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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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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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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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DUMMY

“월영군을 마주치지 않은 것이 기적과 같은 일이군요.”


엘제어 나쉽이 한 번의 도약으로 나무 수십 그루를 지나치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500여명의 병사들을 5명으로 100개조로 분산해서 이동했는데 들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아직 상승행군이 진행 중인 지역을 골라서 국경선을 넘었으니, 기적이라고 할만 한 것은 아니지. 물론 그만큼 세부적으로 나눈 덕분에 규합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아르센 이얀 또한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뛰어가면서 엘제어의 말에 대꾸를 했다.


“그렇게 분산시킨 바람에 월영군에 당하는 이들도 있을까 걱정입니다만.”


“그럼 뭐 다른 대안이라도 있었어? 국경선을 넘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누구 덕분에 벨리안느의 행적을 놓쳐서 월영시와 월하시 사이를 모두 정찰해야하는 상황이잖아.”


순수하게 걱정되어 했던 말에 되려 공격을 당한 엘제어는 순간 당황했고, 이때다 싶어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충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격이 걱정되었다면 쓸데없는 말을 전해서 그녀를 추적하기 더 힘들게 해서는 안되었죠.”


“무슨 말이야?”


엘제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아르센이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어린 아이가 할 만한 인사말을 전하기 위해서 5명이나 되는 정찰대를 보낸 것 말입니다."


엘제어는 아르센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그렇게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후 아르센은 잠시 동안 침묵을 하더니 이내 거의 도약에 가까운 뜀박질을 멈추었다.


그 행동에 엘제어는 하는 수 없이 자신도 발걸음을 멈추고, 아르센과 마주해야만 했다.


"인사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냐?"


아르센이 엘제어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그런 인사는 사적인 만남에서나 하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벨리안느를 만나러 가는 이유는 분명한 공적인 일, 아니, 어쩌면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존명이 달려있는 문제 때문에 만나는 일임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상당한 불만이 있었는지 엘제어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덧붙여서 사람을 보내면서까지 그런 말을 전한다는 것은 인간 귀족들이나 하는 것입니다.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유포레아스 공화국에서, 그것도 의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폭포처럼 쏟아지는 엘제어의 말을 아르센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침묵이 있은 후, 아르센은 입을 열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벨리안느는 나를 만든 주인이야."


"......"


엘제어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의장이자, 무혼 혁명의 주인공인 자의 입에서 나오는 주인이라는 소리가 너무나 모순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아르센 이얀... 아니, 아르센 의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우린 지금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존명이 달린 일 때문에 500여명의 군사를 이끌고 월연방국 안으로 침입한 것입니다."


"알아, 나도 안다고 엘제어. 하지만.."


"아르센, 당신은 왜 이렇게 대륙의 공적 앞에서 나약해지는 것입니까!"


엘제어는 이번 기회에 아르센에게 벨리안느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때문에 좀 더 공격적인 말을 서슴지 않게 사용을 하기로 했다.


"벨리안느와의 관계를 이번 기회에 청산을 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그녀의 존재 가치는 유포레아스 공화국이 세워진 이래로 이미 없어진 것이니까요."


"존재 가치라고?...."


아르센은 고개를 돌려서 엘제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엘제어는 아르센이 정말 잘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의 미간의 주름과 눈가의 근육들이 정말 완벽하게 움직여서 분노의 표정을 얼굴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벨리안느 이얀의 존재가치라고 했어? 그런 것을 우리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가? 영원을 사는 우리가 한정된 시간 안에 발버둥 치는 그녀의 삶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나 보지?"


"제 말은 그러니까..."


"그녀가 우리와 같이 만들어진 인형이라면 그렇게 말을 할 수 있겠지. 영원의 시간을 쫓으면서 살아가야하는 인형이라면 말이야."


아르센은 그렇게 외치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엘제어 또한 영원을 사는 자가 유한한 삶을 평가할 수 없다고 한 아르센의 말이 머리속에서 맴돌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엘제어, 뭐 좀 하나 물어봐도 될까?"


"예.."


"우린 인간인가?"


"...."


"영원의 시간 속에 존재할 우리는 과연 인간이라고 칭하면서, 살아갈 수 있느냔 말이야."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인간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우리의 목적은 무엇이지?"


"완전한 평등의 세상을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누구도 차별하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요."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설립된 이유이자 모든 인형들의 소망인 세상. 엘제어도 그런 소망에 있어서는 다를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하나만 더 물어보도록 하지. 벨리안느 이얀은 뭐지? 그녀는 무슨 목적으로 살아 있는걸까,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 있어?"


"..아뇨."


그의 대답대로 사실 엘제어는 벨리안느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녀의 존재는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목표와 무관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겠지. 우린 어떤 목적 이외 그 어느것도 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 존재이니까. 그것이 우리의 태생이고, 동시에 무한의 시간 속에서 살면서도 움직이게하는 원동력이 되겠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볼 순 없는 거야?"


불가능 했다.


사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엘제어 또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인정할게. 그래, 너 말대로 벨리안느 이야기가 나온다면 한없이 약해지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나약함의 원인은 벨리안느를 우리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점이고, 그게 너무 미안하고 동시에 죄책감마저 들어.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고 인형처럼 대했고,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나 하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배신했다는 것도....”


아르센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그는 고개를 돌려서 밤 하늘 저편을 바라보았다.

엘제어는 그런 아르센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아르센이 자신과는 다른 감정회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 했다.


그리고 그런 감정회로의 차이 때문인지, 엘제어는 벨리안느에 대한 생각보다는 앞으로 있을 일에 더 신경이 쓰였다.


“아르센 의장님. 정말로 벨리안느를 만났을 경우에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네가 상상하는 최악의 경우로 대할 거야.”


“...사로잡는다는 말씀이시군요.”


엘제어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대륙의 공적을 사로잡는 일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들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를 사로잡는 것도 우리들이 마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벨리안느와 관계가 있을 경우에만 그렇게 할 거야.”


“만약에 관계가 없다면요?”


“우린 조용히 물러나야겠지.”


아르센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갑자기 무릎을 굽혀 뛰어오를 자세를 취했다. 엘제어 또한 필요 이상의 시간을 지체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에게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르센 의장님.”


도약하려던 아르센은 엘제어의 말을 듣고서는 다시 똑바로 일어섰다. 그리고는 엘제어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의 가설이 맞다면 벨리안느라는 존재는 우리가 마법을 사용하는데 방해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벨리안느라는 존재가 사라짐으로 우리 유포레아스 공화국이 더욱더 막강해질 수 있다면.. 그때는 어쩌시겠습니까?”


엘제어는 똑똑히 아르센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아르센 또한 벨리안느가 마법연계에 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이런 가정을 상상했을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엘제어는 그 가정에 대한 아르센의 본심을 듣고 싶었다.


“그때는.....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아르센은 엘제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잠시 멈췄던 도약을 시작했다.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하시길..”


순식간에 앞질러가는 아르센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엘제어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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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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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3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6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5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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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1) +1 20.07.28 35 2 9쪽
71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5) +1 20.07.24 42 2 7쪽
70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4) +1 20.07.24 42 2 8쪽
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4 2 10쪽
»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1 2 9쪽
67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1) +1 20.07.14 43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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