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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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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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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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8화 -천지림(3)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8화


유엔더블유 검권천하 개발팀.


'똑똑-'


노크 소리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윤진용 검권천하 총괄개발팀장, 이제 막 문을 열고 들어온 반백의 직원이 문을 채 닫기도 전에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복구 상황은?"

"말씀하신 시간 내에 해결했습니다."

"알았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문제? 자네들 사직서보다 더 큰 문제인지 들어나 보지."


사직서, 사직서, 이 새끼는 사직서가 장난인지 아나! 목끝까지 올라온 말이었지만 1팀장인 김부장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대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파천림 근방 파구마을 쪽 에러는 전부 복구했습니다. 그런데······, 튜토리얼 퀘스트 이후 파천문 본원으로 가는 천지림 몬스터들이 증발해 버리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보셔야 할 영상이······."


김 부장이 재생한 영상에는 한영의 모습이 버젓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발견한 이 현상, 한영이 잡은 몬스터는 절대 리젠되지 않는다.


분명, 류한영이 뭔가를 했으리라! 그러나 스토리 작가일 뿐인 한영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그의 도움이 있었으리라!


‘부르르르-’


윤진용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비밀스러운 전화, 윤진용은 김부장을 향해 손을 털며 나가라는 지시를 했다.


그는 절대 아무에게도 들려서는 안 되는 전화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의 방에 다른 누가 있는지를 꼼꼼하게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전화를 받았다.


“마성진, 찾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윤진용은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한 때는 의형제라 불렀던 사이, 그랬기에 끔찍한 결정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런데도 결심을 되돌릴 수 없었다. 유엔더블유 社 , 그들은 정말 무서운 자들이었다. 윤진용은 알고 있었다. 검권천하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그들이 알아채면 자신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류한영과 마성진은 분명한 걸림돌이었다. 그들이 남아있는 한,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진다! 한때 의형제였다는 추억은 의식의 가장 먼 곳에 보내야 했다. 윤진용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제거해."


*


정인은 캔맥주를 마시는 것도 잊은 채 거구의 오타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큰 눈의 여자 캐릭터가 새겨진 쿠션을 꼭 끌어안은 모습에 못 볼 걸 본 것처럼 인상이 구겨졌지만,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됐다.


‘다다다다다-’


뭐야? 깜짝 놀란 정인은 눈앞의 상황에 입이 쩍 벌어져버렸다.


10여 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편의점 입구를 에워쌌다. 한 가운데에 있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마성진, 찾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네, 알겠습니다.”


짧은 통화가 끝나자 선글라스 남성이 좌우를 한 번씩 돌아보며 부하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남자들이 일제히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마성진이라고? 설마 저 오타쿠가 마성진이야? 어떡해! 정인은 편의점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마성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쿠당탕!’


마성진은 가장 가까운 남성을 몸통으로 밀어냈다. 거구의 몸에 밀린 남성이 진열대와 함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은 마성진은 냅다 달렸다. 방구석에서 긍긍했을 오덕의 몸동작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 뒤를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맹렬하게 쫓았다. 정인은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캔맥주를 테이블에 ‘탁!’ 올려놓으며 그 방향으로 뛰었다.


골목에서 틀고, 또 틀었고, 달리고 또 달렸다. 한참을 도망쳤지만 다다른 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마성진은 보물 1호인 ‘히토리 짱’ 쿠션이 다치지 않게 바닥에 살포시 내려놨다. 길을 막아 대치 중인 검은 정장의 남성 중 한 명이 마성진을 향해 손을 뻗으며 걸어왔다.


“도망쳐도 소용없다. 순순히 따라와!”


마성진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뒤늦게 도착한 정인은 어떡해, 어떡해만 마음속으로 외치며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의 벌어진 상황은 그녀의 예상을 완벽히 벗어났다.


앞으로 나온 남성의 손이 마성진의 어깨에 올려져 있던 시간은 0.01초도 되지 못했다.


‘휘릭-’


마성진이 어깨를 제압당한 오른쪽 팔을 가볍게 ‘휘릭’ 돌렸다. 그러자 검은 정장의 남성이 공중에서 크게 한 바퀴 돌며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마성진은 자세를 낮추며 왼손을 앞으로, 오른손을 뒤로 가져갔다.


정인도 아는 동작이었다. 무술 배우 이연결이 나왔던 영화에서 본 적이 있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그랬던가, 바로 ‘태극권’이었다.


정장의 남성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를 했다. 마성진은 가볍게 피하며 팔을 한 번씩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남성들은 공중에서 삥글삥글 돌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으······.”


9명의 입에서 비슷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윤진용과 통화를 했던 팀장급 남성이 선글라스를 상의 안쪽 주머니에 넣으며 자세를 취했다.


손목의 날을 세운 자세, 공수도였다. 그는 발가락 힘으로 천천히 다가오며 마성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팀장급이라는 직책이 아깝지 않을 만큼 몸놀림이 상당했다. 목을 노린 빠른 발차기, 급하게 막았지만 마성진의 왼쪽 손목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빈틈을 포착한 팀장급 남성은 연속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공격을 막아내는 마성진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다.


또다시 목을 노린 발차기, 마성진은 이번에는 막지 않고 몸을 숙여 피했다. 그리고 손바닥을 쫙 펴서 그의 명치를 밀어냈다.


무술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 둘은 시간이 멈춘 것 마냥 자세를 유지했다.


“우욱!”


팀장급 남성이 풀썩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해냈다. 그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28년 덕후 인생, 마성진을 덕질의 길로 인도한 이는 ‘이연걸’이었다. 이연걸의 태극권을 몇 백 번이나 봤던가! 이연결을 향한 마음은 고스란히 태극권으로 이어졌고, 애틋했던 덕질 덕분에 오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최근, 히토리짱과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마성진의 마음에는 줄곧 이연걸 뿐이었다.


마성진은 바닥에 세워둔 자신의 보물 1호 히토리짱 쿠션을 어루만졌다. 이어지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


“히토리짱, 무서웠냐능, 미안하다능.”

“저기요!”


정인이었다. 마성진은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정인을 바라보았다. 내,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마성진 씨 맞으시죠? 류한영 씨가 보내서 왔습니다.”

“히토리짱! 어떻게 거기 있냐능!”


마성진은 쿠션과 정인을 번갈아서 쳐다봤다. 그렇게 10여 차례 반복된 행동, 정인이 다시 물었다.


“저, 저기요······, 마성진 씨?”


*****


“지금쯤이면 만났으려나, 성진이가 내성적이라 살짝 걱정이네.”


쓸데없는 걱정을 하던 한영은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림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운기조식] 숙련도가 최고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운기조식]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운기조식] 2단계 활성화는 ‘연마’ 이후에 가능합니다. 지금 연마하시겠습니까?

[확인(F)], [나중에(ESC)]


“확인!”


[운기조식]의 경지를 한 단계 상승시킵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방향대로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화면을 터치하세요.


지난번처럼, 한영의 몸이 제멋대로 가부좌가 틀어졌다.

한영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右(오른 우), 左(왼 좌)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한영이 ‘右’라는 글자에 맞춰서 오른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운기조식 1단계를 수련할 때의 속도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이렇게나 빨랐나? 이상했지만 의아해할 틈이 없었다.


한영은 전보다 조금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투욱-’


손끝에 닿는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렇게 20여 번을 반복했다.


-[운기조식] 2단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운기조식이 한 단계 상승함으로써 피로도 회복 역시 이전보다 약 1.1배 빨라졌다. 1단계에서 2단계로의 상승이었기에 필요 숙련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단계를 거듭할수록 필요 숙련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직접 설정한 한영이었기에 운기조식 2단계가 그다지 기쁜 소식이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것’부터 얻어야겠네.”


혼잣말을 한 한영은 파천문 본원이 아닌, 천지림의 가장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천지림의 최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다.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곳이었기에 당연한 배치였다.


그러나 천지림의 모든 몬스터가 한영의 경험치로 전환된 상황, 무엇보다 리젠도 되지 않았기에 한영은 유유히 이동할 수 있었다.


때 아닌 경치 감상을 하던 한영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야, 진짜 절경 중에 절경이네. 진용이가 진짜 대단하긴 하단 말이야. 하······.”


독백의 끝은 긴 한숨이었다. 대체 왜 진용이가 유엔더블유에서 총괄개발팀장으로 있는 거지? 그 누구보다 유엔더블유를 욕하던 윤진용이었기에 한영은 혼란스러웠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이 걷는 이 길, 윤진용과 함께 탐사를 왔던 곳이기도 했다. 한영이 파천문에 더 많은 애정을 보인, 히든 퀘스트도 더 많이 숨겨놓은 이유였다.


답을 찾지 못한 채 이어가던 고민은 천지림 정상에 있는 한그루 나무 앞에서 잠시 접어두었다. 한영이 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천수목······. 좋은 녀석이 나와야 할 텐데······.”


천수목(天壽木), 하늘의 수명을 의미하는 나무! 이 세상이 창조될 때 함께 만들어 졌고, 그 수명이 이 세계와 같다 하여 한영이 붙인 이름이었다.


파천문의 상징이기도 한 천수목은 말 그대로 웅장했다. 고개를 빳빳이 들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거대했다.


한영이 천수목 앞에서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하얀 옷을 입은 남자 아이가 나타났다.


천수목의 염원

[파천문의 후예여, 무엇을 바라며 나를 찾아온 것이더냐?]


선택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1) -절대 무공을 원합니다.

(2) -진귀한 영단을 원합니다.

(3) -함께 할 동료를 원합니다.


[도움말]

숫자 키를 누르거나 음성 인식으로 선택지를 고르십시오.


“함께 할 동료를 원합니다.”


[동료라, 어떠한 동료를 원하느냐?]


(1) -강인한 동료를 원합니다.

(2) -부유한 동료를 원합니다.

(3) -함께 성장할 동료를 원합니다.


“함께 성장할 동료를 원합니다.”


[파천문의 후예여, 너의 간절함을 증명하여라.]


한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 적은 지금까지 상대한 몬스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로 한영 자신이었기에.


천수목의 염원 옆에 한영과 똑같이 생긴 환영이 나타났다. 한영은 두 번 생각할 틈도 없이 주먹부터 날렸다. 선빵필승!


‘텅-’


PLAYER38769155의 환영 ( 242 / 242)


기습적으로 뻗은 주먹이었지만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막혀버렸다. 플레이어와 같은 능력, 즉 방어가 가능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현재 한영의 레벨은 8, 훈련교관과의 히든 퀘스트로 익힌 ‘공력 개방’은 레벨 15에 익힐 수 있는 비기!


한영이 단발마를 내뱉었다.


“공력 개방!”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8

생명: 38/242

공력: 62(+8)

소속: 파천문 수련제자

칭호: 천지림의 절대자

--------

근력 24 (+0) 체력 17 (+0)

민첩 27 (+0) 재능 24 (+2)

운 32 (+0)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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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검권천하] 제25화 -파천문 본원 +3 20.12.05 878 23 12쪽
24 [1부 검권천하] 제24화 -유전마을 +3 20.12.04 900 24 12쪽
23 [1부 검권천하] 제23화 -의로운 섬(3) +2 20.12.03 945 24 12쪽
22 [1부 검권천하] 제22화 -의로운 섬(2) +1 20.12.02 967 25 12쪽
21 [1부 검권천하] 제21화 -비적단의 소굴(8) +1 20.12.01 945 25 12쪽
20 [1부 검권천하] 제20화 -비적단의 소굴(7) +1 20.11.30 985 26 12쪽
19 [1부 검권천하] 제19화 -비적단의 소굴(6) +1 20.11.29 963 26 12쪽
18 [1부 검권천하] 제18화 -비적단의 소굴(5) +2 20.11.28 1,018 28 12쪽
17 [1부 검권천하] 제17화 -비적단의 소굴(4) +2 20.11.27 1,081 29 12쪽
16 [1부 검권천하] 제16화 -비적단의 소굴(3) +3 20.11.26 1,047 30 12쪽
15 [1부 검권천하] 제15화 -비적단의 소굴(2) +2 20.11.25 1,123 30 12쪽
14 [1부 검권천하] 제14화 -비적단의 소굴(1) +1 20.11.24 1,138 30 12쪽
13 [1부 검권천하] 제13화 -의로운 섬(1) +2 20.11.23 1,168 30 11쪽
12 [1부 검권천하] 제12화 -유전마을(2) +1 20.11.22 1,137 33 12쪽
11 [1부 검권천하] 제11화 -유전마을(1) +2 20.11.21 1,202 33 13쪽
10 [1부 검권천하] 제10화 -파천문 본원 +1 20.11.21 1,244 35 12쪽
9 [1부 검권천하] 제9화 -천지림(4) +3 20.11.20 1,260 34 12쪽
» [1부 검권천하] 제8화 -천지림(3) +2 20.11.20 1,292 36 12쪽
7 [1부 검권천하] 제7화 -천지림(2) +1 20.11.19 1,344 34 12쪽
6 [1부 검권천하] 제6화 -천지림(1) +2 20.11.19 1,413 38 13쪽
5 [1부 검권천하] 제5화 -천구마을(2) +2 20.11.18 1,524 35 13쪽
4 [1부 검권천하] 제4화 -천구마을(1) +3 20.11.18 1,885 38 14쪽
3 [1부 검권천하] 제3화 -파천문 훈련장(2) +3 20.11.17 1,891 40 12쪽
2 [1부 검권천하] 제2화 -파천문 훈련장(1) +5 20.11.17 2,258 46 12쪽
1 [1부 검권천하] 제1화 - 대한민국 서울 +6 20.11.16 3,221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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