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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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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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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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10.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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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9쪽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DUMMY

만약 뒤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 세우지 않았다면, 이 어색한 웃음은 계속 이어졌으리라.


“에드리안!”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에단이었다. 딱 봐도 저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와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사내가 손을 휘휘 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저 자가, 그의 주인이 그토록 거슬려하는 사내인가?


걸음걸이에서부터 보이는 자신감과 빼어난 얼굴에 훤칠한 키를 제외하곤 그다지 눈길을 끌만한 것이 없었다. 사실 그 세 가지가 가장 눈길을 끌만한 이유였지만. 클랜디스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있어도 귀족 여자들의 눈길을 쉽게 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클랜디스. 기사단은 오늘 일찍 모이는 거 아니었어?”


“외박하느라 방금 입궁했어. 깨질 각오는 하고 있지.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외박이라는 말에 에드리안은 난처하다는 듯 웃었다. 사교계 최고의 난봉꾼이라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에단도 알고 있다. 아마도 저 외박이란, 또 여염집 부인들 중 하나와 한바탕 크게 놀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식을 많이 접했는지 에드리안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에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빈트뮐러 상단을 통해 소개를 받은 분이야.”


“에단 피데스라고 합니다.”


그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클랜디스의 붉은 색에 가까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저 눈이 거슬렸다고 했었던가? 클랜디스는 빙긋 웃더니 말했다.


“아아, 루이에게 들은 적이 있어. 루이가 들으면 기뻐하겠군. 마치 아치볼트 경을 만났을 때처럼 소름이 오싹 돋았다고 하던데.”


클랜디스가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하며 키득거렸다. 아치볼트 경이 누군지 관심도 없는 에단이었기에 뭐라 대꾸를 할 타이밍을 놓쳤고, 에드리안은 그를 재빨리 눈치 채고는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과장이 심한 것 같다. 뭣보다 에단 씨보다 나이차도 있잖아. 그보다 얼른 가보지 않아도 돼? 아침에 오면서 들었는데 오늘은 태자 저하께서 직접 진두지휘 하신다 들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소리는 없었는데?”


“글쎄? 오늘은 저하의 아드님을 위한 날이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부드러운 에드리안의 말에 클랜디스는 머리를 긁적인다. 눈앞의 소년이 그에게 거짓말을 해서 얻어낼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그 정도로 클랜디스가 영향력 있는 이도 아니었고. 클랜디스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또 가서 무슨 소리를 들을이지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피데스 씨의 무운을 빌죠.”


“감사합니다.”


에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를 으득 갈고는 왕궁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에드리안은 그 모습에 히죽 웃으며 말했다.


“왕궁 내 지름길은 아마 클랜디스가 가장 많이 알 걸요?”


“존댓말은 삼가시라니까요. 그보다 저 분이 왕궁에서 사귄 벗입니까?”


“어... 응.”


겉으로 봐서는 별다른 문제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간도 크게 이런 날 지각을 하는 대담함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 외에는 뭐, 듣던 대로 뛰어난 미남이라는 것 정도였다. 게다가 몸의 균형이나 움직임 이런 것들이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은 티가 났다는 것뿐. 샤를리즈가 느꼈다는 그 섬뜩함은 없었다.


눈동자 색 때문이라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고작 외형을 가지고 그렇게 주눅이 들 여자는 아니었다. 뒷조사를 해봐도 사생활이 화려할 정도로 난잡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하다.


본의 아니게 뒷조사를 하면서 그의 여성 취향도 알게 된 에단이었지만 정작 그가 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지는 아직 잡아내지 못한 그였다.


“에단?”


“예?”


“이제 곧 다 와 간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그보다 루이는 누굽니까?”


아까 전부터 저를 말할 때 계속 ‘루이’라는 말을 했던 클랜디스의 말이 못내 신경이 쓰였던 것인지 에단이 물었고 에드리안은 눈을 깜빡이다가 말했다.


“엘루이즈. 지난번에 본 적 있지? 아, 그런데 이거... 존댓말 안 하는 거 진짜 못하겠다. 엄청 큰 죄를 짓는 것 같아요.”


“그럼 쪽팔릴 것을 무릅쓰고 존대를 하시든가요.”


에드리안의 마음은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말하는 에단에 에드리안은 눈을 깜빡이고는 허망하게 웃었다.


“와. 누님이 왜 에단한테 막 화내고 그러는 지 방금 알았어.”


“그런가요?”


“응. 엄청... 와. 아무렇지도 않게...”


누이가 욱하면서 따지고 드는 기분이란 이런 기분일까? 에드리안이야 이렇게 직구로 맞아본 적이 없어서 바로 툭 하고 튀어나가지 않았지만 샤를리즈는 아마 수도 없이 직구로 맞아본 탓에 그렇게 욱 하고 달려들 수 있는 것이리라. 에드리안은 눈을 깜빡이다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이내 입을 꾹 다문다. 그리고는 에단을 바라본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에단은 한마디 한다.


“방금 도련님이 하던 거, 로버트 씨가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무대에서요. 신기한 게 다른 연극은 모두 여주인공이나 다른 배역들이 있는데 그 때는 로버트 씨 혼자뿐이었죠. 아무런 내용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갑자기 혼자 웃고 울고 하는데...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박수를 치더군요. 전 사실 좀 이상한 사람을 연기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결론은 내가 좀 이상한 사람 같았다는 거지?”


“그렇게 들렸습니까? 그것보다 도련님 말투가 왠지 점점 샤를리즈 님을 닮아가는 것 같은데요?”


“아냐. 이건 에단이 이렇게 만든 거야. 난 항상 누.. 아니, 그 분이 에단에게 날이 서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에단은 그렇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변명도 똑같으시군요. 그것보다 이번 경기에 무슨 규칙 같은 건 아는 거 없습니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 저도 그건 잘 모르겠는 게, 이번엔 태자 저하께서 직접 규칙을 만드신다고 하셔서. 게다가 이번에 참가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고 하더라고. 그도 그럴게 대륙에서 유명한 태자 저하 부부의 아드님이니 만큼...”


“일이 점점 커지는군요. 대륙에까지 이름을 떨치는 겁니까? 그건 좀 싫은데..”


에단의 칭얼거림 아닌 칭얼거림에 에드리안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묻는다.

“진짜 훈장을 딸 자신은 있나봐?”


“못할 건 또 뭡니까? 당신이나 샤를리즈 님이나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제가 상단에 묶여 있어서 그렇지. 나이가 나이인데 그 정도 실력이 안 되겠습니까?”


“나이.. 그러고 보면 에단은 늙지를 않아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긴 하지. 그러고 보면 올해 몇 살이지?”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과 만났을 때도 이 모습 그대로였다는 게 중요하죠.”


“그럼 적어도 서른은 넘은 거지?”


“예. 아마도 훨씬.”


“아, 저기다.”


에드리안이 가리킨 곳을 에단이 바라보았다. 참 큰 성이다 싶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 큰 성 안에 수도의 광장만큼이나 큰 숲이 있었다는 것이다. 큰 산을 둘러싸고 왕성이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큰 산조차도 왕성의 일부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에단이었다. 그리고 그 광장에는 많은 기사들과 용병들이 서 있었고, 제 때 도착하긴 한 것인지 무리들 가운데 클랜디스도 보였다.


그리고 기사들이 서 있는 가운데 태자가 서 있었다. 새카만 머리칼에 멀리서 봐도 꽤나 듬직한 몸집. 란도 보았고 태자도 본 에단이었다. 들키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둘은 닮아있었다. 단지 태자가 전형적인 무인인 탓에 덩치가 좀 더 컸고, 란은 전형적인 문인인 탓에 조금 더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이 더 강했다는 것이 차이일 뿐.


막 연설을 시작하려고 했던 것인지 태자는 한 기사가 건네는 양피지를 받고는 많은 무인들이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와중 에단과 눈이 마주쳤다. 이상한 일이었다. 샤를리즈와 처음 만났을 때도 꼭 이런 느낌을 받은 에단이었다. 저 사람은, 자신과 엮일 인연이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덧글 남겨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요즈음 감기가 유행이네요. 저도 감기에 걸렸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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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칠흑의 꽃. [외전]실수 +4 12.10.29 1,142 11 11쪽
111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7 12.10.28 1,412 16 12쪽
110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3 12.10.27 1,418 15 10쪽
109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6 12.10.26 1,28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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