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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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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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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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DUMMY

월영군 추격 전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타국가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3-4인을 1개 조로 광범위한 지역을 수색하고, 목표 발견시 신체 향상을 통해 본대가 신속히 규합하는 방법은 다른 국가로서는 흉내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유포레아스 공화군의 추격 전술이 월등히 뛰어나며, 사실상 대륙 최고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신체적 한계도 없을뿐더러 마법감지를 통해 별도 한 몸처럼 움직여 월영군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넓은 범위를 수색할 수 있는 인형들의 추격 전술을 무시하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대륙 최고의 전술을 보유한 인형들이었기에, 비록 잠시 벨리안느의 행적을 놓쳤더라도 다시 추격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추격 끝에 진입 한 렌소 협곡에서 이러한 추격 전술의 장점이 크나큰 약점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형들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군요.”


씁쓸한 듯이 입을 두어번 다시면서 엘제어가 말했다.


“그렇네.....”


아르센 또한 뒷말을 잇지 못한 채 그렇게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완전히 동이 트고 렌소 협곡의 구석구석이 밝아지자, 단편적으로 전달된 정보만으로 파악했던 전황의 전모가 서서히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모두 후퇴하도록 해. 그 때문에 발생할 피해 또한 크겠지만... 이대로 두면 모두 전멸할 것이 뻔하니..”


전혀 예측하지 못한 월영군의 매복.


마치 공화국 군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완벽한 순간에 월영군의 매복 공격이 이뤄졌고, 분산된 병력은 제대로 된 규합 한번 하지 못한 채 월영군에 사냥 당하듯 분쇄되고 있었다.


“개인 별로 이동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렌소 협곡의 거친 지형 때문에 규합이 쉽지 않은 점을 생각했더라면 1개 분대를 최소 병력으로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알아..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는 전투가 아닌 수색이 목적이었어.”


“압니다. 그러나 월영군 신호탄을 목격한 이후부터는 부대 운영 방식을 바꿨어야 했습니다.”


“그 점은... 반성하지.”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형. 하지만 그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 결정을 내린자가 아무리 상급자이더라도 지적할 사항은 지적하는 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산사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재수가 없었다고 밖에 말 할수 없군요.”


그랬다. 월영군이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하고도 언제든 병력을 규합하여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벨리안느를 계속 추격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을 엉망으로 만든 산사태 때문에 주력 부대가 쪼개지고 말았고, 그 속에서 공화국 병사들의 뛰어난 개별 전투능력은 거센 저항, 그 이상이 되지는 못했다.


“일단 여기를 벗어나서 살아남은 인원들을 추스르자.”


“예. 알겠습니다.”


엘제어가 명령을 받들어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려 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멀쩡한 병사들 중 1개 소대를 따로 빼놓도록해.”


“... 무엇 때문입니까?”


엘제어가 도약을 멈칫거리며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유포레아스 공화국으로 보낸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을 통해 월 연방국과 근접한 국경에서 1개 대대를 지원받도록.”


“........”


엘제어는 아르센의 명령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지 확인이 필요한 결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엘제어는 아르센의 의향을 알기 위해 혹은 그의 결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 아르센의 반대편 입장에 서기로 했다.


“오백명으로 실패한 이번 작전을 1개 대대로 이어나가시려는 겁니까?”


“말하지 않았어?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존명이 달린 일일 수도 있다고. 그리고 벨리안느가 도망친 곳에 우연히 월영군이 있었다고 생각할 근거가 없어.”


“설마... 월영군 또한 그녀를 쫓고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아르센이 엘제어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엘제어는 아르센이 말한 가능성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설명을 바라는 표정을 내비쳤다.


“벨로나와 벨리안느의 관계가 단순히 사형수와 집행인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잖아?”


“설마..벨로나가 보낸 군대라는 말씀이십니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적어도 벨리안느가 벨로나를 찾아가려 했다는 것은 확실하잖아, 안그래? 그 와중에 우리는 벨리안느의 행적을 놓쳤고, 지금쯤 벨리안느가 저 월영군에 붙잡히거나 투항하여 월영시로 향하게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알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거. 어찌되었든 재수 좋게 벨리안느의 행적을 또 다시 파악하게 되었다고 한들 이 인원으로 벨리안느를 상대할 수 없으니 병력 보충을 한다고 셈쳐.”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된거야. 내 말대로 하도록 해. 그렇게 보충병력을 부르도록 하고, 우리들은 남은 병력으로 벨리안느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하자.”


명령이 아닌 명령.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의장이 한 말에 엘제어는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다. 게다가 엘제어도 다른 한편으로 아르센과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명령을 따르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토록 아르센의 의견과 엘제어의 의견이 비슷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의문 또한 아르센과 비슷했다.


“혹시 말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가능성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벨리안느가 벨로나의 보호를 받는다는 가능성 말이야?”


“네.”


“이미 대답을 알고 있을 텐데. 내 생각과 다를바 없을 테니까.”


“.....전면전 입니까?”


“우리가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월연방국이나 일리오스 제국이 알게된다면, 우리의 멸망은 시간 문제겠지. 그러니 어떤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반드시 벨리안느를 손아귀에 넣어야 해.”


“역시나 전면전을 대비하는 것입니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에 엘제어는 재차 질문을 던졌고, 그러자 아르센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어서 눈을 감은채 고개를 들어 아침 햇살에 얼굴을 맡겼고, 그 뜬금없는 행동에 엘제어가 의아한 것도 잠시, 아르센이 숨을 깊게 들여쉬면서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그리고 엘제어는 심연이 가득찬 그의 눈동자 속에서 앞으로 이어질 말의 무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1개 대대 병력을 요청함과 동시에 총동원 준비령 또한 전달하도록. 나,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의장, 아르센 이얀의 명령이며, 별도 명령서 없이 이 모습 그대로의 기억을 전달해.”


월연방국과의 전면전.

확실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으나 그렇다고 마냥 미뤄둘 수는 없는 일이긴 했다. 그리고 벨리안느와의 마법연계로 공화국군의 주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명령하달 받았습니다.”


벨리안느가 원인이긴 했지만, 언젠가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기에 차라리 잘됬다고 생각한 엘제어는 아르센의 명령을 순순히 받들고 뒤로 물러섰다.


///////////////////////////


타하란은 뒤돌아 도망치는 인형을 재빠르게 쫓아갔다.

아무리 신체적 제한이 없는 존재라고 한들, 자신뿐만 아니라 3명의 일행이 그 인형을 추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형의 도주로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렇게 그는 손 쉽게 인형의 뒤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좌측!”


타하란이 공격직전에 그렇게 자신의 조원들에게 외쳤다.

곧 이어 그의 예상대로 인형이 뒤돌아서 역습을 하려 했고, 타하란이 그것을 가뿐히 막아내었을 때 다른 조원이 인형의 좌측을 파고 들었다.

타하란과 합을 나누는 것도 벅찬 상태였던 인형은 그렇게 좌측으로 들어온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럼에도 인형은 다가오는 그 공격을 최고 위협으로 판단하고 반응 하려 했고, 타하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월첨검이 긴 호를 그렸고, 그 결과 인형은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타하란이 칼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을 쯤, 추격 대대를 이루는 4개의 중대장들이 그의 뒤에 집결했다.


“상황은?”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전 지역에서 이형들이 후퇴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으며, 병사들은 추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형들을 추격하여 격멸하는 상태입니다.”


보고를 듣던 타하란은 월첨검을 검집에 집어 넣으면서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추격을 금지하며, 부상자와 대열을 정비하도록 한다.”


“도주하는 인형을 내버려두시는 겁니까?”


패주하는 적을 쫓아가 섬멸하는 것이 원칙이었기에 그렇게 되물었으나 타하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들의 목적은 인형들의 격멸이 아니라 벨로나를 사로잡는 것이다. 잊은것은 아닐테지?”


“하지만..”


“급작스러운 인형들의 공격으로 우리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이유로 분노하여 본래 목적을 망각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래도..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곳은 도시 연합과의 국경선인데, 이정도 규모의 인형들이 렌소 협곡에 있다는 것이.. 이동 경로를 생각했을 때 저희 국경선을 몰래 넘어왔다는 건데...”


자신도 가지고 있는 그 궁금증에 충분히 공감은 했으나, 그럼에도 타하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군단장이라면 고려해 볼만한 좋은 생각이나, 추격 임무를 맡은 대대로서 기존 목표를 우선토록 한다. 그러니 정비가 끝나는 대로 수색대를 편성하여 렌소 협곡을 수색하도록. 이 혼돈 속에서 렌소 협곡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반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 또한 크니까.”


“..예. 알겠습니다.”


변함없는 타하란의 단호한 명령에 재차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각 중대장들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렇게 텅빈 숲속에 홀로 남게된 타하란은 드디어 눈 앞의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목표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제대로 파악된 사항은 아니었지만 추격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고, 남은 병력으로 사제를 포함한 벨로나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이 국경 지대임을 생각했을 때, 여기서 흔적을 놓친다면 도시 연합내에서 월영군을 이끌고 작전을 하기란 불가능 할 것이었다.


그렇게... 벨로나의 행적을 놓치면 타하란의 최종 목표인 벨리안느 이얀과의 연결고리 또한 멀어지게 되는 셈이었다.


“대륙의 공적... 반드시.. 놓치지 않겠다.”


타하란이 주먹을 꽉 쥔채, 눈 앞에 나무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짐승이 으르렁 거리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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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6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3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3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6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5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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