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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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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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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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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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칠흑의 꽃. 제 8막. 휴식.

DUMMY

“생각보다 길길이 날뛰지는 않는군요.”


“무슨 말이야?”


“저는 그 댁 아가씨와 에드리안군이 혹시나 음...”


“그 애가 연애를 하든 뭘 하든 그건 에드리안이 결정할 일이야. 그런 것까지 내가 신경 쓰진 않는다고.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거기다... 에드리안이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도 그 여자랑 결혼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그 말에 에단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비앙카를 떠올렸다. 그녀 또한 지참금을 낼 능력이 없는데다가 하잘 것 없는 신분이었기에 그런 식으로 반강제적으로 자결을 한 것이었으니까. 에단은 신물이 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귀족사회라 이겁니까?”


“그래. 에드리안의 의사가 뭐든 간에 에드리안의 부인이 되려면 공작부인이 되는 거니까 그에 따른 지참금을 내야겠지. 공작부인이 되는 값은 엄청 비싸다고. 그러니까...”


‘지금의 공작부인이 공작부인이 될 수 있었던 거지.’라고 샤를리즈는 말할 참이었다. 그 말을 하려니 뭔가 목구멍에 걸리는 것처럼 찝찝하다. 샤를리즈는 괜히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무튼 에드리안이 원한다 해서 이 여자를 부인으로 삼겠다, 뭐 그런 건 일어나기 힘들어. 뭐, 됨됨이가 바른 여자인데 지참금이 조금 모자란 수준이라면 내가 대신 대줄 용의도 있지만.”


“당신은 공작부인이 되는 값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겁니까?”


에단의 말에 샤를리즈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내가 신분이 미천해서 그렇지 돈은 엄청 많은 거 몰랐어? 순진하네, 에단. 설마 상단의 수익만 내 재산으로 계산하는 건 아니겠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외의 수입이 있어. 돈만으로만 따진다면 난 신분 패널티를 제하고도 백작부인까지는 될 수 있다 이거야.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닙니까? 백작부인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건 싫어. 백작부인이면 프리실라 그 계집애보다 아래야. 차라리 난 조용히 뒤편에 물러서서 에드리안의 누이로써 살 거야.”


“아. 프리실라 그 여자 이름이 나와서 말입니다.”


“응?”


“스니케드 왕의 형제가 어제부로 모두 사형 당했다고 합니다. 반역죄로요.”


뜻밖의 소식에 샤를리즈이 표정이 심각해졌다. 스니케드 왕가는 작은 왕국이지만 금맥이 흐르는 산맥이 많아 부유한 국가이다. 지금의 공작부인이 공작과 결혼하기 전, 그러니까 공주였을 때 그의 아버지는 막 새로운 왕가를 세운 왕이었다.


그 전의 스니케드 왕국의 왕가는 ‘붉은 먼지’의 가문 에쉬튼 가문이었고, 지금의 왕가는 2대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푸른 장미’의 가문 로젤리온 가문이다. 그러니 쉽게 말하자면 공작부인은 로젤리온 왕가 초대 왕의 딸인 셈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다섯 오빠가 있었는데 그 중 장남이 지금의 스니케드 왕국의 국왕이었고 네 명의 왕자는 어제부로 모두 사형 당했다고 한다.


왕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문. 왕권도 그리 강하지 않은데다가 예의의 ‘루머’도 있고, 남자 형제만 많아 반역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네 왕자 모두가 죽임을 당하다니. 이는 샤를리즈에게 있어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이다. 샤를리즈는 이를 으득 갈더니 중얼거렸다.


“프리실라... 그 계집애의 가치가 또 올라갔군.”


뜻밖의 말에 에단이 물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스니케드 왕자들의 죽음과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생각을 해봐. 지금 스니케드 국왕에게 자식이 있어?”


“아뇨. 그 자... 성 쪽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돌지 않습니까? 그러니 왕자들이 반역을 일으킨 거고요.”


“맞아. 그리고 아마 사실일 거야. 스니케드 국왕이 성불구자라는 사실은. 그러니 왕비 외에도 수많은 첩들이 있는데 아이가 없는 거겠지. 여기서 다른 네 왕자가 죽었어. 그리고 그 죄는 반역죄이지. 반역을 저지른 자는 삼대를 멸한다. 그러니 그 왕자들의 자식들도 모조리 숙청될 거야. 자, 여기서 그럼 문제. 스니케드의 다음 대를 이을 수 있는 자는 누가 있을까?”


“아...”


그제야 에단이 알았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샤를리즈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전대 왕이 남긴 서자들이 있지만, 프리실라 그 계집애도 스니케드 왕위 계승권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가 된 거야. 그 애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운도 좋지. 머리에 든 것도 없는 게 항상 운이 따라다녀.”


“하지만 서자들도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야 왕위 계승에 대해 잘 모르지만... 타국의 귀족에게 시집간 공주의 딸보다는 서자 쪽이 더 가까운 것 아닙니까? 게다가 스니케드 왕이 왕자였을 시절, 공작부인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것이었죠. 일국의 공주가 타국의 왕족이 아닌 귀족과 결혼한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공주를 홀대하던 귀족과 결혼한다고.”


“그래. 그건 자존심상하는 일이지. 당신의 생각이 다 맞아. 한배에서 났다 해도 공작부인은 국왕의 눈에 벗어난 존재. 그러니 차라리 서자들 중에서 찾겠지. 프리실라가 남자였다면 얘기는 달라졌겠지만.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또 있어. 바로 프리실라의 약혼자.”


“란 크로프츠 말입니까?”


“그래. 만일 반정이 성공한다면... 그래서 란, 그 사람이 이 나라의 왕이 되고 프리실라가 그와 결혼한다면 말이야. 프리실라가 왕위 계승권에 관심이 없다 해도 란, 그 사람이 눈독을 들이게 될 거야. 공작가문의 딸과 결혼하는 쪽보다 여왕과 결혼하는 쪽이 더 낫지. 힘 안 쓰고 스니케드 왕국을 집어삼킬 수 있는 기회란 말이야. 그 계집애는 멍청하니까... 란이 해달라는 대로 서명해줄 테고. 애초에 그 애는 스니케드 왕국에 애착 따위는 없을 테니까. 스니케드 왕국은 크로이츠에 비하면 훨씬 작은 나라. 아무리 그 나라 국왕이 프리실라에게 마음이 없다 해도 크로이츠의 왕이 개입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져.”


“...복잡하군요.”


“그래. 복잡해. 아무튼 이로써 란 크로프츠는 프리실라와 결혼을 할 수밖에 없겠다. 지참금을 제외하고도 그 애랑 결혼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뭐,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여자가 나타난다면 그 여자랑 결혼하겠지만. 그런 여자가 있으려나?”


“난 그 자에 대해 별 감정이 없지만, 그 일에 한해서는 그 자가 불쌍하군요. 그런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니.”


에단에게 있어서 프리실라는 ‘멍청하고, 사치부리기를 좋아하며, 질투심이 상당한 여자’였다. 그런 여자라면 평생 함께 해야 할 동반자로써는 무척 피곤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음? 그거야 모르지. 에단이야 내게 프리실라의 안 좋은 점만 들어서 편견이 많은 거잖아. 하지만 프리실라는 겉보기엔 제법 귀엽게 생겼고, 그 애는 란을 좋아하니 란에게는 상냥하게 굴 수도 있겠지. 귀엽고, 상냥하며 배경도 좋은 여자라면... 끌릴 수도 있지 않겠어?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애초에 그 둘이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란이 프리실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 궁금하긴 하네. 둘의 사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 둘이 잘 맞을 것 같지는 않거든. 그 사람... 그리 상냥한 성격은 못되는 것 같던데.”


샤를리즈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에단 또한 동조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그렇더군요. 어딘가 날이 서 있는 게.”


“그렇지. 아무튼 스니케드 왕국에도 사람을 좀 보내놔. 그 쪽 왕위 계승에 대해서는 더 주시할 필요가 있겠어. 아, 그리고... 공작부인. 그 여자한테도 사람을 좀 붙여놔.”


“공작부인이요? 아, 안 그래도 그 여자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더군요.”


“이상한 소문?”


샤를리즈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에단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지고지순하게 공작만을 바라보던 공작부인께서 요즈음 비밀리에 어떤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뭐, 마담 페트리시아도 그다지 신빙성 있게 듣지는 않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소문의 이유가 공작부인이 쓰는 향수가 바뀌었다든가, 화장법이 바뀌었다든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귀족 여자들의 짓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하지만 신빙성이 없는 건 아냐. 각하께서 오늘 쓰러지셨는데 공작부인은 내가 나올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어. 행방이 묘연하다더군. 레베카의 말로는 요즈음 자주 외출을 한다고 했어. 수상해. 안 그래도 스니케드 왕국 쪽이 심상치 않은데...”


“그렇군요. 그럼 몰래 사람 하나 붙여놓겠습니다.”


에단의 말에 샤를리즈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뭔가 알아낸다면 곧장 나한테 알려. 이건 약점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그것도 치명적인.”


작가의말

8막 끝입니다.
다음 화는 외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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