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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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작품등록일 :
2013.04.05 22:16
최근연재일 :
2015.03.02 11:54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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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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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허무하게 바스라지다

DUMMY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둑해진 마을에 두 사람이 장작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소년과 서른이 조금 안 돼 보이는 사내였다.


"..미련은 없느냐?"


케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기사, 낳고 길러준 씻지못할 은혜를 입혀준 부모와 떨어지는데 어찌 미련이 없겠느냐? 다만, 천천히 잊어라. 그렇게 네 길에 충실히 정진하다보면 다시 만날 수 있을게다."


"..예."


그렇게 말했지만 장료는 지금 스스로부터가 너무 막막했다. 일단 말은 배웠다. 그러나 이제 무얼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으로 장료는 잠 못 이루고 밤을 지세우고 있었다.


케이는 장료와 함께 남아있고자 했으나, 그 또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결국 잠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장료는 굳이 케이를 집안으로 옮겨놓지 않았다. 다만, 감기걸리지 않게 모피 하나만 덮어두었을 뿐이었다.


새벽을 지나 어슴푸레 해가 걸려갈 때 즈음. 장료는 생각을 접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무슨 일을 하던지 대사를 앞에 두고선 일단 끼니부터 챙겨야 하는법이지.'


그런 생각에서 먹을걸 가지러 갈 참이었다. 힐이 당장 몇일간의 식량을 챙겨둔 터 였는데 식량고에 넣어 두었을 터였다. 식사하고 나머지도 챙겨서 바로 떠나야 했으니 남아있는 모든 식량을 들고나와야 했기에 장료는 흑영을 데리고 움직였다.

그순간, 장료는 묘한낌세를 눈치챘다. 희미한 땅진동과 말발굽소리. 고요한 새벽녘과 전장에서 단련된 오감이 아니었다면, 알아채지 못했을것이다.

그만큼 아직은 멀리에 있었다.




케이는 쌀쌀한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났다. 부스스 한것이 방광부터 저려왔다. 그래서 케이는 일을 보기 위해 눈도 뜨지 않고 본능처럼 일어섰다.


"일어났느냐?"


여전히 정신없는 상태에서도 케이는 장료의 목소리 만큼은 알아듣고 반응했다.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아.. 예..벌써 일어나셧.... 어, 어라?"


그제야 케이는 장료뿐만이 아니라 이노티아의 수십 기 가량의 기마병들이 전방에 대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케이는 당황해서 허둥대며 물었다.


"자, 장료님 이게 대채..?"


그러나 장료는 케이의 물음을 끊고 생뚱맞은 질문만 건넸다.


"케이, 전에 무武에대해 물은 적 이 있었지?"


케이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간신히 대답했다. 도저히 머리가 정리되질 않는데 이 사내는 이상한 질문만 던지고 있었다.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대답했다.


"예? 아... 예..."


"그 답을 들을 준비는 되었느냐?"


"예? 그, 그게 무슨.."


여전히 케이는 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료는 여전히 의미모를 물음만 해댔다.


"武를 들을 준비가 되었느냐 묻는것이다."


차갑게.. 그리고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물음에 케이는 그제야 이노티아의 기마병대가 아니라 장료에게 신경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보았다. 어슴푸레 끼인 새벽녘의 가시지 않은 어둠과 얇은 안개속에서 말 에 탄 채 한자루 기다란 언월도를 쥐어 잡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

그 사내가 지금 고개돌려 자신에게 묻고있었다. 그 순간 케이는 이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알수 없는 전율이 전신을 관통하는것을 느꼈다.


'.. 멋지다..!'


처음만날때와 같은모습. 그러나 근본이 달랐다. 처음 그를 대면했을때 아득히 밀려오던 두려움이 자신을 등지는 순간, 무한한 신뢰와 근거없는 자신감이 되어 저 등으로부터 넘쳐 흘러 들어오고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케이는 뭔가에 홀린듯이 냉정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위의 초점은 흐려져서 오로지 장료만이 보였고 모든 소리는 그와 흑영의 숨소리에 집중되었다.


"예. 준비 됐습니다!"


장료는 그한마디에 다시 전방을 응시했다.


"그렇다면 증명해 봐라. 내가 여기에 들려줄 테니, 스스로 나를 따르며 듣고 깨우쳐라!"


" 뭘.. 어떻게.."


"따라오기만 해라. 모든 의심을 버리고, 모든 두려움을 버리고 그저 우직하게 따라와라. 그렇게 너의 의지를 보여봐라. 빨리 가지는 않을것이다. 천천히 가겠다. 그러니... 네 스스로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봐라. 그러면 들릴것이다. 이 장료 문원의 무武가!"


그렇게 말하고서 장료는, 흑영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천천히 달리는게 아니라.. 터벅 터벅 소리를 내며 걸어나갔다. 그제야 케이도 의도를 깨닫고 분주히 흑영의 뒤에 따라 붙었다. 그리고 흑영이 내는 말발굽소리에 맞춰 천천히 그리고 아주 가까이 에서 함께 걸어 나갔다. 그순간 놀랍게도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수십여 기 이노티아의 기마병대 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늠름하게 앞만 보고 나아가는 장료의 등과 흑영의 씰룩거리는 우스운 궁둥이만이 보였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입에 커다란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터벅 터벅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장료는 앞으로 나아갔고 케이는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 기행奇行에 당황한것은 오히려 이노티아의 무리였다. 적인데 저렇게 태연할수가 있는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자니 너무 장소가 이상했다. 꼴을 보니 분명히 적인데 어쩨선지 공격하기도 껄끄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오는 모습에 의욕까지 사라지고 앞을 응시하면서도 자신들을 응시하는것 같진 않았다. 단지 멍하니 자신들의 뒤에있는 뭔가를 응시하는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노티아의 기마병대 대원인 게리슨은 이 요상한 사내가 지척까지 다가왔을때 유혹을 참지못하고 뒤를 돌아봤다.

그가 보는것은 무엇일까? 대체 뭘보길레 저렇게 넋이 나가 응시하는가?

그 작은 호기심에 돌아본 뒤의 풍경은.. 하나의 물음과 함께 그가 이승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풍경이 되었다.


"무武 란 무엇인가?"






이노티아의 기마병대는 지금 갑작스러운 사내의 공격에 큰 공황상태에 빠진다. 적이 아니라고 속단한건 아니지만 뭔가 굉장히 황당했다. 그 와중에도 사내는 의미모를 공허한 물음에 대한 자문 자답을 할뿐이다.


"무武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그 질문이 사내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하나의 목이 또 떨어진다. 그들 모두가 목격하고 있지만, 단 한명도 목격하지 못하고있다. 어떻게 그들의 동료가 죽어 나가는지. 그들이 여전히 혼란할때 장료는 아랑곳 않고 말을 잇는다.


"내가 아는 가장 고귀한 무인은.. 협俠이라 한다."

-길고 아름다운 수염만큼이나 아름다운 협을 보이고 죽어간 관우 운장의 무武


언월도가 반원을 그리며 또하나의 이노티아의 목을 베어버린다. 흑영은 여전히 걷는다.


"혹자는..인의仁 혹은 대의大義라 한다."

-만민의 대의에 귀를 귀울이고 그들만을 위해 인으로 품고 예로서 발했던 유비 현덕의 武!


하나의 무론武論에 하나의 목이 어김없이 떨어져 나간다. 그제야 이노티아는 정신을 수습하고 반격에 나선다. 그러나 장료는 흔들림이 없다. 두명의 이노티아 병사가 양쪽에서 기습공격을 해왔다. 그러나 장료는 언월도를 공중에서 한번 휘둘러 침착하게 막은후 말을 잇는다.


"또 다른자는.. 충忠이라고 말한다."

-죽는 순간마저도 주군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마저도 서서 맞이한 전위라는 남자의 무武


그리고 언월도가 장료의 머리위에서 크게 원하나를 그리니 두명의 병사가 동시에 무너져 내린다.


"또 다른자는 의義라고 말한다. 혹자는 지知라고 말하며,

또누군가는 자유나,사랑 이라고 말한다."

-단 한번도 군주의 곁을 떠나지 않은 하후 원양의 무, 곽가 봉효의 무, 아도와 연인을 위해 한시대를 혈혈단신으로 누벼왔던 커다란 패기覇氣, 여포 봉선의 무武


그리고...


한없이 고요한 흑영의 발놀림에 반해, 미친듯이 휘날리는 청룡도의 섬광. 하나의 빛줄기마다 두 세개의 핏줄기가 연거푸 터져 나온다.


"'그분'이 내게 말하는 무武란..법이나 권모, 술수 혹은 하늘[天] 이라 한다!"

-스스로 하늘을 떠받기를 자청한 냉혹한 패자 조조 맹덩의 무武


어김없이.. 하나의 목이 떨어져 나간다.



"결국 무를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어떤 가치를 기본으로 하던지 단지 그 의지가 얼마나 충실한가가 중요하다. 즉, 무武 란 의지意志. 그리고 지금 이순간 나는..."


장료의 공허하던 초점이 드디어 누군가 한명에게 집중된다. 이미 전장은 고요하고, 그는 마지막에 홀로 떨며 서있었다.


"은혜라는 의지로 무武를 움직이고 있다!"


장료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그리고 한자루 청룡언월도는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이노티아 기마병대 대장의 몸통을 둘로 갈라놓는다. 그러곤 전장을 한바퀴 휘이 둘러본다. 서있는자는 케이와 흑영과 자신뿐.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어느새에 안개가 걷히고 해가 비치고 있었다.


'이것으로 당신이 베푸신 은혜에 대한 조금의 보답이나마 되었겠습니까, 케이 랑스 힐 공公?'


장료는 마음으로 울고.. 케이는 전율한다.




이노티아의 정예 기병 30기,

이제 막 세계로 출사하는 장료라는

새로운 무명武名의 무론武論아래서..


허무하게 바스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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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13.04.06 1,027 9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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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하게 바스라지다 13.04.06 1,250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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