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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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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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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아직 되돌려 받을게 남아 있소!"


장료는 그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말머리를 돌려 나아갔다.


"크윽!"


그말의 의미를 모를리 없는 예일이 쉘을 내리고 장료를 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케이가 예일이 탄 말을 가로 막았다.


"무슨짓이냐 케이!?"


"장료님이 앞으로 가라 하셧으니 앞으로 가셔야지요."


"무슨 소리야! 장료님은 지금..!"


큭!

"..알고있어요! 형보다 훨씬 잘알아요!"


".,...."


순간 둘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고, 장료는 이미 꽤 멀리까지 달려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믿으세요. 저렇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돌려받아 오겠다고 말 하셧으면, 아무것도 아니란듯이 돌려받아 오실만한 분이예요."


예일은 할말을 잃었다. 케이의 밑도 끝도없는 맹목적인 신뢰감 때문 이기도 했거니와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지금은 도망치는게 옳았다. 쉘을 한시라도 빨리 아보카도로 데려다 줘야했다. 그리고 어쩐지 케이를 보고있자면, 그저 믿고 맡겨도 될것같다는, 막연한 확신을 갖게 된다.

...

결국 예일은 힘없이 말머리를 돌렸다.




다닥 다닥~

힘차게 말발굽치는 소리가 났다. 숲을 관통하는 장료의 말이었다. 다들 흑영에 대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 했겠지만, 사실 장료만큼은 내심으로 흑영의 생존에 대해 확신하는 바 가 있었다. 애시당초 숱한 전장을 거쳐온 전마로서 위기 감지 능력이 뛰어나, 스스로 살길을 찾을만큼 영리한 말이기도 했지만, 설령 그게 아니고 적의 손에 잡혔다 한들, 장료는 그들이 흑영을 해하지 않았으리라 은근히 확신하고 있었다. 그 막연한 확신의 근거지는 상대가 숙련된 기마병 이라는 점 이었다.


'전마로서의 가치를 알아보는것은, 숙련된 기마병들이다. 그들이 암만 성이 났다 한들, 흑영은 틀림없이 아주 매혹적인 말일터,'


기마병에게 있어 전마란, 동고동락하는 친구이면서, 삶과 생을 가르게 하는 전우였다. 말은 주인에에 주인은 말에게 서로의 목숨을 맡기는 것 이다. 숙련된 기마병일수록 좋은말에 눈이 홀리는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목숨하나를 더 얻는다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것 이기에..


'일찍이 용이 둔갑한 오추나, 중토 대륙을 네발로 휩쓸었던 적토라는 걸출한 말들이 있어왔다. 전장을 살아온 무인이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누구인들 탐내지 않을수 없는 말들 이랴마는, 그 말들은 항상 그에 걸맞는 주인을 찾아왔다.'


장료는 여유롭다 못해, 잔잔한 미소까지 띄면서 생각을 이었다.


'항우에겐 오추가 있었고, 여포에겐 적토가 있었으며, 두 무명 모두 그 한마리 말에 행로를 의지한채 중원을 내달리며 무를 떨쳤다. 그것은 그들 본신의 무가 뛰어난 탓도 있겠으나, 그들을 지탱해온 한마리 말이, 그들의 무를 등에 업을만큼 뛰어난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장료, 그들만한 무명 이라고 섣불리 자부할수 없고, 흑영이라는 말은 용이 둔갑한것도, 혈족부터가 천리를 내달려온 말도 아니었으나, 단언컨데 그 두 걸출한 말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자부한다.'


그러니 능히 천금을 주고 바꾸자는데도 단합에 거절할 만큼 가치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런 말일진데, 설마 말을 탄다는 자들이 그 가치를 못 알아보고 해害했으랴. 다만..


'그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무武가 그 자부심 넘치는 등을 탐한다면..'


"필시 화를 입으리라!"




체르바키의 기마병단이 흑영을 발견한것은, 장료가 그들을 향해 출발할때와 얼추 비슷한 시점이었다. 그들은 처음에 사람은 없고 말한마리만 덩그러니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된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들이 말을 버리고 도망친 것인가 하는 생각에 그 흔적을 찾았지만 나올리 없었다. 결국 또 속았다는 것을 안 게르티스는 이제 분노하는것을 넘어 미친사람 처럼 헛웃음쳤다.


"허허허허허.."


'잡용병 한놈이 감히 우리 체르바키의 기마병을 농락해?'


콰직!

게르티스의 창이 날카롭게 옆에 있던 애꿎은 나무에 박혀 들어갔다. 화풀이였다. 그러나 곧 게르티스는 화를 도저히 풀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옆에 보이는 한마리 말의 작태 때문 이었다.


처음 그들이 도착했을때 흑영의 상태에 대해선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들이 찾던 사람이 없었고, 그 흔적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문제는, 자기네 들은 생 고생을 하고있는데, 이 검고 윤기짙은 털을 가진 말은 나몰라라 하고 엎드려서는 눈까지 내리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그것 뿐 이었다면 몰라도 종종 감은눈을 뜨고는 주변을 쭉 흝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는게 화근이었다. 마치 모두 알고 있다는양 그들을 비웃는듯한 태도.


'감히 말따위가!'


그에 격분한 게르티스는 소리쳐 명령했다.


"당장 그 미개한 목을 잘라서 고기로 만들어 버려라!"


일갈에 병사들은 멈칫하더니 이내 병사중 하나가 칼을들고 말을몰아 흑영을 향했다.

번득.

자기에게 뭔가 다가온다는것을 느낀 흑영은 지그시 눈을떳다. 그리고 말과 말의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멈칫!

다가오던 병사의 말은 걸음을 멈췄다.


"뭐냐?"


게르티스가 갑자기 멈춰선 병사에게 따지듯 물었으나, 병사인들 지금 자신의 말에게 일어난 일을 알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 그게... 갑자기 저 흑마가 눈을뜨더니 그 후로는 제 말이 나아가려 하질 않습니다."


'나아가질 않아?'


훈련된 말이다. 체르바키의 말들은 특히나 더 훈련된 말이다. 체르바키 기마병의 특성은, 경무장으로 빠른 기동력을 살려 게릴라전을 펼치는 것 이었다. 이런 그들의 말에게 '나아가지 않는다' 라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것 이었다. 그런데 나아가질 않는다니.. 기이하게 여긴 게르티스는 직접 나무에 꽂혀있던 창을 뽑아서 다가왔다. 그리고 곧 전율해야했다.


'무, 무슨 말의 눈빛이..!'


형형한 눈빛. 사실 전장에서 사납게 커온 전마들은 야생마 못지않은 짐승의 눈빛을 내곤 한다. 아니 오히려 죽음과 가까히 살아온 그 말들은 아무 위협없이 초원을 달려온 야생마들은 쫒아오지 못할 만큼 강렬한 기운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몇전을 거치고서도 살아남은 말들에게 해당된다. 그리고 체르바키의 대부분의 말들은 그런 말들이다. 그렇기에 체르바키는 강대국은 아니지만, 기마병대에 대해서 만큼은 인정받는 나라였다. 게르티스는 기마병단의 총괄자는 아니었지만, 누구 보다도 현장에서 오래 버텨온 배테랑 이었기에 수많은 말들을 봐왔다.

체르바키가 대륙 최속을 다투는 기마병대를 지녔다면, 최강이라 불리우는 기마병대의 말들과도 상대해본적이 있다. 그런데 그 어디에 비교해도 저 흑마가 내뿜는 안광은 특별한 것 이었다.


'위협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짐승의 본능으로 살기를 내뿜기만 해도,훌륭한 전마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녀석은..'


오히려 살기는 한꺼풀 벗어 버리고 여유로운 기운마저 감돌았다. 여유롭게 치켜뜬 눈매하고 고고하게 뻣쳐든 고개. 내리 깔보는듯한 눈빛. 그것은 사람의 눈빛, 그 중에서도 소위...


'군림자라 불리우는 이들의 눈빛!'


그 눈빛에서는 짐승이 내뿜는 본연의 야성이 아니라,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놀라운 말이다..."


게르티스는 뭔가에 홀린것처럼 뇌까렸다.

저 고고한 눈빛.

무엇도 자기위에 오를수 없다고 말하는듯한 누구보다도 고고한 자태. 말이 저런데 하물며 저 등위에 타는자야... 그저 앉기만해도 누구보다 높이 존재할것만 같은 느낌. 그것은 마치..


'흡사 옥좌 같지 않은가!'


그 순간 이었다. 병사중 하나가 경솔하게 그 등에 올라탄것은.


"오 과연 좋은말이군요. 안착감이 마치 몇년을 타온 말처럼..."


그순간

게르티스의 눈에 비췄던 옥좌의 환상은 그 병사에 의해 깨졌고, 격분한 게르티스는 당장에 그 병사의 목을 갈라버릴 양으로 창을 내들었다.

그러나..


푸르르륵!


흑영이 입술을 튕기며 일어나더니, 곧...


팡!


마치 고무줄이 튕기는 듯한 탄력으로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았다. 단지 그 한번의 회전으로 흑영의 등에 타고있던 병사는 튕겨져 나갔다. 그 튕겨나감과 동시에 흑영은 병사가 땅에 채 떨어지기 전에 병사를 향해 달려 나갔다. 회전을 통해 얻은 반발력으로 보다 빠르게 나아가 그가 땅에 닿기도 이전에 앞발을 들어 머리통을 무참히 짓밟았다.


퍽!


그 소리는 둔탁하다 못해 기이하기 까지했다. 순식간에 게르티스의 정예병 하나가 죽어 나간 것 이다. 한동안 무슨일인지 몰라 멍하던 게르티스의 병사들은 곧 사태를 깨닫고 병장기를 흑영을 향해겨눴다. 흑영은 아랑곳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든채 병사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마치 '네깟게 감히..'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게르티스는 여전히 홀린듯 멍하니 흑영을 쳐다볼 뿐이었다.


"으악, 말따위가 감히!"


한갓 말의 그 건방진 작태에 병사중 하나가 분을 참지 못하고 창을 전개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게르티스에 의해 제지되었다.


"멈춰!"


게르티스가 격분하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이내 그 병사에게 다가서서 말했다.


"투구를 단단히 동여메라."


"..예..?"


병사는 불안한 눈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게르티스는 냉정했다.


"두번 말하게 할 참인가?"


병사는 단념하고 투구를 단단히 멨다. 그러자..


쾅!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병사가 말에서 떨어져 고꾸라졌다. 게르티스가 창의 옆날로 병사의 머리를 가격한것이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병사는 2m는 족히 날아가서 고꾸라졌다.


"언제부터 하지도 않은 명령을 수행했나, 너희들은?"


싸늘하게 묻는 게르티스의 말에 답할 배짱이 있는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에는 군율에 따라 참수하겠다."


게르티스가 고꾸라져 있는 병사를 향해 말했다. 병사는 엉거주춤 일어서며 부르터진 입술을 열어 대답했다.


"옙!"


그리고 게르티스는 다시 흑영을 쳐다봤다.


'어찌 저리 크단 말인가!'


그러면서 내심 절로 지어지는 흐뭇한 미소를 감춰야 했다. 흑영이 다른말에 비해 결코 큰 덩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게르티스의 눈에는, 제등에 탄 병사를 아무렇지않게 내팽게 치더니 깔끔하게 죽여 버리고는 빳빳이 고개를 치켜든 흑영이 그 어느말보다 커보였다. 정말이지 너무나 커보였다. 잃어버린 정예병 하나는 아깝지 않았다. 되려 지금 발견한 이말을 얻지 못한다면 그게 지금 그에게 있어서 가장 아까운 일 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까지도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녕 왕좌와 같다. 능력이 부족한 자가 오르거든 화를 입고 목숨을 잃는다.'


게르티스 그 또한 섣불리 올라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미 단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본국에 뛰어난 말이 많다 하지만,이 내 눈을 거치지 않은 말은 거의 없을텐데.. 이런말이 있었던가?'


그렇다. 게르티스는 체르바키 에서도 말을 직접 돌보기로 소문난 괴짜다. 오죽하면 말 바보라는 별명까지 그의 동료들에게서 얻어낸 사내다.그리고 체르바키는 이런 말 바보가 꽤 있는 나라여서, 좋은말을 얻고서 자랑하지 않는자는 없었다. 국내 대부분의 말은 그의 눈을 통하지만, 설령 그가 감히 범접 못할 고귀한 신분의 소유라도, 누군가의 입소문을 통해서는 반드시 전해지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이라니...


'들어본 적 조차도 없다. 그렇다고 용병놈의 말이라고 생각키엔 이 고고함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 말이 아무나 태우지 않는다는 것은 방금 멍청한 병사 하나를 통해서 확인했다. 섣불리 타면 거부당할 뿐 아니라 목숨까지 잃는다. 이말은 분명 왕녀라는 고귀한 신분을 태웠기 때문에 달렸던 것 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도무지 납득이 안갔다. 이런말이 체르바키에 있었고, 그가 그것을 몰랐다니.. 하지만 그런것은 이미 상관없었다. 어쩻든 이말은 지금 그의 손에 있었다. 한창 감상에 젖은 게르티스를 깨운것은 병사였다.


"대장님, 명령을 내려주시죠."


그제서야 게르티스는 '아차!'했다. 지금 이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중 이었다.


"아..."


게르티스가 입을열어 뭔가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어지지 못했다.


슥!

풀썩.


느닷없이 목없는 병사하나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그 옆에 한쌍의 인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병사중 하나가 놀라 소리쳤다.


"웬놈이냐!"


그 물음에 새로 나타난 자는 유유히 대답했다.


"돌려받을게 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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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1 13.04.15 546 7 10쪽
17 17 13.04.11 1,275 11 17쪽
16 16 +1 13.04.09 1,209 11 26쪽
15 궁지에 몰린 토끼 13.04.06 1,158 11 15쪽
14 14 13.04.06 1,027 9 23쪽
13 13 13.04.06 973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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