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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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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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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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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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20화 -비적단의 소굴(7)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20화


파열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지속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10초라는 짧은 시간은 단적비연수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단적비연수 ( 19532/ 114217)


무림 고수는 고독함을 달고 산다. 바꿔 말하면, 혼자 다닌다는 말이다. 반면, 하수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 경험도, 실력도 얕아 쉽사리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검권천하 역시 실제 무림을 기반으로 하기에 초반에는 파티 플레이를 강제하게끔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현재 한영이 있는 ‘비적단의 소굴’이었고, 설령 솔플을 하더라도 완료할 수 없도록 강력한 보스를 배치했다. 이는 한영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한영은 자신이 직접 만든 룰을 깨고 있었다. 단적비연수는 솔플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보스 몬스터였지만, 고작 레벨 13인 한 명에게 비 오는 날에 먼지 날리듯이 맞고 있었다.


한영의 연속공격이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다. 즉시 부활 효과로 누적되었던 피로도가 전부 소멸되었지만, 어느덧 다시 피로도가 상당량 쌓여 있었다.


원, 투, 쓰리, 포에 이어 왼손 팔꿈치로 단적비연수의 턱을 올려친 한영은 오른손을 쫙 펴 배에 댄 다음 주먹으로 바꾸며 ‘파열’을 적중시켰다.


파열은 지속시간동안 5배 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위력이 강력한 만큼, 피로도 누적량도 상당했다. 한영은 몸을 숙여 파고들며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팔꿈치와 무릎으로만 공격을 가했다. 금시조도 합류하자 단적비연수의 체력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단적비연수 ( 10339/ 114217)


-단적비연수가 분기합니다.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체력이 10% 미만으로 줄자, 단적비연수가 ‘분기’를 시전했다. 한영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분기는 캐릭터의 공력 개방과 비슷한 효력을 보였다. 공력과 민첩성 2배 상승, 그러나 방어력 2배 하락! 몬스터의 분기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곧 전투가 끝난다. 승자가 누구이건!


단적비연수의 거처가 어두워졌다. 특수 공격인 ‘은신’이었다. 한영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두 눈을 감은 채 소리에 집중했다.


‘쉬익-’


바람을 가르며 독성 암기가 날아왔다. 소리의 방향을 감지한 한영은 몸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게 여전히 눈을 감았다.


‘쉬익-, 쉬익-’


두 개의 암기가 더 날아왔다. 단적비연수를 처음 상대한 플레이어라면 여기서 캐릭터의 사망을 경험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한영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몸을 숙여 피했다.


분기 상태의 단적비연수가 세 개의 암기를 던지는 건 한영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세 개의 암기를 던지는 만큼, 공격 딜레이를 길게 설정한 이도 한영이었다.


“끝이다!”


한영은 남아있는 마지막 힘을 전부 짜냈다. 공력을 개방하며 단적비연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파열!


한영의 일반 공격은 단적비연수에게 100정도의 데미지를 입혔다. 그러나 파열로 5배 데미지 증가! 거기에 몬스터의 분기로 2배 데미지 추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공력 개방으로 1.5배!


‘퍽, 퍽, 퍽, 퍽, 퐉(치명타), 퐉(치명타)!'


-단적비연수를 제거하였습니다.

-경험치 1,088,388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의로운 섬의 몬스터를 모두 제압했기에 당연한 주어져야 하는 보상!


-칭호 ‘의로운 섬의 지배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효과로 재능과 운 능력치가 1씩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서브 퀘스트 ‘비적단 소탕’을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

[확인(F)]


*


2년 전.


“안 돼. 절대 안 돼!”

“왜 안 된다고 하는 건데!”


한영과 진용은 한 가지를 두고 치열하게 설전을 펼쳤다.


“검권천하는 실제 무림을 모티브로 하잖아.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나냐고!”

“검권천하가 진짜 무협이야? 이건 게임이야. 레벨 업도 어려운데 캐릭터가 부활이 안 되면 누가 하겠냐!”

“그건 진용쿤 말이 맞다능.”


언제나 이긴 사람 내편인 성진도 이번에는 진용의 편에 섰다. 캐릭터 부활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한영은 현실성을 지적하며 부활은 안 된다고 말했지만, 진용은 게임성을 주장하며 오히려 반박을 가했다.


성진마저 진용과 같은 입장이었다. 2:1의 상황, 한영은 한숨을 내쉬며 백기를 들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유료 아이템도 넣어. 즉시 부활로.”

“야! 그건 아니지. 진짜 아니지!”


한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번만큼은 자신의 뜻을 접을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진용도 다르지 않았다. 진용이 말했다.


“넌 검권천하 왜 만드냐?”

“그거야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래, 그러면 우리 직원들은?”

“당연히 게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잖아.”

“착각하지 마. 게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게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계를 이어나가는 수단이 좋아하는 일인 거라고. 우리 고생한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직원들은? 고생한 만큼 보상을 해줘야 할 거 아니냐고! 유료 아이템도 넣고, 돈 되는 거 전부 넣어서 직원들한테 보상해야 할 거 아니냐고!”


결정권은 대표인 한영에게 있었지만, 한영은 그러한 권리를 혼자서 사용하지 않았다. 언제나 처럼 다수결에 따르기로 했다. 한영과 진용은 동시에 성진을 쳐다봤다.


“왜 나를 보냐능! 난 이긴 사람 편이라능!”

“성진아, 너 소원이 온 집안을 히토리짱으로 꾸미는 거랬잖아. 그러려면 돈 있어야지? 안 그래?”

“야! 윤진용! 이렇게 중요한 걸 그런 걸로 꼬드기면 어떡해!”


그러나 성진은 이미 넘어왔다.


“전적으로 진용쿤의 말에 동의한다능.”

“마성진! 이런 중요한 결정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한영쿤! 오마에는 그런 닝겐이 아니라능! 아무튼 유료 아이템은 찬성이라능.”


이렇게 유료 아이템인 ‘즉시 부활’이 만들어졌고, 즉시 부활의 효과를 맛볼 수 있도록 모든 캐릭터마다 1회 무료 이용권도 지급되었다.


만약 계정 당 1회씩으로 설정하였다면 비정상적으로 접속을 한 한영은 즉시 부활을 사용할 수 없었다. 캐릭터 당 즉시 부활 1회는 진용의 아이디어였다.


잠시 과거를 회상했던 한영의 입에서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진용이가 날 살린 건가······.”


아직까지도 윤진용이 유엔더블유로 갔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수백억의 빚을 지고 아내와 이혼까지 했다. 성진 역시 도망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데 진용이는 검권천하 총괄개발팀장이라니!


한시라도 빨리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회상을 마친 한영은 단적비연수가 널브러진 곳으로 걸어갔다.


지금까지 체력이 다한 몬스터는 아주 잠시 누워 있다가 사라졌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P.K(People Kill)를 한 최강스님도 산화되듯이 없어졌다.


하지만 단적비연수는 여전히 쓰러져만 있었다. 의아함이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한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서브 퀘스트의 완료, 즉 단적비연수를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영은 단적비연수가 떨어뜨린 아이템을 하나씩 살폈다. 돈 약 2만 냥, 몇몇 회복 아이템 정도였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거지’였다.


어렵게 잡은 보스, 그러나 바라던 아이템이 없자 실망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 안 나왔네······.”


그때였다.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다. 이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사람이 뿜어내는 명백한 살기였다.


한영은 자신의 목을 향해 움직이는 무언가로부터 빠르게 도망쳤다. 뒷걸음질을 치던 한영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두 눈을 비볐다. 그러나 두 번 비빌 틈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단적비연수가 독이 서린 암기를 한영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던졌다.


“죽이겠다! 나에게 모욕을 준 너를 반드시 죽이고 말리라!”


*****


“왜 계속 따라와요! 진짜 집까지 따라올 생각은 아니죠?”

“갈 데도 없고, 돈도 없다능······. 제발 날 버리지 말라능······.”

“하, 참내. 그건 알 바 아니고요, 따라오지 말아요. 진짜로!”

“힝······.”


정인이 매몰차게 돌아서자 성진은 울상을 지으며 멀어져가는 정인을 바라만 봤다. 마음이 불편한 건 정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성진의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 때문이었을까, 정인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정인은 멀찍이서 뒤를 돌아 성진을 바라봤다.


“약속해요.”

“뭘 말이냐능?”

“허튼 짓 할 생각 꿈도 꾸지 말아요!”

“······?”

“그리고 그 말투도 바꿔요. 정말 듣기 싫단 말이에요! 약속할 거면 저 따라오고요. 아니면 말고요.”


말을 마친 정인은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성진의 눈에 정인은 날개를 잃고 잠시 지상에 내려온 천사처럼 보였다.


“가, 같이 가자능!”


거슬리는 오타쿠 말투가 들리자 정인은 뒤를 돌아 성진을 쏘아봤다. 눈빛이 얼마나 날카롭던지 성진은 몸을 움츠리며 다시 말했다.


“가, 같이 가자······.”

“나 약속 안 지키는 사람 정말 정말 싫어해요. 두 번은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알았다느······.”


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오타쿠 말투에 성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흘러나온 말은 정인의 청력을 피할 수 없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죠?”

“아, 알았다고 했다!”


‘능’이라는 끝말이 나올 뻔했지만, 성진은 검권천하를 만들 때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겨우겨우 멈추기는 했다. 정인도 이번만은 눈감아줬다.


한참을 따라가던 성진이 물었다.


“저기, 히토리짱.”

“약속 한 가지 더! 두 번 다시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그럼 뭐라고 부르냐?”

“제 이름은 최정인이라고요. 최정인 씨, 최 기자, 정인 씨, 정인님! 어때요, 부를 거 많죠?”

“저, 정인 씨?”

“네. 왜요?”

“우리 지금 어디 가냐?”


끝말 ‘능’만 사라졌지, 말투는 여전했다. 차차 좋아지겠지······, 정인은 체념한 사람처럼 성진의 물음에 답했다.


“일단, 회사에 갈 거예요. 알아볼 것도 있고요.”

“회사라면 ‘IT뷰’에 가는 거냐?”

“네. 남치······, 아니 선배 기자가 리얼리티 인사이드 사건에 대해서 뭔가를 숨기고 있어요. 숨기고 있는 게 뭔지 알아야겠거든요.”

“우리 회사 말이냐?”

“맞아요. 그쪽 회사. 류한영 씨가 대표였던 그 회사.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다녀올게요.”


성진은 건물로 들어가는 정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유엔더블유에 검권천하를 빼앗긴 다음 처음으로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한영과 자신에게서 등을 돌렸던가!


정인이 그 기자들과는 다르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14

생명: 461/461(+50)

공력: 106(+15)

소속:파천문 제13천인대 제6조원

칭호: 의로운 섬의 지배자

--------

근력 32 (+5) 체력 25 (+5)

민첩 33 (+5) 재능 31 (+7)

운 39 (+5)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금시조 레벨 13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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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검권천하] 제25화 -파천문 본원 +3 20.12.05 878 23 12쪽
24 [1부 검권천하] 제24화 -유전마을 +3 20.12.04 900 24 12쪽
23 [1부 검권천하] 제23화 -의로운 섬(3) +2 20.12.03 945 24 12쪽
22 [1부 검권천하] 제22화 -의로운 섬(2) +1 20.12.02 967 25 12쪽
21 [1부 검권천하] 제21화 -비적단의 소굴(8) +1 20.12.01 945 25 12쪽
» [1부 검권천하] 제20화 -비적단의 소굴(7) +1 20.11.30 986 26 12쪽
19 [1부 검권천하] 제19화 -비적단의 소굴(6) +1 20.11.29 963 26 12쪽
18 [1부 검권천하] 제18화 -비적단의 소굴(5) +2 20.11.28 1,018 28 12쪽
17 [1부 검권천하] 제17화 -비적단의 소굴(4) +2 20.11.27 1,081 29 12쪽
16 [1부 검권천하] 제16화 -비적단의 소굴(3) +3 20.11.26 1,047 30 12쪽
15 [1부 검권천하] 제15화 -비적단의 소굴(2) +2 20.11.25 1,123 30 12쪽
14 [1부 검권천하] 제14화 -비적단의 소굴(1) +1 20.11.24 1,139 30 12쪽
13 [1부 검권천하] 제13화 -의로운 섬(1) +2 20.11.23 1,168 30 11쪽
12 [1부 검권천하] 제12화 -유전마을(2) +1 20.11.22 1,138 33 12쪽
11 [1부 검권천하] 제11화 -유전마을(1) +2 20.11.21 1,203 33 13쪽
10 [1부 검권천하] 제10화 -파천문 본원 +1 20.11.21 1,244 35 12쪽
9 [1부 검권천하] 제9화 -천지림(4) +3 20.11.20 1,260 34 12쪽
8 [1부 검권천하] 제8화 -천지림(3) +2 20.11.20 1,292 36 12쪽
7 [1부 검권천하] 제7화 -천지림(2) +1 20.11.19 1,345 34 12쪽
6 [1부 검권천하] 제6화 -천지림(1) +2 20.11.19 1,413 38 13쪽
5 [1부 검권천하] 제5화 -천구마을(2) +2 20.11.18 1,524 35 13쪽
4 [1부 검권천하] 제4화 -천구마을(1) +3 20.11.18 1,885 38 14쪽
3 [1부 검권천하] 제3화 -파천문 훈련장(2) +3 20.11.17 1,891 40 12쪽
2 [1부 검권천하] 제2화 -파천문 훈련장(1) +5 20.11.17 2,258 46 12쪽
1 [1부 검권천하] 제1화 - 대한민국 서울 +6 20.11.16 3,221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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