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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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최근연재일 :
2015.03.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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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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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귀셉 플라티니.

이노티아의 좌 대장군.

거창한 이름을 가진, 이 작은 화전마을 에는 퍽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 오고간 후 수일간 마을은 부쩍 바빠졌다. 다만 좋은 활기는 아니었다.


"또 도망신세인가.."


"어쩌겠나. 힐님을 따르기로 했으니, 끝까지 의는 지켜야지."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지만 대부분은 푸념이었다. 장료도 그걸 느끼고 있던차에 케이가 왔다.


"료님, 아버님께서 긴히 하실말씀이 있으시답니다."


장료는 흑영을 어루던 손을 멈추고 되물었다.


"무슨일 때문에 그러신다 더냐?"


그러나 케이도 어깨를 으쓱거릴 뿐 이었다.


"글쎄요. 하지만 꽤 심각한 표정이셧습니다."


결국 장료는 힐의 거처로 찾았다. 역시나 낡은 집이었다. 아니 낡았다기 보다 허술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성 싶었다. 그러나 그런 집 이나마, 힐은 찾아온 손님을 환영하며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료님."


"찾으셧다구요?"


"마침 저녁때가 아니겠습니까? 함께 식사라도 들며 얘기 하시지요."


조촐한 식탁이었다. 허나 열심히 차렸다는 정성이 보였다. 2년여간 이마을에 머물면서 밥만 축내면서 아무것도 준것 없는 자신에게 단 한번도 변하지 않은 호의의 태도였다. 장료는 그런 이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흡족히 식사했다. 힐과 그의 부인.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케이. 완벽한 가정에 끼어있는 자신.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식사를 마쳤을때 마침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 힐이 입을 열었다.


"장료님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소."


어설픈 발음으로 장료라는 이름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고 충분히 존중 하는것이 느껴졌다. 누구에게 말하는건지 대상이 애매했으나, 힐의 부인은 눈치있게 케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케이도 분위기상 자신이 낄자리가 아님을 느꼈다. 가족들이 들어가자 힐이 입을열었다.


"장료님."


"말씀하시지요."


"..당신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


그말은 작은 돌덩이 처럼 장료의 깊은 심연에 파동을 가했다. 그러나 장료는 내색 하지 않았다.


"내가 본 장료라는 남자는.. 완전 신원 불명에 일견 믿을곳이 없습니다. 처음엔 남루한 옷차림에 비범한 말과 무기를 갖고 단지 우리를 위협하는 듯한 느낌만을 받았었지요. 허나 한때는 나라의 꽤 높은 자리에서 여러사람을 상대해온 사람으로서.. 당신이 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것은 느끼고 있습니다."


"......"


장료는 경솔하게 대답하지 않고 힐의 얘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힐은 말을 이었다.


"당신이라면 터놓고 얘기할수 있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지요."


그러면서 힐은 이노티아와의 관계나 쫒기게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귀셉과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들은 장료는 착잡했다.


'뭐든지 안에서부터 썪는것이 가장 지독한 부패. 국사를 이끌고 나라 안에서의 일을 바로 잡으며 바른 처세를 해야할 문관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서야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언제나 멸망의 원인은 붓을 휘갈기는 내관들의 부패인가!'


"우리는 다시 도망쳐야 합니다."


"...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바로 준비하지요."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힐이 식은 차를 한잔 씹어 마시더니 말을 이엇다.


"말씀드렸듯.. 장료님은 이곳에 그다지 어울리는 분이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는 도망자라는 누추한 오명에 걸맞지 않는분. 애시당초 말과 글을 배우기 위해 머물렀고, 이젠 그또한 이루셧으니, 장료님 스스로의 뜻을 찾아 나서십시오!"


장료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장료도 이대로 도망다니는 것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단지 미련이 남는다면, 이곳에 와 최초로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과 헤어진다는것 이상의 미련이있다면,

그것은 받은 은혜의 일부조차도 갚지 못했다는 것 이다. 은혜를 입고 갚지 못하는것이야 말로 무인의 수치였다. 허나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힐도 그런 장료의 성격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던 터였다.


"알고 있습니다. 장료님이 미련을 털고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은혜로움에 대한 보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종종 멍청할 정도의 우직함. 나는 장료님의 무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누구보다도 강한 스스로의 정의에 대한 관철 의지. 그것에 진정으로 반했습니다. 그래서 말하건데.. 은혜를 빌미로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 무엇이든 말만 하십시요."


단지 그말 한마디에 힐은 무한한 신뢰를 느낄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듬직했다. 이런 사내가 이땅에 있었다니! 힐은 새삼 놀라웠다.





떠날 채비가 완전해짐에 따라서 혼란하던 마을의 분위기도 슬슬 정제되어갔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스스로의 짐들을 꾸려 힐의 근처로 몰려들었다. 여자가 20명 남자와 청년들이 30명 가량. 많지 않은 인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몇년을 머문 이 마을에대한 미련 때문인지 정리를 하는데 꽤 오랜시간을 소비했다.

장료는 멀찍이 떨어져 흑영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렇게 한시간 가량 흘렀을까? 드디어 완전히 준비됀 듯 그들은 드디어 출발하기 위해 다시금 분주해졌다. 장료는 힐과 그의 부인이 앞으로 다가오는걸 발견하고는 얼른 말에서 내렸다.


"드디어 준비가 되셧습니까?"


장료가 다가오는 힐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제 떠나면 될겁니다."


그들은 짤막하게 한마디씩을 나누더니 한동안 침묵했다. 힐은 곧 장료의 옆에 눈물범벅이 된 소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로 자신의 아들인 케이 그레이였다.


"케이, 아직도 서러운게냐?"


"...아닙니다 아버님."


케이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울먹이고 있었다. 힐은 아무말도 못했다. 다만 지그시 바라볼 뿐 이었다.




힐이 뜸들이다가 장료에게 얘기했다.


"실은... 당신이 가시는길에, 케이를 동행 시켜주셧으면 좋겠습니다."


그말에 장료는 흠칫 놀랐다.


"그런...!"


"압니다. 얼마나 얄궃은 부탁인지.. 당신의 길에 철없고 뭣모르는 어린애 하나가 얼마나 거치적 거릴지도.. 하지만 염치불구하고 부탁 드리겠 습니다. 결코 방해가 안되게 장료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러면서 힐은 고개까지 숙였다. 장료는 당황했다. 은혜를 갚아야 하는마당에 되려 상대는 부탁하면서 고개까지 숙이지 않는가. 하지만 역시나 케이를 데려가 달라는 제안은 영 탐탁지 못했다. 힐의 말마따나 케이가 걸리적 거린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케이의 어머니는 어쩔것이며 정작 케이 본인이 부모와 떨어 진다는 데 얼마나 혼란스러울지가 걱정되었던 탓이다. 고작 열두살에 부모와 떨어진다는것은 견디기 힘든 비극이라는 것을 장료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걸리적 거릴것은 없습니다. 그런것으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수 있다면 기꺼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나, 케이와 부인께서는..?"


장료의 물음에 힐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찌 장부의 일에 일일이 아녀자가 나설수 있겠습니까! ... 만은, 이미 그녀에게도 허락을 맡았습니다. 힘들어했지만 결국 수긍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힐이 잠간 뜸들이더니 말했다.


"이것이 케이를 위한 일입니다. 우리는 당분간 도망만 다녀야 합니다. 어린아이에게 그런 부담을 지우긴 싫습니다. 무엇보다 무력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죄책감이 더욱 그럴수 없게 합니다. 이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습니다! 그렇기에, 옳고 곧은 뜻을 품은자가 가는길을 공유할수 있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훨씬 좋은 장래를 보장할 것 입니다. 그녀도 그런 연유에서 허락했습니다!"


'하기사..'


"곧.. 곧, 이노티아의 추적자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비록 용감하긴 하나 아직 어린아이! 충성을 다한 나라에게 배신당해 쫒기는 수치스러운 위험을 그 아이마저 당하게 할수는 없는일. 그러니 장료님. 부디 청을 들어주십시요!"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절실한 진심이 느껴졌다. 결국 장료는 승낙할수 밖에 없었다.


"... 어쩔수 없지요. 은혜입은몸, 청을 받아들여 케이를 반드시 훌륭한 사내 대장부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장료는 가족간의 이 어색한 침묵을 피해 터벅터벅 뒤로 물러났다.


"그레이. 나의 아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으나, 너의 아비와 어미는 항상 너를 생각할게다."


그러자 케이는 간신히 멈추었던 울음을 다시금 터뜨리며 힐의 품에 안겼다. 힐은 케이가 진정될때까지 안아주었다가 이내 다시 떼어내며 엄한눈으로 말했다.


"오래걸리진 않을것이다! 다시 너를 찾아오겠다. 하지만 그동안 분명히 명심해두거라. 저 장료님을 모시는데 조금의 소홀함도 없게 하거라. 네가 사내 대장부 로서 스스로의 길을 찾는데에 분명히 굉장한 도움을 주실게다. 그러니 그 은혜를 위해 혼신을 다해 뫼시어라! 장담컨데 그는..."


힐은 케이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며 당부했다.


"대륙을 진동시킬 그릇이다!"


그 한마디는 서러운 와 중에도 케이의 전신을 전율시켰다. 케이는 눈물을 닦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뵐때엔, 아버님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을만한 사내가 되어 있겠습니다!"


그 인사를 주고받으며.. 부자父子는 헤어졌다. 곧 마을은 텅비고, 한마리 말과 두명의 어리고 젊은 사내들만이 남아있었다.




어느세 해는 지고 어둑해진 마을에 두사람이 장작불을 사이에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소년과 서른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사내였다.


"..미련은 없느냐?"


케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기사, 낳고 길러준 씼지못할 은혜를 입혀준 부모와 떨어지는데 어찌 미련이 없겠느냐? 다만 천천히 잊어라. 그리고 너의 길에 정진하다 보면 다시 만날수 있을게다."


"..예."


그렇게 말했지만 장료는 지금 스스로부터가 너무 막막했다. 일단 말은 배웠다. 그러나 이제 뭘해야 하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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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13.04.11 1,276 11 17쪽
16 16 +1 13.04.09 1,210 11 26쪽
15 궁지에 몰린 토끼 13.04.06 1,158 11 15쪽
14 14 13.04.06 1,028 9 23쪽
13 13 13.04.06 973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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