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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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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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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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검권천하] 제24화 -유전마을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24화


<유전마을에 진입하였습니다.>


얼마나 노를 저었던가! 당장에 마동석과 팔씨름을 하더라도 몇 초는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금시조가 바람을 일으켰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으리라!


“좀 도와주면 덧나?”

“꺅!(건방진 인간!)”

“너 빨리 레벨 20되라. 우리 대화 좀 하자. 응?”

“꺅, 꺅!(바라던 바다! 어리석은 인간!)”


말해 뭐해, 라는 생각으로 금시조를 바라보던 한영은 다시 유전마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뱃사공NPC를 통해 이동했다면 선착장으로 왔겠지만, 직접 노를 저은 한영은 굳이 선착장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선착장에는 수많은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뱃사공 NPC를 죽였기에 공격당할 게 뻔했다.


한영은 강가 한 쪽에 배를 정박한 다음 마을 내부로 진입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비 구입이었다. 레벨이 올라간 만큼, 착용할 수 있는 장비의 폭도 넓어졌다. 공격력을 올려줄 무기와 체력 및 방어력을 증가시킬 방어구는 그때그때 구입하는 게 MMORPG의 기본적인 공략법이었다.


근처에 경비병들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는지를 살피며 무기 상점으로 은밀히 이동했다.


‘단적비연수의 두건’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NPC를 죽인 플레이어는 마을 내에서 경비병 NPC들의 무차별적인 추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이템 착용 효과로 적대치가 감소된 한영은 경비병들의 감시 영역에 들어가지 않으면 무사했다. 감시 사각지대가 거의 없긴 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殺人(살인)이라는 인장이 새겨진 캐릭터를 잡으면 해당 마을과의 친밀도가 상승한다. ‘단적비연수의 두건’은 다른 플레이들의 근처에 있지 않는 한, 살인 인장을 숨겨줬다.


다섯 번이나 경비병들에게 발각되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영은 무기 상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대화를 걸었다.


[최고 무기를 최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

[마음껏 둘러보라고.]

[구매(F), 판매(G), 나가기(ESC)]


구매라고 말하려는 찰나, 무기 상인이 외쳤다.


“살인마다! 살인마가 나타났다!”


역시나인건가!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무기 상인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한영은 재빠르게 건물 위로 올라가서 경비병들을 따돌렸다.


공력 개방과 질주를 동시에 사용했기에 가까스로 경비병들에게서 달아날 수 있었다. 한영은 얄밉게 자신의 머리 위를 돌고 있는 금시조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꺅!(미련한 인간!), 꺄악!(어차피 넌 아무 것도 살 수 없다!)”


금시조는 뱃사공NPC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한영이 상점을 이용할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검권천하의 거의 모든 NPC와 몬스터가 한영을 적대한다는 걸 반신의 경지인 금시조는 알고 있었다. 침입자를 제거하라는 명령어는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존재에게 전해졌다. 금시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소환수는 소환자를 공격할 수 없게 설정되었다.


‘그것’이 검권천하의 모든 NPC와 몬스터에게 영향을 미쳤다지만, 한영이 검권천하의 기본 설정으로 만들어놓은 틀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그것’에게도 한계는 존재했다.


이제 한영이 유전마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단 하나뿐이었다. 한영은 정인과 만나기로 한 우물가로 이번에도 은밀하게 움직였다.


*


왔던 걸까, 안 왔던 걸까, 성진이를 만나기는 한 걸까? 술에 잔뜩 취한 정인이 성진의 등에 업혀 토사물을 쏟아내고 있는 사실을 알 턱이 없는 한영은 우물가에 몸을 숨긴 채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주변을 순찰하는 경비병들이 보였다. 경비병NPC 역시 제압할 수는 있었지만, 현재 한영의 레벨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위험해진다! 한영은 이번에도 바닥에 문자를 남긴 채 유전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마을을 벗어난 한영은 갈림길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고민했다.


지금 한영이 고민하는 선택지는 세 개였다. 적대치가 쌓이지 않은 마을에서의 장비 구입, 특수 아이템을 얻는 서브 퀘스트 공략, 마지막으로 메인 퀘스트를 진행!


장비와 아이템도 중요했지만, 검권천하가 무엇 때문에 변화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시조를 한시라도 빨리 ‘붕’으로 진화시켜야 했다.


한영의 선택은 경험치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메인 퀘스트였다.


갈림길에서 한영이 파천문 본원으로 가는 회색초원 방향으로 몸을 틀자 금시조가 격하게 지저겼다.


“꺅!(멈춰라, 어리석은 인간!) 꺄걋, 꺅!(그곳으로 가면 안 된다!)”

“알았어. 너도 빨리 레벨 업 하고 싶다, 그 말이지?”

“꺗!(그게 아니다!) 꺄걋꺅!(그곳에 가면 너는 죽는다!)”


한영의 눈에는 그저 금시조가 기뻐서 날뛰는 것으로만 보였다. 한영은 처음으로 마음이 통한 사람처럼 미소를 보이고는 파천문 본원을 향해 길을 떠났다.


*****


성진은 만신창이였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거기에 지금은 등과 코도 지쳐버리고 말았다.


“크으, 냄새······.”


정인의 토사물이 성진의 등을 따뜻하게 했다. 기분 나쁜 따뜻함이었다. 거기에 술 냄새까지 더해지자 얼굴에 오만상이 써졌다.


그런데도 성진은 정인을 내려놓지 않았다. 등으로 업고 있던 정인을 양 손으로 들긴 했지만, 정인을 차가운 바닥에 내려놓지는 않았다.


성진이 가볍게 뛰며 등을 적신 토사물을 떨어뜨렸다. 그러다가 정인이 “으음······.”하고 뒤척이면 그마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멀리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성진과 정인을 향해 다가왔다. 조금 전 술집에서 성진에게 멱살을 잡힌 멸치 남자가 치졸하게 부른 패거리였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검은색 추리닝 차림의 남자가 앞으로 나오며 목 관절을 ‘우드득’ 풀었다.


“저 새끼야?”

“네, 형. 저 새끼 맞습니다.”

“뭣들해? 밟아!”


우두머리 남성이 머리 위로 든 손을 앞으로 휘젓자 뒤에 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성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장 가까운 불량배의 가슴팍을 발로 차서 밀어냈다. 그러나 두 손으로는 정인을 받치고 있었기에 움직임이 극히 제한된 상태였다.


정인을 내려놓기도, 그렇다고 제대로 싸우기도 힘든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불량배 한 명의 주먹이 성진의 얼굴로 향했다.


‘퍽!’


강한 펀치는 아니었지만, 타격점이 얼굴이었기에 충격이 적진 않았다. 혹시라도 정인이 다치지는 않을까 날아오는 주먹을 얼굴로 막았기에 충격은 더했다.


불량배들은 성진의 약점을 쉽사리 찾아냈다. 바로, 그가 안고 있는 여자였다. 또다시 주먹이 성진을 향했다. 두 번째 펀치마저 허용하자 성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 충격에 쥐죽은 듯 잠들었던 정인이 눈을 떴다.


“꺅! 마성진 씨! 왜 싸우고 있어요!”

“사정이 있다!”

“저 내려줘요. 싸움도 잘 하면서 왜 맞고 있어요!”

“그것도 사정이 있다!”


정인이 비틀비틀 두 다리로 서자 드디어 손의 자유를 찾은 성진은 태극권 특유의 자세를 취했다. 성진이 자세를 낮춰 양손을 태극모양으로 움직이자 불량배들은 잠시 움츠리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상대하는 사람이 태극권 고수임을 알 턱이 없었기에 다시금 달려들었다.


머릿수에는 장사가 없다지만, 그건 일반인들의 싸움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불량배1이 주먹을 뻗었다. 마치 뱀이 똬리를 틀듯이 성진의 오른손이 불량배의 팔을 감쌌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장력에 불량배1은 더는 일어설 수 없었다.


불량배2는 자세를 낮춘 성진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려고 했다. 그러나 성진은 왼손으로 날아오는 발을 가볍게 툭 쳐서 궤도를 바꾼 다음, 오른손 주먹으로 복부에 묵직한 펀치를 먹였다. 이것으로 불량배2도 전의 상실이 되었다.


불량배3은 팔꿈치로 명치를, 불량배4는 손등으로 목을 내려쳤다. 순식간에 4명이 쓰러지자 남은 건 술집에서 성진에게 멱살이 잡힌 멸치 남성과 우두머리 남자뿐이었다.


성진은 확고한 무술 철학이 있었다. 자신을 보호할 때만 태극권을 쓴다! 그러나 오늘 그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


히토리짱은 내가 보호한다! 히토리짱에게 히토리짱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정인은 성진에게 히토리짱 같은 존재였다.


멸치 남성에게 뚜벅뚜벅 걸어간 성진은 술집에서처럼 그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올렸다.


“어, 어? 어! 형! 도와줘요!”


멸치 남성이 허공에 뜬 채 발만 동동 구르자 성진은 복부에 펀치를 한 방 먹인 다음 버리듯이 던져버렸다.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던 우두머리 남성은 수하 다섯이 일순간에 쓰러지자 상당히 겁을 먹은 듯이 보였다. 성진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고 싶었다. 멸치 남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우두머리 남성에게 말했다.


“술집에서 시끄러웠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시비는 이 사람이 먼저 걸었다.”


우두머리는 역시 상황판단이 빨랐다.


“그, 그랬으면 말을 했어야지! 오,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할 테니까 가, 가라. 너희는 괜한 사람한테 시비를 걸어서! 다 죽었어!”


이로써 성진은 싸움을 피할 수 있었고, 우두머리 역시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패거리는 그렇게 사라졌다.


둘만 남게 되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자신의 잘못을 알아서일까, 정인은 많이 미안했는지 그녀답지 않게 말끝을 자꾸만 흐렸다.


“저, 저기······, 마성진 씨······. 혹시 저 때문에 싸운 거였어요?”

“그런 거 아니다. 안 다쳤냐?”

“내가 어떻게 다쳐! 당신이 그렇게 지켜줬는데!”


술도 안 마신 성진이 술집에서 소란을 피웠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성진의 등에 여전히 묻어있는 토사물을 보자 정인은 이 역시도 자신의 작품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랬기에 너무나도 미안했고, 한편으로는 정말 많이 고마웠다. 왜 나부터 걱정하는 건데······.


성진은 퉁퉁 부은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고개를 돌렸고, 이 역시도 정인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이었다.


“얼굴 좀 봐요. 많이 다쳤죠?”

“나, 나는 괜찮다. 정말 괜찮다!”


정인이 얼굴을 가까이하자 성진의 얼굴은 퉁퉁 부은 볼보다 더 빨개졌다.


“어머! 피 나잖아요! 우리 집에 약 있어요. 약 발라줄 테니까 우리 집으로 가요.”

“집말이냐?”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딱 약만 발라줄 테니까.”

“와따시는 그런 닝겐이 아니다!”


당황스러움에 참고 있던 오타쿠 말투가 나와 버리자 손으로 입을 막는 성진, 거슬리기는 했지만 트집 잡을 상황은 아니었기에 정인은 그냥 못 들은 척 넘어갔다.


정인과 성진은 나란히 걸었다. 그렇게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아직 술기운이 빠지지 않았는지 정인의 걸음걸이는 온전치 못했다. 그녀가 휘청거리자 성진이 발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걸을 수 있겠냐?”

“다 제 잘못이죠. 못 이길 술 뭐 하러 많이 마셔서······.”


성진은 정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많이 힘들면 어, 업혀도 된다······.”


성진과 정인이 만난 건 고작 오늘이 이틀 째였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만큼 가까워진 것도 사실이었다.


정인은 못 이기는 척 성진의 등에 업혔다.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14

생명: 461/461(+50)

공력: 106(+15)

소속: 없음

칭호: 의로운 섬의 지배자

--------

근력 32 (+5) 체력 25 (+5)

민첩 33 (+5) 재능 31 (+7)

운 39 (+5)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금시조 레벨 13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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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검권천하] 제25화 -파천문 본원 +3 20.12.05 878 23 12쪽
» [1부 검권천하] 제24화 -유전마을 +3 20.12.04 901 24 12쪽
23 [1부 검권천하] 제23화 -의로운 섬(3) +2 20.12.03 946 24 12쪽
22 [1부 검권천하] 제22화 -의로운 섬(2) +1 20.12.02 967 25 12쪽
21 [1부 검권천하] 제21화 -비적단의 소굴(8) +1 20.12.01 945 25 12쪽
20 [1부 검권천하] 제20화 -비적단의 소굴(7) +1 20.11.30 986 26 12쪽
19 [1부 검권천하] 제19화 -비적단의 소굴(6) +1 20.11.29 963 26 12쪽
18 [1부 검권천하] 제18화 -비적단의 소굴(5) +2 20.11.28 1,018 28 12쪽
17 [1부 검권천하] 제17화 -비적단의 소굴(4) +2 20.11.27 1,081 29 12쪽
16 [1부 검권천하] 제16화 -비적단의 소굴(3) +3 20.11.26 1,047 30 12쪽
15 [1부 검권천하] 제15화 -비적단의 소굴(2) +2 20.11.25 1,124 30 12쪽
14 [1부 검권천하] 제14화 -비적단의 소굴(1) +1 20.11.24 1,139 30 12쪽
13 [1부 검권천하] 제13화 -의로운 섬(1) +2 20.11.23 1,168 30 11쪽
12 [1부 검권천하] 제12화 -유전마을(2) +1 20.11.22 1,138 33 12쪽
11 [1부 검권천하] 제11화 -유전마을(1) +2 20.11.21 1,203 33 13쪽
10 [1부 검권천하] 제10화 -파천문 본원 +1 20.11.21 1,244 35 12쪽
9 [1부 검권천하] 제9화 -천지림(4) +3 20.11.20 1,260 34 12쪽
8 [1부 검권천하] 제8화 -천지림(3) +2 20.11.20 1,292 36 12쪽
7 [1부 검권천하] 제7화 -천지림(2) +1 20.11.19 1,345 34 12쪽
6 [1부 검권천하] 제6화 -천지림(1) +2 20.11.19 1,413 38 13쪽
5 [1부 검권천하] 제5화 -천구마을(2) +2 20.11.18 1,524 35 13쪽
4 [1부 검권천하] 제4화 -천구마을(1) +3 20.11.18 1,886 38 14쪽
3 [1부 검권천하] 제3화 -파천문 훈련장(2) +3 20.11.17 1,892 40 12쪽
2 [1부 검권천하] 제2화 -파천문 훈련장(1) +5 20.11.17 2,258 46 12쪽
1 [1부 검권천하] 제1화 - 대한민국 서울 +6 20.11.16 3,221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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