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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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최근연재일 :
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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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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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746

작성
12.11.03 20:39
조회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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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8쪽

칠흑의 꽃. 제 10막. 진실을 알아챈 고양이.

DUMMY

말하는 모양새가 마치 가정부 같지 않은가?


“와, 오늘따라 되게 잔소리 심하네. 이제는 식습관으로도 나한테 잔소리를 하겠다? 참 별일이야. 비서도 이런 비서가 없어. 당신은 내 밑에 있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까우니 에드리안의 밑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 들어보니 그 애도 당신에게 엄청 질렸다고 하던데. 이제 알겠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당신이 이상한 거라는 거. 우리 착한 에드리안이 질렸으면 말 다한 거지.”


“에드리안 군이 반드시 착하다고는 할 수 없죠. 못됐게 굴 때는 당신 못지않으니까요. 어쩌면 당신 집안과 제가 잘 맞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 란 씨 밑으로 들어가 볼까요? 그 사람은 꽤 말이 통할 것 같게 생겼던데.”


생각지도 못한 인사의 등장이었다. 안 그래도 에단은 지난 번 태자를 만나고 와서부터는 태자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늘여놓았다. 그리고 그의 사촌인 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저는 말하는데, 솔직히 샤를리즈로써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같은 피가 흐른다 할지라도 개인은 개인이다. 프리실라와 자신이 닮지 않았듯. 누가 샤를리즈와 프리실라가 자매관계라고 생각하겠는가?


“언젠 기분 나쁘다고 하더니. 마음대로 해. 하여튼 내 밑에서 평생 썩을 생각은 하지도 말아. 웃기지도 않아. 우리 집안하고 안 맞다고? 곧 죽어도 자기 잘못은 없지?”


“예. 죽어도 없습니다.”


“잘 나셨어! 아무튼 식사하고 바로 각하의 저택으로 갈 거야. 차비 좀 해줘.”


“예.”


에단이 고개를 끄덕인 뒤 답했다.







* * *







“며칠 뒤면 축제네.”


에드리안이 연필로 제 무릎 위에 있는 도화지에 선을 그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에 제인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이 귀여워 에드리안은 피식 웃고는 이내 정색하고 말한다.


“가만히 있어야 예쁘게 그릴 수 있다니까. 난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 큰 타격을 입는다고. 그러니까 제인은 그냥 듣기만 해야지!”


에드리안의 투정 아닌 투정에 제인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알았어.”


“또 움직인다.”


그 말에 제인은 입을 삐죽이더니 이내 아까의 자세 그대로 멈춘다. 바람이 불어 제인의 백금빛 머리칼이 흩날렸다. 그런 것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에드리안은 잔뜩 힘을 준 채 멈춰있는 제인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그 모습을 도화지에 담는다.


에드리안의 말대로 그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공부를 하다가 지루할 때면 바깥의 풍경을 깨작거리며 그린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꽤 소질이 있었는지 곧잘 사물을 잘 그리곤 했다. 비록 용기가 없어서 아직 제 누이나 에단 등을 그린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지금도 제인을 그리는 것은 우연히 말이 나왔다가 제인이 떼를 썼기 때문이었다. 사각거리는 소리에 제인은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뜬다. 분홍빛 눈동자가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쫓는다. 어느 정도 얼굴선과 머리칼이 그려지자 에드리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축제 때 나가봤어?”


그렇게 물었다가 이내 그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정한다.


“아, 이건 대답을 요구하는 거구나. 그럼 내 경험을 얘기해볼게. 우리 누님은 사람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난 항상 에단 씨랑 같이 갔었어. 불꽃놀이도 하고... 아, 평소에는 먹을 수 없는 것들도 먹을 수 있지. 외국 상인들도 많이 들어와서 신기한 물건들도 많고. 축제를 빌미로 불량배들도 제법 많이 나오곤 하더라고. 난 싸움은 전혀 못해서 에단 씨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 에단 씨... 싸움 엄청 잘해서 그거 구경하는 것도 사실 재미있거든. 이건 비밀로 하자. 에단 씨가 알면 기분 나빠할 지도 모르겠다.”


제인의 커다란 눈을 그리며 에드리안은 웃었다. 에드리안도 나름 큰 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제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 만큼 제인의 눈은 컸고, 그래서 가끔씩은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행동이 그녀의 외모 탓에 용서가 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했었다. 아이들처럼 크고 맑은 눈. 그리고 아이들과 같은 행동.


어쩌면 제인은 정신적으로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그 날 이후,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 게 아닐까 에드리안은 생각했었다. 그런 그의 가정은 엘루이즈의 말에 의해 처참히 부서졌지만. 엘루이즈의 말에 의하면, 정령의 밤에 나가기 전 그녀는 밝고 상냥했으며 재잘거리는 파랑새와 같았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의 제인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제인, 너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다.”


에드리안이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제인은 참지 못하고 입을 뻥긋거렸다.


“가본 적 없어. 나도 나가고 싶어.”


나도 나가고 싶다는 말이 왜 저리도 슬프게 들릴까? 저렇게 된 이후로 바깥출입은 거의 금기나 다름없는 제인이었기 때문이리라. 그 때문에 에드리안은 코를 그리던 손을 멈추고는 제인을 바라보았다. 제인은 저가 말을 한 탓에 에드리안이 쳐다보는 줄 알고 입을 꾹 다문다. 그에 환하게 미소 짓고는 에드리안이 말했다.


“그럼 나랑 같이 갈까? 엘루이즈에게는 내가 잘 말해볼게.”


저도 모르게 한 말이었건만, 제인이 눈에 띄게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되물었다.


“정말?”


저렇게 반응하는데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었다. 에드리안은 그림을 마저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에단 씨가 함께 있다면 엘루이즈도 허락할 거야. 이번 축제는 태손 저하께서 태어나셔서 더 크게 열린다는데 안 가보면 큰 손해야. 내가 잘 말해볼게.”


“약속해줘.”


제인은 못 믿겠다는 듯 다가와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그에 에드리안은 빙긋 웃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보라는 듯 새끼손가락을 건다.


“자, 약속. 그리고 여기 그림.”


“아.”


대충 선으로만 완성된 그림을 제인에게 보여주자 제인이 작게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는 그림을 들어 바라본다. 괜히 머쓱해진 에드리안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이내 일부러 다른 곳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분다. 내심 평을 기대하면서. 한동안 그림을 바라보던 제인이 입을 열었다.


“나랑 같아.”


“정말?”


“응. 마음에 들어.”


정말로 마음에 들었는지 제인은 한동안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이 괜히 뿌듯해 에드리안은 웃는다. 그러다가 분 찬 바람에, 몸을 떠는 제인을 보았다. 분명 예전에 비하면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추위에는 적합하지 않은 옷이었다.


얼마 전 들렀을 때 하녀들에게 제인의 옷에 대해 신경을 좀 써달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그의 의견은 또 기각되었나보다. 에드리안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제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제인에게 걸쳐주었다. 제인이 그를 바라보자 괜히 머쓱해져서는 말한다.


“추우니까. 난 조끼를 하나 더 입어서 괜찮아. 다음부터는 외투를 입고 나와, 제인. 감기 걸리면 축제에 못 가게 될 거야. 축제에 못 가면 불꽃놀이도 네 정원에서 봐야할 거고, 맛있는 음식도 못 먹을 거고. 재미난 구경거리도 못 보게 되겠지. 그걸 원하지는 않잖아. 그치?”


“응.”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드리안이 건네준 외투를 여미었다. 이렇게 상냥하게 대화를 하면 언젠가는 이렇게 알아준다. 엘루이즈도, 스웨어 백작도 여기까지 오는 데 필요한 인내심이 부족할 뿐이었다.


엘루이즈의 말에 의하면 이런 일은 에드리안이 제격이라고 한다. 정말로 스스로가 이 일에 제격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제인이 제 말에 따라주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성취감을 느끼는 에드리안이다.


작가의말

동생은 데이트도 하는데...ㅎㅎ

오늘 분량은 내용상 끊어야 할 부분이어서 짧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82 수훈
    작성일
    12.11.03 21:21
    No. 1

    동생은 데이트도 하는데.....풋... 좋네요..
    날씨가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리안의 로맨스(?)도 잘 풀리길 기대하며......제인의 능력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2.11.05 22:17
    No. 2

    쯧쯧..... 성취감이라니요? 귀여운 동물(?)키우는 것처럼...
    에드리안은 아직 소년이네요. ㅎ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라울리
    작성일
    13.04.15 21:04
    No. 3

    ㅋㅋㅋㅋ 리즈의 연애는 참 볼거리?가 많겠죠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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