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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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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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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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23화 -의로운 섬(3)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23화


“왜 우냐······. 내가 뭘 잘못했냐······.”

“흑흑흑······.”


쓰디 쓴 소주 한 잔을 목구멍으로 넘기자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 사람만 바라본 게 장작 10년이었다.


고등학생 때 1년 선배이자 전교 회장이었던 그는 정인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멋있고, 잘생겼고, 무엇보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았다. 약한 학우들을 위해 대신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나 이겼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가슴이 콩닥거릴 시기였기에 정인의 눈에 그는 더더욱 백마탄 왕자처럼 보였다. 그를 따라서 같은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왔고, 일부러 그와 같은 직장에 이력서를 냈다.


자신만 그를 짝사랑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도 정인을 오래 전부터 신경 쓰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그러나 오늘, 연인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너무나도 믿었던 사람이었기에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이 정인에게 상처로 다가왔다. 단순히 한 번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가 뒷돈을 받고 편향적인 기사를 쓴다는 의심이 든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달콤한 거짓말로 정인을 속였고, 그가 좋았기에 거짓말 같으면서도 속아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정인의 이성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너(나)도 알잖아? 그 사람 네(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의롭거나 공정한 사람 아니라는 거. 돈에 영혼까지 팔 사람이라는 거 너(나)도 알잖아?’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에 정인은 아니라는 대답을 못했다. 통보하듯이 연인관계의 끝을 포고한 배경이었다.


정인이 말없이 소주 한 잔과 눈물 펑펑을 반복하자 성진은 그녀의 울음이 자신 때문인 것 같은 착각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자가 자신의 앞에서 엉엉 우는데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나 때문이냐······. 내가 정인 씨한테 서버실을 해킹을 부탁해서, 위험한 일을 시켜서 그러는 거냐······. 미안하다······.”

“미안한 줄 알았으면 됐어요. 흑흑흑. 그리고 마성진 씨 때문에 우는 거, 흑흑, 아니니까 신경 꺼요, 흑흑·····.”


성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신경을 끌 수가 없지 않겠는가. 성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정인을 그저 쳐다봤다.


코를 훌쩍이며 소주를 다시 한 잔 털어 넘긴 정인은 여전히 한 잔도 비워진 적 없는 성진의 소주잔을 보며 물었다.


“마성진 씨는 원래 술 안 마셔요?”

“소주는 써서 안 먹는다.”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저기요! 여기 맥주 한 병 주세요.”

“아, 아니다! 오늘은 마시면 안 된다!”

“그래요, 그럼. 알아서 해요. 저기요! 여기 맥주 말고 소주 주세요.”


성진은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 한영이 술을 가르치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 결과 맥주 한 잔 정도라는 성과를 얻기는 했다. 그만큼 성진을 술을 즐기지 않았다.


그러나 검권천하를 유엔더블유에 빼앗긴 그때부터 성진도 술을 찾았다. 그래봤자 맥주 두 잔이었지만, 이건 성진에게 엄청날 정도로 큰 변화였다.


어제, 오늘 얼마나 많이 고생했던가! 맥주 한 잔이 안 땡기는 건 아니었지만, 성진은 마실 수 없었다. 이미 소주 한 병을 빠르게 비운 정인 때문이었다. 왠지 모르게 생긴 보호본능, 얼마 지나지 않아 만취할 게 뻔한 정인을 보호하고 싶었다.


성진의 예상처럼 정인의 눈이 빠르게 풀려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투본능도 점차 깨어났다.


“야! 딸꾹. 오타쿠! 딸꾹.”

“나? 나 말이냐?”

“그래, 너! 딸꾹. 여기에 오타쿠가, 딸꾹. 너 말고 또 있냐! 딸꾹.”

“끄응······.”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옆 테이블에서 껄렁하게 술을 마시던 남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거, 더럽게 시끄럽네! 취할 거면 곱게 취하던가!”

“미, 미안하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고 했던가. 꼬장은 정인이 부리고 사과는 성진이 했다. 그러나 다음 말은 사과를 할 수 없었다.


“와! 저 여자 다시 보니까 완전 내 스타일이네. 저기요, 우리랑 같이 놀아요.”


‘빠직!’ 이성의 끈이 흐트러졌다. 감히, 오마에의 히토리짱에게!


성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들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덩치가 산만한 190이 넘는 거구가 눈에 힘을 바짝 준 채 다가오자 남자들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성진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명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올렸다. 멸치같이 마른 남성은 공중에 뜬 채 발만 허우적거렸다.


“다시 말하라!”

“그, 그게 아니라······.”

“헤헤헤, 오타쿠 화났다!”


지금 이 사단이 누구 때문에 났는지 모르는 걸까, 술기운에 양 볼에 홍조가 가득 낀 정인은 발끈한 성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이렇게라도 웃었으니 다행인걸까, 성진은 남성을 도로 내려놓고는 다시 정인에게 다가갔다.


“가자. 많이 취했다.”

“응! 가자! 2차!”


‘쿵!’


2차는 다름 아닌 정인의 꿈나라였다. 업어 가도 모르게 잠이 든 정인을 성진은 업어들었다. 술집에서 나와서 정처 없이 걸었다. 무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벼웠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곧 힘들 상황이 발생했다. 지나치게 과음을 한 정인은 성진의 등에 업힌 채 마셨던 술을 게워냈다. 그러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다시 성진의 등을 뜨겁게 하다가를 두 번 반복했다.


*****


한영은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불길이 얼마나 사납던지, 근처로 다가가기만 해도 체력이 닳았다.


단적비연수가 말했던 ‘그분’은 대체 누구일까, 어떻게 초 인공지능이 깨어나게 된 걸까, 내가 이 곳으로 온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질문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어떠한 물음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한참이 지나서야 의로운 섬을 활활 태우던 불길도 점차 잦아들었다.


한영은 단적비연수가 쓰러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노란빛을 뿜어내는 아이템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전설급 아이템이자, 비적단의 소굴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 한영이 그토록 바라던 그 물건이었다.


[단적비연수의 두건]

-등급: 전설

-착용 시 적대치가 하락합니다.

-특수 스킬 ‘은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걸로 광역 어그로는 피할 수 있겠네. 그나저나 은신을 내가 직접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한영이 알아낸 특이한 현상 중 하나! 주변의 모든 몬스터가 한영에게 몰려들었다. 지금까지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없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간과할 사안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전투에서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기에.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각각의 조건을 성취하면 특정 구역에서 어그로 수치가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한정된 지역으로 범위가 국한되어 있었다. 순간순간의 도움은 될지언정,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한영이 찾은 해결법은 어그로 수치를 낮춰주는 아이템이었다. 바로, ‘단적비연수의 두건’은 검권천하에서 유일하게 어그로 수치를 영구적으로 낮춰줬다.


그만큼 귀중한 아이템이기에 드랍률은 1% 미만이었다. 그러나 한영의 운 스탯 효과와 비적단의 소굴을 처음으로 발견한 ‘정찰자’ 효과가 중첩되자 드랍률은 50%가까이로 급격히 상승했다. 2분의 1확률!


처음에 단적비연수를 잡았을 때 얻지 못했지만, 두 번째로 처치했기에 나올 게 나온 셈이었다.


무엇보다 한영을 기분 좋게 한 것은 단적비연수의 두건 착용 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기술!


“은신!”


한영이 명령어를 외치자 그의 몸이 투명하게 변했다. 한영은 투명해진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을 보는 것 같았다.


[도움말]

-‘은신’은 비전투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최장 유지 시간은 1분입니다.


서브 퀘스트 완료와 칭호 획득, 단적비연수의 두건 입수까지 이로써 의로운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아! 맞네!”


한영은 뭔가 잊고 있던 게 생각난 사람처럼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너무 정신없이 싸우다보니 중요한 약속을 깜빡하고 있었다.


“그 기자가 성진이를 만났을까······.”


마음이 급해진 한영은 선착장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허름한 나시에 기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피부가 검은 남성이 보였다.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시오? 원하는 데를 말하라고.]


선택지가 나타났다. 유전마을 선착장, 다채로운 섬, 인근의 다른 마을까지 그 수가 제법 많았다.


한영이 유전마을이라고 말하려는 그때, 선택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굵은 목소리.


“너는 태우지 않겠다.”

“뭐?”

“너를 태울 수 없다.”

“이게 대체 무슨······.”


수차례 다시 말을 걸었지만 뱃사공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무엇보다 뱃사공 역시 단적비연수처럼 초 인공지능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한영을 바라보는 눈빛, 살기였다.


그러나 한영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뱃사공은 처음부터 단순한 이동 NPC일 뿐, 어떠한 공격 기능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마음이 더 많이 조급해졌다. 의로운 섬에서 유전마을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이동 NPC인 뱃사공을 이용한 이동, 다른 하나는 직접 헤엄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직접 헤엄은 상당히 위험했다.


물 안에서는 행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수중 몬스터라도 만난다면 부활할 수 없는 사망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담······.”


발이 꽁꽁 묶여버린 한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 사납게 선 자리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꺅!(이봐, 인간!)”

“금시조, 왜?”

“꺄악, 꺅!(방법이 있다!)”

“뭐라는 거야?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데.”


금시조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한영은 무시로 일관했다. 말이 안 통하는 게 이리도 답답할 줄이야! 하는 수 없이 금시조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줬다.


한영의 주변을 서성이던 금시조가 빠른 속도로 뱃사공을 향해 날아갔다.


‘첨벙-’


금시조의 기습을 당한 뱃사공은 물에 빠졌고, 잠시 뒤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NPC를 살해했습니다. 유전마을과 인근 섬의 모든 NPC가 ‘PLAYER38769155’를 적대합니다.


한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NPC를 공격하는 건 말 그대로 게임을 그만 하겠다는 의미와도 다르지 않았다. 공격만 해도 인근 NPC들이 적대한다. 살해했다면 NPC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적대치가 쌓였다.


“금시조! 너 미쳤어? 네가 진짜 미쳤구나! 너 내 말 알아듣지? 그치!”


지지 않겠다는 듯이 한영을 노려보는 금시조.


“꺅, 끼야악, 꺅!(답답한 인간아! 다른 방법이 없잖아!)”


금시조는 뱃사공이 없는 배 위로 올라갔다. 이제야 금시조의 의도를 알았지만, 한영은 금시조를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어찌되었든 의로운 섬을 탈출한 한영은 유전마을을 향해 노를 저었다. 한영은 금시조에게 바람을 일으켜달라며 자신의 수고로움을 줄이려고 했지만, 금시조는 끝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14

생명: 461/461(+50)

공력: 106(+15)

소속:파천문 제13천인대 제6조원

칭호: 의로운 섬의 지배자

--------

근력 32 (+5) 체력 25 (+5)

민첩 33 (+5) 재능 31 (+7)

운 39 (+5)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금시조 레벨 13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 +10%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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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1.02.28 10:45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8 주안작가
    작성일
    21.03.01 05:2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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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부 검권천하] 제24화 -유전마을 +3 20.12.04 900 24 12쪽
» [1부 검권천하] 제23화 -의로운 섬(3) +2 20.12.03 946 24 12쪽
22 [1부 검권천하] 제22화 -의로운 섬(2) +1 20.12.02 967 25 12쪽
21 [1부 검권천하] 제21화 -비적단의 소굴(8) +1 20.12.01 945 25 12쪽
20 [1부 검권천하] 제20화 -비적단의 소굴(7) +1 20.11.30 986 26 12쪽
19 [1부 검권천하] 제19화 -비적단의 소굴(6) +1 20.11.29 963 26 12쪽
18 [1부 검권천하] 제18화 -비적단의 소굴(5) +2 20.11.28 1,018 28 12쪽
17 [1부 검권천하] 제17화 -비적단의 소굴(4) +2 20.11.27 1,081 29 12쪽
16 [1부 검권천하] 제16화 -비적단의 소굴(3) +3 20.11.26 1,047 30 12쪽
15 [1부 검권천하] 제15화 -비적단의 소굴(2) +2 20.11.25 1,124 30 12쪽
14 [1부 검권천하] 제14화 -비적단의 소굴(1) +1 20.11.24 1,139 30 12쪽
13 [1부 검권천하] 제13화 -의로운 섬(1) +2 20.11.23 1,168 30 11쪽
12 [1부 검권천하] 제12화 -유전마을(2) +1 20.11.22 1,138 33 12쪽
11 [1부 검권천하] 제11화 -유전마을(1) +2 20.11.21 1,203 33 13쪽
10 [1부 검권천하] 제10화 -파천문 본원 +1 20.11.21 1,244 35 12쪽
9 [1부 검권천하] 제9화 -천지림(4) +3 20.11.20 1,260 34 12쪽
8 [1부 검권천하] 제8화 -천지림(3) +2 20.11.20 1,292 36 12쪽
7 [1부 검권천하] 제7화 -천지림(2) +1 20.11.19 1,345 34 12쪽
6 [1부 검권천하] 제6화 -천지림(1) +2 20.11.19 1,413 38 13쪽
5 [1부 검권천하] 제5화 -천구마을(2) +2 20.11.18 1,524 35 13쪽
4 [1부 검권천하] 제4화 -천구마을(1) +3 20.11.18 1,886 38 14쪽
3 [1부 검권천하] 제3화 -파천문 훈련장(2) +3 20.11.17 1,892 40 12쪽
2 [1부 검권천하] 제2화 -파천문 훈련장(1) +5 20.11.17 2,258 46 12쪽
1 [1부 검권천하] 제1화 - 대한민국 서울 +6 20.11.16 3,221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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